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19화 (19/218)

#019화

[업적 : 최초의 입장]

-업적 등급 : 레어.

-아무도 들어가 보지 않은 던전에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던전에서 획득 경험치 1% 증가.

최초로 던전에 입장하게 되면 얻는 업적.

무려 레어 등급이나 되는 업적을 얻었다.

언럭키가 속으로 감탄했다.

‘효과가…굉장한데?’

간단하지만 아주 강력한 <획득 경험치 상승> 효과가 붙어 있었다.

1%였지만, 고작 1%라고 무시할 게 못 된다.

그게 쌓이고 싸이면 나중에는 무시 못 할 격차가 벌어지니까 말이다.

원래 최상위권은 종이 한 장 싸움인데, 언럭키는 지금 그 종이 한 장을 얻은 셈이다.

‘게다가 최초 발견 던전이라서 48시간 동안 드랍률이 올라간다.’

경험치 드랍률과 골드 획득량 150% 상승.

1.5배 올라간다는 뜻이다.

하루라도 빨리 레벨업을 해야 하는 언럭키의 입장에서는 이만한 게 없다.

이제 남은 건 여기서 뼈를 묻을 각오로 미친 듯이 사냥을 하는 것뿐!

[빌리프펜 지하 수로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지하 수로를 따라 한 걸음 걷자 던전 입장 메시지가 나타났다.

-스릉

언럭키가 자연스럽게 검을 꺼내 쥐었다.

지금 자신은 혼자다.

파티원이 없으니 모든 걸 혼자서 해야 하고 기습에 취약하다.

그렇기에 빠르게 움직이기보다는 천천히 탐색할 생각이었다.

다행히 검왕 직업의 특성 덕에 언제든지 반격할 수 있게 자연스러운 자세가 잡혔다.

-저벅, 저벅.

걷는 소리가 수로 내부를 울린다.

내부는 가운데에는 물이 흐르고 양 옆으로 걸을 수 있는 통로가 있는 형태였다.

‘몬스터는 언제쯤 나오는 거지?’

아직 어떤 몬스터가 나오는지, 그 종류도 모른다.

때문에 갑작스러운 기습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전방과 후방, 천장까지 꼼꼼하게 주시하면서 움직였다.

그 순간.

-촤악!

물속에서 거무튀튀한 무언가가 불쑥 솟구쳤다.

[머드 칵]

-레벨 : 14.

녀석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는 이름과 레벨이다.

머드 칵.

녀석의 생김새는 한 줄로 설명할 수 있었다.

두 다리로 걸어 다니는 1m 크기의 바퀴벌레.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떨리고 구역질이 나올 것이다.

파르르 떨리는 더듬이나 다리를 보면 그 어떤 강심장도 얼굴이 새하얘질 터.

“캬악!”

괴성과 함께 머드 칵은 언럭키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런 미친!”

언럭키의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이며 반격했다.

바퀴벌레 따위는 맨손으로 때려잡는 강심장의 남자였지만, 그런 그조차 저걸 보고 멀쩡할 수는 없었다.

허나 당황한 건 당황한 거고, 검왕 직업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 걸음 뒤로 움직이며 자연스럽게 허리를 돌려 크게 검을 휘둘렀다.

-콰직!

명예의 시작 롱소드가 은빛 궤적을 그리며 놈을 베었다.

[치명적인 일격!]

한 방에 급소를 공격해서 치명타가 터졌다.

“큭, 끄르륵….”

머드 칵이 충격에 비틀거렸다.

기습을 했지만 되려 자신이 크게 당한 상황.

전투는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이런 빈틈을 두고 볼 언럭키가 아니었다.

-푹! 콰직!

언럭키의 검이 빠르게 녀석을 베고 찔렀다.

-띠링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48시간 동안 경험치 획득량 +150% 증가 버프가 적용됩니다.]

“…하아, 하아.”

언럭키가 검을 꽉 쥔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황해서? 아니다.

놈을 처치한 건 좋았는데, 녀석의 상처에서부터 오물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진흙과 끈적거리는 기괴한 액체가 분수처럼 흘러나와 언럭키를 뒤덮은 것!

“진짜…무슨 이딴 게임이….”

불쾌한 감각이 피부를 타고 올라온다.

이게 가상현실이라니.

도저히 믿기 어렵다.

전투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정신 공격에 당한 것만 같았다.

피부에 쭈뼛 올라온 소름은 쉽게 사라질 생각을 안 했다.

-촤악! 촤악!

그 순간 하수도의 물속에서 세 마리의 머드 칵이 새롭게 솟구쳐왔다.

파르르 떨리는 3쌍의 더듬이를 본 순간 언럭키는 검을 거세게 쥐었다.

“당장 뒤져 미친 새끼들아!”

하필이면 던전이 걸려도 이딴 더러운 던전이 걸리다니.

역시 자신은 운이 없다.

또 한 번 그런 생각을 머릿속으로 하는 언럭키였다.

***

“후. 드디어 왔군.”

도시 빌리프펜으로 향하는 워프 게이트를 통과한 컵라면이 중얼거렸다.

그 역시 레벨 10을 찍고 빌리프펜이 도착했다.

어찌 보면 조금 늦었다 할 수 있다.

그가 시작의 도시에서 언럭키를 처음 만났을 때도 레벨이 꽤 높았었다.

어둠 숲에서 언럭키를 따라다니며 경험치를 조금이나마 나눠 받았기에, 레벨 10까지는 금방이었다.

다만 미튜브 영상 편집이 바빠서 이제서야 부랴부랴 레벨을 올려 따라올 수 있었다.

“언럭키 님은 뭐하고 계시려나 모르겠군.”

그렇게 중얼거린 컵라면이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다.

‘아마 지금쯤 빌리프펜 사냥터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고 있겠지?’

월드 사가의 고질적인 문제점.

너무나 많은 유저 숫자로 인해 초반 도시들은 수용 인원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어느 사냥터를 가던 사람이 많다.

특히나 잡기 쉽고 경험치 많이 주는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곳은 인기가 많아서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언럭키 역시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이건 실력 여부를 떠나서 상황 자체가 그러했으니.

일단 컵라면은 이동했다.

언럭키에게는 미리 오늘 도착한다고 문자를 보냈었다.

시간을 맞춰 마중을 나올 테니 광장에서 기다리라는 답변을 받았었다.

광장에서 몇 분 정도 기다리자, 저쪽에서 걸어오는 언럭키를 발견했다.

“언럭키 님!”

컵라면이 반갑게 인사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렇게 또다시 뵙는군요!”

언럭키 덕분에 지지부진하던 미튜브 채널이 얼마나 성장했던가.

그는 은인이었다.

언럭키 역시 컵라면을 반겨주었다.

어딘가 약간 지쳐 보이는 표정으로 그가 말했다.

“너무 격하게 반가워하시네요. 겨우 못 본 지 하루밖에 안 됐는걸요?”

“저한테는 일주일처럼 느껴졌습니다.”

“뭐…그 정도는 아니지만, 저도 많이 반갑긴 하네요.”

언럭키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 역시 컵라면에게는 은혜를 입은 게 많다.

당장 그가 240만 원가량 되는 금액을 송금해주어서…

‘크흠. 뭐 그것도 있긴 하지만.’

돈도 중요했지만, 그걸 떠나서 컵라면 덕에 미튜브에 훨씬 빠르게 접하게 되었다.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돌아갔겠지.

결과적으로 그 덕에 성 팀장과 거래까지 잘 마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언럭키가 진심을 담아 인사했다.

“먼저 선정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입금은 잘 받았습니다.”

“뭘요. 그리 큰 금액도 아닌걸요.”

컵라면이 어깨를 으쓱였다.

채 250만 원도 안 되는 금액이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걸로 뭔가 엄청난 걸 할 수는 없다.

기쁘기야 하겠지만 유니크 이상의 직업까지 가지고 있는 언럭키를 만족시킬 정도일까?

아니다.

헌데 언럭키는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아하고 있었다.

컵라면은 그 이유가 얼추 짐작 갔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태도가 이 분의 마음을 산 거겠지.’

먼저 정산까지 해주는 그 마음!

신뢰도 있게 행동하는 모습이 그를 감동시켰으리라.

물론 언럭키의 본심은 돈 때문이었지만…어쨌거나.

이상한 우연으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 더 가까워졌다.

최소한 서로가 등에 배신의 칼을 꽂지는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적당히 인사를 나눈 뒤 컵라면이 물었다.

“이제부터는 어디로 가실 겁니까?”

“사냥하러 가야죠. 놀 수는 없잖아요.”

“음…. 안 그래도 그걸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컵라면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사냥터 자리를 구매해볼까 합니다.”

줄 서서 이용하는 사냥터.

당연히 평범하게 줄만 설 리가 없다.

어딜 가나 자본이 많은 사람은 존재했고, 그들은 시간을 돈으로 사고 싶어 했다.

대신 줄을 서 주거나 곧 들어갈 사냥 파티에 끼워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

‘고레벨 지역의 사냥터는 한 시간만 구매하려고 해도 들어가는 돈이 장난이 아니라지만, 빌리프펜 정도면 할 만하지.’

이 정도의 돈은 미튜브 채널을 키우는 투자라고 생각하면 아깝지도 않다.

허나 언럭키는 고개를 저었다.

“아, 그럴 필요는 없어요. 사냥터는 이미 구해 놨거든요.”

“네?”

“조금 문제가 있긴 하지만요.”

언럭키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 더러운 곳으로 다시 가야 하다니. 제기랄.’

머드 칵은 정말 적응하기 어려운 몬스터였다.

그래도 몇 시간 정도 사냥을 해서 어느 정도 적응은 했다만.

컵라면을 거기에 데려가는 건 미안했다.

‘왜 날 이딴 더러운 던전으로 데려왔냐고 화내면서 가 버리는 거 아냐?’

그러면 미튜브로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도 사라지는데….

허나 고민을 오래 할 수는 없었다.

이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고, 컵라면이 활짝 웃으며 앞장섰기 때문이다.

“오오. 과연…. 언럭키님이 대형 길드 소속이라는 걸 제가 잠시 잊고 있었군요.”

“네? 아니…”

“하핫. 제가 꽤 오래 고민한 문제였는데 이렇게 해결되다니. 어서 가시죠! 시간은 금이니까요!”

지금까지 고민하던 문제가 해결되어 한시름 놓게 된 컵라면이다.

그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오늘 저녁에 시작의 도시 3차 편집본 영상이 올라갑니다.”

“그렇군요. 편집은 잘 되었나요?”

“감히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겠군요. 편집 자체는 지난번에 다 끝냈고, 아까 한 번 더 검수를 했는데 정말 잘 뽑혔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잘됐군요.”

“이번 영상이 또 터지면 바로 다시 선정산 해드리겠습니다. 물론 언럭키 님에게는 그리 큰 금액이 아니겠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

***

(주)머니앤캐시의 성강호 팀장.

한때는 증권사에서 꽤 유명한 인재였고, 지금은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대부업체에서 팀장 일을 하고 있다.

회사의 일을 대부분 관리하는 팀장으로서 그가 해야 할 일들은 많았다.

허나 그는 통 자신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초 공개 예고 : 레벨 5짜리가 어둠 숲에서 솔로 플레이를 한다고!?]

[최초 공개까지 남은 시간 : 3시간.]

저 영상 속 주인공이 백현이다.

그 사실을 알고 그와 딜을 마쳤다.

그 뒤 기다렸다는 듯 새롭게 업로드되는 영상.

톡톡.

검지로 책상을 두드리던 그가 피식 웃었다.

“미리 준비해 놨다 이건가.”

마치 자신과 거래를 끝마친 뒤, 나는 이 정도 가치를 가진 사람이야! 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나.

당돌한 놈이다.

“뭐…가치를 증명하겠다면 그것 역시 나쁘지는 않지.”

거래 값어치가 높다면 이쪽에서 또한 그만큼 대우해주면 그만일 뿐이다.

성 팀장은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3시간은 금방 지나갔고, 곧이어 최초 스트리밍 시간이 도달했다.

[‘레벨 5짜리가 어둠 숲에서 솔로 플레이를 한다고!?’ 의 스트리밍이 시작되었습니다.]

알림이 오자 하던 일을 멈춘 성 팀장이 곧장 영상을 시청했다.

하단부에는 자신처럼 최초 공개 시점에 맞춰 함께 보는 인원의 숫자가 떴다.

223명.

고작 영상 두 개 올린, 아무 인지도도 없는 영상의 주인공이 저만한 숫자의 최초 시청자를 가지고 있다니.

‘확실히 가능성 있는 놈이란 말이야.’

성 팀장은 잡생각을 버리고 영상에 집중했다.

도입부부터 인상 깊었다.

-푸확!

-촤악!

언럭키가 어둠 숲에서 아울베어들을 혼자서 도륙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역시 월드 사가를 하고 있었기에 저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어둠 숲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초보자 중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다는 뜻인데, 심지어 저렇게 압도하다니!

“…….”

성 팀장은 오랜만에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커미션을 5%가 아니라 10%를 받을 걸 그랬군.”

백현이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날아오르리란 게 뻔히 짐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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