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316화
루카스가 처음 팀에 합류할 때.
그는 자신의 새로운 파트너가 될 수호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투수로서는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지만, 포수로서도 그럴까?’
포수의 능력은 외부로 잘 드러나는 게 아니다.
거기에 타자로서 수호의 능력은 너무나 빛이 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포수로서의 능력은 그늘에 가려져 있는 편이었다.
물론 언론에서는 연일 수호가 포수로서 대단하다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 수치들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타 팀의 투수들에게는 그런 건 포장에 불과했다.
‘어차피 포수가 하는 볼 배합은 더그아웃에서 나오는 거잖아? 그들이 얼마나 공을 잘 받아주느냐가 중요하지.’
모든 투수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렇게 생각하는 투수들도 제법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루카스 역시 그런 유형의 투수 중 한 명이었다.
‘포수가 하는 일은 공을 받는 거뿐이다. 경기를 주도하는 건 투수인 내가 하는 거야.’
포수가 하는 일은 제한적이다.
언제나 자신이 경기를 주도해야 한다.
그런데도 포수들은 그라운드의 사령관이라 불리며 특별취급을 받았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저 녀석은 다르다.’
처음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 한수호는 달랐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가 내는 사인은 마치 자신의 생각을 읽는 거 같았다.
그 사인대로 공을 던지면 타자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서 있는 상태로 공을 흘려보내거나 헛스윙하기 일쑤였다.
물론 생각이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었다.
‘인코스, 슬라이더.’
‘여기에서 슬라이더라고? 한 번 더 포심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 의문이 드는 사인도 있었다.
하지만 볼카운트가 유리한 상황이었고 그의 생각이 틀렸다면 다음에는 자신의 생각대로 사인을 보내기에 유리해진다.
그렇게 생각하고 수호의 사인에 맞춰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루카스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평소보다 공 반 개가 더 들어가는 공에 타자가 엉덩이를 살짝 뒤로 뺐다.
그 순간, 수호의 마법이 펼쳐졌다.
촤르르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포구를 하는 소리가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볼이라 판단한 공들이 스트라이크가 됐다.
타자는 이 어이없는 상황에 반발했지만, 구심의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프레이밍이 예술이군.’
정면에서 보고 있기에 알 수 있었다.
마법의 정체가 프레이밍이란 사실을 말이다.
수호는 미세한 움직임으로 구심의 시선을 가리고 볼로 들어오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들어냈다.
이런 능력들 덕분에 루카스의 어깨는 한결 가벼워졌다.
‘녀석은 믿을 수 있을 거 같아.’
포수를 믿지 못했던 그가 수호를 믿기 시작했다.
* * *
딘 루카스의 영입은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딘 루카스, 후반기 3연승에 성공하다!]
[새로운 에이스를 손에 얻은 필리스! 1위 메츠와의 게임 차를 3경기로 좁혔다!]
[암울했던 후반기! 트레이드로 새로운 활로를 뚫은 필리스! 과연 3년 연속 지구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루카스의 영입으로 필리스는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에이스가 확실하게 자리를 지켜주니 마운드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반등에 성공하는 필리스만큼이나 한결같은 선수도 있었다.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한수호 선수가 배트를 던집니다!!
배트를 던진 수호가 천천히 1루로 달리고 외야로 날아가던 타구는 그대로 관중석에 떨어졌다.
-넘어갔습니다!! 시즌 45번째 홈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무더위가 시작되었지만, 한수호 선수의 뜨거운 방망이는 식을 생각이 없습니다!!
수호의 배트는 여전히 뜨거웠다.
시즌 초부터 중반이 지나고 있는 현재 시점까지.
단 한 번도 식지 않는 그의 배트에 동료들은 감탄했다.
“와…… 홈런을 저렇게 쉽게 때릴 수 있구나.”
“어떻게 시즌이 아직 2달이나 남았는데. 벌써 45홈런이야?”
“난 커리어 내내 40홈런도 못 때렸는데…….”
누군가는 몇 년을 뛰어도 40홈런을 때리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데 수호는 시즌이 절반밖에 흐르지 않은 시점에서 그걸 달성했다.
이 같은 사실은 팬들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한수호는 진짜 괴물이네.
-쟤 검사 한 번 해야 한다니까.
ㄴ 무슨 검사?
ㄴㄴ 안드로이드일 수도 있잖아.
ㄴㄴㄴ ㅋㅋㅋ 이제 한수호 로봇설이냐?
-수호는 이번 시즌 진짜 80홈런 넘는 거 아니냐?
-매년 역사적인 시즌이네.
-이런 활약이 계속 이어지면 10억 달러도 저렴하게 느껴지는데?
-필리스가 제대로 잡은 거지.
일각에서는 수호가 로봇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그만큼 그의 활약에는 기복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나 한결같은 활약을 펼치면서 도루를 제외한 모든 타격지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대로 시즌이 끝나면 3년 연속 7관왕에 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정말 대단하다.’
그런 수호를 바라보며 감탄하는 팀 동료가 있었다.
루카스와 함께 필리스로 넘어온 에이블이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팜에서 성장하여 메이저리그까지 올라온 그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 한수호의 활약은 경이로웠다.
‘풀스윙을 때리는 데도 공을 정확히 타격하는 정확도가 대단해. 선구안이나 배트스피드도 베스트다. 하지만 그가 저런 스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건 손목이야.’
에이블은 뛰어난 타자다.
그렇기에 수호의 스윙 메커니즘이 어떤 건지 간파할 수 있었다.
그가 보았을 때 수호가 가장 뛰어난 부분은 바로 손목에 있었다.
‘공이 어떤 방향으로 들어오더라도 손목을 써서 스윙을 만들어낸다. 그러다 보니 스윙의 궤적에서 공이 벗어날 수 없는 거야.’
스윙에서 손목이 중요하다는 건 모두가 하는 말이다.
하지만 손목을 단련하는 건 무척이나 어렵다.
그래서 지도자들은 항상 이렇게 말한다.
‘손목은 타고나야 한다.’
수호는 그걸 타고난 것이다.
‘반드시 따라잡겠어.’
에이블 역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중 한 명이다.
당연히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수호는 자신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선수였다.
그런 선수가 옆에 있다 해서 에이블은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같은 팀에 있는 동안 너의 모든 걸 흡수하겠어.’
배울 게 있으면 배운다.
그게 에이블의 생각이었다.
* * *
후반기.
필리스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후반기 바람을 몰고 온 필리스! 7연승을 달리다!]
[에이스 루카스의 4연승과 함께 7연승을 성공시킨 필리스! 메츠와의 게임 차는 단 2게임으로 좁혀졌다!]
[과연 그들은 다시 선두를 탈환할 수 있을까?]
필리스가 다시 선두를 탈환하기 위해 질주를 시작했다.
그런 필리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메츠 역시 트레이드 시장에서 가만있던 건 아니었다.
-홈에서 시카고 컵스를 맞이한 메츠가 7회 말, 좋은 찬스를 잡습니다.
-1사 1, 3루의 찬스를 맞이한 시카고 컵스, 그리고 타석에는 이번 트레이드 시장에서 영입한 라미레즈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알도 라미레즈.
에이블에 이어 트레이드 시장의 또 하나의 거포였다.
뉴욕 메츠의 유니폼을 입게 된 그는 어느덧 30홈런을 기록하면서 본인의 커리어 하이를 갱신한 상태였다.
-후반기 들어 한수호 선수를 제외하고 홈런 페이스가 가장 빠른 선수죠?
-맞습니다. 전반기 20홈런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습니다만, 후반기 들어서 벌써 10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어느덧 30홈런을 기록했습니다.
-과연 그가 이번 찬스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네요.
타석에 선 알도 라미레즈가 본인의 루틴을 밟더니 느닷없이 배트를 들어 외야를 가리켰다.
-아아-! 알도 라미레즈 선수가 예고홈런을 선언합니다!
-이건 상대에 대한 도발이면서도 한수호 선수에 대한 도발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요!
알도 라미레즈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메이저리그 팬들은 모를 리가 없었다.
현대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예고홈런은 더 이상 베이브 루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한수호를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와 같았고 팬들 역시 예고홈런 하면 수호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그런 예고홈런을 다른 선수가 했다는 건 팬들에게는 수호에 대한 도전으로 보였다.
-과연 알도 라미레즈가 예고홈런을 성공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사실 한수호 선수가 예고홈런을 자주 보여줘서 쉬워 보이지만,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메이저리그라면 더더욱 어렵죠.
예고안타를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예고홈런을 한다?
그것도 메이저리그 톱클래스의 타자들을 상대로?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예고홈런 이후 그것에 실패하면 후폭풍이 더 심하게 찾아온다.
팬들의 엄청난 조롱과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알도 라미레즈는 그것에 도전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원볼 원스트라이크, 투수가 3구를 던집니다!
“흡!!”
쐐애애애액-!
투수가 던진 3구가 몸쪽으로 붙어 들어왔다.
그리고 알도는 그걸 기다렸다는 듯 그대로 배트를 돌렸다.
딱!!
-때…… 때렸습니다! 큼지막한 타구!! 이 타구는 넘어갔어요!!
알도 라미레즈가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다 배트를 던졌다.
-배트플립으로 자신의 예고홈런을 자축하는 알도 라미레즈 선수!! 그가 예고홈런에 성공합니다!!
알도 라미레즈가 예고홈런에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경기 후, MVP 인터뷰에서 그는 정확히 수호를 저격했다.
“예고홈런 같은 건 나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수호가 했던 거라면 나도 모두 할 수 있죠. 그런데 그는 10억 달러를 받고 나는 고작해야 2천만 달러를 받고 있죠.”
알도의 목적은 분명했다.
수호와 자신이 같은 위치에 있다는 걸 어필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번 시즌이 끝난 뒤, 그는 FA가 된다.
최대한 몸값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올 시즌 MVP는 한수호가 아닐 겁니다. 바로 나! 알도 라미레즈가 받으면서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왕이 탄생했다는 걸 모든 사람이 알게 될 거요!”
그는 수호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것도 공개 저격을 하면서 확실한 도전장을 말이다.
그런 알도의 인터뷰는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뉴욕 메츠의 알도 라미레즈, 예고홈런을 성공시키면서 한수호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더 원 한수호에게 도전장을 내민 새로운 괴물 알도 라미레즈는 누구인가?!]
[도전장을 받은 한수호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제 언론의 마이크는 수호에게 향했다.
다음 날.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수많은 기자가 클럽하우스를 방문하면서 수호를 인터뷰하기 위해 북새통이 되었다.
“한수호 선수, 알도 라미레즈 선수의 도전장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던 수호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