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332화
2경기 연속 무안타.
사실 이는 우려를 내비칠 정도의 성적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타자의 경우 타율이 2할 5푼만 되더라도 평균은 하는 거라고 볼 수 있었다.
2할 후반이면 매우 뛰어난 타자로 본다.
즉 10번 중 3번만 때리더라도 메이저리그에서는 훌륭한 타자란 소리였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수호의 이런 기록이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호이기에 문제가 되고 있었다.
[통산 타율 4할의 한수호, 2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하다.]
[무더위가 한수호의 컨디션에 영향을 끼쳤나? 2경기 연속 침묵을 지킨 한수호, 팀은 연패!]
[필리스에서 한수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침묵을 지킨 슈퍼스타와 2연패를 기록한 지구 1위 팀!]
수호의 침묵에 필리스 역시 평소와 같은 파괴력을 내지 못했다.
이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지 알 수 있었다.
당연히 팀의 수뇌진 역시 움직였다.
“이렇게 따로 이야기를 나누는 건 오랜만이군요.”
수호는 자신을 찾은 데이비드 단장이 내미는 손을 잡았다.
“오랜만입니다.”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고 실없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다 데이비드가 주제를 본론으로 옮겨갔다.
“최근 날이 많이 더워졌는데. 체력에는 큰 문제가 없으십니까?”
그의 말에 수호가 미소를 지었다.
“괜한 염려를 끼쳐드린 거 같네요.”
“아닙니다. 다만, 한수호 선수가 팀에 끼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돌다리도 두드려 보기 위해 이렇게 말을 꺼낸 겁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두 경기 무안타야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고요.”
“확실히 그렇죠.”
수호의 대답에 데이비드는 안심했다.
‘언론에서 너무 떠들어서 조금은 걱정하고 있었지만, 역시 한수호는 특별하다.’
언론에서 입을 놀리는 건 언제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수호를 걱정한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수호가 어리기 때문이다.
아직 20대 초반인 그가 언론에서 떠드는 이야기에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그럼 오늘 경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예.”
더 이상 할 말은 없었다.
그저 수호를 믿고 기다릴 뿐이었다.
* * *
사람들의 시선이 필리스의 경기에 집중되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홈구장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맞이합니다!
-오늘 경기의 관전 포인트라면 역시나 한수호 선수가 침묵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입니다.
-하반기 들어 첫 2경기 연속 무안타 경기를 펼치고 있는 한수호 선수! 일각에서는 이 무더위가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올해 무더위는 최근 가장 더운 날씨이기에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한수호 선수는 어느덧 메이저리그 풀타임 3년 차를 맞이한 선수입니다.
이제 와서 이런 것이 영향을 크게 끼쳤다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일시적인 상황이라고 보시는 거군요.
-맞습니다.
해설위원의 이런 발언은 자칫 잘못하면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수호가 그동안 보여준 활약은 그가 다시 날아오를 것이란 예상을 내놓게 만들었다.
‘한수호는 역사에 남을 선수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데뷔 이후 3년 동안 남긴 그의 업적만 보더라도 이미 역사에 남는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더 대단한 업적을 남길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투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한수호 선수!
수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차분하게 자신의 루틴을 밟고 타격자세를 취했다.
레드삭스 배터리는 그런 수호를 상대로 초구부터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나갈 계획을 세웠다.
‘2경기 연속 무안타 경기야. 컨디션이 떨어진 녀석을 상대로 피해 갈 필요는 없어.’
‘오케이.’
사인을 교환한 투수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흡!!”
쐐애애액-!!
단말마의 기합과 함께 뿌린 공이 바깥쪽 낮은 코스를 찔러왔다.
그걸 확인한 수호가 상체를 뒤로 빼면서 동시에 하체는 앞으로 나아갔다.
‘2경기 연속 무안타는…….’
타닥!!
발을 내디딘 그가 하체를 회전시켰다.
‘이걸로 끝이다!’
후웅!!
뒤이어 돌아간 배트가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가 빠르게 나아갔다.
약간의 회전이 걸린 타구가 바깥으로 휘어져 나가면서 아슬아슬하게 라인 안쪽으로 떨어졌다.
툭!!
-안쪽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타구는 계속 바깥으로 흘러나갑니다!!
화면이 둘로 나뉘며 하나는 타구를, 다른 하나는 베이스를 도는 수호를 쫓았다.
-한수호 선수는 어느덧 1루를 통과해 2루로 내달립니다!!
그때까지 좌익수는 아직 타구를 잡지 못했다.
그걸 확인한 수호가 자세를 낮추고 속도를 높였다.
-2루를 통과한 한수호 선수!! 이제야 공을 잡은 좌익수가 3루로 공을 뿌립니다!
공이 3루로 날아들었다.
그걸 알고 있다는 듯 수호가 몸을 날리며 3루수의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 그대로 베이스에 올렸다.
촤아아앗-!!
퍽!!
뒤이어 3루수의 글러브가 수호의 등을 때렸고 3루심은 팔을 좌우로 펼쳤다.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한수호 선수가 침묵을 깨고 첫 타석부터 3루타를 때려냅니다!!
-역시 한수호 선수입니다!! 타구의 방향을 확인하자마자 속도를 높여 3루 베이스를 훔쳤어요!
완벽한 타격 그리고 완벽한 주루 플레이였다.
침묵을 깬 수호가 홈팀 팬들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
“믿었다 한수호!!”
“한! 수! 호!!”
팬들의 엄청난 응원이 경기장을 흔들었다.
* * *
수호의 타격이 살아남과 동시에 필리스 역시 선취점을 내면서 경기를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호의 두 번째 타석이 찾아왔다.
수호는 이번에도 공격적인 피칭으로 자신을 상대하는 투수의 공을 놓치지 않았다.
딱!!
-때렸습니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가볍게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역시 한수호 선수! 2경기 동안 침묵했던 것이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2타석 만에 멀티히트를 기록합니다!
수호의 활약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인을 교환한 투수가 에이블을 상대로 초구 던집니다!
투수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순간.
타닥!!
수호가 땅을 박차고 2루로 내달렸다.
-한수호 선수가 2루를 노립니다!!
퍽!!
포수가 공을 잡아 막 던지려는 순간.
촤아아앗-!!
수호는 슬라이딩과 함께 2루 베이스를 훔쳤다.
-포수는 던지지도 못합니다!! 한수호 선수가 완벽한 타이밍으로 2루 베이스까지 훔치면서 도루를 추가합니다!
-한수호 선수의 컨디션이 살아나는 모습입니다!!
수호의 도루는 필리스에게 또 하나의 기회를 주었다.
딱!!
-에이블 선수가 3구를 강타!!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 앞에 떨어집니다!! 한수호 선수는 3루를 돌아 그대로 홈을 노립니다!!
우익수가 공을 잡아 홈으로 그대로 던졌다.
하지만 수호의 빠른 볼을 잡기란 무리였다.
촤아아앗-!!
“세이프!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한수호 선수가 단숨에 투베이스를 질주하면서 추가 득점에 성공합니다!
-그사이 에이블 선수가 2루까지 이동하면서 필리스에게 기회가 계속 이어집니다!!
수호의 질주로 필리스의 공격기회가 이어졌다.
* * *
멀티히트에 도루 1개 추가.
거기에 1득점과 1타점까지.
수호의 오늘 활약은 2경기에서 무안타로 침묵했던 모습이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초반부터 필리스의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소식은 곧장 속보로 전달되었다.
[-속보) 한수호 2타수 2안타 1도루 1타점 1득점!]
[-속보) 침묵을 깬 슈퍼스타 한수호!]
그의 활약에 대중은 곧장 반응했다.
-역시 한수호!
-5252 믿고 있었다구!!
-이게 바로 한수호지!
-그런데 이번에는 악플러들 안 나타나네?
ㄴ걔네들 집에 고소장 도착함.
ㄴ고소크리 맞아서 정신없을 듯 ㅋ
-그나저나 한수호 2타석 만에 멀티히트. 거기에 3루타와 안타를 기록했네.
ㄴ어? 이거 설마……?
ㄴ야 너두?
ㄴ이건 각이다!!
-사이클링 히트 각! 날카롭게 섰다!
ㄴ아~이걸 말하네.
ㄴ하…… 눈치 없는 쉑…….
ㄴ실패하면 얘 때문일 듯.
-뭐가 됐건 홈런 하나 때리자!!
팬들의 열렬한 환호와 함께 수호가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앞선 두 번의 타석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던 한수호 선수가 세 번째 타석을 맞이합니다.
-이에 맞서 레드삭스도 세 번째 투수를 등판시킵니다.
-레드삭스는 마무리 투수 애모니 베이츠를 올렸습니다.
애모니 베이츠.
장신에 긴 팔로 최고구속 104마일을 던지는 투수였다.
-올 시즌 33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성공시키면서 메이저리그 전체 최다세이브를 기록 중인 애모니 베이츠 선수입니다.
-세이브 기회가 아님에도 그를 등판시켰다는 건 여기서 한수호 선수를 막겠다는 의미겠죠.
-레드삭스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레드삭스의 의지를 알 수 있는 등판이었다.
그리고 베이츠는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103마일의 강속구가 몸쪽에 강하게 붙습니다!
-역시 애모니 베이츠, 메이저리그 마무리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사내답게 무서운 공을 초구부터 뿌립니다.
확실히 빨랐다.
익스텐션은 짧았지만, 릴리스포인트가 높아서 내리꽂는 듯한 공이 일품이었다.
‘수평 무브먼트도 훌륭하다.’
[이 정도 공이면 쉽게 때릴 수 없겠는데?]
[그래도 이걸 때리면 레드삭스는 무너질 거다.]
[ㅇㅈ]
레전드들의 말에 동의했다.
클로저를 벌써 올렸다는 건 마지막에 올릴 투수가 부족하다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수호는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타격자세를 잡았다.
“후우…….”
심호흡을 뱉은 수호가 투수의 와인드업에 박자를 맞춰 자신의 리듬을 맞춰갔다.
그리고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타닥!!
스트라이드와 함께 배트를 돌렸다.
부웅!!
매섭게 돌아간 그의 배트가 공을 때리려는 순간.
휘릭!!
공에 무브먼트가 걸리며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갔다.
빠각!!
아슬아슬하게 공을 때릴 수 있었지만, 배트의 끝에 걸리며 부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최대한 밀어!!]
[마지막까지 스윙을 멈추지 마!!]
레전드들의 외침에 한마디를 하고 싶었다.
‘안 그래도……!’
후웅!!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하앗!!”
마지막 순간, 기합까지 터뜨리면서 배트를 끝까지 돌렸다.
그 덕분에 부러진 배트로도 타구를 날려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힘을 실지 못한 탓에 어정쩡하게 날아간 타구가 외야까지 날아갔다.
-배트 부러지면서 날려 보낸 타구에 유격수와 좌익수 그리고 중견수가 모여듭니다!!
-아~이 코스는!!
세 명의 수비가 모일 정도로 애매한 코스.
그리고 공은 정확히 세 수비수의 중앙에 떨어졌다.
퍽!!
-안타입니다!! 텍사스 안타를 때려낸 한수호 선수는 어느새 2루 베이스를 밟고 있습니다!!
3연타석 안타.
그리고 사이클링 히트까지 홈런 하나만을 남겨놓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