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322화
뉴욕은 미국의 중심이다.
수도는 아니었으나, 뉴욕을 미국의 수도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였다.
그런 미국을 연고지로 하는 두 야구구단은 자연스레 서로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양키스는 엄청난 자금력으로 선수들을 사들여 성적을 내는 팀이었다.
이런 팀의 기조는 뉴욕의 분위기와 맞물려 그들을 인기 팀으로 만들어주었다.
반면 메츠는 양키스에 비하면 투자가 무척이나 빈약했다.
자연스레 그들은 지역사회에서 인기가 떨어졌다.
물론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도 있었다.
뉴욕에서 양키스를 응원하는 건 대부분 부유층이었고 메츠를 응원하는 건 빈곤층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메츠의 상황이 바뀌었다.
-뉴욕 메츠의 선발투수는 에이스 조앤 듀크가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조앤 듀크는 올 시즌 FA가 되면서 메츠와 연평균 3,500만 달러, 총액 3억 달러라는 빅딜에 사인을 했습니다.
-분기점을 지난 현시점에서 그의 영입은 성공적으로 보이죠?
-맞습니다. 올 시즌 조앤 듀크는 13승 4패 평균자책점 2.55라는 빼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메츠의 에이스 자리를 확실히 책임지고 있습니다.
메츠는 올 시즌을 앞두고 또 지갑을 열었다.
3억 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에이스를 영입한 것이다.
단순히 올 한 해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매 시즌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 FA 선수들을 영입했다.
이런 기조의 변화로 팬들은 뉴욕에 또 하나의 악의 제국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만큼 뉴욕 메츠는 과거와는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조앤 듀크가 첫 타자부터 삼진을 잡아내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습니다!
-최고 구속 101마일까지 찍히면서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네요.
-확실히 날이 더워지면서 구속이 더 올라온 느낌입니다.
조앤 듀크의 호투는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까지 이어졌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그의 공은 위력적이었다.
볼 끝도 살아 있었고 무브먼트 역시 훌륭했다.
가장 훌륭한 건 구속을 유지하면서도 칼 같은 제구력이었다.
90마일 후반의 구속을 유지한 채로 인 아웃을 정확히 찌르니 타자 입장에서는 난감할 따름이었다.
‘오늘 조앤의 컨디션이 좋군.’
메츠의 감독 버키는 에이스 듀크의 활약에 생각이 깊어졌다.
‘본래라면 수호 녀석을 거르는 쪽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컨디션이 좋은 녀석이라면 상대해도 되겠는데?’
메츠의 이번 전략은 수호를 거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듀크의 컨디션이 괜찮으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첫 타석에선 승부를 시키는 게 낫겠어.’
전략을 수정했다.
* * *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높게 떠오른 타구, 중견수가 잡으며 두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조앤 듀크의 슬라이더에 배트가 끌려나갔습니다. 저런 스윙이면 제대로 된 타구를 만들기 어렵죠.
두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갔다.
그리고 타석으로 수호가 들어섰다.
-투아웃 상황에서 언터처블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올 시즌 정말 어메이징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한수호 선수, 과연 팀을 다시 1위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천천히 자신의 루틴을 밟아갔다.
그러면서 머리로는 듀크에 대한 이미지를 잡아가고 있었다.
‘강속구 유형의 투수로 볼 수 있지만, 변화구 역시 훌륭하다. 거기에 제구력까지 잡혀 있어서 상대하는 게 여간 까다로운 녀석이 아니야.’
[메츠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3억 달러를 괜히 쓸 이유는 없지.]
[ㅇㅈ.]
[녀석은 특히 rpm이 좋아서 공의 구위가 좋은 편이다.]
배트를 치켜들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평소보다 조금 더 높은 위치로 타점을 잡아야겠네요.’
[그렇지.]
[아직 다른 변화구들을 던지질 않았으니, 너한테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다.]
조앤 듀크는 단순히 강속구 하나만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가 된 게 아니었다.
그는 강속구만큼이나 위력적인 변화구들을 던졌다.
특히 체인지업은 그의 강속구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었다.
구속 차이가 20마일 가까이 나기에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에 아주 좋았다.
‘과연 어떤 공을 던질까?’
집중력을 끌어올린 수호의 시선이 투수에게 고정되었다.
사인을 교환한 듀크가 와인드업에 이어 스트라이드를 내디뎠다.
‘디셉션이 훌륭하다.’
발이 땅을 디딜 때까지 그의 손은 몸통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의 손이 릴리스포인트로 이동할 때까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숨김 동작을 보여주고 있었다.
수호가 투수의 공을 예측하는 건 어디까지나 통찰력이었다.
거기에 높은 집중력으로 디셉션이 부족한 투수들의 공을 보고 간파하는 것이다.
하지만 듀크는 지금까지 본 투수들 중 디셉션이 가장 훌륭한 축에 속했다.
그렇기에 좀처럼 그의 공을 간파할 수 없었다.
“흡!!”
수호가 그의 공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을 때, 릴리스포인트까지 공을 이동시킨 그가 그대로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듀크의 손을 떠난 공이 수호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그걸 확인한 뒤에야 수호가 하체를 고정시키며 배트를 돌렸다.
부웅!!
그의 배트가 타점을 통과하려는 순간, 듀크의 공이 흔들리더니 지저분한 무브먼트를 보여주었다.
휘릭!!
그 결과 배트의 중심에서 벗어나 맞았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휘어져 나가는 타구, 파울입니다!
-듀크 선수가 던진 공은 패스트볼이었는데. 움직임이 마치 싱커처럼 보일 정도네요.
-그렇습니다. 구속은 99마일, 초구부터 무척 빠른 공으로 한수호 선수를 윽박질렀네요.
타석에서 물러난 수호가 가볍게 배트를 돌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공이 내 생각보다 무브먼트가 심하다. 거기다 디셉션도 훌륭해서 영역에서도 녀석의 공을 예측하는 게 쉽지 않아.’
[상당히 잘 던지는데?]
[재밌겠다야.]
타이 콥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저렇게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재밌겠다는 말을 하다니.
하지만 그 말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수호 역시 타이 콥의 생각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거지~]
[원래 상대가 까다로울수록 공략할 욕심이 생기는 법이지.]
[가즈아-!]
레전드들의 응원을 받으며 수호가 다시 타석에 섰다.
-두 번째 타석, 과연 듀크는 어떤 공을 던질까요?
-초구 패스트볼에 한수호 선수의 반응이 느렸기에 여기에서 한 번 더 패스트볼로 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해설위원의 해설은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였다.
실제 투수인 듀크는 패스트볼을 던져서 한 번 더 승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포수인 해밀턴의 생각은 달랐다.
‘타이밍을 뺏자.’
‘승부 하는 게 어때?’
‘여기에서는 타이밍을 뺏는 게 좋아. 확실하게 가자고.’
해밀턴이 재차 사인을 강조하자 이내 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밀턴은 메이저리그에서 수호 다음가는 수준의 포수였다.
수호가 리그 전체 톱클래스라면 해밀턴은 탑 5안에 들어가는 선수였다.
그러다 보니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듀크라 하더라도 그의 리드를 무작정 거부할 수 없었다.
‘알았어.’
듀크가 와인드업 포지션에 들어가자 수호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아마 나와 승부를 더 하고 싶겠지. 하지만 해밀턴의 리드 성향상, 여기에서는 패스트볼로 승부하는 것보단 타이밍을 뺏는 구종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수호는 타석에서 단순히 자신의 감에만 의지하는 게 아니었다.
투수와 타자의 성향에 대해 고민하고 거기에서 답을 돌출해 낸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듀크의 성향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동시에 해밀턴의 성향까지 생각해서 답을 유추했다.
그리고 그 답은 정확했다.
“흡!!”
쐐애애액-!!
듀크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언뜻 보면 초구에 던졌던 패스트볼과 비슷한 유형의 공이었다.
하지만 수호는 저 공이 패스트볼과 다른 무브먼트를 보여준다는 걸 간파한 상태였다.
‘떨어진다.’
휘릭!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절반쯤 날아왔던 공이 밑으로 뚝 떨어졌고 동시에 속도 역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때 수호가 스트라이드를 내디디며 그대로 몸을 회전시켰다.
부웅!!
몸이 회전하면서 작은 돌풍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뒤이어 상체를 회전시키자 배트가 빠르게 허공을 가르며 히팅포인트를 통과하는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
맞는 순간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수호는 곧장 배트를 던졌다.
휘릭!!
-한수호 선수는 홈런을 직감한 듯 배트를 던졌습니다!
던진 배트가 화려하게 회전하며 땅에 떨어지기 전.
타구가 펜스를 넘어 그대로 관중석에 떨어졌다.
-넘어갔습니다!! 시즌 56번째 홈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듀크 선수의 체인지업을 정확히 노리고 받아친 한수호 선수! 정말 엄청난 홈런을 만들어냈습니다!!
수호의 홈런에 메츠의 홈구장인 씨티필드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 * *
수호의 홈런을 지켜보던 버키의 얼굴이 굳어졌다.
‘젠장…… 듀크의 체인지업을 저렇게 쉽게 받아치다니.’
오늘 경기에서 처음 던진 체인지업이었다.
그런데도 수호는 마치 그걸 던질 줄 알고 있었다는 듯 가볍게 받아쳐 홈런으로 만들어냈다.
이건 단순히 타격이 훌륭하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통찰력인가? 하지만 저 어린 나이에 이 정도 수준의 통찰력을 가질 수 있나?’
통찰력이 뛰어난 타자들은 대부분 연차가 찬 베테랑들이었다.
그들은 오랜 세월 쌓은 경험을 토대로 상대 투수가 무엇을 던질지에 대해 간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통찰력으로 상대 투수의 구종을 예측해 스윙을 하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수호는 이제 고작 20대 초반의 나이다.
다른 선수였다면 아직 마이너리그에서 경험을 쌓아야 하는 나이에 그 정도의 통찰력을 쌓는다는 건 힘들었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고…….’
모든 게 머리 아픈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녀석과 계속 승부를 하는 건 경기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수호의 타격 능력은 그만큼이나 훌륭했다.
거기에 통찰력까지 뛰어난 상대에게 정면승부를 건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를 바 없었다.
‘승부를 최대한 피하는 쪽으로 간다.’
결국 초반의 전략대로 갈 수밖에 없었다.
* * *
첫 타석부터 홈런을 만들어낸 수호의 활약에 팬들은 필리스가 메츠를 무난하게 이길 것으로 바라봤다.
-수호의 타격감은 식을 줄 모르는구나.
-한여름이 되어도 녀석의 체력은 지칠 줄 모름.
-진짜 이 정도로 홈런을 양산해 내는 타자가 있었나 싶다.
-메츠에겐 미안하지만, 1위는 필리스의 것인 듯.
-ㄹㅇㅋㅋ
-메츠의 패인은 수호를 보유하지 못한 거지.
팬들이 필리스의 승리를 점치고 있을 때, 수호의 두 번째 타석이 다가왔다.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첫 타석에서 홈런을 만들어낸 한수호 선수가 두 번째 타석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네요.
타격 자세를 취한 수호에게 모든 포커싱이 집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