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13화 (13/218)

#013화

흉포한 아울베어.

어둠 숲에 존재하는 보스몹.

놈은 이 시작의 도시에서 가장 강력한 몬스터이다.

언럭키는 살짝 떨어진 거리에서 녀석을 노려봤다.

찾아 헤매던 퀘스트 아이템, 네잎클로버는 녀석의 머리 위에 피어 있었다.

‘잡기만 하면 그만이야.’

그러면 퀘스트도 끝이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크어엉!”

흉폭한 아울베어가 양손을 높이 치켜들더니 포효했다.

두꺼운 나무들마저 파르르 진동할 만한 외침이었다.

-띠링!

[흉폭한 아울베어의 포효를 정면에서 겪었습니다.]

일반 아울베어의 포효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이전까지는 그저 몸이 조금 무거워지는 거라면, 이번에는 아예 꼼짝달싹 못 하게 되었다.

보스몹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CC(Crowd Control)기!

“귀 아파. 이 자식아.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허나 언럭키는 귀를 후볐다.

[검왕(레전더리) 직업의 특성 ‘정신력 보정’ 이 발동됩니다.]

[흉폭한 아울베어의 포효에 저항하셨습니다.]

검왕 직업 덕에 아무런 피해가 없다.

놈의 외침은 전혀 쓸데없는 짓…

“으, 으아아. 언럭키님! 저 다리가 안 움직여요!”

…까지는 아니었다.

그와 달리 컵라면은 당황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굳어 있었던 것이다.

아마 혼자 있었다면 아무런 저항도 못 한 채 놈에게 갈가리 찢겨 죽었겠지.

“거기 가만히 계세요. 어차피 영상 찍는 데는 문제 없죠?”

“네? 아, 네. 그건 그렇지만…”

“그러면 제 모습이나 잘 찍어주세요.”

언럭키는 그 말을 끝으로 앞으로 뛰쳐나갔다.

-부웅!

흉폭한 아울베어의 앞발이 날아왔다.

맞으면 그대로 머리통이 날아갈 만큼 크고 두툼했다.

언럭키는 앞으로 다이빙하듯 피한 다음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촤악!

키 차이 때문에 놈의 허벅지 부위를 베었다.

언럭키가 인상을 찡그렸다.

‘두꺼워.’

피부가 거칠고 두꺼웠다.

칼 들어가는 감각이 여기까지 오면서 처치한 아울베어들과는 너무 달랐다.

레어급 검이어도 데미지가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그 순간.

-후웅!

“이크!”

또다시 날아드는 놈의 앞발에 언럭키가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앞머리가 놈의 발톱에 걸려 싹둑 잘려나간다.

재빨리 훌쩍 뒤로 물러난 언럭키가 자신의 체력을 확인했다.

[HP : 98%]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스쳤나?’

다시 한번 아까의 상황을 떠올려봤다.

미세한 차이이긴 했지만 분명 피했었다.

하지만 워낙 강력한 일격이어서 그 풍압으로 이마가 찢어진 모양이었다.

‘어이가 없군. ’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이건 놈이 강한 것도 있지만, 자신이 약하기 때문이 더 컸다.

이제 겨우 레벨 4.

‘올마스터 - 검왕’ 이라는 직업에 가려져 있지만, 현재 그는 별다른 방어구, 아이템도 없다.

그나마 이 어둠 숲에 와서 레어 검을 얻었으니 망정이지, 아이템 스펙만 보면 토끼 사냥터에 있어야 했다.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너무 낮았다.

검을 아무리 잘 휘둘러도 몸이 버티질 못하면 어쩔 수 없다.

‘이거 곤란한데.’

퀘스트 템을 발견한 건 좋은데, 보스몹이 생각보다 굉장히 까다롭다.

언럭키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되어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뒤에서 보는 컵라면은, 똥줄이 타는 듯한 기분이었다.

‘크, 큰일났다…. 저 인간. 다짜고짜 달려들더니 쫄은 거야?’

흉폭한 아울베어가 어떤 놈이던가.

어지간한 유저들은 떼거지로 몰려가도 몰살당하는 보스몹.

초보자 지역의 악마.

실력에 자신 좀 있다고 어둠 숲에 들어간 자들은, 거의 대부분 흉폭한 아울베어에게 죽어서 로그아웃을 당하곤 했다.

‘하…. 이 영상은 폐기해야겠네.’

이대로 언럭키가 죽는다면, 이 영상을 올릴 수는 없다.

그가 미튜브에서 흥행한 건 초보자인 주제에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여서였는데, 여기서 죽어봐라.

무슨 반응이 있겠는가.

-에이 뭐야. 그냥 그저 그런 유저였잖아.

-난 또. 미래의 랭커 어쩌구 하길래 뭔가 굉장히 있는 사람인 줄 알았네.

그렇기에 반드시 잘나가는 영상만 써야 했다.

‘일단 지금은 이대로 죽고, 24시간 뒤에 만나서 좀 할만한 곳으로 가야겠군.’

컵라면은 언럭키가 죽을 걸 예상하고 그다음 계획을 짰다.

적당히 고블린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홉고블린 정도 사냥하면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컵라면이 앞을 바라봤다.

“어!?”

그리고 곧, 화들짝 두 눈을 크게 떴다.

-푹!

-촤악!

분명 조금 전까지는 뭘 제대로 하지 못하던 언럭키가, 흉폭한 아울베어를 몰아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어, 어떻게!?’

***

흉폭한 아울베어를 잡기 위해서는 스펙이 부족하다.

언럭키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스펙을 높이면 되지.’

놈을 처치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면 그만이다.

물론 당장 좋은 아이템을 구해오거나 스킬을 배워올 수는 없다.

하지만 기본 스텟은 다르지 않던가.

[상태창]

닉네임 : 언럭키.

레벨 : 4.

힘 : 11(10+1)

체력 : 13(12+1)

민첩 : 11(10+1)

마력 : 11(10+1)

신성력 : 11(10+1)

-자유 분배 능력치 : 20.

현재 언럭키의 상태창이었다.

레벨업을 여러 번 했음에도 아직 어떤 스텟을 올려야 할지 몰라 전부 그대로 쌓아두고 있었다.

드디어 이걸 사용할 시간이었다.

‘힘, 체력, 민첩에 각각 5씩 투자한다.’

[상태창]

-닉네임 : 언럭키.

-레벨 : 4.

-힘 : 16(15+1) / 체력 : 18(17+1) / 민첩 : 16(15+1) / 마력 : 11(10+1) / 신성력 : 11(10+1)

-자유 분배 능력치 : 5.

나중에 혹시 모를 일을 위해 자유 분배 능력치 5는 남겨뒀다.

언럭키가 주먹을 살짝 쥐었다 폈다.

레어급 검인 ‘아울베어의 발톱 검’에 붙어있는 옵션 중 하나가 힘 +1 상승이다.

고작 수치 1 상승인데도 레어 취급을 받는데, 도합 15의 능력치가 상승했다.

‘체감이 엄청나네.’

변화가 확 느껴졌다.

더 강해지고, 빨라지고, 단단해졌다!

-파앗!

언럭키가 땅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속도!

그 상태로 놈의 복부에 검을 찔러넣었다.

-푹!

“크륵…!?”

흉폭한 아울베어가 휘청거렸다.

조금 전에는 맞으면서 반격하더니,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데미지가 제대로 들어간다는 의미였다.

‘된다!’

놈의 그런 태도에 언럭키가 자신감을 얻었다.

이대로 가다 보면 충분히 놈을 이길 수 있다!

휙!

언럭키는 스텝을 밟아가며 놈의 주변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검왕 직업이 검을 휘두르며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머릿속으로 길을 알려주었다.

게다가 언럭키는 운동신경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검날로 베고 검 끝으로 찔러넣고, 어떨 때는 폼멜로 명치를 후려치고…

차근차근 움직이며 기회가 될 때마다 한 방씩 꽂아 넣는다!

-콰직!

-퍼억!

빠르게 움직이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공격 방법을 다 동원했다.

그 결과, 서서히 흉폭한 아울베어의 HP가 떨어졌다.

물론 언럭키 역시 마냥 멀쩡하지는 않았다.

“크왕!”

아무리 잘 싸운다고 해도 필연적으로 막거나 흘려야 하는 공격들은 존재하는 법.

하지만 언럭키는 꿋꿋하게 버텼다.

체력 스텟 5를 높이며 HP양이 확 늘어났는데, 그 덕에 충분히 버틸만 했다.

“우와….”

뒤에서는 연신 컵라면의 감탄사가 들려왔다.

처음의 포효 때문에 몸을 꼼짝 못 하니, 더욱 눈앞의 전투에 집중하게 되었다.

‘대, 대단해….’

언럭키의 움직임은 예술이었다.

레전더리 직업을 왜 대형 길드들에서 눈에 불을 켜고 찾는지 알 수 있는 모습!

‘집중하자. 지금 내가 보고 있는걸 전부 다 영상으로 담아야 해.’

영상 녹화는 지금도 잘 돌아가고 있었지만, 컵라면은 혹시나 해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머리 위에 있는 반투명한 가상의 카메라는 지금도 언럭키의 모습을 완벽히 담고 있었다.

허나 컵라면은 만족하지 않았다.

‘이게 더 나은 것 같은데.’

각도를 조절해 언럭키가 더 잘 나오는 구도를 잡고, 편집 때 어떤 연출을 넣을 것인가 고민했다.

그동안 전투는 서서히 끝을 향해 나아갔다.

언럭키도, 흉폭한 아울베어도 모두 다 HP가 바닥에 가까워진 것이다.

‘제발….’

언럭키는 잘 싸우고 있었지만, 혹시나 지면 자신도 끝장이다!

그런 생각에 컵라면의 손바닥에 절로 땀이 찼다.

그리고 마침내.

-쿵!

거대한 덩치가 쓰러졌다.

흉폭한 아울베어가 먼저 몸을 뉘인 것!

“후우.”

언럭키가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HP : 4%]

‘아슬아슬했어.’

남은 HP는 고작해야 4%.

놈의 앞발에 한 방이라도 제대로 맞았으면 자신이 먼저 죽었을 것이다.

‘역시 4레벨에 도전할 만한 놈은 아니군.’

시작의 도시 최고의 몬스터답게, 거의 최소한 8레벨 이상은 달성하고 와야 하지 않을까.

그게 정석적인 사냥 방법이었다.

물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낸 것에 대한 보상은 컸다.

-띠링!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업!]

[레벨업!]

무려 2개나 되는 레벨의 상승!

고작 한 마리를 처치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는 컸다.

게다가 보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었다.

-띠링!

[시작의 도시 최강의 몬스터, 흉폭한 아울베어를 처치하셨습니다.]

[믿을 수 없는 성과!]

[업적이 주어집니다.]

[‘시작의 도시의 왕(유니크)’ 업적을 획득합니다.]

‘유니크 업적!’

언럭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가 신바람이 나서 업적의 상세 효과를 확인하려고 했다.

그 순간이었다.

-띠링!

[레벨 5 이하에서 흉폭한 아울베어를 처치하셨습니다.]

[믿을 수 없는 성과!]

[숨겨진 조건을 만족하셨습니다.]

[‘시작의 도시의 왕(유니크)’ 업적이 ‘시작의 도시의 제왕(특수 유니크)’ 업적으로 진화합니다.]

‘어…?’

언럭키가 저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

업적의 진화!

‘이런 건 월벤에서도 못 본 내용인데?’

흉폭한 아울베어를 잡으면 업적을 준다는 거야 은근히 알려진 정보이다.

다만 아무도 시도를 하지 못했을 뿐.

헌데 그 업적이 진화까지 할 수 있다는 건 아무도 알지 못했다.

‘하긴. 누가 이놈을 레벨 5 전에 잡을 수 있겠어.’

진화했음에도 같은 유니크 등급인 건 아쉽지만, 아마 효과는 훨씬 더 좋아졌겠지.

[업적 : 시작의 도시의 제왕]

-업적 등급 : 특수 유니크.

-시작의 도시를 완전히 제패했습니다.

-야수 형태의 몬스터 사냥 시 경험치 5% 추가 획득.

-힘, 체력, 민첩 능력치 + 10 상승.

“와….”

업적을 확인한 언럭키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질렀다.

스탯을 올려주는 것도 모자라서, 경험치 추가 획득 옵션까지?

‘이건 유니크 급이 아니라 거의 레전더리 급으로 봐야겠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에 절로 어깨가 들썩였다.

“언럭키님. 축하드립니다!”

그때, 스턴 상태가 풀린 컵라면이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그의 승리에 그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었다.

“하하핫. 이거 챙기시죠!”

컵라면의 손에는 방패 하나가 들려 있었다.

죽은 흉폭한 아울베어의 사체 밑으로 방패 하나가 뎅그렁 굴러다니고 있었는데, 그걸 주워온 것이다.

몬스터를 잡았을 때 아주 드문 확률로 나타나는 보상.

“감사합니다.”

언럭키가 인사하며 그걸 받아들였다.

그의 눈에는 방패에서 노란색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게 보였다.

“보스 잡고 아이템까지 뜬 거네요. 등급이 어떻게 되나요?”

컵라면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물론 얼추 짐작은 가능했다.

아무리 보스몹이라고 하지만, 여기는 시작의 도시.

어지간히 운이 좋지 않고서야 당연히 노멀 등급…

“레어급이네요.”

“…헐.”

컵라면이 입을 쩍 벌렸다.

노멀이 아니라 레어 아이템이 그냥 떴다고?

‘아니…왜 닉네임을 언럭키로 지은 거야?’

컵라면은 진심으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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