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323화
수호의 홈런포는 메츠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전략을 바꾸게 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아~ 볼넷입니다.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일까요? 선발투수 듀크 선수가 한수호 선수를 걸어 내보냅니다.
-고의사구가 나온 건 아니지만, 승부를 피하는 느낌이 조금 강하네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한수호 선수가 직전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서 그런지 유인구 위주로 배트를 유도해 내는 느낌이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좋은 공을 주지 않는 모습에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승부 피하는 거 아님?
-이건 사실상 고의사구 같은데.
-이 정도면 그냥 걸어 내보내라.
-그건 자존심이 상해서 싫은 듯.
팬들의 질타도 이어졌지만, 메츠는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수호와의 정면승부는 그만큼 멍청한 짓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수호가 무서운 건 타석에서만이 아니었다.
-한수호 선수를 1루에 두고 듀크 선수가 에이블 선수를 상대합니다.
-에이블 선수의 타순이 2번에서 4번으로 교체되었네요. 스미스 감독이 한수호 선수의 고의사구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나 봅니다.
-에이블 선수는 본래 3번에서 클러치히터로서 활약한 만큼, 4번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보입니다.
결정력이 좋은 에이블이니만큼 여기에서 그 능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었다.
‘에이블 정도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날 불러들일 수 있겠지. 하지만 그걸 조금 더 쉽게 만들어줄까?’
수호가 베이스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그 모습을 발견한 듀크가 곧장 1루로 공을 뿌렸다.
쐐애액-!!
뻐억!
“세이프!!”
-듀크 선수의 1루 견제! 하지만 한수호 선수의 귀루가 더 빨랐습니다.
-한수호 선수의 주루 플레이는 매우 훌륭합니다. 그런 한수호 선수를 견제구로 잡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수호의 주루 플레이는 이미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정상급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움직임에 메츠는 더욱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웃코스로 승부를 걸자.’
‘오케이.’
타자의 몸에 가리는 인코스보다는 아웃코스로 던지는 것이 베이스로 공을 던지는 게 더 쉽다.
수호와의 승부는 찰나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최대한 시간을 줄여야 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수호가 모를 리 없었다.
‘아웃코스로 던져서 송구하는 시간을 줄이려고 할 거다.’
수호의 존재만으로도 배터리는 타자보다 주자에게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만큼 수호가 베이스에서 보여주었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 필리스의 더그아웃이었다.
‘바깥쪽 공을 중점적으로 노려.’
그의 사인을 본 에이블이 고개를 끄덕이고 타석에 섰다.
‘감히 이 에이블 님을 상대로 주자에게 더 신경을 쓰겠다 이거지?’
에이블의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에이블은 이런 상황에서 자존심이 상한 채, 그냥 있을 선수가 아니었다.
-투수가 에이블 선수를 1구를 던집니다.
세트포지션에서 스트라이드를 내디딘 듀크가 그대로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단말마의 기합과 함께 뿌린 공이 에이블의 바깥쪽 코스를 찔렀다.
무릎 높이로 들어온 공이 히팅포인트 앞에서 수평 무브먼트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미 코스를 예측한 에이블에게는 좋은 먹잇감에 불과했다.
‘걸렸어!’
후웅!!
그의 배트가 날카롭게 돌아갔다.
에이블 역시 극단적인 파워히터 중 한 명이었다.
그의 배트에 걸리면 대부분의 타구가 그대로 넘어가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건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가 그대로 펜스를 넘어갑니다!! 투런포를 터뜨리는 에이블! 필리스가 달아납니다!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필리스는 수호만 조심하면 되는 팀이었다.
하지만 후반기, 선수 영입에 성공한 필리스는 더 이상 수호 원맨팀이 아니었다.
“나이스 홈런!”
“이예!!”
짝!
-한수호 선수와 에이블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갑니다!!
메츠는 그것을 간과했고 그로 인해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 * *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뉴욕 메츠를 7 대 3으로 누르고 동부지구 1위에 올라섰다.]
필리스가 다시 지구 1위에 올랐다.
[언터처블 한수호 선수의 선제 솔로포에 혼난 메츠는 이후 한수호 선수와의 승부를 피했지만, 후속 타자인 에이블 선수에게 홈런을 헌납하고 말았다.]
에이블은 투런포를 포함 세 번째 타석에서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오늘 경기의 수훈선수가 됐다.
[새롭게 필리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 에이블 선수는 이적 첫 데일리게임 MVP에 오르며 필리스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에이블의 MVP 수상이 의미하는 바는 많았다.
가장 큰 부분은 역시 수호를 걸러도 이제는 뒤에 버티고 있는 선수가 생겼다는 부분이다.
[앞으로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기게 된다면 필리스는 동부지구의 선두를 지키며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을 꿈꿀 수 있게 된다.]
전반기 압도적인 지구 선두를 달리던 필리스가 다시 1위에 올라서면서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수호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메츠의 입장에서는 불의의 일격을 맞은 거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에이블의 존재를 간과하고 있었다.
“수호의 존재감이 너무 컸어. 이제 녀석을 함부로 내보낼 수도 없게 됐어.”
수호를 내보내면 에이블의 방망이가 폭발한다.
그렇다고 두 타자를 모두 걸어서 내보낼 수도 없었다.
주자가 쌓이면 그만큼 대량실점에 대한 위험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단기간에 에이블의 약점을 찾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려운 선택지가 메츠의 앞에 놓여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머리가 아팠다.
그리고 고민 끝에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을 믿는 수밖에 없다.”
결국 원론적인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
* * *
필리스는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대량의 쇼핑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들이 손에 쥔 가장 큰 대어는 단연 에이블이었다.
타선의 충원은 전문가들이 항상 말하는 필리스에게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
프런트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값비싼 돈을 치르고 에이블을 영입했다.
팬들은 잘한 영입이라고 박수를 쳤지만, 후반기 들어 그가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자 반응은 금세 가라앉았다.
-에이블 거품 아님?
-저런 애를 데려오려고 미래를 팔았네.
-거기다 돈은 또 얼마나 썼는데.
-프런트 일 제대로 안 하냐~
이런 여론이 일어났을 정도였다.
하지만 적응기를 끝내고 가장 중요한 경기인 메츠와의 4연전에서 에이블은 각성했다.
딱!!
-때렸습니다!! 이 타구는 좌중간을 가릅니다!!
-에이블 선수 전날 경기부터 벌써 4연타석 안타를 기록 중입니다!
-한수호 선수와는 어렵게 승부를 가져가지만,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에이블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메츠 입장에선 무척이나 머리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1차전 MVP로 선정된 에이블은 2차전에서도 펄펄 날아다녔다.
그의 활약은 메츠의 선택지를 여러모로 줄이게 만들었다.
‘역시 무작정 수호와의 승부를 피할 수도 없겠어.’
메츠 입장에선 수호가 가장 무서운 선수였다.
그래서 그와의 승부를 최대한 피했다.
고의사구는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공이 존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게 만들었다.
선구안이 뛰어난 수호는 당연히 이런 공들을 가볍게 골라내 1루 베이스로 걸어 나갔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오늘 경기 두 번째 볼넷을 얻어내는 한수호 선수.
-한수호 선수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입니다. 상대가 승부를 해오지 않으면 사실 가장 답답한 건 선수 본인일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도 본인이 원하는 공이 아니면 모두 골라내고 있어요.
-참을성이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사실 수호가 큰 욕심을 내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이전에는 자신이 걸어 나가도 불러들일 타자가 팀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딱!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 한수호 선수의 스타트가 매우 좋았습니다!
에이블의 안타는 수호를 빠르게 달리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2루를 돌아 3루 베이스 앞까지 도착한 수호의 시선이 외야로 향했다.
‘홈까지 가능하다.’
이제야 공을 잡는 중견수의 모습에 수호는 속력을 더했다.
그리고 3루를 지나친 그가 홈을 파고들었다.
-한수호 선수가 홈을 노립니다!
-공을 잡은 중견수가 곧장 홈으로 던졌습니다!
거의 펜스까지 닿은 위치에서 뿌린 공, 원래라면 홈을 정확히 노리기도 힘들었지만 여기는 메이저리그였다.
쐐애애애액-!!
중견수가 뿌린 공은 노바운드로 정확히 포수를 저격했다.
공이 포수의 미트에 들어가려는 찰나, 수호가 미끄러지듯 라인을 따라 지나치며 홈플레이트를 손으로 훑었다.
촤아아앗-!
흙먼지를 흩날리며 수호가 홈플레이트를 통과한 뒤에야 공을 잡은 포수가 수호를 터치했다.
하지만 구심은 손을 좌우로 뻗으며 그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에이블 선수의 2루타에 홈을 훔친 한수호 선수입니다!
-한수호 선수의 과감한 주루 플레이가 만들어낸 점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호를 거르면 에이블이 때린다.
메츠와의 1차전에 이어 2차전 역시 이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딱 원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군.”
그 모습을 사무실에서 지켜보고 있던 필리스의 사장 제이크가 미소를 지었다.
“비싼 대가를 주고 에이블을 데려온 효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응. 에이블의 배트가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하니 메츠 입장에서도 수호를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어.”
“예. 그리고 이런 효과는 앞으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겠죠.”
“이걸로 타 팀들이 수호를 견제하는 빈도가 낮아질 거야.”
타 팀들이 수호를 피하는 경향은 후반기 들어 두드러질 게 분명했다.
본격적인 순위 싸움에 들어가게 되니 점수를 만들어내는 수호와의 승부를 피하는 게 정답이었으니 말이다.
그에 대한 대응법을 마련해야 했던 필리스 입장에선 에이블의 활약이 고무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걸로 가을야구에 도전할 수 있겠군요.”
“그래. 주인이 바뀌고 그가 막대한 지원을 해주는데. 우리는 순위로 보답을 해야겠지.”
필리스의 목표는 언제나 우승이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호를 살리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그들의 전략이 성공했다는 걸 메츠와의 경기를 통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 * *
[필라델피아 필리스 뉴욕 메츠와의 2차전 역시 완승을 거두다!]
[동부지구의 선두로 올라선 필리스, 이제는 2위가 된 메츠를 따돌렸다!]
[한수호를 피해도 이제는 에이블이 있다!]
[우승을 위한 전략을 만들어낸 필라델피아 필리스!]
[에이블의 활약으로 필리스가 메츠를 따돌렸다!]
에이블의 활약으로 필리스는 라이벌 메츠를 누르고 1위를 확고하게 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