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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340화 (340/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340화

    포스트시즌 9연승.

    지금까지 어떤 팀도 이루지 못했던 이 기록을 달성한 필리스가 휴스턴으로 향하고 있었다.

    “챔피언십 시리즈 때와는 다르군.”

    스미스 감독은 전용기의 분위기를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는 선수들이 하나같이 들떠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차분하네요. 무엇보다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제 저들도 알고 있는 거지. 한순간의 실수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말이야.”

    “너무 긴장하는 게 아닐까요?”

    코치의 말에 스미스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저 정도의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게 좋아. 나는 벌써 다음 경기가 기대되는군요.”

    그의 말대로 약간의 긴장감은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런 부분을 수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챔피언십 시리즈 때처럼 제가 나설 필요는 없겠네요.’

    [ㅋㅋㅋ 애들도 아니고 한 번 말하면 알아들어야지.]

    [이왕 분위기 탄 거 전승으로 끝내자.]

    ‘그래야죠.’

    기회가 왔을 때 잡는다.

    어느새 수호의 인생철학과 같이 된 말이었다.

    * * *

    월드시리즈 3차전.

    사람들은 9연승을 달리고 있는 필리스가 무난하게 경기를 잡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홈으로 돌아온 애스트로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이 타구는 넘어갑니다!! 머핀 선수의 올 시즌 월드시리즈 첫 홈런이 드디어 터졌습니다!!

    -1, 2차전에서 부진했던 그의 배트가 드디어 폭발하네요!

    반격의 중심에는 드웨인 머핀이 있었다.

    그는 첫 타석에서부터 투런을 터뜨리더니 두 번째 타석에서는 2타점 2루타를 기록하면서 막혀 있던 타격을 폭발시켰다.

    덕분에 애스트로스는 3차전 초반, 경기의 흐름을 가져갔다.

    ‘이 흐름을 끊지 않으면 위험하다.’

    어느덧 점수 차는 6점까지 벌어졌다.

    7점을 낸 애스트로스와 수호의 솔로홈런으로 1점을 낸 필리스.

    차이가 더 벌어지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다른 선수들 역시 하고 있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선두타자 풀카운트 승부에서 볼을 골라내면서 출루에 성공합니다!

    집중력을 높여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린 필리스였다.

    딱!!

    -때렸습니다!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그리고 연이어 안타를 터뜨리며 출루에 성공하면서 수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무사 1, 2루의 찬스를 맞이하는 한수호 선수! 과연 여기에서 해결사의 모습을 보여줄까요?!

    타석에 들어서는 수호를 향한 기대는 매우 높았다.

    하지만 애스트로스는 그와의 승부를 피했다.

    -아~ 여기에서 고의사구를 택하는 애스트로스입니다!

    -차라리 무사 만루를 택하겠다는 애스트로스의 작전이네요.

    -점수 차가 제법 벌어진 상황인데도 한수호 선수와의 승부를 피해 버리네요.

    -그만큼 두렵다는 이야기겠죠.

    수호가 1루로 걸어 나가고 타석에 에이블이 들어섰다.

    ‘수호는 무섭고 나는 상대할 만하다 이거네.’

    자존심이 상한 에이블의 집중력이 높아졌다.

    흔히 흥분하면 스윙이 커지는 선수들이 있지만, 에이블은 오히려 반대였다.

    흥분하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승부욕이 강해졌다.

    그리고 그런 특성은 이번 타석에서 잘 드러났다.

    딱!!

    -초구를 강타!!

    초구를 날려 보낸 에이블이 배트를 집어 던지며 양팔을 들어 올려 자신의 근육을 뽐냈다.

    -넘어갔습니다!! 에이블 선수의 엄청난 파워가 빛을 발합니다!!

    -그랜드슬램을 터뜨리며 사고를 치는 에이블입니다!!

    애스트로스의 선택은 이번에도 실패로 돌아갔다.

    * * *

    에이블의 그랜드슬램은 경기의 흐름을 순식간에 바꾸었다.

    그 결과.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10연승에 성공하면서 포스트시즌 전승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애스트로스, 3연패를 당하면서 월드시리즈 스윕까지 단 1패만을 남겨두다.]

    [작전의 실패! 한수호를 고의사구로 내보냈지만, 에이블에게 덜미를 잡히다!]

    [3차전 MVP에 뽑힌 에이블, 헐크 세리머니를 펼치면서 주인공임을 알렸습니다.]

    에이블의 활약으로 3차전을 잡은 필리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사실상 90퍼센트 이상의 확률을 가지면서 애스트로스는 궁지에 몰렸다.

    [도박사들, 사실상 필리스 우승에 동의. 배당률 필리스는 -12000까지 떨어져.]

    승부에 가장 민감한 도박사들도 필리스에 압도적인 투표를 하면서 배당률이 아예 쏠렸다.

    사실상 필리스의 승리가 확정적인 상황.

    하지만 수호는 방심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온 이상 전승으로 승리하자. 그리고 우리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기록에 이름을 올리자.”

    “그래!!”

    “우리가 최초가 되는 거야!”

    “오늘 경기만 이기자!!”

    수호의 말에 선수들이 승부욕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대망의 월드시리즈 4차전으로 향했다.

    * * *

    포스트시즌 전승.

    2014년 캔자스시티 로열스 이후 도전자조차 없었던 이 기록에 필리스가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당연히 월드시리즈 4차전을 보기 위해 만원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건 물론이거니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TV 앞에 몰렸다.

    특히 한국에서는 마치 월드컵 시즌을 방불케 하는 관심을 보이면서 사회가 마비됐다.

    그만큼 대부분의 사람이 경기를 보고 있다는 소리였다.

    -경기 시작합니다!!

    역사적인 경기가 시작됐다.

    필리스의 선공으로 시작된 경기는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딱!!

    -때렸습니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선두타자 출루에 이어 2번 타자가 볼넷으로 연속 출루에 성공하면서 수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무사 1, 2루의 찬스! 그리고 타석에는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과연 여기에서 애스트로스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요?

    같은 상황에서 수호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는 선택을 했던 3차전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애스트로스의 선택은 달랐다.

    -승부를 택합니다!

    -한수호 선수를 내보내더라도 이후 타자들 역시 컨디션이 좋기에 어렵다는 걸 깨달은 거 같습니다!

    승부한다는 걸 깨달은 수호는 초구부터 매섭게 배트를 돌렸다.

    딱!!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 2루 주자 3루를 돌아 홈으로! 1루 주자까지 홈을 파고듭니다!! 2타점 2루타를 기록하며 4차전의 시작을 알립니다!!

    수호의 배트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 * *

    애스트로스 역시 그냥 물러서진 않았다.

    그들은 필리스가 점수를 내면 끝까지 쫓아가며 물고 늘어졌다.

    그 결과 9회를 앞두고 두 팀이 동점이 되는 상황이 나왔다.

    -월드시리즈 4차전! 끈질긴 승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코어는 8 대 8! 그리고 정규이닝 필리스의 마지막 공격에서 한수호 선수가 선두타자로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 3안타 경기를 펼치고 있는 한수호 선수, 하지만 아직 홈런이 없습니다.

    홈런은 없지만, 2루타를 3개나 때려낸 수호의 등장에 경기장이 들썩였다.

    ‘여기에서 내가 끝내야 한다.’

    오늘 경기에서 홈런이 없었던 건 타격감이 나빠서가 아니었다.

    단지 애스트로스 투수들도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다.

    절박했기에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짜내 공을 던졌고 그런 공들을 펜스 너머로 넘기긴 힘들었다.

    하지만 그건 수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드시 우승한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기록을 눈앞에 두고 놓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그 방점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남에게 넘겨줄 생각도 없었다.

    ‘내가 끝낸다.’

    스스로에게 다짐한 수호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집중력으로 영역에 들어간 수호의 눈에는 오로지 투수의 손에 들린 공만 보일 뿐이었다.

    “흡!!”

    쐐애애액-!!

    그가 쏘아 보낸 공이 몸쪽을 파고들었다.

    뱀처럼 공이 어지럽게 움직였지만, 수호의 눈에는 그 모든 움직임이 궤적이 되어 그려졌다.

    ‘이번에는……!’

    타닥!!

    다리를 내디딘 수호가 그대로 배트를 돌렸다.

    후웅!!

    ‘넘긴다!!’

    묵직하게 돌아간 배트가 그대로 공을 강타했다.

    딱!!

    와장창-!!

    동시에 영역이 마치 유리 깨지듯 깨지며 멀리 날아가는 타구가 보였다.

    그것을 확인한 수호는 망설이지 않고 배트를 던지며 1루를 향해 천천히 뛰었다.

    -배트를 던진 한수호 선수!! 그리고 이 타구는……!! 넘어갔습니다!! 앞서 나가는 점수를 만들어내는 홈런입니다!!

    스코어는 9 대 8.

    드디어 앞서 나가기 시작한 필리스였다.

    애스트로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후속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하면서 단 1점 차이로 9회 말을 맞이했다.

    -역사를 이루기까지 단 세 개의 아웃카운트만이 남았습니다!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남겨둔 필리스의 마운드에 선 클로저 필에게 수호가 다가왔다.

    “나만 믿고 던져.”

    “응.”

    고개를 끄덕인 필을 뒤로하고 캐처 박스에 앉은 수호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과연 어떤 승부를 펼칠지! 사인을 교환한 필이 초구를 던집니다!!

    필이 던진 초구가 타자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중견수 정면으로 날아가는 타구!

    퍽!

    “아웃!!”

    -첫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치기 좋은 코스로 들어오면서 배트를 돌렸지만, 정타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2개!

    수많은 기록을 남긴 수호의 사인을 받은 필은 망설이지 않고 공을 뿌려댔다.

    뻐억-!!

    “스트라이크!!”

    -초구 97마일의 패스트볼!!

    딱!!

    “파울!!”

    -2구 떨어지는 커브를 어렵게 걷어냅니다! 투스트라이크!

    퍽!!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입니다! 삼구삼진으로 투아웃을 잡아내는 필 레이스! 이제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입니다!!

    역사까지 한 발자국.

    수호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사인을 보냈다.

    쐐애애액-!!

    빠각!!

    몸쪽으로 붙어오는 커터에 타자의 배트가 부러지면서 공이 홈플레이트 앞에 떨어졌다.

    “젠장!!”

    주자는 급하게 1루로 내달렸고 수호는 마스크를 집어 던지며 달려 나가 공을 잡았다.

    그러고는 곧장 1루로 뿌렸다.

    쐐애애액-!!

    뻐억!!

    “아웃!!”

    -아웃입니다!! 한수호 선수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처리하면서 이닝 종료!! 필리스가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합니다!!

    경기가 끝났다.

    -동시에 전승으로 포스트시즌 우승에 성공하는 필리스입니다!!

    수호는 동료들과 기록달성의 기쁨을 나누었다.

    그리고 잠시 후.

    마운드 앞에서 수호는 선수단을 대표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 * *

    시즌이 마무리됐다.

    수호는 개인적으로나 팀으로나 엄청난 업적을 남기며 또 한 번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긴 축하의 시간이 지난 끝에 수호의 앞에 저승사자가 나타났다.

    “오랜만입니다.”

    택시 기사로 만났던 저승사자의 등장에 수호는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네요.”

    “올 시즌 엄청난 기록을 남기신 거 축하드립니다. 그럼 보상을 드려야겠죠.”

    저승사자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빛이 수호의 몸을 감싸더니 이내 눈앞에 하나의 버튼이 나타났다.

    [방송 종료]

    버튼을 확인한 수호의 시선이 저승사자에게 향했다.

    “그걸 누르면 방송은 종료됩니다. 이후 언제든 켜고 싶을 때 켜시면 됩니다. 그럼 앞으로도 즐거운 회귀 생활 보내시길.”

    저승사자는 그 말을 끝으로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홀로 남은 수호는 버튼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선배님들, 그럼 저는 잠깐 자유 좀 즐기다 오겠습니다.”

    [그래.]

    [또 보자.]

    연달아 올라오는 채팅에 수호는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누가 보면 영원히 이별하는 줄 알겠네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저승사자의 말대로라면 방송은 언제든지 껐다 켤 수 있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수호는 망설이지 않고 손을 뻗어 버튼에 올렸다.

    [즐거웠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요기 베라의 채팅이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 * *

    2개월 뒤.

    수호는 휴가를 끝내고 하와이로 날아가고 있었다.

    “다시 시즌의 시작이구나.”

    매년 같은 시즌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2개월 동안 수호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역시 방송을 끄니 연애도 할 수 있고 좋네.’

    가장 큰 변화는 연애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레전드들의 눈치가 보여 시작하지 못했던 연애를 시작하면서 이승에서는 제법 큰 화제를 모았다.

    ‘선배님들도 이 소식을 들으면 놀라겠지?’

    레전드들이 놀랄 걸 기대하면서 수호는 [방송 시작] 버튼을 눌렀다.

    [방송을 시작합니다.]

    안내 문구가 떴다.

    뒤이어 레전드들이 물밀듯 들어올 거라 생각했지만, 입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뭐지? 오류인가?’

    이상함을 느끼던 찰나.

    [저승사자님이 입장했습니다.]

    저승사자가 들어왔다.

    [휴가는 잘 보내셨습니까?]

    ‘예, 그런데 선배님들은 어디 가셨나요?’

    [어르신들의 전언입니다. 이제 한수호 씨의 활약은 저승에서 지켜보겠다고 하시네요.]

    ‘예? 그게 무슨 소립니까?’

    [더 이상 한수호 씨에게 가르칠 게 없답니다. 그러니 당신의 활약을 저승에서 편하게 지켜보시겠다고 합니다.]

    ‘아니, 그게 갑자기 무슨…… 작별 인사도 못 했습니다!’

    [그거에 대해서도 이렇게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어차피 죽으면 다시 보게된다고 말이죠.]

    레전드들다운 대답이었다.

    하지만 섭섭함이 남는 것도 사실이었다.

    3년 동안 동고동락을 했고,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은인들과 인사도 하지 못하고 헤어진다는 게 말이다.

    ‘인사라도 하면 안 됩니까?’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기록을 깨주는 것이 감사의 인사를 대신하는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많은 기록을 깬 수호지만, 아직 레전드들의 기록은 많이 남았다.

    [그럼 저도 일이 바빠서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그동안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당신의 인생을 살아가길 바라겠습니다.]

    [저승사자님이 퇴장했습니다.]

    [방송이 종료됩니다.]

    방송이 꺼지고 더 이상 수호의 눈앞에는 아무런 화면도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했지만, 수호는 슬퍼하지 않았다.

    ‘선배님들의 말대로 곧 다시 보게 되겠지.’

    다시 만날 날이 분명히 있을 테니 말이다.

    ‘그날, 선배님들을 놀라게 해드리겠어.’

    그들이 남겼던 모든 기록을 깬다면 레전드들 역시 놀랄 게 분명했다.

    ‘다시 뵙는 날까지 건강하십시오, 선배님들.’

    수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레전드들에게 전하지 못했던 작별을 고했다.

    회귀 후 메이저리거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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