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325화
60홈런.
데뷔 이후 수호는 놓쳐본 적이 없었다.
[첫해에는 메이저리그 신기록, 두 번째 해에는 메이저리그 최초 2년 연속 70홈런을 넘어섰던 한수호! 과연 그는 3년 연속 60홈런을 넘는 선수가 될 것인가?]
[남은 홈런은 단 2개! 3년 연속 70홈런을 넘기 위해선 빠른 시일 내에 60홈런을 넘어서야 한다!]
언론 역시 수호를 집중했다.
“이야~아주 홈런을 밥 먹듯이 때려내니 60홈런, 70홈런이 그냥 언급되는구나.”
“에이블,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
“크흠! 부럽기는!! 나도 50홈런은 넘기거든?!”
“그게 비교가 되냐?”
에이블의 말에 에릭이 고개를 저었다.
에릭은 뉴 필리스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러는 너는! 올해 몇 개나 때렸는데?”
“나? 5개.”
“푸흡! 그게 뭐야? 그러면서 나한테 뭐라 한 거야?”
“난 애초에 자랑을 안 하잖아.”
“그건 그렇네.”
수호의 말에 에이블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익! 내가 딴 팀에서 왔다고 지금 따돌리는 거지?!”
“우리가 애냐?”
에이블의 성격은 알면 알수록 신기했다.
단순하고 참을성이 부족하다.
그리고 다혈질이다.
저런 성격으로 벌써 40개에 근접해가는 홈런을 때리다니.
신기했다.
‘원래 저런 성격이면 타석에서 참을성이 없어서 금방 물러나는데.’
[그만큼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 거지.]
[그리고 다혈질이어도 잘 때리는 애들은 잘 때려.]
[뉴클리어만 보더라도 그렇지.]
[뭐? 내가 왜!]
[너 경기 중에 마음에 안 든다고 배트 집어 던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잖아.]
타이 콥의 팩폭에 핵 윌슨이 정곡을 찔렸다.
하지만 그 역시 반격의 칼날을 빼들었다.
[그러는 선배도 관중석에 뛰어들어 주먹다짐 했었잖아요!]
[어허~그건……!]
타이콥의 관중난동사건은 유명한 일화다.
그걸 무기로 빼 드니 할 말이 없어진 타이콥이었다.
‘어휴…… 쟤들이나 선배님들이나…….’
똑같은 모습에 고개를 젓는 수호였다.
* * *
자이언츠와의 2차전.
60홈런을 위한 수호의 도전이 이어졌다.
-첫 타석에서 중견수의 엄청난 슈퍼플레이로 아쉽게 물러났던 한수호 선수가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에서 한 개 정도의 홈런을 추가해야 7월이 지나기 전에 60홈런을 성공시킬 수 있을 텐데요.
수호가 60홈런을 넘는 건 사실상 확정되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의 홈런을 더욱 갈구하는 건 7월 안에 성공하느냐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7월이 끝날 때까지 앞으로 5경기가 남은 상황, 사실상 한수호 선수의 홈런 페이스라면 달성하는 게 더 쉬운 일이겠죠.
-맞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앞으로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죠.
미국의 날씨는 변덕스럽다.
여름이어도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곳이 있는가 하면 무더운 땡볕 더위가 이어지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더위가 이어졌기에 선수들의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요인이 된다.
-거기다 더위만이 아니라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것도 페이스가 떨어지는 이유가 되죠.
-하긴 매일 같이 서너 시간씩 그라운드에서 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맞습니다. 그러니 체력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기록달성을 빠르게 해두는 게 좋습니다.
해설진들이 수호의 기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수호의 두 번째 타석이 다가왔다.
-한수호 선수가 2루 주자를 둔 상태에서 타석에 들어섭니다.
‘첫 번째에는 타구가 살짝 먹혔어. 그래서 중견수가 잡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었다.’
타석에 선 수호는 첫 번째 타석에서의 일을 복기했다.
‘내 생각보다 공의 위력이 더 좋다. 아마도 릴리스 포인트를 앞에까지 끌고 와서 던져서인지 타이밍도 조금 어긋나고.’
릴리스 포인트를 앞으로 끌고 나와서 던지면 실제 찍히는 구속보다 선수가 느끼는 체감구속이 더 빨랐다.
첫 타석에서 중견수가 공을 잡은 이유였다.
‘조금 더 스윙 스피드를 빠르게 가져가야 해.’
결론을 내린 수호가 타석에 서서 자세를 잡았다.
-한수호 선수가 과연 두 번째 타석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선발투수 데런이 공을 던집니다.
첫 번째 타석에서 범타로 수호를 돌려세웠지만, 데런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퍽!
“볼.”
초구는 볼.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였다.
물론 수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공이기에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데런은 그런 수호에게 연달아 공을 뿌렸다.
뻐억-!
“스트라이크!!”
-3구는 몸쪽을 찌릅니다! 95마일의 빠른 공!
퍽!
“볼.”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잘 참아내는 한수호 선수! 볼카운트는 투볼 원스트라이크!
수호에게 유리한 볼카운트가 만들어졌다.
‘이번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무게중심을 낮추고 히팅포인트를 조금 더 앞으로 가져갔다.
‘승부하자.’
‘오케이.’
그리고 데런과 포수가 사인을 교환했다.
곧 데런이 세트포지션에서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바깥쪽 낮은 코스를 파고들었다.
보더라인을 정확히 찔러오는 아주 좋은 코스였다.
제구도 훌륭했고 구위 역시 빼어난 공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타닥!!
처음에는 잘못 판단하여 실패했다.
하지만 두 번의 실수를 하기엔 수호는 너무 뛰어난 타자였다.
후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돌아간 배트가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딱!!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휘릭!!
수호가 배트를 던졌다.
-배트를 던진 한수호 선수! 그리고 타구는 쭉쭉 뻗어 우측 담장을……! 넘었습니다!! 시즌 59번째 홈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시즌 60홈런까지 한 개만을 남겨두었다.
* * *
[한수호 시즌 59번째 홈런 작렬!]
[7월이 끝나기 전에 60홈런 달성 유력!]
[본인 커리어상 가장 빠른 기록!]
[20년만에 찾아온 무더위도 막아내지 못한 수호의 홈런본능!]
수호의 홈런 소식은 언론들에 의해 빠르게 전해졌다.
-59홈런 지렸다.
-3년 연속 60홈런은 거의 확정이네.
-우리는 수호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수호를 믿지 못하는 자 야구를 볼 자격이 없느니라.
-수멘-!
-필리스 3년 연속 우승 가냐?!
└그건 좀 힘들듯.
└설레발 ㄴㄴ
└지금 필리스가 1위인 것도 기적임.
└필리스는 오일머니 풀기 전까진 답 없다.
└이미 풀었는데?
└더 플렉스 해야지.
-알나흐안 왕자 뭐하냐? 오일머니 제대로 풀자!
수호가 활약하는 만큼 필리스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역시나 필리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이었다.
현재 지구 1위이기는 하지만, 언제 뒤집힐지 알 수 없는 스코어였다.
그렇기에 불안한 마음을 가진 채, 경기를 지켜봤다.
[현재 내셔널리그 동부지구는 1-3위가 3경기 이내의 차이를 보이는 중.]
[사실상 후반기에서 누가 역전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필리스 프런트 역시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스미스 감독이 선수단을 불러모았다.
“다들 알겠지만, 우리의 1위는 불안전한 왕좌다.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지. 하지만 쉽게 뺏기지 않는다. 우리는 2년 연속 챔피언이었으니까.”
비록 지금은 그 우승 멤버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 DNA는 남아 있다.
스미스 감독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 클럽하우스로 단장인 데이비드가 들어왔다.
“한창 회의가 진행 중이군요.”
“아, 예. 단장님, 하실 말씀이라도?”
“다른 게 아니라 무더위에 지친 선수 여러분을 위해 구단주께서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구단주의 선물이란 말에 선수들의 눈이 빛났다.
뒤이어 아랍계 남자들이 들어오더니 선수들에게 상자 하나씩을 건넸다.
그리고 한 남자가 모니터를 들고 선수들 앞에 섰다.
뒤이어 모니터가 켜지고 알나흐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 여러분 반갑습니다. 거리상 이유로 이렇게 화면으로 인사드리는 점, 양해 바랍니다.
알나흐안의 영상이 흘러나오는 사이, 에이블이 상자를 열었다.
“우와! 이게 뭐야? 로렉스잖아?”
“로렉스? 진짜?”
“어? 내 거에도 들어 있네.”
선수들이 놀라는 사이 알나흐안의 말이 이어졌다.
-상자 안에 있는 시계는 고생하는 여러분을 위한 작은 선물입니다. 무더위에 다들 지치겠지만, 모두 힘내서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그의 화면이 꺼지자 데이비드가 말을 이어받았다.
“구단주께서 여러분을 위해 세계 각지의 보양식을 준비해 두었으니. 다들 오늘 점심은 구단 식당에서 해결하는 걸로 해주십시오.”
단장의 말에 선수들이 하나둘 식당으로 이동했다.
수호 역시 에이블과 함께 이동했다.
“이야~우리 구단주 클라스 한 번 지렸네. 설마 선수들 전원에게 로렉스를 선물로 주다니 말이야.”
“그러게. 설마 이런 깜짝 선물을 준비했을지는 꿈에도 몰랐어.”
수호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사실 로렉스가 일반인에게는 비싼 물건이었지만, 알나흐안 입장에서는 푼돈이나 다를 바 없었다.
100만 원을 버는 사람이 츄파츕스 하나를 사먹는 것과 같은 원리랄까?
“오오-! 이게 뭐야?”
그때 앞에 가던 선수들이 식당에 들어서며 감탄을 터뜨렸다.
그런 반응이 연달아 나오자 에이블과 수호 두 사람도 걸음을 재촉했다.
곧이어 식당 안에 들어선 두 사람은 평소와 달리 산해진미로 가득 채워진 식당을 보며 감탄을 터뜨렸다.
“이…… 이게 다 뭐야?”
“와…… 제대로 플렉스 했네.”
“처음 보는 요리들이 왜 이렇게 많아?”
“요리사들도 엄청 많네.”
식당에는 평소와 달리 요리사들이 세계 각지의 요리들을 하느라 바빴다.
“오오-! 이거 우리 고향음식이잖아!”
“크으…… 엄마가 어릴 때 해주던 맛이 나.”
“이건 프랑스에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와~ 참치를 저렇게 해체하는 거야?”
단순히 많은 먹을거리가 있는 게 아니었다.
선수 개개인의 성향이나 고향을 미리 조사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요리사들이 준비하고 있었다.
거기다 세계 각지의 요리를 신선한 재료를 살려 특급요리사들이 직접 조리하니 맛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볼거리도 많아서 선수들의 힘들었던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구단주가 돈을 쓸 줄 아네.]
[선수들이 지치는 게 보일 시기인데. 이런 걸로 분위기 전환을 해주는 것도 좋은 법이지.]
[거기다가 자기네들 구단주가 어떤 사람인지도 보여줄 수 있고.]
레전드들의 말에 동의했다.
실제 그들의 말처럼 벌써 에이블은 신나 있었다.
“우리 구단주가 이 정도 클라스였어? 이거 제대로 성적 내면 보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
옆에 있던 에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승하면 포상금 같은 게 상상을 초월하겠는데?”
“거기다 연봉인상도 쏠쏠하게 해주겠지.”
돈은 선수들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였다.
그런데 구단주의 통 큰 선물을 보니 시즌 종료 이후 자신들이 받게 될 보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았다.
제대로 된 성적만 내면 말이다.
“헤이! 수호, 여기 한국 음식도 있다!”
“오? 그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수호도 이내 식당으로 들어가 음식을 챙기기 시작했다.
맛도 훌륭해 제대로 힐링을 즐길 수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