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23화 (23/218)

#023화

[상태창]

닉네임 : 언럭키.

레벨 : 14.

힘 : 27(15+12)

체력 : 30(17+13)

민첩 : 26(15+11)

마력 : 11(10+1)

신성력 : 11(10+1)

-자유 분배 능력치 : 55.

언럭키가 상태창을 열어 자신의 현재 능력치를 확인했다.

레벨 14.

처음 이 지하 수로 던전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레벨이 10이었다.

이틀밖에 안 됐는데 레벨이 4개나 올라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허나 이 지하 수로에서 등장하는 머드 칵의 레벨은 14~15 사이.

언럭키는 이제서야 놈들의 레벨을 따라잡았다.

낮은 레벨로 높은 몬스터를 사냥했기에 레벨업 속도가 빠를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일반 머드 칵이 이 정도면 보스몹의 레벨은 어느 정도일까?

‘최소 20은 되겠지.’

레벨 20.

게다가 보스몹은 일반몹보다 보정을 받아 훨씬 강하기에 20짜리 일반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터.

그런 놈을 상대하는 것이니 언럭키에게도 쉬울 리가 없었다.

‘하지만…성공하면 그만한 대가를 얻을 수 있어.’

무려 던전에 혼자 들어와 보스몹까지 혼자 사냥하는 셈이다.

당연히 모든 보상을 혼자서 독식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미튜브에 올린다면 꽤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번 영상 조회수가 장난 아니던데. 이번 것도 잘 만들어서 올리면 어떻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절대 전에 비해 부족하지 않을 터.

그런 생각을 하니 웃음이 실실 나왔다.

언럭키는 일단 상태창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유 분배 능력치 55개.

지금까지는 이게 없어도 사냥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올마스터-검왕 특성과 여태 얻은 업적, 그리고 유니크 아이템 덕분이었다.

하지만 보스몹은 얘기가 다르다.

이쪽이 무너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결정을 내렸으니 그다음 문제는 능력치를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가였다.

아직까지도 그는 능력치에 대한 고민을 끝내지 못했다.

하지만 슬슬 결정해야 할 시기였다.

‘능력치는…골고루 분배한다.’

올마스터.

자신이 얻은 레전더리 급 직업의 이름.

이 월드 사가에 레전더리 등급의 직업을 얻은 것만으로도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던가.

검왕, 대마도사, 어쌔신 마스터, 성자, 네크로 엠페러 등.

그러한 레전더리 직업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헌데 자신은 어떤가.

올마스터라는 이름 아래에, 5개나 되는 직업을 다룰 수 있었다.

‘비록 한 달에 한 번만 직업을 바꿀 수 있다지만, 잘만 쓰면 다른 레전더리 직업보다 몇 배는 더 효과적일 거야.’

그걸 위해서라면 능력치 역시 올마스터에 맞게 찍어야 한다.

모든 능력치를 두루두루 높일 것!

잘못 키우면 망캐가 되기 딱 좋은 위험한 방법이다.

하나라도 잘하는 게 낫지, 이도 저도 안 돼서 어정쩡해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허나 언럭키는 스스로를 믿었다.

‘내 행운 능력이라면 그만한 불리함을 안고서라도 대성할 수 있어.’

다른 레전더리 직업들조차 감히 쳐다보지 못할 만큼 높은 위치에 올라가는 것.

꿈이 아니다. 노력하다 보면 분명 이룰 수 있다.

그렇기에 언럭키는 상태창을 다시 쳐다봤다.

그가 손을 움직였다.

[상태창]

-닉네임 : 언럭키.

-레벨 : 14.

-힘 : 39(26+13) / 체력 : 42(28+14) / 민첩 : 38(26+12) / 마력 : 22(20+2) / 신성력 : 22(20+2)

-자유 분배 능력치 : 0.

모든 스탯에 각각 11씩 능력치를 분배했다.

거기에 튜토리얼의 패왕 업적 덕에 추가 능력치가 각각 1씩 더 올랐다.

최종적으로 각 능력치당 12. 도합 60개의 능력치가 오른 것이다.

꽈악.

언럭키가 주먹을 말아쥐었다.

조금 전과는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힘이 달랐다.

바위도 부술 수 있을 것 같은 괴력과 빨라진 신체의 감각이 느껴졌다.

그런데도 혼란스럽지 않고 잘 적응되었다.

이런 가상현실 기술을 어떻게 만든 건지 신기하기만 하다.

“들어가죠.”

준비를 끝낸 후, 언럭키가 말했다.

“네. 이번에는 저도 도와드릴까요?”

컵라면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 역시 레어 등급의 암살자 계열 유저이다.

언럭키와 비교하면 당연히 부족하겠지만 여차하면 1인분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아뇨.”

허나 언럭키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 제가 혼자 먼저 해보겠습니다. 컵라면님은 카메라만 잘 잡아주세요.”

그를 만류한 건 오만하기 때문이 아니다.

‘월벤에서 본 적이 있어. 던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솔플로 공략하는 데 성공하면 업적 하나를 얻을 수 있다고 했지?’

거의 불가능한 업적이다.

일단 이렇게 혼자서 던전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 거기서 홀로 모든 몹을 처치하고 보스몹까지 처치한다?

소수의 상위 유저 정도만이 가능하다.

[던전 공략률 : 98%.]

언럭키가 시야 오른쪽 아래를 바라봤다.

보스몹을 빼고는 전부 공략이 끝났다.

컵라면은 뒤따라 오기만 했으니 전부 혼자 잡은 것이다.

여기까지 성공했으니 보스몹 솔킬에까지 욕심이 가는 건 당연했다.

“업적을 노리시려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는 한 손 거들겠습니다. 로그아웃 당하는 것보다는 공략 성공하는 게 그래도 낫지 않습니까.”

“예. 그렇게 하죠.”

언럭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대한 보스룸 벽면에 손을 얹었다.

-띠링

[‘빌리프펜 지하 수로 던전’ 보스룸에 입장하시겠습니까?]

[Y/N]

볼 것도 없이 예스다.

***

보스룸은 지금까지 걸어오던 하수도와는 조금 달랐다.

일단 물이 없었다.

여태껏 머드 칵들은 하수도 중앙을 흐르는 물에서 튀어나왔고, 가장자리를 걷던 언럭키는 수비하는 입장이었다.

헌데 이곳에서는 그러한 기습 걱정이 사라진 것이다.

컵라면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군요.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식의 깜짝 공격은 없겠어요.”

“다행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네?”

“지형이 이렇다는 것은, 굳이 기습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를테면 엄청나게 강해서 굳이 기습이 필요 없다거나.

“…맞네요.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군요.”

컵라면이 표정을 굳혔다.

그러면서 살짝 의외라는 듯 언럭키를 힐끗 바라봤다.

‘역시 부캐인가? 판단력이 굉장히 좋네.’

처음 이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날카롭게 알아챌 수 있을까 싶다.

언럭키가 대형 길드에서 칼을 갈고 만들어낸 부캐라는 생각에 더욱 확신이 더해졌다.

물론 언럭키는 철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냉정하게 분석한 것뿐이었지만.

그 순간이었다.

-쿵!

발 울리는 소리와 함께 벽쪽 그림자에서 커다란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언럭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으음….”

월드 사가를 플레이하면서 지금처럼 놀란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놈은 거대한 바퀴벌레였기 때문이다.

크기가 2.5m에 달하는 이족보행 거대 바퀴벌레!

한 쌍의 더듬이는 채찍처럼 파르르 떨리고 있었으며 구릿빛으로 번뜩이는 갑각은 빛을 반사하고 한 쌍의 날개가 양옆으로 쫙 펼쳐져 있었다.

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정신에 데미지를 입는 것 같았다.

[보스 몬스터 : 머신건 머드 칵]

-레벨 : 20.

녀석의 머리 위에 쓰여 있는 정보가 보였다.

레벨 20의 보스 몬스터.

다만 그 이름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머신건 머드 칵? 이름이 왜 저러죠?”

“조심하세요, 언럭키님!”

언럭키가 의아해할 때 컵라면의 비명과도 같은 경고가 튀어나왔다.

-투투투투!

보스몹의 갑각 사이에서 총탄처럼 진흙이 마구 발사된 것!

깜짝 놀란 언럭키가 바닥에 엎드렸다.

-퍼퍼퍽!

직사 무기는 납작 엎드리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약간 반응이 늦어 몇 발은 맞을 수밖에 없었는데 데미지가 상당했다.

20%가량 줄어든 HP를 보며 언럭키가 급하게 인벤토리에서 방패를 꺼냈다.

시작의 도시에서 얻은 흉포한 아울베어의 방패.

머드 칵들을 상대할 때는 굳이 방패를 들 필요가 없어서 인벤토리에 넣어놨던 물건이다.

검방을 쓰면 양손검보다 데미지가 줄어들기에 했던 선택인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방패가 필수였다.

-퍽퍽퍽!

방패로 앞을 가로막자 진흙 총탄들이 방패에 부딪쳤다.

팔이 흔들리고 조금씩 데미지가 들어오긴 했지만 크진 않았다.

컵라면 역시 언럭키의 뒤쪽에 납작 엎드려 있었는데, 곤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놈이 보스몹으로 나오다니. 하필 가장 까다로운 놈 중에 하나로 걸렸네요.”

“총 같은 걸 쏘다니. 무슨 바퀴벌레가 저럽니까?”

“월드 사가에는 별의별 몬스터가 다 있습니다. 머신건 머드 칵이라고, 저도 다른 스트리머들 방송 탐방하다가 우연찮게 본 적 있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다른 방송에서 봤다고요? 그럼 공략법도 알고 계십니까?”

“일단 그 당시에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압니다.”

처리법은 간단하다.

일단 3명의 인원이 필요했다.

탱커 - 딜러 - 힐러.

탱커가 방패로 전방을 막으면서 길을 뚫어준다. 그 후에 딜러가 접근해서 데미지를 넣는다.

“물론 그렇다고 쉽게 잡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저 날개 보이시죠? 근접해서 몇 대 때리다 보면 저걸로 날아서 도망치거든요. 멀찍이 내려선 다음 다시 진흙 총탄들을 쏴대는데, 그럼 또 맞으면서 접근해야 해요.”

“그래서 힐러도 필요하다는 거군요.”

“네. 탱커와 딜러들을 회복시켜 줘야 하니까요.”

힐러 대신 버퍼를 넣어도 된다.

탱커의 HP 통을 키우거나 딜러의 데미지를 높여 전투를 빨리 끝내도 괜찮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저희는 할 수 없는 방법이군요.”

“예….”

검사에 암살자인 그들이 움직이려 했다간 저 총탄 세례에 두들겨 맞고 벌집이 될 뿐이다.

지금이야 납작 엎드려서 방패 하나로 커버할 수 있지만, 움직이는 순간 팔다리가 노출될 터.

탱커가 아닌 언럭키로서는 그 데미지를 오래 버틸 수가 없다.

‘암담하다.’

컵라면이 어두운 안색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역시 어떻게든 언럭키를 뜯어말려서 파티원들을 추가로 데려왔어야 했다.

‘여기서 죽으면 영상도 망하고 경험치도 떨어지고 24시간 로그인도 불가능해지는데….’

어디 그뿐이랴.

인벤토리의 아이템 중 랜덤으로 하나를 떨구게 되는데, 유니크 검이라도 떨어트리면 밤에 잠이 안 올 것이다.

‘아니지. 언럭키님은 그 정도로는 눈 하나 깜짝 안 하려나?’

대형 길드 소속(이라고 추측되는)이니 큰 타격이 아닐 수도 있었다.

컵라면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어쨌거나 영상이 망한다는 결론은 최악이다.

하지만 돌파구가 없었다.

방패로 막고 있다지만 가랑비에 젖는 비처럼 언럭키의 HP는 서서히 닳고 있다.

이대로 있다가는 버티고 버티다가 죽을 뿐이다.

그 순간이었다.

“어쩔 수 없군요. 저희는 컵라면님이 말씀하신 방법으로 갈 수는 없으니, 다른 수단을 써 볼 수밖에 없겠네요.”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으십니까?”

“이걸 아이디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네요. 될지 안 될지는 저도 몰라서. 일단 시도라도 해보려고요.”

말을 끝낸 언럭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깜짝 놀란 컵라면이 그를 올려다 봤다.

아니 이 사람이 갑자기 정신이 돌아버렸나?

언럭키는 그 상태에서 방패를 앞세워 앞으로 뛰어나갔다.

탁탁탁.

꽤 빠른 속도였지만 방패를 든 데다가 거리가 너무 멀었다.

여기까지 오기 전에 총탄 수 백발은 더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머신건 머드 칵의 눈이 번뜩였다.

-투투투투!

언럭키의 전신을 노리고 날아가는 진흙 총탄들.

엎드려 있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노출된 부위가 상당히 많았다.

“언럭키님!”

뒤에서 컵라면의 말소리가 비명처럼 들리는 그 순간.

-스릉!

언럭키의 검이 움직였다.

그의 눈은 처음부터 끝까지 올곧았다.

한결같이 날아오는 진흙 총탄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궤적과 속도, 그 내부의 성질을 여러 번 보며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 결과 어느 정도 답이 나왔다.

‘…지금!’

그가 한 손으로 검을 부드럽게 휘둘렀다.

허공을 유영하듯 움직인 검날의 궤적이 총탄과 맞닿았다.

그 순간.

-팅!

언럭키의 검이 진흙 총탄의 옆면을 때려 궤적을 강제로 틀었다.

-팅! 팅!

이어서 휘둘러지는 검이 진흙 총탄들을 추가로 튕겨냈다.

그러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언럭키.

“……!?”

지켜보던 컵라면이 입을 쩍 벌렸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