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324화
팀이 지구 1위를 차지하자 수호의 성적 역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딱!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가 그대로 펜스를 넘어 담장 밖으로 사라집니다! 시즌 57번째 홈런을 기록하는 한수호 선수!
수호의 뜨거운 배트가 불을 뿜을 때마다 팀의 성적 역시 위로 올라갔다.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즌 7연승에 성공하다!]
이번 시즌 최다연승 기록을 작성함과 동시에 7연승 달성이란 기록을 냈다.
이런 기록은 비단 수호 혼자만의 힘으로 이룬 건 아니었다.
-한수호 선수의 홈런 이후 타석에 들어선 에이블 선수, 후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배트가 불붙고 있죠?
-맞습니다. 필리스 유니폼을 입고 첫 10경기에선 홈런 3개에 장타율도 2할대에 머물렀지만, 최근 5경기에선 홈런 4개 장타율 6할대를 유지 중입니다.
에이블의 활약은 눈부셨다.
특히 그가 활약함으로 인해 수호와의 시너지가 일어났다.
-에이블이 있기에 타 팀들도 한수호 선수와의 승부를 함부로 피할 수 없게 되었죠.
-맞습니다. 이런 시너지를 원해서 그를 영입한 거죠.
돈을 쓴 보람이 있는 영입이었다.
팬들 역시 이러한 모습에 그의 합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에이블은 제대로 영입한 듯.
-오일머니 달달하네.
-제대로 된 애 데려오면서 수호가 살아난다.
-필리스 프런트가 일을 잘하네.
-오일머니로 목에 기름칠을 했을 텐데, 당연히 일 잘하겠지.
-하긴, 구단주가 돈을 얼마나 주겠어.
-메츠처럼 수호 거르려다가 에이블한테 한 방 맞으면서 넉아웃 하겠네.
-고의사구는 이제 나오기 힘들 듯.
-커미셔너 움직임 ㅅㄱ.
수호에 대한 고의사구 움직임이 나오자 이번에는 커미셔너가 움직였다.
그는 직접 구단주들과 연락을 하면서 고의사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의사구가 계속적으로 나온다면 리그의 흥행에 영향을 끼칠 겁니다.”
-그건 아네만, 한수호가 너무 난리를 피우지 않나? 그를 상대하는 건 너무 힘들어. 팀에도 마이너스고 말이야.
“물론 당장 성적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리그의 인기가 높아지면 결국 팀의 매출로 이어질 겁니다. 실제 한수호 선수의 데뷔시즌 이후 매출이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까?”
-음…….
“만약 그를 계속 걸어서 내보낸다면 결국 팬들은 지루함을 느끼고 떠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구단주는 팀의 성적보단 매출에 신경을 썼다.
이유는 간단하다.
메이저리그 팀은 단순히 취미 차원이 아니라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팀을 개인이 소유하는 일은 잘 없었다.
대부분 공동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럴 경우 지분에 따라 투자자에게 수익을 전해야 했다.
당연히 팀의 매출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매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고의사구 폐지에 대한 제 결정을 지지해 주셔야 합니다.”
-일단 고민을 더 해보지. 그리고 팀에는 고의사구를 조금 자제하라고 연락을 넣어놓겠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일이 전화를 거는 것도 노동이군.”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구단주들에게 모두 연락을 돌리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이게 자신의 업무였기에 그는 다음 번호를 눌렀다.
* * *
팀이 상승세를 타면서 클럽하우스의 분위기가 올라왔다.
젊은 선수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팀이다 보니 성적에 따라 분위기가 금세 바뀌는 건 장점이었다.
“요즘 에이블의 기사가 매일같이 나오는 거 같다니까.”
“같은 게 아니라 그게 사실이지. 이 에이블 님의 진정한 가치를 필라델피아 언론도 알아보기 시작한 거야.”
“넌 정말 다 좋은데. 그 스스로를 에이블 님이라 지칭하는 건 좀 바꿔야 한다고 본다.”
“어허~ 20홈런따리가 반론이라니! 건방지구나~”
“푸하하! 그건 또 무슨 말투냐?”
“최근에 본 한국 드라마 중에 좀비 드라마가 있는데. 거기에서 이런 말투를 쓰더라고.”
“아~ 캐슬! 그거 재밌었지. 수호, 너도 캐슬 봤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봤지. 그런데 너희들도 한국 드라마 많이 봐?”
“요즘 미국에서 한국 드라마 안 보는 애들을 찾는 게 더 힘들걸?”
“맞지. 내 동생도 매일같이 한국 드라마 보느라 정신없던데”
동료들의 대답에 수호는 묘한 뿌듯함을 느꼈다.
‘이것이 바로 국뽕인가?’
[ㅋㅋㅋ 국뽕이 차오른다~]
[여기에서 한국 애들은 주모 찾는 거 아니었냐?]
[주모가 뭔데?]
[식당 여자 주인 말하는 거임.]
[그걸 왜 주모라고 부르냐?]
[몰라. 나한테 묻지 마.]
레전드들이 저런 단어도 알고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나저나 애들의 분위기가 확 올라온 게 느껴지네.]
‘예. 특히 에이블 녀석이 살아나면서 팀의 분위기를 이끄는 느낌이에요.’
[느낌보다는 그게 사실이지.]
[저 녀석 분위기 메이커 역할 잘하네.]
[실력도 좋고 분위기도 이끌고 잘 데려온 듯.]
에이블의 가치가 살아나고 있었다.
수호 입장에선 고마울 따름이었다.
녀석이 없었다면 팀을 혼자 이끌고 갔어야 했을 테니 말이다.
무엇보다 상대 팀들이 자신에게만 포커싱을 맞추는 걸 피할 수 있었기에 존재 자체가 고마웠다.
‘후반기 기록달성을 위해서는 일단…… 60홈런이란 관문을 넘어야겠지.’
수호는 이번 시즌 80홈런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전무후무한 이 기록을 넘기 위해서는 그 전의 관문을 넘어야 했다.
‘앞으로 3개.’
57번째 홈런을 때려낸 수호는 이제 60홈런까지 단 3개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 *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필리스의 다음 상대였다.
자이언츠의 홈인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한 필리스 선수단은 그들과의 일전을 준비했다.
“다들 알겠지만, 자이언츠의 투수력은 훌륭하다. 선발진부터 불펜진까지 강속구를 던지는 녀석들이 수두룩하지.”
경기 전.
스미스 감독이 자이언츠의 전력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했다.
“특히 우리는 자이언츠의 1-3선발을 상대하게 됐다. 재수 없는 일이지만, 어쩌겠냐? 이런 날도 있는 법이지.”
그의 말대로였다.
재수 없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었다.
어떻게든 그들을 공략해야 했다.
“첫 상대인 자이언츠의 에이스, 루카 알바도르다.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 있다면 경기 끝나고 여자들이랑 파티할 시간에 기사라도 한 줄 더 보도록 해.”
“하하!”
“최고구속 103마일의 싱커를 던지는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거기에 90마일 초반의 슬라이더와 간혹 80마일대의 포크볼까지 던지는 놈이지.”
정리하면 103마일의 싱커, 90마일 초반의 슬라이더, 80마일의 포크까지.
세 개의 구종을 구사한다고 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몬스터 of 몬스터라는 소리지.”
“얼굴도 몬스터네요.”
에이블의 말에 브리핑을 받던 선수들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스미스 감독 역시 피식 웃음을 터뜨리다 이내 정색하며 외쳤다.
“인마! 진지한 이야기 중에 너 때문에 웃었잖아!”
“흐흐, 역시 감독님이랑은 개그 코드가 잘 맞네요. 너도 웃겼지? 수호야.”
“나는 아재 개그는 그닥.”
“에이~ 재미없는 녀석.”
“자자, 쓸데없는 이야긴 거기까지 하고. 이 녀석이 괴물이지만, 약점도 명확하다는 걸 머릿속에 잘 담아두고 접근하도록 해.”
알바도르의 투구를 보면 언제든지 사이영상을 타낼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 있었다.
“공에 비해 멘탈이 약하다. 그 부분을 잘 공략하도록 하자.”
“예!”
브리핑은 끝났다.
이제는 경기를 시작할 시간이었다.
* * *
“우우우우우-!!”
필리스 선수단이 경기장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자이언츠의 팬들이 야유를 쏟아냈다.
“엄청나군.”
“누가 보면 우리가 얘네들 원수라고 생각할 거야.”
에이블의 말에 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원수는 원수지. 이제부터 말이야.”
“하긴, 우리가 이길 테니까. 미리 야유 좀 받는다고 생각하지 뭐.”
수호와 에이블.
두 사람의 자존심이 하늘을 찔렀다.
최근 성적이 워낙 좋은 것도 있었지만, 원래 이런 캐릭터들이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자이언츠의 마운드에 알바도르가 올라왔다.
“저 녀석은 근육 좀 안 키우나?”
“괜히 스케어 크로우라고 불리는 게 아니지.”
알바도르의 별명은 허수아비.
워낙 깡마르고 팔다리가 긴 체형이라 붙여진 별명이었다.
별명만큼이나 얼굴 역시 상당히 무섭게 생긴 녀석이다.
“감독 말대로 오늘 경기 쉽게 하려면 녀석을 초반에 무너뜨려야 해.”
“그렇지.”
그러나 알바도르의 오늘 컨디션은 상당히 좋았다.
그 증거로 첫 번째와 두 번째 타자를 자기 마음대로 요리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딱!!
퍽!!
“아웃!!”
-두 타자를 순식간에 삭제시키는 알바도르! 무서운 피칭을 이어나갑니다!!
-오늘 컨디션이 매우 좋아 보입니다. 1회부터 100마일의 싱커를 뿌리면서 타자들을 압박하고 있어요!
-특히 슬라이더의 각이 정말 예리합니다.
해설진이 감탄할 정도로 알바도르의 투구는 매서웠다.
오늘 경기 롱런도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그 전에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한수호의 타석이다.”
“오늘 경기에서 제대로 던지기 위해선 수호를 먼저 넘어야 해.”
“컨디션도 좋아 보이는데. 삼진으로 넘어가자.”
“그래! 녀석도 신이 아닌데. 충분히 가능할 거야!”
자이언츠 팬들이 손을 모아 기도했다.
그만큼 수호의 존재는 끝판왕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바도르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게 뭐 어쩌라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프라이드는 매우 높았다.
특히 에이스 선수들은 그 프라이드의 성벽이 더욱 두텁고 높았는데.
알바도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녀석은 내 공을 때릴 수 없어.’
특히 알바도르는 수호와의 승부에서 나름 강한 편이었다.
-지금 확인했습니다만, 알바도르 선수는 아직 한수호 선수에게 피홈런을 맞은 적이 없군요.
-놀라운 일입니다. 한수호 선수가 아직 홈런을 때리지 못한 선수가 있다니 말이죠.
무려 수호를 상대로 피홈런 0개를 자랑 중이었다.
물론 그럴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지금까지 승부를 딱 한 번밖에 하지 않았던 게 가장 주효했네요.
-그날 경기에서 한수호 선수는 멀티히트 경기를 펼쳤지만, 홈런을 기록하는 데에는 실패했었습니다.
-과연 오늘 한수호 선수가 알바도르 선수를 상대로 홈런을 기록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수호가 타격 자세를 잡자 사인을 교환한 알바도르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오늘도 넌 내게서 홈런을 뺏을 수 없다.’
기합이 단단히 들어간 알바도르가 킥킹에 이어 스트라이드를 내디디며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가 뿌린 1구가 빠르게 날아오다 수호의 몸쪽을 향해 파고들었다.
정형적인 싱커의 움직임.
그리고 수호는 그걸 노리고 있었다.
타닥!
발을 내디딘 수호가 곧장 몸을 회전시키며 그대로 배트를 돌렸다.
후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돌아간 배트는 먹이를 낚아채는 매처럼 공을 물어뜯었다.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타구 큽니다!! 좌측 펜스를 향해 날아가는 타구! 그대로 펜스를 넘어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첫 타석 초구를 공략해 홈런을 만들어내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그라운드를 도는 수호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향했다.
‘앞으로 2개.’
60홈런까지 단 2개만을 남겨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