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310화
이니스 본사.
수뇌진 회의가 열리는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은 역시나 수호의 시그니처 모델이었다.
“한수호 선수의 시그니처 모델들이 모두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덕분에 우리 회사의 주가는 그의 영입전과 비교하면 약 400퍼센트의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호를 영입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니스는 그리 큰 기업이 아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400퍼센트의 성장률을 보여준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이제는 명실상부 비고르와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기업의 규모는 커졌습니다.”
“동감합니다. 하지만 비고르와의 결정적인 격차를 좁히는 게 상당히 어렵습니다.”
비고르는 글로벌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 회사를 거의 따라잡았다는 건 그동안 이니스가 얼마나 빠른 성장을 보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래서 저희 이니스 쪽에서는 한수호 선수의 시그니처 모델을 대폭 증가시키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드립니다.”
수뇌진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했다.
거기에는 필리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수호가 떠 있었다.
수뇌진 회의가 열리는 뉴욕에 직접 올 수 없었기에 화상회의로 대체한 것이다.
-제 시그니처 모델은 현재도 꽤 나온 상태 아니었나요?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운동화와 져지 그리고 티셔츠 정도였습니다. 앞으로는 시그니처 모델의 종류를 더 확대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왕 확대하는 쪽으로 진행한다면 더 유니크한 맛이 있었으면 합니다.
이전의 삶에서 수호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일을 했었다.
그렇기에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란 결국 품질과 유니크함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특히 MZ세대들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무언가를 원했다.
-최근 세대의 사람들은 상품의 가격도 중요하게 보지만, 유니크함을 더 우선적으로 봅니다.
만약 상품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을 내리면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소장하려고 할 겁니다.
“음, 저희 마케팅 팀에서도 비슷한 안건을 제시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너무 높은 가격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건 어정쩡한 상품을 내놓았을 때의 거부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한 제품을 내놓는다면 그들은 거부감이 아니라 환호를 보낼 거예요.
수호의 강한 어조에 이니스의 수뇌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왜인지 수호의 말에서 강한 설득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는 그의 위치 때문이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이자 이니스를 이 자리까지 끌어올린 당사자였다.
그런 그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럼 혹시 한수호 선수가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있겠습니까?”
-제가 생각하는 건 다른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모델을 발매하는 게 어떨까 싶군요.
“콜라보레이션 말입니까?”
-예. 최근 리셀러 시장이 커지면서 유명 인플루언서와 스타들이 내놓는 콜라보레이션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확실히…….”
-그런 부분을 감안했을 때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이니스 브랜드의 가치상승까지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니스의 가치상승만이 아니었다.
유명 브랜드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제품이 자신의 시그니처 모델이니만큼 수호의 가치 역시 크게 오른다.
무엇보다 이니스의 가치가 오른다면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거기에 수호는 모델료의 일부를 이니스 주식으로 받고 있었다.
즉, 회사의 주가 상승은 재산의 상승으로 이어지기에 이런 부분까지 고려한 아이디어였다.
“한수호 선수의 아이디어를 긍정적으로 논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답은 저렇게 했지만, 아마 자신의 의견은 받아들여질 것이다.
회사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모델인 수호가 강력하게 주장한 안건을 그냥 무시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수호가 내놓은 안건은 그럴듯했으니 말이다.
‘결국 받아들이겠지.’
수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회의를 마무리했다.
* * *
전반기가 끝나기 이전에 40홈런을 때려낸 수호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그 결과 전반기 그가 남긴 성적은 역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충격적이었다.
[메이저리그가 올스타 브레이크에 접어들었습니다.
30개 구단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진 가운데 내셔널리그 1위는 전통의 강호 LA다저스가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 엄청난 기세로 승수를 쌓아나가던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현재 지구 2위로 내려앉으며 작년 스토브리그 당시 선수들의 대량 셀에 대한 후폭풍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소속팀 필리스는 리그 전체 1위에서 지구 2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그만큼 최근 선수들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서도 고고하게 빛나는 선수가 있었다.
[필리스의 한수호 선수는 현재 타점 0.442, 장타율 0.742 등. 도루를 제외한 모든 지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홈런 부문에선 전반기에만 45개의 때려내며 본인의 커리어하이 갱신을 넘어 80홈런까지 가능한 게 아니냐는 예측이 쏟아지는 중입니다.]
수호의 성적은 압도적이었다.
메이저리그 선수 중, 그와 비교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만큼 독보적인 존재로서 메이저리그에 군림하고 있었다.
[한수호 선수의 이런 활약에 메이저리그 팬들은 그에게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올스타전 선수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안겨주었습니다.]
수호는 역사상 가장 많은 득표수를 받으며 당당하게 올스타전 출전을 확정했다.
[내셔널리그 올스타팀 소속으로 선발포수이자 3번 타자로 출전하게 된 한수호 선수는 전야제에 열리는 홈런더비에 출전하기로 결정하면서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올스타전 출전을 확정한 수호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알나흐안 왕자가 마련해 준 개인 비행기가 이 정도 수준일 줄은 몰랐네요.’
그가 몸을 실은 비행기는 알나흐안 왕자가 소유한 것이었다.
내부는 그의 취향대로 고쳐진 비행기의 시설은 무척이나 훌륭했다.
승무원도 있어서 편안하게 올스타전이 열리는 휴스턴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이번 홈런더비에는 그래도 뉴페이스들이 많이 나오는 거 같더라.]
‘예. 아무래도 올 시즌에는 새로운 얼굴들도 제법 등장했으니까요.’
[대표적으로 호세 알바레즈가 있지.]
호세 알바레즈.
대표적인 거포형 타자로 차세대 한수호라는 평가를 받는 선수였다.
수호의 이름이 거론될 만큼 그는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시즌 홈런이 벌써 31개네. 이번 시즌 그나마 널 따라잡을 수 있는 건 루키들 중에는 얘밖에 없을 듯.]
루키가 전반기에 31개의 홈런을 때린 건 대단한 일이었다.
아메리칸리그에 속한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으로 뛰는 호세 알바레즈는 덕분에 보스턴의 몬스터로 불리었다.
‘2라운드까지 올라온다면 녀석과 맞대결을 펼칠 수 있겠네요.’
[호세는 몰아치는 게 능한 녀석이니. 홈런더비 같은 경기에 특화되어 있겠지.]
호세 알바레즈가 빛을 보기 시작한 건 6월부터였다.
6월 한 달에만 20개의 홈런을 몰아 때리면서 그 달에는 수호의 기록을 넘어섰다.
그만큼 그는 몰아치는 능력에 무척이나 능했다.
그런 능력 덕분에 일각에서는 호세가 후반기에 수호를 넘어서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내놓고 있었다.
‘확실히 몰아치기 능력만 놓고 보면 저보다도 더 위에 있다고 봐야겠죠.’
[ㅇㅇ 한 달에 20개나 때려내는 건 그만큼 분위기 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소리지.]
[그런데 저런 애들은 기복이 심해가지고.]
기복이 심하다는 건 프로에겐 썩 좋은 게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프로는 기복 없는 일정한 플레이를 펼쳐야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바로 수호가 그런 유형의 선수였다.
외부적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수호는 언제나 한결같은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수호에 대한 평가가 높은 것이었다.
‘그 외에도 바비 위트 주니어도 조금씩 장타력이 살아나는 느낌이고 거기에 퀸타나도 있더군요.’
[역시 메이저리그는 언제나 새로운 얼굴들이 나온다니까.]
[이래서 보는 재미가 있지.]
[너도 새로운 라이벌들이 나타나서 좋겠다?]
‘아무래도 동기부여가 되죠.’
새로운 라이벌들의 등장.
그들과 붙는 게 벌써부터 기대되는 수호였다.
* * *
휴스턴은 축제 분위기였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즐기면서 한시라도 빨리 올스타전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우리 오빠 인기 쩐다!”
수빈이는 올해 역시 친구들과 함께 올스타전을 방문했다.
“와…… 진짜 사람들 많다.”
“저기 수호 오빠 유니폼이 있는데?”
“저기에는 사진도 걸어두고 판다!”
“야야! 저거 수호형 시그니처 모델 아니야?”
“한국 음식은 또 왜 이렇게 많아?”
친구들은 처음 방문한 미국의 축제에 눈이 휘둥그레 크게 뜨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이런 큰 축제에 온다는 거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다.
당연히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축제를 즐기는 친구들의 모습에 수빈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헤헤! 오빠 덕분에 내 어깨가 다 올라간다니까!’
수호 덕분에 학교생활이 즐거운 그녀였다.
수빈이 일행이 축제를 즐기고 있는 사이.
수호는 사무국의 행사에 참석하고 있었다.
“한수호 선수! 이번 홈런더비에서도 멋진 모습 부탁드릴게요!”
“파이팅하세요!!”
한국에서 찾아온 팬들은 물론이거니와 현지의 팬들까지 수호의 팬사인회에 찾아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사인회에 나섰지만, 수호의 앞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그의 인기를 새삼 증명하는 자리가 되었다.
“이야~이거 우린 완전 찬밥이네.”
애런 저지의 말에 옆에 있던 바티스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야. 이건 뭐, 수호 단독 사인회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 너희들 앞에 있는 팬들이 얼마나 서운하겠냐?”
그때 옆에서 사인을 해주고 있는 오타니의 말에 두 사람이 헛기침을 하며 팬들에게 다시 사인을 해주기 시작했다.
“거참, 우린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라고.”
“하하! 우리 팬분들도 물론 중요하지!”
핑계를 대는 두 선수의 모습에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팬 사인회가 마무리되어 갈 때쯤, 사무국의 직원이 수호를 찾았다.
“한수호 선수, 이번 일정이 마무리되면 커미셔너께서 잠깐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커미셔너의 면담 요청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 경험을 했던 수호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사인회를 마무리한 그는 곧장 직원의 안내를 받아 커미셔너가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오랜만이군!”
“오랜만입니다.”
롭과 인사를 나누고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홈런더비 준비로 바쁠 텐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예.”
“다름이 아니라 이번 시즌이 마무리되면 메이저리그 올스타팀을 꾸려 아시아 순방을 떠날 계획이라네.”
“아시아 순방이요?”
“그래. 그리고 일본과 한국 두 국가 중 한 곳의 대표팀과 경기를 치를 생각인데 말이야.”
롭의 말에 수호의 눈이 커졌다.
메이저리그 올스타가 한국에 방문해서 경기를 치른다.
이것만큼 놀라운 사건이 있을까?
“자네 생각은 어떤가?”
생각은 무슨.
당연히 콜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