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333화
사이클링 히트까지 단 하나.
홈런을 남겨둔 수호의 활약에 홈팬들은 모두 기립했다.
“한! 한! 한! 하나!!”
경기장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엄청난 환호에 상대 팀은 주눅들 수밖에 없었다.
“젠장…….”
“어웨이라 해도 이건 너무하네.”
“아니, 그나저나 저 녀석은 다른 팀과 할 때는 2연속 무안타를 하더니. 왜 우리랑 할 때는 저렇게 날아다니냐?”
“그러게 말이야.”
상대 입장에서는 수호가 악마처럼 보였다.
언제 부진했냐는 듯이 3연타석 안타는 물론 이제 사이클링 히트까지 하나밖에 남겨두지 않고 있었다.
그를 상대하는 레드삭스 입장에선 곤욕이었다.
-어느덧 3타수 3안타를 기록중인 한수호 선수! 과연 그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섭니다!!
그리고 드디어 수호의 네 번째 타석이 다가왔다.
타석에 들어선 그는 짧게 배트를 돌리고 타격자세를 잡았다.
-과연 한수호 선수가 자신의 부활을 알릴 것인지! 투수가 초구 던집니다!!
두 경기 부진.
그 이유는 수호 본인도 몰랐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야구란 때론 부진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흡!!”
쐐애애액-!!
-던졌습니다!!
부진한 이후였다.
타닥!!
-시동을 건 한수호 선수!!
부진이 이어진다고 해서 흔들린다면 거기까지였다.
후웅!!
자신은 이 정도에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나는 전설이 될 것이다.’
그의 배트가 날아오는 타구를 그대로 강타했다.
따악-!!
-때렸습니다!!
멀리 날아오른 타구가 그대로 좌측 펜스를 넘어 관중석에 떨어졌다.
-홈런입니다!! 한수호 선수가 이번 시즌 두 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작렬시킵니다!!
-완벽한 부활을 알리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 * *
시즌 76번째 홈런.
하지만 수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수호 선수가 자신의 커리어하이인 78개의 홈런을 넘기까지 단 2개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수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나 자신을 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레전드들의 기록을 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홈런에서는 이제 자신보다 더 위에 있는 레전드는 없었다.
스스로의 기록을 넘어야지 더 위로 갈 수 있었다.
‘여기에서 멈춰 있을 시간은 없다.’
타격자세를 잡은 수호를 향해 투수가 1구를 뿌렸다.
집중력을 끌어올린 수호는 몸쪽을 파고드는 공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배트를 돌렸다.
후웅!!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타구……!! 넘어갔습니다!! 시즌 77번째 홈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8월 잔여경기 4경기를 앞두고 수호가 기록 달성을 목전에 두었다.
사람들은 그가 새로운 역사를 쓸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상대가 좋지 않았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우승을 노리는 시카고 컵스를 만난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시카고 컵스와의 3연전.
문제는 그들이 중부지구에서 아직 선두권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1위를 아슬아슬하게 지키고 있는 컵스가 2위인 피츠버그를 따돌리기 위해서는 3연전 중 최소 2승은 거두어야 합니다.
-이 부분 때문에 한수호 선수의 기록 달성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말도 나오고 있죠.
-맞습니다. 컵스 입장에서는 최근 타격감이 불붙고 있는 한수호 선수와의 승부를 굳이 해나갈 이유가 없습니다.
수호와 승부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는 4할이 넘는 타율에 장타율이 7할이 넘었다.
때리면 거의 장타로 이어졌고 타점 역시 200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즉, 그가 타석에 들어서면 점수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였다.
이미 현대야구의 상식으로 판단할 수 없는 선수였기에 그와 승부하는 건 무척이나 어려웠다.
결국 컵스는 결단을 내렸다.
-한수호 선수가 첫 타석에 들어섭니다.
수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컵스의 더그아웃이 움직였다.
뒤이어 구심이 1루를 가리켰다.
-아-! 고의사구입니다! 한수호 선수를 걸어 내보내는 컵스!
-사실상 한수호 선수와의 승부를 피한다는 선언을 한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앞으로도 한수호 선수와의 승부를 피하겠다는 걸까요?
-첫 경기부터 고의사구를 내주었다는 건 그렇게밖에 해석할 수 없습니다.
해설위원의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볼, 베이스 온 볼!”
-마지막 타석에서도 고의사구로 내보내지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수호는 네 번의 타석에서 모두 고의사구로 걸어 나갔다.
이 결과는 컵스에게 엄청난 비난의 화살이 쏠리게 만들었다.
[승부를 피한 시카고 컵스! 진정한 승자라 할 수 있는가?]
[신기록 달성은 차후로 미뤄졌다!]
[고의사구는 베이스볼에 필요한가?]
[사실상 타자에게 불리한 규칙, 고의사구에 대한 사무국의 입장은?]
이 같은 사실에 사무국에선 이례적으로 발 빠르게 나섰다.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 성명을 통해 “고의사구에 대해 시즌이 끝나고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전문가들, 사실상 고의사구까지 없애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내비쳐!]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그동안 지명타자를 없애고 경기의 박진감을 위해 견제구 제한, 베이스 확대 등. 다양한 규칙을 도입했다.]
베이스 온 볼.
한국에서는 볼넷이라 불리는 이 규칙은 현대야구가 근간을 잡기 시작하면서 존재했던 규칙이다.
이걸 없앤다는 건 많은 반발을 낳을 수 있었다.
하지만 롭 만프레드는 그동안 다양한 규칙을 없애면서 리그의 흥행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렇기에 가능성은 충분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라 하더라도 시즌 도중에는 규칙을 바꿀 수 없었다.
그리고 시카고 컵스는 지구우승을 위해 비난을 감수하기로 결정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컵스가 이틀 연속 한수호 선수와의 승부를 피합니다!
* * *
기록 달성은 미루어졌다.
언론과 팬들은 일제히 일어나 시카고 컵스를 향해 화살을 쏘았다.
-컵스 치사하네.
-ㄹㅇㅋㅋ
-기록의 제물이 되기 싫었던 거지.
-고의사구를 다시 볼 줄은 몰랐다.
-이건 야구가 아님.
└ㄴㄴ 야구임.
└규칙에 있긴 하지.
└내년에 없어질 각 섰음.
-이러다가 수호 또 타격감 죽는 거 아니냐?
-아…… 겨우 찾은 타격감인데.
팬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수호의 타격감이었다.
2경기 연속 무안타 경기를 펼쳤다가 사이클링 히트와 함께 살아났던 그의 타격감이다.
그런데 세 경기 연속 고의사구로 인해 배트 한 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다.
거기에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으니 타격감이 떨어져도 이상할 건 없었다.
[필리스가 서부지구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를 상대로 원정경기에 나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필리스의 다음 상대가 백스라는 점이었다.
그것도 홈경기가 아닌 원정경기로 나서게 되었다.
-타자친화적인 구장이라서 다행이네.
-ㅇㅈ
-여기서는 툭 건드리면 넘어가겠지.
-거기다가 백스는 이미 포스트시즌 탈락 확정이잖아?
-그렇지.
-수호를 피할 이유가 없음.
-9월 되기 전에 신기록 달성 가즈아-!!
8월의 마지막 경기.
백스와의 3연전이 시작됐다.
* * *
수호의 입장에선 3경기 고의사구를 당한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쉴 수 있어서 좋았지.’
[ㅇㅈ]
[팬들이 말하는 것처럼 타격감에 영향은 없었지.]
[무더위에서 쉴 수 있는게 얼마나 개꿀임 ㅋㅋ]
[나도 그렇게 쉴 수 있는 시기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뭐, 푹 쉬었으니 힘은 남아돌겠네.]
‘물론이죠.’
경기 전부터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팀 가디언의 서포트와 휴식 덕분에 처음부터 사고를 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딱!!
-때렸습니다!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하는 필리스!
-시작부터 좋은 느낌입니다.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한 필리스지만, 후속타자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1사 1루의 상황이 되었다.
-타석에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백스가 한수호 선수를 고의사구로 내보낼 이유는 없습니다. 아마 승부할 거예요.
해설위원의 예측은 정확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바깥쪽 낮은 코스에 꽂히면서 스트라이크 콜이 나옵니다!
-역시 백스는 한수호 선수와 승부를 하는 걸로 결정했습니다.
상대의 의중을 파악한 수호는 스트라이드를 벌리고 무게중심을 낮추었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집중력을 끌어올린 수호의 눈이 투수가 던지는 공에 집중되었다.
“흡!!”
쐐애애액-!!
투수가 던진 공이 몸쪽을 파고들어 오자 그것을 놓치지 않고 시동을 걸었다.
후웅!!
딱!!
-때렸습니다!!
맞는 순간 느낌이 왔다.
휘릭!!
-배트를 던진 한수호 선수!! 그리고 타구는 좌측 펜스…… 좌측 펜스를 넘어 그대로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투런포로 시즌 78번째 홈런! 그리고 본인의 기록과 동일한 기록을 세웁니다!
-드디어 타이기록을 세운 한수호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첫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낸 수호가 그라운드를 돌았다.
홈플레이트를 밟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한 수호가 자신에게 환호를 쏟아내는 관중들을 향해 모자를 벗어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다시 모자를 쓴 그가 관중들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인 한수호 선수!!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역사적인 80홈런까지 단 2개의 홈런만이 남았다는 걸 알리는 거 같습니다!!
-역시 한수호 선수입니다!! 그의 담대함은 예상을 벗어납니다!
수호의 제스처에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들썩였다.
“한! 한! 한! 한!!”
“어이!! 한 번 더 날리라고!!”
“다음에는 이쪽으로 공을 날려 버려!!”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 중으로 기록 달성하자!!”
어웨이임에도 불구하고 수호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꽤 높았다.
그만큼 지금 수호의 기록도전은 메이저리그 팬들 전체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기에 백스의 벤치도 고심이 있었다.
“다음 타석부터 그냥 걸러보낼까요?”
수석코치의 말에 백스의 감독 조나단은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럴 필요 있나? 그냥 승부하자고.”
“하지만 역사에 남게 됩니다.”
“하하! 내가 남는 거 아니니 괜찮아.”
감독의 말에 수석코치가 인상을 찌푸렸다.
“농담이야, 농담. 하지만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는 건 진담이지. 이것도 어차피 야구의 한 부분이고 말이야.”
야구의 한 부분.
분명 맞는 말이다.
신기록이 달성되면 그걸 당하는 쪽도 있다.
이걸 피한다면 메이저리그의 역사는 흐르지 않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백스의 입장은 확고했다.
그리고 그건 두 번째 타석에서 확실히 세상에 알려졌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몸쪽을 찌르는 패스트볼! 백스는 한수호 선수를 피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확실하게 입장을 정한 거 같습니다!
-과연 한수호 선수가 여기에서 기록 달성을 할 수 있을지! 투수가 2구 던집니다!!
와인드업에 들어간 투수가 뿌린 2구가 수호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후웅!!
휘릭!!
수호가 배트를 돌린 순간 공이 뚝 떨어지며 배트를 지나쳤다.
퍽!
“스윙, 스트라이크 투!!”
-헛스윙입니다! 한수호 선수가 커브에 배트를 헛돌리면서 헛스윙!
상당히 좋게 들어온 커브였다.
이 정도로 훌륭한 공이 들어올 줄은 몰랐던 수호가 자세를 정비했다.
‘집중…… 집중…….’
집중력을 다시 끌어올린 그가 타격자세를 잡았다.
“흡!!”
쐐애애액-!!
투수가 뿌린 3구가 바깥쪽 높은 곳을 파고들었다.
그것을 본 수호가 망설이지 않고 배트를 돌렸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가 그대로 중앙펜스를 넘어갔다.
-시즌 79번째 홈런!! 자신의 기록을 넘어섭니다!!
수호가 새로운 기록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