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34화 (34/218)

#034화

“후후.”

이용승은 월벤에 들어가 게시글 몇 개를 띄운 채 웃고 있었다.

내용이 재밌어서이다.

[이번에 언럭키 영상 본 사람? 진짜 쩔었음.]

└언럭키? 그게 누군데. 아무도 모르는 놈을 아냐고 물어보면 어쩌라는 거냐ㅋㅋㅋㅋㅋ. 알바인가? 얼마 받고 이거 쓰는 거냐?

└요즘 초보자 중에서 제일 뜨는 사람인데 모름?

└ㅋㅋㅋㅋㅋㅋㅋ 초보자 중에서 제일ㅋㅋㅋㅋㅋ 웃고 간다.

└애초에 초보자를 누가 찾아 보는데 ㅋㅋㅋ.

└그렇긴 한데, 얘는 조금 다름. 진짜 가능성이 보임.

고작 영상 4개.

아직 증명된 게 많지 않은 언럭키이지만 확실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스포츠로 따지면 유망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천재 유망주라고 칭송받다가 쓸쓸히 묻혀간 사람이 한 둘이겠냐 만은…

어쨌거나 이용승이 기쁜 건 조금 다른 이유였다.

-근데 편집자가 바뀌었나? 이번 건 확실히 이전에 비해 영상 퀄리티가 확 올라갔네.

└ㅇㅇ. 그건 인정. 원래도 실력 좋은 사람인데 편집이 살려주니까 진짜 매드무비처럼 뽑혔음.

└자기가 편집하다가 좀 뜨는 거 같으니까 따로 편집자 구한 모양인데?

몇몇 사람들이 이번 영상의 편집이 좋았다고 칭찬해 줬다.

보통 시청자들은 스트리머에 집중하지 편집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그러나 기존 영상과 확연한 차이를 보여 주다 보니 이번에는 알 수밖에 없었다.

‘기분 좋네.’

이용승은 아직 몇 번 보지 못했지만 언럭키의 실력에 반해 팬이 되었다.

그런 그의 영상을 자신이 맡아서 편집하고, 남들에게 칭찬까지 듣다니.

기쁘다!

그리고 더 기대되는 건 따로 있었다.

“머신건 머드칵 솔로 레이드. 이건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굉장해.”

첫 번째 영상 편집을 마치자마자 바로 작업에 들어간 두 번째 영상.

이전 영상이 보스몹 직전에 끊었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된 레이드였다.

보통 이런 식의 절단은 결과가 나쁘면 역효과다.

시청자들이 잔뜩 욕할 수가 있으니까.

하지만 이용승은 이 영상이 잘될 거라고 확신했다.

검으로 진흙 총탄을 쳐내는 장면을 보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그 기대감에 이용승이 몸을 일으켰다.

흥분감을 주체할 수가 없다.

요근래 잠을 거의 못 자서 피곤했지만,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지 몸은 쌩쌩했다.

문가로 다가간 그가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방문 사이에 거는 철봉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가볍게 붙잡고 철봉을 시작했다.

“후웁, 후웁.”

하나, 둘, 셋…. 금방 20개를 돌파했다.

나시 사이로 보이는 등 근육이 흉악하게 꿈틀거렸다.

피곤할 때는 이렇게 운동으로 땀 한 번 빼 주면 피로도 날아가고 기분이 좋다.

거기에 정신도 개운해지는 것 같고, 흥분감이 사라지고 냉정을 찾게 해 주었다.

한참을 철봉을 비롯한 맨몸 운동을 하던 이용승이 다시 의자에 앉았다.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제목 : 언럭키님의 새 영상입니다. 이번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편집자님.]

-보낸 이 : 컵라면.

운동하고 왔는데 그 사이에 새로운 영상이라니.

과연 이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이용승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다.

***

“지금까지 찍은 영상을 편집자님 메일로 보냈습니다.”

컵라면이 말했다.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지는 동안 뭔가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설마 바로 영상을 보냈을 줄은 몰랐다.

“빠르네요.”

“이런 미친 장면을 1초라도 빨리 남들에게 보여 주고 싶으니까요.”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언럭키를 뒤에서 쫓아다니면서 몇 번이나 탄성이 터져 나오는 영상을 찍었다.

처음에는 레벨도 높은 이 검정 오크(악에 물든 오크들은 눈자위가 까맸다)들을 쉽게 사냥하는 것에 놀랐는데.

나중에는 그 놈들을 3대1로 잡더니, 심지어 방금 전에는 5대1로 잡아버렸다!

처음 컵라면은 자신이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오크들의 레벨은 높았고, 만약 언럭키가 한 마리라도 놓친다면 자신에게 올 것 아니겠나.

그 때는 레어 암살자 계열 직업 ‘달빛 암살자’ 의 면모를 보여 줄 생각이었건만…

‘도무지 기회가 안 생기네.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세상에 이렇게 안전하면서도 관람하기 편한 장소가 있을까.

언럭키는 단 한 마리의 오크도 흘리지 않았다.

컵라면이 할 일은 그 과정을 빠트리지 않고 카메라에 담는 것뿐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나아가다가 휴식 시간을 가졌는데, 컵라면은 그 사이에 편집자에게 영상을 보냈다.

괜히 던전을 다 공략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있나. 빨리빨리 처리하면 더 좋은 거지.

“슬슬 다시 출발할까요?”

언럭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에 묻은 흙을 툭툭 털었다.

방금 전 5대1 전투는 그에게도 꽤나 힘들었다.

토굴 속 공동은 상당히 좁았고, 그런데서 오크들에게 둘러싸이다 순간 끝이다.

그는 탱커가 아니고, 손은 두 개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공격을 흘리고 더 빠르게 검을 휘둘러 ‘대가의 검술’을 적중시켰다.

그럼에도 맞으면서 싸울 수밖에 없었고, 최종적으로 오크들을 다 처리했을 때는 남은 HP가 고작 10%정도 밖에 안됐다.

중간에 뭐 하나 삐끗했으면 여기서 죽었을 수도 있었다.

‘공간만 넓었어도 치고 빠지면서 싸웠으면 됐는데.’

바깥의 오크의 숲 같은 환경이었다면 한 대도 안 맞고 모조리 멱을 딸 자신이 있었건만.

아니면 그보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좋은 방법도 있긴 하다.

“그런데 언럭키님은 방어구 안 맞추세요?”

방어구.

오크들의 몽둥이질을 몇 방이고 버텨줄 만한 방어구가 있으면 그만이다.

상의, 하의, 어깨 갑옷, 투구, 벨트 등.

유니크급은 바라지도 않는다.

하다못해 레어급만 있었더라도 이번 던전행이 훨씬 쉬었겠지.

하지만…

“조금 나중에 맞출 생각입니다.”

컵라면의 물음에 언럭키는 어색하게 대답했다.

‘너무 비싸더라고요.’

월벤 거래소에서 판매하는 장비류들중에 마음에 차는 건 많았다.

다만 가격이 미친듯이 사악했다.

스킬 사고 사냥터 입장권 사고 하니까 남은 돈이 그리 많지 않았다.

월에 천만 원씩 무조건 빚을 갚아야 하는데, 최소한의 저축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들어왔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있기도 했고.

지금까지 잘 진행해온 게 그 증거였다.

-푸확!

-서걱!

공동에서 5대1의 전투를 마무리한 뒤, 토굴에서는 계속 한 마리씩의 오크들만 나타났다.

이제는 별로 어렵지도 않다. 하품하면서도 쉽게 썰어버릴 수 있다.

그렇게 쭉쭉 진행하다 보니.

“도착했군요.”

“네. 그러네요.”

토굴의 끝에 도착했다.

웅장하게 음각된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이 너머에 던전을 지키는 보스몬스터가 존재할 터.

컵라면이 언럭키를 바라봤다.

“이번에도 혼자서 들어가실 거죠?”

“당연하죠.”

언럭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안에 레전더리 퀘스트를 해결할 열쇠가 있을 텐데.

그걸 남과 공유할 리가 없다.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컵라면이 피식 웃었다.

원래라면 말렸어야 하지만 그는 오히려 가상 카메라의 줌을 더 당겼다.

그 상태로 언럭키가 보스룸에 손을 얹었다.

-띠링!

[악에 물든 지하 보스룸에 입장하시겠습니까?]

[경고! 보스 몬스터는 굉장히 강력합니다. 전력을 갖춰서 입장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Y/N]

경고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Y를 눌렀다.

전력은 충분하다.

***

이용승은 일처리가 빠른 사람이다.

특히나 지금 언럭키에게는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

언럭키의 보스 레이드 영상은 더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래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바로 영상을 업로드했다.

이전 영상이 올라온 지 하루만이었다.

-띠링.

[NEW! ‘스트리머 컵라면’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등록되었습니다.]

[제목 : 머드칵 보스몹 솔로 레이드!]

이제는 조금 생겨난 소수의 언럭키의 팬들이 이 소식을 곧장 월벤으로 퍼다 날랐다.

-오오 대박! 절단마공으로 끊어버리더니 하루 만에 영상이 올라왔다!

-저번 영상 보니까 편집자 새로 구한 것 같더만. 일 열심히 하나 본데?

└아주 좋군! 일해라 편집자야!

물론 아직까지는 그들만의 이야기이긴 했다.

-그래서 언럭키라는 놈이 뭐하는 놈인데 도대체.

└내가 확인해보니까 레벨 20도 안 되는 놈이더라.

└20? 20??? 푸핫. 아 진심으로 뿜었네. 내가 1년 전에 찍은 게 레벨 20인데 지금 그런 놈 얘기를 여기서 하는 거임?

└어디 길드 유망주인데 바이럴로 밀어 주는듯?

└하 진짜. 이래서 대형 길드 출신들이란.

언럭키의 영상을 집중해서 보지 않는다면 그의 대단함을 알아채기 어렵다.

특별히 화려한 스킬 없이 사냥하는 것이기에 대충 훑으면 별거 없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 진짜.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월드 사가 보는 눈 X나게 없네 진짜.”

김동엽은 커뮤니티에 달리는 댓글을 보며 욕설을 중얼거렸다.

자신이 발굴한(?) 소중한 언럭키인데.

사람들이 함께 좋아해 주지는 못할망정 욕이나 하고 있으니 마음이 아플 수밖에.

“아주 다들 질투에 눈이 멀었어.”

언럭키의 플레이는 곱씹을수록 그 맛이 느껴진다.

패스트푸드같은 다른 유저들과는 다르다.

그래서 더 꽃힌 것이기도 하다.

김동엽은 애써 화를 털어냈다.

어차피 이 스트리머가 진짜 실력이 있다면, 나중에는 저 놈들 모두를 닥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렇게 믿고 있었고.

‘나는 감상이나 해야겠다.’

지난번에 보니까 이 편집자 일 잘하던데.

어디, 오늘은 어떤지 볼까?

그런 생각으로 영상을 재생했다.

지난번에 끊겼던 장면에서 이어서, 보스몹과 마주하게 되었다.

1대1.

‘보스몹이랑 1대1을 할 생각이라니. 진짜 미친 거 아닌가 몰라.’

푸쉭.

콜라를 따서 한 모금 들이킨 김동엽이 슬쩍 웃었다.

던전을 혼자서 돌파한 것도 놀라운데, 솔로 보스 레이드라니.

저기서 실패하면 기껏 시간써서 던전을 돌파한 게 전부 무용지물이 된다.

아이템이라도 떨어트리면 손해는 막심하고.

어지간히 실력에 자신 있는 강심장이 아니라면 파티를 모집해서 사냥할 텐데.

그 패기는 참 대단하다.

‘그러니까 내가 팬이 된 것이기도 하지.’

어디. 한 번 보여 줘봐.

그런 생각으로 하고 있자니 영상은 계속 재생되었다.

-투투투투!

보스 몬스터, 머신건 머드칵이 진흙 총탄을 쏴댔다.

언럭키와 카메라맨이 당황했는지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 몇 방 맞은 언럭키의 체력바가 주르륵 닳았다.

‘어이구야. 이거 위험한데?’

김동엽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원거리에서 쉴 새 없이 기관총을 쏴대는 보스몹.

거기에 날개까지 달려있어서 날 수도 있다.

굉장히 까다로운 타입이다.

‘탱커가 지켜주는 것도 아니고. 솔로 플레이로는 절대 못 잡을 것 같…!?’

풉-!

김동엽이 저도 모르게 마시던 콜라를 뿜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가 소리쳤다.

“뭐, 뭐야!?”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 잠시 멈춰있던 언럭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팅! 팅! 팅! 팅!

화면 속에서, 언럭키가 검날로 총탄을 쳐내며 전진한 것이다!

눈이 튀어나올 만한 묘기였다.

“미친! 아까 욕한 새끼들 일단 이것부터 보라고 해!”

김동엽이 재빨리 링크를 복사해서 월벤에 게시글을 쓰기 시작했다.

[제목 : 아까 언럭키 욕한 놈들. 일단 이것부터 보고, 그 다음에 대가리 박아라.]

그리고 그러한 글들이 비슷한 시간에 우후죽순 동시에 올라왔다.

언럭키의 플레이를 보고 그 팬들이 비슷한 생각에 게시글을 올린 것이다.

***

한편 그 시각.

언럭키는 악에 물든 지하 보스룸에 들어갔다.

뒤따라오는 컵라면은 떨리는 모습으로 앞을 바라봤다.

아무리 언럭키를 믿고 있다지만 보스룸에 단독으로(두 명이지만 자신은 카메라맨이니까) 들어오는건 긴장되기 마련이다.

“크르르….”

어둠 너머에서 불길한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키가 2.5m에 달하는, 근육질의 딱 봐도 강해보이는 오크가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놈은…굉장히 세 보이는데요….”

과연 보스몹.

여기까지 오면서 봤던 오크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악에 물든 오크 전사 투르카]

-레벨 : 30.

무려 레벨이 30!

놈이 양손에 쥔 강철 메이스에는 가시가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었고.

흉악해 보이는 투구를 쓰고 몸통에는 철판 갑옷까지 입었다.

얼추 보기에는 딜탱형 보스몹같다.

굉장히 까다로운 스타일이다.

컵라면이 침을 꿀꺽 삼킨 채 언럭키를 바라봤다.

‘과연 저 분은 어떻게 공략하실 생각이실까?’

그 때, 언럭키의 시선은 보스몹에게 향해있지 않았다.

보스룸은 사각형의 넓은 토굴이었는데, 보스몹을 제외하고는 딱히 볼 게 없었다.

그런데도 언럭키의 시선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가서 닿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저게…뭐야?’

보스몹이 아닌 그 왼쪽.

-파아앗!

‘파란색 빛?’

토굴 벽면 너머에서부터 희미하게 푸른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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