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320화 (320/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320화

    4연타석 홈런을 위해 타석에 들어선 수호는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후우…….”

    깊게 숨을 몰아쉬고 집중력을 끌어올려 영역에 접어든 수호의 시선이 투수에게 집중되었다.

    ‘커브의 비중이 높다.’

    앞서 에이블을 상대할 때도 투수는 커브를 자주 던졌다.

    그리고 에이블은 두 번째 커브가 들어올 때 배트를 돌려 간단하게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걸로 인해 그가 커브를 신중하게 던질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수호의 생각은 달랐다.

    ‘에이블이 투수에 대해 알고 있다면 투수 역시 에이블에 대해 파악하고 있을 거다. 당연히 에이블이 커브에 강하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

    상대의 장단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커브를 던졌다는 건 그만큼 오늘 커브의 구위가 괜찮다는 뜻이었다.

    ‘그런 공을 쉽사리 포기하기란 쉽지 않아. 무엇보다 에이블은 중장거리형 타자다. 그런 선수를 단타로 막았다는 게 오히려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수호는 포수로서 투수의 심리를 잘 알고 있었다.

    이건 단순히 수호만의 기억이 아니라 레전드들의 경험까지 합쳐져 만들어진 결과였다.

    거기에 수호는 이전의 삶에서 사람들을 이끌었던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는 또래에 비해 더 빠삭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커브로 승부를 들어올 거다.’

    그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초구 커브를 던진 투수는 2구에 패스트볼로 볼카운트를 잡아내고 3구에서 다시 유인구를 던졌다.

    퍽!

    “볼, 투!”

    -투볼 원스트라이크! 배트를 유인해내기 위해 투수가 커브를 던지고 있습니다만, 한수호 선수의 배트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선구안이 뛰어난 한수호 선수의 배트를 유인하려면 이것보다 더 뛰어난 커브를 던져야 할 겁니다.

    두 번이나 던진 커브에 수호가 반응하지 않자 투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유인구는 걸러낼 수 있다 이거지? 그게 아니면 내 커브는 애초에 모두 걸러 보내기로 한 건가?’

    후자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지금까지 커브를 유인구로만 던졌으니 말이다.

    ‘그럼 이건 어떨까?’

    사인을 교환한 투수가 세트포지션에서 4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크게 포물선을 그린 공이 이번에는 스트라이크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커브를 유인구가 아닌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것이다.

    일종의 허를 찌르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건 수호를 너무 얕본 것에 불과했다.

    타닥!!

    수호는 공의 궤적이 이전과 다르다는 걸 간파하고 그대로 스트라이드를 내디뎠다.

    그리고 히팅포인트를 통과하는 공을 향해 배트를 돌렸다.

    후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돌아간 배트가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가 순식간에 외야로 날아갔다.

    하지만 이 공이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반발력이 거의 없는 공이었어! 이걸 홈런으로 만드는 건……!’

    그러나 그건 투수의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외야로 날아간 타구는 그대로 펜스를 넘어 관중석에 떨어졌다.

    -넘어갔습니다!! 4연타석 홈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엄청납니다! 구속 81마일의 느린 커브를 그대로 홈런으로 만들어내는 괴력을 보여주는 한수호 선수!

    4연타석의 재물이 된 투수가 마운드에서 고개를 숙였다.

    * * *

    수호가 커리어 두 번째 4연타석 홈런에 성공했다.

    이 소식은 속보로 한국은 물론 미국과 전 세계에 전달되었다.

    [한수호 4연타석 홈런에 성공하다!]

    [메이저리그 신기록 타이에 성공한 한수호!]

    [커리어 역대 두 번째 4연타석 홈런에 성공한 한수호는 과연 5연타석 홈런에 성공할 것인가?]

    수호의 4연타석 홈런 소식은 자연스레 5연타석 홈런에 기대를 가지게 만들었다.

    -커리어 두 번째 ㄷㄷ

    -남들은 커리어 내내 한 번 하기도 힘든 걸 두 번이나 하네.

    -진짜 대단하다.

    -이걸로 한수호는 어나더 레벨인걸 한 번 더 증명했네.

    -이번에는 5연타석 하는 거 아니냐?

    -잘하면 한 번 더 기회가 오겠는데?

    -오늘 경기에서 안 되더라도 다음 경기에서 치면 되는 거 아님?

    -그것도 맞음.

    연타석 홈런기록은 한 경기에서 이루어야 하는 게 아니었다.

    두 경기에서 달성하더라도 공식기록으로 인정되었다.

    실제 메이저리그에 기록된 4연타석 홈런 중 두 경기에 걸쳐 이루어진 기록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야구팬들은 수호가 오늘이 아니더라도 다음 경기에서 기록을 달성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설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이왕이면 오늘 기록을 달성했으면 합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선수의 컨디션이란 하루하루가 다릅니다. 오늘 컨디션이 좋던 선수도 다음 경기에서 갑자기 컨디션이 나빠질 수 있죠.

    -확실히 그런 거 같습니다.

    -거기다 오늘 한수호 선수는 4연타석 홈런을 때릴 정도로 컨디션이 좋은 상황입니다. 이렇게 감이 좋을 때 대기록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일 겁니다.

    즉, 감이 좋을 때 기록을 달성하는 게 가장 좋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경기의 상황은 오늘 대기록에 도전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9회초, 스코어 5 대 3에서 카디널스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됩니다.

    카디널스는 마지막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내주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게임 셋!!!”

    -경기 끝났습니다. 한수호 선수의 4연타석 홈런에 힘입어 승리를 챙기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그리고 한수호 선수의 대기록은 2차전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수호의 대기록 도전은 다음 날로 넘어갔다.

    * * *

    경기가 끝나고 기자들이 가장 몰린 곳은 역시 필리스의 클럽하우스였다.

    기자들은 오늘 대기록을 달성한 수호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한수호 선수, 커리어 두 번째 4연타석 홈런을 달성했는데. 오늘 이런 기록을 달성할 것이라 생각하셨습니까?”

    “세 번째 홈런을 때렸을 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오늘 아쉽게도 메이저리그 신기록 갱신에는 실패했지만, 내일 경기에서 달성한다면 신기록을 이루게 됩니다. 가능할 거라 보십니까?”

    기자들이 가장 궁금한 거 역시 5연타석 홈런이었다.

    이건 기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야구팬이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수호의 빅마우스가 가동되길 바랐다.

    여기에서 하나 터트려준다면 기사의 조회 수는 책임질 테니 말이다.

    그리고 수호는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실 5연타석 홈런은 제 커리어에서 이미 달성했습니다.”

    모두 알고 있었다.

    미국올림픽에서 5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한국에 금메달을 선물했으니까.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아직 누구도 이루지 못한 전인미답의 기록이죠.”

    기자들의 시선이 수호의 입으로 집중되었다.

    “전 그런 자리에 오르는 걸 좋아합니다.”

    드디어 빅마우스가 가동됐다.

    “내일 저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 장면을 보는 산증인이 될 거고요.”

    빅마우스가 터졌다.

    * * *

    [한수호 5연타석 홈런 선언!]

    [카디널스와의 경기 종료 이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한수호!]

    [‘여러분은 그 장면을 보는 산 증인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5연타석 홈런을 이룰 것임을 선언한 한수호!]

    수호의 발언은 단숨에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과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영국에서도 수호의 발언을 무척이나 비중 있게 다루었다.

    그리고 아랍에미리트 역시 수호의 발언이 큰 화제가 되었다.

    [알나흐안 왕자가 소유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슈퍼스타 한수호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기록에 도전할 것임을 선언했다.]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큰 스포츠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도 말이다.

    그런 스포츠에서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기록에 도전하겠다는 선수가 등장했다는 것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한수호의 빅마우스가 폭발했다!

    -크윽!! 역시 킹수호!

    -진짜 얘는 인터뷰 하나도 맛깔나게 잘하네.

    -5연타석 홈런 나오냐?!!

    -지금까지 수호가 뱉은 말 중에 못 지킨 건 없었음.

    -그건 ㅇㅈ.

    -진짜 다른 타자들의 선언과는 격이 다르다.

    최근 수호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그들이 하는 건 예고홈런이나 이번 시즌 수호를 넘어서겠다는 발언 등이 있었다.

    그것도 큰 화제가 되었지만, 수호의 이번 5연타석 홈런 워딩을 따라오질 못했다.

    그만큼 임팩트가 달랐기 때문이다.

    -벌써 내일이 기대된다!!

    팬들은 수호의 선언에 밤잠을 설치며 카디널스와의 2차전을 기다렸다.

    * * *

    카디널스와의 2차전.

    경기장은 관중들로 가득 찼다.

    낮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경기 시작 전부터 만원관중을 채우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오늘 경기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는 소리였다.

    -카디널스와 필리스의 2차전이 시작됩니다!

    카디널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경기.

    하지만 모든 팬들의 기대는 어서 1회초가 끝나고 1회말이 오길 바라고 있었다.

    “빨리 수호의 타석이 안 오나?”

    “기록을 달성하는지 보고 싶다.”

    “진짜 내 눈으로 이런 기록이 달성되는 걸 보면 얼마나 좋을까?”

    “수호 나와라!!”

    “한! 한! 한!!”

    카디널스의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수호에 대한 응원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만큼 팬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카디널스의 타자들은 제대로 힘을 내지 못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중견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 안전하게 잡아내며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삼자범퇴로 공격을 마감합니다.

    1회초가 끝나고 마운드에는 카디널스의 선발투수 벤 조이스가 올라왔다.

    -카디널스의 선발투수는 벤 조이스입니다.

    -강속구가 인상적이지만, 투피치 투수로서 아직 완성된 투수가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죠.

    -그렇습니다. 주의해야 할 건 평균구속 97마일의 패스트볼밖에 없습니다.

    벤 조이스.

    카디널스의 3선발을 맡고 있는 그는 최고구속 101마일, 평균구속 97마일의 빠른 공을 던졌다.

    하지만 변화구가 약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패스트볼의 위력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벤 조이스가 첫 타자를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시작합니다!!

    첫 타자 삼구삼진.

    그리고 두 번째 타자 역시 상대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그 결과.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입니다! 두 타자 연속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벤 조이스! 쾌조의 스타트입니다!

    오늘 그의 컨디션은 완벽했다.

    대기타석에서 보고 있어도 그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투구패턴이 단조롭다.’

    분명 위력적인 공이지만, 패턴이 너무 단조로웠다.

    던진 6개의 공이 모두 싱커성 패스트볼이었기에 이미 머리에는 각인되었다.

    -타석으로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전날 4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던 그가 이번 타석에서도 홈런을 기록하게 된다면 메이저리그 최초 5연타석 홈런을 달성하게 됩니다!

    타석에 들어선 수호는 처음부터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빠르게 결정짓는다.’

    그런 수호를 향해 벤 조이스가 초구부터 최고의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벤 조이스, 초구 던졌습니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뱀처럼 움직이며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려는 순간.

    타닥!!

    수호가 스트라이드를 내디디며 배트를 돌렸다.

    후웅!!

    묵직하게 돌아간 배트가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경쾌한 소리와 동시에 배트를 던진 수호가 타석에 서서 타구를 바라봤다.

    -이번 타구는…… 넘어갔습니다!!

    메이저리그 신기록이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