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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319화 (319/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319화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타석의 흙을 골랐다.

    경기가 제법 진행되었기에 배터박스는 엉망이 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냥 타격에 임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그렇기에 수호는 최대한 흙을 고르고 스파이크를 단단하게 고정했다.

    “후우……!”

    그리고 심호흡을 뱉고 타격 자세를 잡았다.

    -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한수호 선수가 타격 자세를 취했습니다.

    -카디널스 입장에서도 한수호 선수와의 대결이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경기가 확 벌어졌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박빙의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모르니까요.

    스코어 4 대 3.

    1점만 더 낸다면 경기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홈런을 밥 먹듯이 때려내는 수호와 상대하는 선택지를 내리는 건 어리석을 수 있었다.

    하지만 카디널스의 감독 샘의 생각은 달랐다.

    ‘이미 연타석 홈런을 때려냈다. 삼 연타석은 그의 커리어에서도 몇 번 나오지 않았어. 더 이상 홈런이 나오지 않을 거다.’

    그렇기에 승부 하는 걸 택했다.

    -초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한수호 선수의 몸쪽을 찌르는 패스트볼! 구속은 97마일이 찍혔습니다!

    -카디널스가 한수호 선수를 피하지 않네요.

    -투수를 교체한 이상 그와의 승부를 피할 이유는 없죠.

    -타격감이 좋은 한수호 선수와의 승부 하는 선택을 내린 건 그만큼 선수들을 믿는다는 거겠죠.

    선수를 믿는 것과 확률상 수호가 홈런을 더 이상 때리지 못할 거란 계산이 섰다는 점이 샘 감독의 선택을 뒷받침했다.

    그리고 투수 역시 수호를 잡겠다는 일념이 강했다.

    ‘녀석을 잡으면 내 몸값이 올라간다!’

    수호는 일종의 보스 몬스터였다.

    그를 삼진으로 잡아내면 그것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그렇기에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한 투수들은 수호를 잡는 데 집념을 가졌다.

    카디널스의 세 번째 투수로 올라온 로드리게스 역시 그런 투수 중 한 명이었다.

    ‘녀석을 잡으면 내년에 있을 연봉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거다.’

    올 시즌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거기에 수호까지 잡아낸다는 성과를 낸다면?

    그것만으로도 더 높은 연봉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잡는다.’

    의욕을 불태운 로드리게스가 연달아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바깥쪽 코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수호는 배트를 내밀다가 이내 멈췄다.

    퍽!!

    “볼.”

    -2구는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스위퍼였습니다! 한수호 선수의 배트가 잘 멈췄네요.

    -로드리게스의 주특기 중 하나인 스위퍼였는데. 한수호 선수가 잘 멈췄습니다.

    -비록 한수호 선수의 배트를 이끌어내진 못했습니다만, 스위퍼의 위력이 상당하네요.

    보는 것만으로도 로드리게스의 스위퍼 위력을 알 수 있었다.

    다른 타자였다면 백 퍼센트 배트가 나왔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스위퍼는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오타니의 스위퍼와 비교하면 한 단계 아래라고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다양한 투수들을 상대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스위퍼를 던지는 투수는 아주 많았다.

    하지만 누구도 오타니의 스위퍼를 능가하지 못했다.

    그걸 알기에 수호는 자신감을 가지고 타격자세를 취했다.

    ‘한 번 더 스위퍼가 온다면…….’

    꾸욱!

    배트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넘긴다.’

    오늘 경기에 임하는 수호의 마인드는 평소와 달랐다.

    그가 보여주고 싶은 건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민 선수들에 대한 확실한 대답이었다.

    ‘내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줄 거다. 그런 선수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면 인정해 주겠어.’

    집중력을 높인 수호의 시야에 닿는 모든 것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로드리게스가 천천히 와인드업에 이어 공을 뿌리는 동작이 눈에 들어왔다.

    “흡!!”

    쐐애애액-!!

    로드리게스의 손을 떠난 공이 낮은 코스로 들어왔다.

    수호는 스트라이드를 내디디며 이내 배트를 밑에서부터 쳐올렸다.

    후웅!!

    휘릭!!

    공이 어지러운 무빙을 일으키며 움직였지만, 배트는 그런 움직임에 현혹되지 않고 정확히 공을 향해 나아갔다.

    그 결과.

    딱!!

    -때렸습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간 타구가 단숨에 외야로 향했다.

    -이번 타구 큽니다!!

    손맛을 느낀 수호가 배트를 던지며 1루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한수호 선수는 배트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타구는 그대로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3연타석 홈런이 터집니다!!

    이번 시즌 수호의 첫 번째 3연타석 홈런이 작렬했다.

    * * *

    스코어 5 대 3.

    수호의 솔로홈런으로 다시 점수가 벌어졌다.

    그리고 수호의 3연타석 홈런은 또 다른 기록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한수호 이번 시즌 첫 3연타석 홈런 달성!]

    [언터처블 한수호! 과연 4연타석 홈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4연타석 홈런.

    수호의 커리어에 단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았던 기록이었다.

    데뷔시즌에서 애런 저지와의 홈런레이스를 펼치면서 나왔던 4연타석 홈런은 명장면이라 불릴 만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리고 이후 또 한 번의 대기록을 국제대회에서 만들었다.

    -한수호 연타석 홈런 몇 개가 최고 기록임?

    -메이저리그에서는 4연타석, 국제대회까지 합치면 5연타석.

    -5연타석 때렸었나?

    -올림픽에서 기록했었음.

    -그때 지리긴 했었지.

    -그럼 메이저리그에서는 아직 4연타석이 신기록인가?

    -ㅇㅇ 맞음.

    -오늘 5연타석 각이냐?!

    -메이저리그 신기록 갱신 가즈아!!

    아직까지 누구도 메이저리그에서 5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사실 세계에서도 5연타석 홈런은 수호를 포함해 단 2번밖에 나오지 않은 기록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아직까지 4연타석 홈런이 최고기록인 셈.

    그렇기에 팬들은 수호가 그 기록을 경신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 * *

    경기는 다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수호의 홈런이 연달아 나오고는 있었지만, 양 팀 투수들의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다.

    덕분에 타자들의 공격이 막히면서 점수 차는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경기가 소강상태로 흘러가자 팬들은 더더욱 수호의 다음 타석을 기대했다.

    -6회까지 두 팀의 스코어는 변동이 없습니다.

    -7회에는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는데. 여기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하네요.

    수호가 타석에 들어선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을 비롯해 해설위원들 역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만큼 수호의 플레이는 사람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후우…….”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수호는 더그아웃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 빛이 내리쬐는 경기장에서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하는 건 상당한 체력을 요구했다.

    아무리 강철 체력인 수호라 하더라도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

    ‘역시 포수로 풀타임을 뛰는 건 여름이 고비네요.’

    [아무래도 그렇지.]

    [한국도 여름에 제법 더운 거 같지만, 미국의 여름은 지역에 따라 지옥이거든.]

    [무엇보다 경기를 계속한다는 게 사람을 지치게 만들지.]

    [이렇게 쉴 때 최대한 체력을 회복시켜야 함.]

    레전드들의 조언을 듣고 있을 때.

    에이블이 그에게 다가와 음료수를 내밀었다.

    “체력은 좀 어때?”

    “아직 나가떨어질 정도는 아니야. 너는 좀 어때?”

    “나도 마찬가지야. 아직은 버틸 만하네.”

    에이블의 포지션은 우익수였다.

    수비의 난이도 자체는 떨어지지만 여름에는 뛰어다니는 게 곤욕이었다.

    거기에 외야에는 대부분 해가 직빵으로 들기에 낮 경기에는 더욱 취약했다.

    그리고 오늘은 낮 경기였고 말이다.

    “체력 떨어지지 않게 플레이 해.”

    “물론이지. 그것보다 이번에 교체되는 투수 녀석 말이야. 커브가 잘 들어오는 날에는 그 빈도가 높아져.”

    “빈도가 높아진다고?”

    “어, 거의 80퍼센트는 커브만 던질 정도야.”

    “그게 가능해? 아무리 중간계투라 하더라도 그것만 던지면 맞기 좋을 텐데.”

    “한 20구 이전까지는 커브의 질이 상당히 좋아서 범타가 나올 가능성이 높거든. 그걸 투수 본인도 잘 알고 있어서 비중이 높아지더라고.”

    중간계투의 투구 수는 적으면 10구 이내로 끝난다.

    20구까지 그 질을 유지할 수 있다면 구종 하나의 비중이 높아지는 건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에이블이 이걸 어떻게 알고 있을까?

    “내가 전에 저 녀석하고 트리플A에 같이 있었어.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도 반년 정도 같은 팀에 뛰었고. 덕분에 녀석의 자랑을 자주 들었지.”

    “그래?”

    “응. 오늘 데이터 팀에서 준 정보를 보니 이런 내용은 없기에 알려주는 거야.”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꿀팁이었다.

    “고맙다.”

    “고맙긴, 파이팅이다.”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었지만, 에이블은 짧게 끝냈다.

    ‘대기록을 진행 중인 녀석에게 그걸 언급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아야지.’

    경력이 부족하더라도 에이블은 불문율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연타석 홈런의 기록에 대해 괜히 언급하지 않았다.

    수호는 그런 에이블의 마음을 알기에 미소를 지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도전해 볼 수 있겠는데?’

    4연타석 홈런.

    그것에 도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 *

    한 번 달성한 기록이라 하더라도 욕심이 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4연타석 홈런이 나온 횟수는 모두 45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45번째 기록은 한수호 선수가 보유하고 있죠.

    -맞습니다. 그리고 아직 메이저리그에선 5연타석 홈런을 달성한 선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거포가 많은 메이저리그에서 4연타석 홈런은 그래도 자주 나오는 편이었다.

    하지만 5연타석 홈런은 아직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만약 수호가 4연타석 홈런에 또 성공한다면 5연타석에 도전할 기회가 생긴다.

    -이번에도 홈런 가자!

    -제발!!

    -내 눈으로 5연타석 홈런 보고 싶다!!

    많은 팬들이 수호의 5연타석 홈런을 기원하고 있었다.

    특히 한국의 팬들은 유독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세계에서 유일한 기록을 일본에서 보유하고 있다는 게 말이 안 됨.

    -일본이 하면 우리도 한다!

    -수호야 너만 믿는다!

    -이왕 하는 거 경신 하즈아!!

    현재 5연타석 홈런의 기록은 일본이 보유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수호가 그것에 도전하고 있으니 간절함이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달성하기를 바랐다.

    딱!!

    -때렸습니다. 에이블 선수가 안타를 기록하며 1루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타석에는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한수호 선수의 4번째 타석이네요. 그리고 이번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하게 되면 4연타석 홈런을 달성하게 됩니다.

    -미국올림픽에서 한수호 선수는 5연타석 홈런을 달성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아직 달성한 적이 없기에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해설진들도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수호는 타격 자세를 잡고 바뀐 투수의 초구를 지켜봤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수호의 몸쪽으로 붙어 들어오다 밑으로 뚝 떨어졌다.

    퍽!

    “볼.”

    -초구 커브가 들어왔지만, 한수호 선수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에이블의 조언이 맞아떨어졌다.

    ‘커브의 비중이 높다.’

    그걸 알았으니 남은 건 하나였다.

    ‘커브를 노린다.’

    4연타석 홈런을 사냥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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