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9화 (9/218)

#009화

도시에 도착한 언럭키는 퀘스트 NPC에게 찾아갔다.

“오오. 이렇게 빨리 가져다주시다니. 마침 이 재료만 똑 떨어져서 위급한 상황이었는데, 감사합니다.”

식당 주인은 라일락 꽃을 보며 격하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꽃을 살폈다.

“흐흠. 상한 곳 없이 잘 가져오셨군요. 어떤 모험가님은 대충 뜯어오느라 도저히 써먹을 수가 없었는데.”

“하하….”

언럭키는 어색하게 웃었다.

NPC의 인공지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런 멘트까지 구사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다만 다음부터 뿌리 쪽은 안 가져오셔도 됩니다. 이건 못 써먹는 부위이거든요.”

“예?”

언럭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지금도 뿌리 쪽이 노란색으로 빛나는 게 똑똑히 보였다.

빨주노초파남보. 행운 등급으로는 3번째인 노란색이다.

그래서 일부러 조심스럽게 파오기까지 했는데, 이게 쓸모없다니.

“극히 드물게 몇몇 라일락 꽃 뿌리는 귀중한 약재로 써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건 평생 한 송이 보기도 어렵습…아, 아닛!?”

말을 하다말고 식당 주인 NPC가 눈을 부릅떴다.

“이, 이건 약으로 쓸 수 있는 뿌리입니다. 이럴 수가! 제 평생 살면서 이런 걸 보게 되다니!”

그가 감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순간이었다.

-띠링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의 숨겨진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추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추가 보상을 획득합니다.]

메시지들이 언럭키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레벨업!]

초반부라 레벨 올리는 게 쉬운 건지, 아니면 퀘스트 경험치가 많은 건지.

레벨이 하나 더 올랐다.

식당 주인이 언럭키를 바라봤다.

“이런 귀중한 걸 구해다 주시다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저도 그에 맞는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식당 주인은 결연한 눈빛으로 양해를 구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창고를 뒤지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잠시 후.

“여기 있습니다. 받으시지요.”

그는 빙긋 웃으면서 자주색으로 찰랑거리는 포션병을 건넸다.

언럭키는 그걸 보자마자 절로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월드 사가의 포션은 그 종류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

신체 회복류는 붉은색 마나 회복류는 푸른색.

그리고 자주색은…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종류이지.’

식당 주인이 말했다.

“모험가들은 이런 종류의 포션을 좋아한다고 해서 가져왔습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예. 정말 마음에 쏙 듭니다. 감사합니다.”

언럭키가 포션병을 받았다.

[퀘스트 보상을 받았습니다.]

그 후, 곧바로 정보를 확인했다.

[이름 모를 연금술사의 체력 포션]

-아이템 등급 : 레어.

-아이템 효과 : 체력 능력치를 2만큼 상승시킨다.

무려 레어 등급의 포션!

빨주노초파남보.

7개의 색깔 중 3번째 단계. 노란색으로 빛나는 퀘스트를 깼다.

그 보상은 레어 등급이라는 정보를 머릿속에 담아두고, 언럭키가 포션병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볼 일을 다 봤으니 이제 떠나는 언럭키.

“마, 말도 안 돼!”

그런 그의 등을 멀리서 컵라면이 허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여, 여러분 보셨어요? 혹시 제 눈이 잘못된 건가요?”

그가 혹시나 싶어 입을 열었다.

대답은 후원과 함께 나타났다.

[불평등신자 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자주색 포션병. 저거 분명 스탯 상승하는 포션임. 게다가 NPC도 힘이 상승하는 물약이라고 했으니까…확실함.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럴 수가…. 시작의 도시에서 스탯 상승 포션을 보상을 받다니.”

비록 지금은 캐릭터를 삭제하고 다시 키우는 중이지만, 컵라면은 이 게임을 처음부터 했었던 초창기 유저다.

그 당시 시작의 마을에서 히든 피스를 발견하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노력했던가.

그러나 거의 모든 퀘스트가 보상으로 떡 몇 조각, 빵 몇 개 같은 잡템밖에 주지 않았다.

라일락 꽃 퀘스트도 그래야 할 진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라일락 꽃 퀘스트를 할 때, 극히 일부의 꽃의 뿌리를 가져가면 추가 보상을 준다.

이건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숨겨진 정보였다.

그렇기에 한동안 컵라면과 그의 스트리밍 채널에서는 온갖 추측과 의문이 난무했다.

***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뒤, 언럭키는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닉네임 : 언럭키.

레벨 : 3.

힘 : 11(10+1)

체력 : 13(12+1)

민첩 : 11(10+1)

마력 : 11(10+1)

신성력 : 11(10+1)

-자유 분배 능력치 : 15.

레벨 3.

퀘스트 과정 진행 중에 고블린들을 잡으면서 한 번, 퀘스트를 완료하고 난 후에 한 번.

총 두 번의 레벨을 올렸다.

거기에 조금 전에 얻은 포션을 먹어서, 체력 스탯이 2 상승했다.

고작 레벨 3이라고 볼 수 없는 화려한 스탯.

그럼에도 아직까지 어떤 스탯을 주로 올려야 할지 모르겠다.

‘검을 쓰니까 힘을 올려야 하나?’

그렇다고 하기엔 올마스터 직업이 걸린다.

아무렇게나 함부로 올릴 수는 없는 법.

‘일단 내버려 두자.’

언럭키의 선택은 ‘대기’였다.

지금 당장은 스탯이 필요하지 않다.

시작의 도시에서 가장 까다로운 몬스터는 고블린.

허나 지금 당장도 그런 고블린들을 압살할 수 있는 그였다.

필요해질 때 올려도 상관없다.

상태창에 대한 생각을 끝마친 뒤, 언럭키가 움직였다.

다시 도시 바깥으로 나가 레벨업에 열중할 생각이었다.

시작의 도시는 레벨 10을 찍으면 자동으로 나가게 된다.

때문에 우선 10레벨을 달성하는 게 목표였다.

‘물론 그걸 달성한다고 해도 문제이지만….’

레벨 10이 되어 다른 도시로 넘어간다면, 그때부터는 (주)머니앤캐시의 작업장으로 가야 한다.

광부 인생이 정해져 있는데 레벨업을 해야 할까?

‘그래도 해야 돼. 어쩔 수 없다.’

90%쯤 망해버린 이 인생의 돌파구는, 이 캐릭터를 키워서 빠져나가는 것뿐이다.

그것 말고는 다른 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니 일단 광부가 된다 해도, 레벨을 올리는 건 필수였다.

언럭키는 사냥을 위해서 성문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이었다.

“이보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언럭키는 ‘또 어떤 사람이 조언을 해준답시고 말을 거는 건가?’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참 오지랖 넓은 사람이 많다고 느끼고 있는데…

‘NPC네?’

말을 건 사람은 NPC였다.

그것도 그냥 NPC가 아니었다.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늙은 할아버지 같은 NPC의 머리 위에, 무려 초록색 물음표가 떠 있었던 것이다!

‘초록색!?’

빨주노초파남보에서 무려 4번째 단계.

초록색 퀘스트를 가지고 있는 NPC라니.

“어쩐 일이십니까?”

언럭키의 표정이 자동적으로 친절하게 물들었다.

양손을 공손히 앞에 모은 건 덤이었다.

“크흠. 사실 아까 전 식당에서 주인과 자네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네.”

“대화라면…?”

“자네가 라일락 꽃의 약재 뿌리를 구해왔다고 하던데? 맞나?”

“맞습니다.”

“오오!”

노인은 언럭키의 양손을 덥석 잡았다.

“어떤 이는 평생 들여도 찾지 못하는 게 라일락 꽃 뿌리 약재인데. 자네는 필시 대단한 약초꾼이겠군!”

“…아닌데요?”

“허허. 겸손함까지 갖추었나? 나이도 젊어 보이는 모험가가 참 대단허이.”

언럭키는 동의할 수 없었다.

약초꾼이라니?

올마스터 직업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거기에 약초꾼 같은 건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한 가지 부탁할 게 있네. 대단한 약초꾼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지.”

“아니…저 약초꾼 아니라니까요.”

언럭키가 당황한 채 말했다.

그 순간이었다.

-띠링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퀘스트 : 어둠 숲의 네잎클로버 구해오기.]

-퀘스트 설명 : 어둠 숲 어딘가에 희귀한 네잎클로버가 있다. 그걸 구해오자.

-단, 어둠 숲에는 강력한 몬스터가 살고 있으니 주의하자.

-퀘스트 성공 보상 : 랜덤 유니크 아이템.

퀘스트 내용을 본 언럭키의 눈이 번쩍 떠졌다.

‘보상이…유니크 아이템?’

“으음…그래? 약초꾼이 아닌가? 크흠. 내 사람을 잘못 본 것 같군. 만나서 반가웠네.”

“아닙니다!”

덥석.

언럭키가 돌아서려는 노인의 손을 꼭 붙잡았다.

“어르신! 저 약초꾼 맞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심마니를 목표로 살았어요!”

이걸 놓칠 수는 없지!

“저한테 맡겨주시면 그 어떤 약초든 성공적으로 찾아오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숲을 갈아엎어서라도 말이다.

“오오…고맙네. 자네를 믿어보지.”

노인은 그런 언럭키의 태도에 감동을 받았는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띠링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컵바~.”

-컵바~

-바이바이~

-내일 또 봐요!

스트리머 컵라면은 자신의 인사에 화답하는 채팅창을 조금 보다가, 방송을 종료했다.

치익!

캡슐에서 나온 스트리머 컵라면. 본명 이한영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후우. 오늘 하루도 일과 끝.”

오늘 방송은 나쁘지 않았다.

후원도 평소보다 짭짤하게 들어온 것이다.

모두가 한 사람 덕분이었다.

“참 특이한 유저였지….”

자신의 조언을 거부하고 라일락 꽃 퀘스트를 받아들인 자.

그는 여러모로 굉장했다.

칼질 한 방에 고블린들을 픽픽 죽이질 않나, 퀘스트 보상으로 무려 스탯 상승 포션을 얻지를 않나…

자기만 신기한 게 아니라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까지 대부분 놀라워했다.

그 덕에 이후 방송까지 높은 텐션으로 흥했을 정도였다.

“흠…. 이거 미튜브에 올리면 조회수 한 번 제대로 뽑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미튜브(Metube).

자신의 영상을 찍어 남에게 보여주라는 의미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영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최근 가장 조회수를 많이 뽑는 것들은 단연코 월드 사가의 영상이었다.

세계적인 게임이기에 시청자 분포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한영이 굳이 100만 원이란 돈과 시간을 들여서 새 캐릭터를 만든 것도, 좋은 직업으로 컨텐츠 시장에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그렇기에 언럭키의 영상을 보고 고민에 휩싸였다.

시작의 도시에서 본 굉장히 특이한 초보 유저.

자신이나 스트리밍 시청자들도 그렇게 놀랐는데, 이게 미튜브를 통해 퍼진다면 얼마나 화제가 될까.

‘어쩌면 조회수 10만도 찍을 수 있을지 몰라.’

컵라면의 미튜브 채널의 기본 영상들이 보통 2~3만 조회수가 나오니, 최소 그 3배를 예상했다.

다만 문제는 이 영상이 그 유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올린다는 건데…

‘…설마 뭐 문제 되겠어?’

이한영은 그렇게 판단하고, 영상 편집에 들어갔다.

편집을 하면 할수록 확신이 섰다.

이건 최소한 중박. 어쩌면 대박도 칠 수 있다고!

타닥 타닥.

그의 방에는 자정 넘어서까지 편집하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난 뒤.

“끄아! 다했다!”

빠르게 예약 업로드를 해놓고, 그대로 침대로 뛰어들었다.

방송에 바로 편집까지. 오늘 하루 일정이 너무 빡셌다.

마음 같아서는 영상을 올린 뒤의 반응까지 보고 싶었는데, 정신이 혼미해졌다.

어쩔 수 없이 잠에 빠졌다.

그리고 그날 밤.

종합 게임 스트리머 ‘컵라면’의 미튜브 계정에 하나의 영상이 올라온 영상이.

-띠링

[새 영상이 등록되었습니다.]

[제목 : 시작의 도시에서 미래의 랭커 본 썰 푼다.]

앞으로 백현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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