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329화 (329/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329화

비가 계속 내렸다.

[필라델피아에 계속 내리는 비, 2경기 연속 취소!]

[한수호의 80홈런 달성에 제동이 걸리는가?]

[야구의 신도 이길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

[가장 우려되는 건 휴식으로 인한 타격감을 잃어버리는 것!]

언론에선 때를 놓치지 않고 수호를 걸고넘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수호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클릭 수는 보장되니까.

그들에게는 생계가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니 당연히 그의 기사를 쓸 수밖에 없었다.

선을 넘는 건 없었으니 김명훈 역시 이 부분은 크게 터치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미국도 계속 비가 오는군.”

“요즘 전 세계가 난리이니까요.”

“한수호 선수의 타격감이 떨어지지 않으면 좋겠는데.”

“에이~그 괴물 같은 선수가 이 정도로 감이 떨어지겠어요?”

“그건 그렇지.”

지금까지 보여준 수호의 활약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 감이 떨어질 거 같지 않았다.

“전 제일 궁금한 게 어떻게 그런 수도승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거죠?”

“수도승?”

“네. 언론에선 어떻게든 그의 가십을 찾아내려고 미행까지 붙었지만, 전혀 찾지 못하는 거 같더라고요.”

“찾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응? 뭔가 알고 있어요?”

김명훈은 대답 대신 씩 미소를 지었다.

‘지금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와…… 그 미소 정말 재수 없으시네요.”

“뭐야?!”

“아닙니다.”

부하의 팩트에 심장이 찔린 김명훈이었다.

* * *

한편 수호는 오랜만에 찾아온 연이은 휴식을 아주 잘 보내고 있었다.

“와…… 여기 야경 정말 멋지네요.”

“그렇죠?”

그의 눈앞에는 케이트 로페즈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프라이빗한 곳을 찾으신 거예요?”

“유능한 매니저가 있거든요.”

“저도 소개시켜 주세요! 이렇게 일 잘하는 매니저라면 저도 같이 일하고 싶을 정도예요!”

“하하, 농담이신가요? 진담인가요?”

“진담이죠! 무엇보다 수호 씨와 같은 매니저를 둔다는 게 가장 의미 있을 거 같아서요.”

그녀의 말이 의미하는 걸 뭔지 알고 있었기에 수호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그럼 대표님에게 따로 이야기해 둘게요.”

“고마워요.”

수호는 최근 그녀와 자주 만나고 있었다.

미국에 있다 보니 자연스레 접촉할 일이 많았다.

세계 각지를 다니는 그녀였지만, 최근에는 필라델피아 인근에 자주 있었고 말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최근에 비가 자주 와서 저는 좋지만, 수호 씨는 조금 걱정이 있겠어요. 요즘 언론에서 매일 한수호 선수의 기록과 관련해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수호도 알고 있었다.

비가 옴에 따라 타격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수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 정도로 떨어질 정도의 타격감은 아니라서 괜찮아요. 무엇보다 훈련도 계속하고 있고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수호 씨가 그 정도로 흔들릴 거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자신을 응원해 주는 사람이 눈앞에 있다는 건 언제나 기쁜 일이었다.

무엇보다 케이트는 팬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 여성이었다.

당연히 더욱 힘이 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수호에게도 핑크빛이 내리는구나~]

[음음, 괜찮지.]

[키스해! 키스해!!]

[어휴…… 노친네야. 팔불출 짓 좀 적당히!]

[나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누구보고 노친네래!!]

다만 레전드들의 채팅 때문에 신경이 쓰였지만 말이다.

* * *

멈출 거 같지 않던 비가 멈췄다.

구단에서도 연락이 왔다.

-오늘은 정상적으로 경기가 가능할 거 같습니다.

사흘 동안 쉬고 뛰는 경기였다.

시즌 도중에 이렇게 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몸에 힘이 넘쳤다.

[데이트해서 그런 건 아니고?]

[오랜만에 힐링해서 그런 거지 ㅋㅋ]

“크흠……! 꼭 그렇게 초를 치셔야 합니까?”

[에헤이~누가 초를 쳤다 그래.]

[그냥 사실이다 이거지~]

[어쨌든 회복했다면 다행이다.]

“이제부터는 다시 전력으로 달릴 겁니다.”

[어디까지?]

“당연히 누구도 밟지 못했던 기록을 향해서죠.”

자신이 세웠던 79개의 홈런.

그 기록을 넘어서 누구도 넘보지 못할 업적을 세울 생각이었다.

본래 그럴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열심히 하다 보니 기회가 찾아왔다.

“찾아온 기회는 잡아야죠.”

[그렇지.]

[하는 김에 우승까지 하자.]

[최근 필리스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게 베스트다.]

트레이드를 통해 빈 공간을 잘 채운 필리스였다.

역시 구단주가 돈이 많으니 좋다는 게 벌써부터 드러나고 있었다.

“물론 그럴 겁니다.”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

3년 연속 MVP.

둘 다 놓칠 수 없었다.

* * *

-드디어 기나긴 비가 그치고 필라델피아에 쨍쨍한 햇빛이 내리쬐고 있습니다!!

캐스터의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필리스가 오클랜드 에슬레틱스를 홈에서 맞이합니다!

-이 대결을 이번 시리즈에서 못 보는지 알았습니다.

-정말 비가 많이 내렸죠?

-맞습니다. 미국도 국지성 호우가 이렇게 심해졌는지 몰랐네요.

-일부 언론에서는 이 갑작스러운 휴식으로 선수들의 타격감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는데요.

-사실 과한 우려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선수들의 타격감은 고작 며칠 쉬었다고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해설위원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맞다는 걸 1회 초부터 에슬레틱스의 타자들이 보여주었다.

딱!!

-때렸습니다! 선두타자가 중전안타를 때리고 출루에 성공합니다!

필리스의 선발투수 필 가든의 3구 94마일 패스트볼을 받아쳐 선두타자가 출루에 성공했다.

그리고 두 번째 타자 역시 필 가든의 패스트볼을 공략했다.

딱!!

-아아-! 이번 타구도 좋습니다!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주자는 1, 2루 찬스를 맞이합니다!

필 가든의 패스트볼이 나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에슬레틱스의 타자들의 타격감이 더 날카로웠다.

‘오늘 심상치 않은데?’

마스크를 쓴 수호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딱!!

-때렸습니다!!

필 가든이 던진 4구 커브가 밋밋하게 들어오면서 에슬레틱스의 3번 타자 호프먼이 그대로 당겨쳤다.

제대로 맞은 타구에 마스크를 벗어 던진 수호의 시선이 쫓았다.

사실 이미 결과는 알고 있었다.

-넘어갔습니다!!

홈런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 * *

에슬레틱스의 맹폭이 시작됐다.

1회에만 4점을 내면서 분위기를 빠르게 가져갔다.

수비를 끝내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수호에게 필 가든이 다가왔다.

“한, 오늘 내 공에 문제가 있는 거야?”

“아무 문제 없었어. 오히려 평소와 같았어. 단지, 에슬레틱스 1-3번 타자들의 타격감이 평소보다 더 날카로워. 아무래도 휴식이 그들의 감을 날카롭게 만든 거 같아.”

“그래……?”

“응. 다음 이닝부터는 볼배합을 조금 바꿔서 가도록 하자. 처음 3명의 타자를 제외하고 이후에는 잘 막았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응.”

수호는 팀 내에서 영향력이 상당히 컸다.

최고연봉자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가 남긴 실적들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었다.

특히 투수들은 수호의 포수로서의 능력을 잘 알고 있기에 그에게 기대는 경향이 컸다.

그런 수호의 말이었기에 필 가든도 안정을 되찾고 휴식에 들어갔다.

‘당장은 괜찮겠지만, 지금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선취점을 뺏겼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빠르게 점수를 찾아오는 것이었다.

‘내가 해결한다.’

수호의 시선이 그라운드로 향했다.

* * *

타격감이 좋은 건 에슬레틱스의 타자만이 아니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첫 타자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하는 필리스!

필리스 선수들 역시 휴식을 취하면서 체력 회복을 제대로 한 상태였다.

체력이 회복되면 자연스레 선구안도 좋아진다.

첫 타자인 로버트는 그러한 점을 최대한 살려 볼넷 출루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계속 이어졌다.

딱!!

-3구를 강타!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입니다. 연속출루에 성공하는 필리스!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슬라이더를 그대로 밀어쳐 안타를 만들어내며 무사 1, 2루의 찬스를 얻었다.

그리고 타석으로 들어서는 한 선수에 필리스 관중석이 들썩였다.

“한! 한! 한! 한!!”

“너만 믿는다!!”

“한 방 날려 버려!!”

“리셋시켜 버리자!!”

팬들의 엄청난 환호를 받으며 타석에 들어선 건 수호였다.

-현재 메이저리그 타격 부문 도루를 제외하고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는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그가 오늘 경기에서 홈런을 기록하면 시즌 68번째 홈런을 기록하게 됩니다.

-과연 그가 68번째 홈런과 함께 팀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 투수가 초구를 던집니다!

수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경기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투수는 그걸 몸으로 체감했다.

‘젠장…… 몇 번을 상대해도 언제나 마주 보고 있으면 숨이 턱 막히는군.’

투수의 눈에는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이 보였다.

하지만 어디로 던지더라도 맞을 거 같이 느껴졌다.

‘이 녀석이 강한 존은…….’

경기 전.

전력분석팀에서 전달해 준 자료에 나온 그의 강한 존이 표시되었다.

그 결과 존이 모두 붉은색으로 칠해졌다.

‘다 강하다…….’

수호에게 약점이란 없었다.

몸쪽, 바깥쪽.

하이, 로우.

모든 곳에서 4할 이상을 때려내고 있었다.

즉 두 번 중에 한 번은 얻어맞는다는 소리였다.

‘이런 녀석에게 어떤 공을 던져야 하지?’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시간이 주어지진 않았다.

결국 선택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투수는 그 선택을 포수에게 미루었다.

‘인사이드, 로우.’

나쁘지 않았다.

아래로 던진다면 그나마 파워를 덜 실을 수 있겠지.

그렇게 판단하고 세트포지션에서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손끝에 걸리는 느낌이나 볼에 가해진 힘.

그리고 딜리버리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타닥!!

수호는 그 공을 보자마자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다리를 내디디고 그대로 몸을 회전시켰다.

휘릭!!

마치 악어의 데스롤처럼 강력하게 회전하기 시작한 그의 배트가 그대로 존을 통과하는 공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던 수호가 배트를 던졌다.

휘릭!!

-배트를 던진 한수호 선수! 그리고 타구는…… 그대로 좌측 펜스를 넘어갑니다!! 시즌 69번째 홈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70번째 홈런까지 단 하나를 남겨두게 되었다.

그라운드를 모두 돌고 홈에 들어온 수호를 동료들이 맞이해 주었다.

“나이스 홈런!”

“이야, 너만 들어오면 아주 편하게 걸어서 들어온다니까.”

선행주자들이었던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다음 타자인 에이블이 그를 맞이했다.

“멋진 홈런이네. 이제 이 형님이 하는 걸 잘 지켜봐.”

“한 방 날려서 리셋시키자.”

“물론이지.”

자신만만하게 타석에 들어선 에이블은 투수의 3구를 그대로 받아쳤다.

그 결과.

딱!!

-때렸습니다!! 타구는 큽니다!! 우측 담장을 넘기는 백투백 홈런!! 스코어는 4 대 4! 원점이 되었습니다!!

그는 스스로의 말을 지키며 홈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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