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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5화 (5/218)

#005화

고블린 전사를 처치한 후 부락 내부로 들어가다 보니 일반 고블린들이 등장했다.

“키륵!”

“케엑!”

놈들은 다가오는 언럭키를 보며 저마다 몽둥이를 치켜들었다.

-서걱!

-촤악!

검을 휘두르며 놈들을 처치했다.

고블린 전사도 단칼에 잡아냈는데, 일반 고블린들은 더는 적수가 되지 않았다.

숫자가 많아져도 마찬가지였다.

놈들의 공격은 시간 차가 존재했고, 그 틈을 노려 상대하면 1대1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별거 없네.’

튜토리얼 일반 고블린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졌다.

그 순간, 언럭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히 방심하다가 훅 갈 수도 있다. 집중하자.’

어설픈 자만심만큼 바보 같은 것도 없다.

애써 마음을 다잡은 그가 다시 전방을 쳐다봤다.

어느새 그는 부락 내부 꽤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

저 멀리 이상한 장신구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고블린이 한 마리 보였다.

<튜토리얼 고블린 주술사>

‘저놈이 고블린 주술사인가.’

저놈을 잡으면 고블린 전사보다 한 단계 더 좋은 업적을 준다고 했다.

과연.

놈의 등 뒤에서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빛이 보였다.

노란색.

빨주노초파남보 중에서 세 번째 단계였다.

‘저놈만 잡아도 엄청난 거라고 했지.’

월벤(Warven)에서 본 글에 의하면, 고블린 주술사를 잡는 순간 상위 0.1% 안에 들어간다고 했다.

물론 언럭키는 그보다 더 위를 바라봤다.

‘할 거면 족장까지 바라봐야지.’

다만, 첫 직업 선택으로 검사 말고 암살자를 고를 걸 그랬다.

그러면 주술사건 족장이건 은신한 채로 슥삭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건 또 아닌가.’

그랬으면 나중 가서 더 어려웠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가장 밸런스가 잘 잡힌 직업은 검사이니까 말이다.

초반부에 게임을 플레이하는데에 있어서 암살자보다는 검사가 나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타앗!

언럭키가 땅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끼륵?”

고블린 주술사의 시선이 언럭키에게 향했다.

놈은 부락 한복판에서 인간을 봐서 당황한 것 같았다.

허나 그것도 잠시.

“인간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눈을 부릅뜨고 화를 내더니, 들고 있던 이상하게 생긴 지팡이를 휘둘렀다.

-화르륵!

지팡이 끝에서 불덩이가 생겨나더니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언럭키가 달려가던 도중 옆으로 구르며 피했다.

-퍼엉!

불덩이가 바닥에서 폭발했다.

언럭키는 몸을 일으켜 다시 고블린 주술사를 향해 날아가려 했다.

-화륵!

그러나 놈은 또다시 불덩이를 쏘아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벌써?’

-퍼엉!

다시 한번 몸을 크게 날려 불덩이를 피해냈다.

몸을 일으키자, 이번에도 역시나 녀석은 다시 한번 불덩이를 소환해냈다.

‘피해서는 답이 없군.’

캐스팅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이래서야 영원히 구르기만 할 뿐이다.

-화르륵!

또다시 불덩이가 날아온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눈을 치켜뜬 언럭키가 검을 세운 채, 불덩이를 향해 달려갔다.

“키륵! 인간 놈이 드디어 미쳤구나!”

주술사가 그를 비웃었다.

열심히 굴러다니며 피하지는 못할망정, 불덩이를 향해 달려들다니.

언럭키는 불꽃을 똑바로 바라봤다.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를 향해 다가서던 그가, 양손으로 검을 내리쳤다.

그림 같은 일격!

“하압!”

-서걱!

불덩이가 반으로 갈라졌다.

“키륵!?”

깜짝 놀란 고블린이 주춤거렸다.

‘검왕(레전더리)’ 직업의 특성 중 하나.

‘검을 휘두를 때 물리력과 마법력을 함께 갖는다고 했지.’

그렇기에 불덩이를 잘라버리는 말도 안 되는 신위를 보일 수 있었다.

언럭키는 놈이 당황한 틈에 전력으로 놈을 향해 달려갔다.

녀석은 뒤늦게 허둥지둥하며 다시 한번 불덩이를 만들어내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푹!

언럭키의 검이 놈의 가슴팍에 꽂혔다.

나름 고위 몬스터라고 한 방에 죽지는 않았다.

그때부터 언럭키의 검이 춤추듯 휘둘러졌다.

-촤악!

-콰직!

자연스럽게 연계 동작이 이어지며 순식간에 놈의 몸을 몇 번이고 베고 지나갔다.

몸이 베어지는 상황에서도 캐스팅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주술사는 사실상 가까이 붙으면 쉽게 이길 수 있는 놈이었다.

“케르륵….”

놈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금빛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튜토리얼 고블린 주술사를 처치하셨습니다.]

[튜토리얼이 다 끝난 후에 보상이 주어집니다.]

***

주술사를 처치한 후에, 언럭키는 더 이상 조심스럽게 움직이지 않았다.

부락 내에 남은 고블린은 없었다.

있다면 오직 하나.

족장뿐!

놈은 부락 가장 안쪽의 커다란 움막에서 머물고 있었다.

언럭키는 그걸 보고 감탄했다.

움막의 거대함이나 그런 걸 보고 감탄한 게 아니었다.

‘파란색이네.’

족장이 머무르는 움막은 파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마 자신에게만 보이는 빛일 것이다.

언럭키가 검을 고쳐잡았다.

‘족장은 쉽지 않을 거야.’

쉬웠다면 족장을 처치한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했겠지.

허나 현실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유저들만이 족장을 처치하고 업적을 얻어갔다.

아무리 자신이 레전더리 직업을 얻었다고 해도, 어려울 터였다.

언럭키는 주변을 살펴보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족장과의 전투 도중에 다른 고블린들이 난입이라도 하면 곤란하다.

일단 주변을 정리해놓을 필요성이 있었다.

‘어…?’

그러다 문득, 언럭키의 걸음이 멈췄다.

그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앞을 쳐다봤다.

‘저, 저거….’

도무지 믿기지 않아서 몇 번이고 눈을 비볐다.

허나 여전히 똑같은 게 보였다.

족장의 움막보다 더 뒤쪽.

얼핏 보면 절벽처럼 보이는 곳에서, 남색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

‘남색이라니…. 설마 튜토리얼에도 남색이 있었다니….’

언럭키가 흥분감에 주먹을 꽉 쥐었다.

빨주노초파남보 중, 끝에서 두 번째.

직업 뽑기 때 남색이 나온 적이 있었다.

활(레전더리).

무려 레전더리 직업 카드가 나와서 얼마나 좋아했던가.

헌데 여기서도 또 남색이 보였다.

움막 속에 있을 족장에게 들키지 않도록 언럭키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남색 빛이 흘러나오는 절벽에 가까이 다가가자, 멀리서는 보이지 않았던 자그마한 동굴이 보였다.

그냥 봐서는 발견하기 쉽지 않은 동굴이었다.

수풀에 파묻혀 있는 데다가, 입구가 실금 형태로 좁고 내부가 넓은 구조였기 때문이다.

언럭키도 거기에서 남색 빛이 흘러나오니까 다가갔지, 아니었으면 그냥 ‘절벽에 금이 갔구나’라고 생각했을 터.

그가 조심스럽게 내부로 들어갔다.

<튜토리얼 고블린 전대 족장의 유령>

동굴 안에는 반투명한 유령이 둥실거리며 떠 있었다.

그리고 놈에게서는 언럭키만이 볼 수 있는 남색 빛이 뚜렷하게 발산되는 중이었다.

“하….”

그가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지었다.

“왜 월벤 사람들이 KP코퍼를 그렇게 욕하는지 알겠네.”

가장 보상이 훌륭할 게 뻔한 놈을 이딴 곳에 숨겨두다니.

게다가 더 악질인 건, 놈이 유령이라는 점이었다.

튜토리얼 시점에서 대다수의 유저들은 단순한 칼질이나 활쏘기밖에 못 한다.

그런 그들이 유령을 타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기껏해야 마법사 유저 정도만 가능할 텐데…

“마법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지상최강 힘법사쯤 되는 게 아닌 이상, 부락 내의 고블린들을 뚫는 건 무리다.

신체 능력 센스를 최대로 발휘해봐도 주술사 선에서 정리될 터.

‘도대체 이걸 어떻게 깨라고 만들어놓은 거야.’

이 정도면 기획 오류 아닌가?

물론 언럭키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었다.

지금껏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던 보상을 챙기는 일 아니던가.

-탓

그가 고블린 유령을 향해 훌쩍 뛰어 다가갔다.

어느새 뽑은 검을 녀석에게 휘둘렀다.

놈은 공격 능력이 없는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빤히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보통의 검이었다면 이대로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해야 하는 게 맞다.

언럭키의 검은 아주 평범한 노말 검이니까.

다만, 그 주인의 직업이 평범하지 않을 뿐이었다.

-촤악!

-캬아아아아!

시원한 소리와 함께 고블린 유령이 반으로 갈라졌다.

방어력이 그닥 높지 않은 놈인지, 녀석은 한 방에 신형이 흐릿해졌다.

그제서야 다급해졌는지 유령은 황급히 물러나려고 했다.

허나 뒤가 막힌 동굴에서 도망칠 장소 따위는 없었다.

“얌전히 죽어!”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려는 놈을 향해 언럭키가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푹!

머리통에 검이 꽂히고, 놈의 몸이 펑 하고 터지더니 산산이 흩어져 사라졌다.

동시에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튜토리얼 고블린 전대 족장의 유령을 처치하셨습니다.]

[믿을 수 없는 성과!]

[최초로 튜토리얼을 완벽하게 정복하셨습니다.]

[정산이 시작됩니다.]

.

.

주변 튜토리얼 무대가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곧 그는 하얀 방 안에 서 있게 되었다.

눈앞에는 메시지 창만 깜빡거렸다.

잠시 후.

-띠링!

[정산이 완료되었습니다.]

[업적이 주어집니다.]

[‘튜토리얼의 패왕(레전더리)’ 업적을 획득합니다.]

나타난 메시지를 보며 언럭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아! 레전더리다!’

내심 기대했던 레전더리 업적이 떴다.

하긴. 당연한 일이다.

족장을 잡은 극소수의 사람들은 특수 유니크 업적을 얻었다고 한다.

고작(?) 파란색이었던 족장이 그럴진대, 남색인 고블린 족장 유령은 레전더리인 게 당연한 일!

그가 기대된다는 눈빛으로 방금 얻은 업적의 자세한 정보를 확인했다.

[업적 : 튜토리얼의 패왕]

-업적 등급 : 레전더리.

-튜토리얼에 존재하는 고블린들을 완전히 정복했습니다.

-모든 능력치 + 10% 상승.

-어떤 무기를 사용하던 무기 숙련도 10% 상승.

-고블린을 상대로 위압감 상승. 어떤 종류의 고블린이건 일정 확률로 상태 이상(공포)에 빠집니다.

“…….”

언럭키가 할 말을 잃고 입을 쩍 벌렸다.

***

-푸쉬익

기계음과 함께 캡슐의 뚜껑이 열렸다.

백현이 캡슐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아….”

그가 참았던 한숨을 내쉬었다.

튜토리얼이 끝나고 난 뒤, 숨 좀 돌릴 겸 로그아웃을 했다.

냉장고에서 차가운 물을 꺼내 단숨에 들이킨 뒤, 거울을 봤다.

“이거 꿈 아니지?”

행운의 무지개라는 이상한 스킬을 얻은 것부터, 올마스터 직업을 얻고 튜토리얼의 숨겨진 업적을 획득한 과정까지.

월벤에 올리면 주작 글이라는 소리나 엄청나게 들을 것이다.

그가 얼떨떨한 기색으로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아프다….”

허나 꼬집은 볼에서는 확실히 통증이 느껴졌다.

꿈이 아니었다.

백현이 몸을 일으켰다.

닭장 같은 자신의 방이 보였다.

학생 때부터 알바를 해가며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구한 투룸이 아니라, 작업장 숙소로 제공된 닭장.

솔직히 말하면 감옥이었다.

백현은 여기에 들어올 때부터 반쯤 포기했다.

언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를 만큼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허나 지금은 다르다.

‘탈출할 수 있어.’

빌어먹을 빚을 갚고 이 엿 같은 닭장을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런 희망이 생긴 것만으로도 그의 눈빛이 변했다.

백현이 주먹을 움켜쥐고는 캡슐을 바라봤다.

꼼짝없이 작업장 광부가 되어 여생을 보내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이 마냥 죽으란 법은 없구나.

위기는 곧 기회인 법.

백현은 마음속에서 다시 역동적인 불꽃이 타오르는 걸 느꼈다.

그 순간이었다.

-띠리링!

침대 위에 올려두었던 스마트폰이 울렸다.

전화 올 사람이 거의 없는 백현에게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광고 전화인가?’

대출 권유일 수도 있다.

한 5억쯤 대출해달라고 하면 해주려나?

물론 그럴 리는 없다.

아마 그런 얘기를 했다가는 그쪽에서 먼저 끊겠지.

피식 웃으며 백현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백현씨. 저 성강호 팀장입니다.

“…….”

백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신을 이 닭장에 집어넣은 원흉.

‘(주)머니앤캐시’의 성강호 팀장의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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