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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308화 (308/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308화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가볍게 배트를 돌렸다.

부웅!!

배트가 묵직한 소리를 토해내며 돌아가는 모습에 스미스 포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걸로 때리면 그 자리에서 즉사하겠는데?”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야. 공을 때려서 사망하게 해줄게.”

“어우…… 제발 그냥 돌아가 주지 않을래?”

“안 돼.”

어떻게든 수호의 신경을 팔게 만들기 위해 스미스가 계속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수호는 이내 집중력을 높이며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더 이상 말해도 통하지 않겠군.’

자신의 말에 더 이상 대꾸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미련을 버린 스미스가 하버드를 향해 사인을 보냈다.

‘이 녀석과 무작정 승부 하는 건 멍청한 짓이야. 일단 바깥쪽으로 던져서 반응을 보자.’

‘오케이.’

고개를 끄덕인 하버드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그러고는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스트라이크존의 바깥쪽을 향해 날아갔다.

‘오타니의 스위퍼 정도는 아니지만, 하버드 녀석의 슬라이더 역시 훌륭하다.’

스미스 포수가 초구에 보낸 사인은 슬라이더였다.

그리고 하버드 투수는 그런 스미스 포수의 리드를 정확히 따라 공을 던졌다.

그 공의 위력은 상당했다.

변화와 구속 모두 좋아서 웬만한 타자들은 그 공을 제대로 때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수호는 웬만한 타자가 아니었다.

타닥!!

처음부터 클로즈드 스탠스를 밟은 수호가 그대로 배트를 돌렸다.

후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돌아간 배트가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딱!!

맞는 순간 수호는 빗맞았음을 직감했다.

‘넘어가긴 힘들다.’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에서 수호는 타구가 펜스를 넘어가질 못할 거라고 직감했다.

그리고 그의 감각은 정확했다.

-쭉쭉 뻗어가는 타구를 우익수가 쫓습니다!

-타구의 높이가 생각보다 낮습니다! 넘어가긴 힘들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익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넘어가진 않는다. 그런데 공이 점점 밖으로 흘러 나가고 있어!’

공에 회전이 걸리면서 점점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이 타구를 잡기 위해서는 더욱 속도를 더해야 했다.

‘더 빨리!’

우익수가 속력을 높였다.

하지만 타구가 휘어져 나가는 속도가 더욱 빨랐다.

그사이 수호는 1루 베이스를 지나고 있었다.

‘타구는 빠진다.’

수호는 이미 타구가 빠질 거라고 판단을 내렸다.

그렇기에 속도를 줄이지 않고 더더욱 속력을 높였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퍽!!

-타구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라인 밖으로 굴러갑니다!

-아~이건 장타 코스인데요!!

-한수호 선수가 벌써 2루를 지나고 있습니다!!

우익수가 아직 공을 잡지도 못했는데, 수호는 2루를 통과했다.

누가 보더라도 3루까지 갈 수 있는 상황.

그때 우익수가 공을 잡아 그대로 3루를 저격했다.

“흡!!”

쐐애애애액-!!

강견답게 그가 던진 공은 노바운드로 3루수의 글러브를 노렸다.

하지만 수호는 호타준족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다.

그의 빠른 발을 잡기에는 무리였다.

촤아아앗-!!

퍽!!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한수호 선수가 3루타를 기록하면서 팀의 공격 기회를 이어나갑니다!

-한수호 선수의 판단력이 빛을 발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만약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었다면 3루까지 도달하지 못했을 겁니다!

-한수호 선수의 멋진 주루플레이로 3루타를 만들어냅니다!

홈런과 안타에 이어 3루타까지.

수호가 여기까지 오자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이제 싸이클링 히트까지 2루타 단 하나만을 남겨둡니다!!

3년 연속 싸이클링 히트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 * *

수호는 대표적인 호타준족이었다.

동양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는 데다가 거기에 발까지 빨랐다.

데뷔 연도에는 최다 도루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발을 보여준 그였으니 말이다.

그런 그가 3년 연속 사이클링 히트에 도전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만약 한수호 선수가 올해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하게 된다면 이는 메이저리그 최초로 3년 연속 달성이자, 4회 이상 사이클링 히트 달성자가 됩니다.

-지금까지는 3회 사이클링 히트가 최다 달성자였죠.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아드리안 벨트레, 베이브 허먼, 밥 뮤절 그리고 존 라일리와 한수호 선수가 3회의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하면서 최다 달성자들이었죠.

-만약 오늘 2루타를 때려내면 이제 한수호 선수는 독보적인 위치로 올라가게 됩니다.

4회 사이클링 히트.

메이저리그 역사상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기록이다.

거기에 3년 연속이란 대기록까지 오르기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서게 되는 셈이었다.

-과연 한수호 선수가 대기록 달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수호의 대기록 도전에 모든 이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한수호도 레알 쩔긴 하네.

-무슨 3년 연속 사이클링 히트냐 ㅋㅋ

-히트 포 더 사이클임.

-뭐가 됐든 무슨 상관이냐.

-ㅇㅈ. 어쨌든 대기록인 건 변하지 않지.

-진짜 이 기록은 앞으로 깨지지 않을 듯.

-무엇보다 수호는 이제 막 전성기 시작 아니냐?

-이제는 10억 달러도 저렴해 보인다.

수호의 활약에 필리스 타선도 조금씩 살아났다.

딱!!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

-오늘 경기에서 한수호 선수 이후로 나온 첫 장타로 보입니다!

킴의 장타와 함께 필리스는 따라가는 점수를 냈다.

그 결과 스코어는 5 대 4까지 따라붙었다.

반면 다저스는 기세가 넘어간 듯 좀처럼 도망치는 점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흐름이 바뀌었다.’

기세가 넘어갔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기세를 만들어낸 건 단언컨대 저 선수였다.

‘한수호는 단순히 홈런을 많이 때리고 점수를 내는 선수 정도로 설명이 가능하지 않아.’

홈런과 점수를 내는 선수만으로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하지만 수호는 그 이상을 해주는 선수였다.

‘흐름을 바꾸는 선수다.’

필리스는 분명 최근 팀 분위기가 엉망인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이런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수호의 힘이었다.

‘엄청난 녀석이야.’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사실 저런 선수가 수호 혼자만은 아니다.

많은 슈퍼스타들이 저런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수호의 나이를 생각해 보면 이는 엄청난 일이었다.

20대 초반의 나이로 저런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경이로울 따름이었다.

-한수호 선수가 다음 타석에 들어올 수 있는 건 8회쯤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과연 거기에서 대기록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시청자 여러분 기대해 주십시오!

* * *

수비를 끝내고 더그아웃에 들어온 수호는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2루타 하나면 기록 달성이다. 이거까지 달성하게 되면 누구도 오르지 못했던 산에 한 번 더 오르게 되는 거야.’

누구도 오르지 못한 산.

수호에게는 그것이 중요했다.

이미 레전드들이 이루었던 길이 아닌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기록.

그것을 위해서는 집중력이 가장 중요했다.

‘집중하자…….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력을 잃으면 안 돼.’

평소라면 2루타는 수호에게 그리 어렵지 않은 장벽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단 한 번의 기회, 체력적으로 지친 경기 후반.

이러한 요소들이 겹쳐 수호에게도 쉬운 기록 달성은 아니었다.

“후우……!”

그는 호흡을 크게 뱉으며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려 했다.

[평소대로 해, 인마.]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잖아?]

[홈런도 아니고 2루타다. 어렵게 생각하지마.]

레전드들의 응원에 떨리는 마음이 조금은 진정되었다.

‘예.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이걸 달성하면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게 되는 거다.]

[이런 기회는 흔하게 오는 게 아니야.]

[놓치지 마.]

‘물론이죠.’

기회가 왔을 때 잡는다.

이번 삶의 모토를 잊지 않았다.

* * *

수호의 타석이 다가오고 있었다.

자연스레 다저스의 더그아웃도 바빠졌다.

“이번 이닝에 수호의 타석이 돌아오는데.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녀석을 그냥 걸어서 내보내는 것도 전략의 하나입니다. 굳이 우리가 기록 달성의 제물이 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코치의 말은 정답에 가까웠다.

기록을 달성한 선수도 역사에 남지만, 그 제물이 된 팀도 역사에 같이 남는다.

그렇기에 수호에게 제물이 되고 싶지 않은 팀은 그와의 승부를 피하는 선택을 할 때도 있었다.

“거기에 수호가 홈런이라도 때리면 경기가 리셋이 됩니다. 차라리 승부를 피하는 것도…….”

“그리되면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거야. 수호와 승부를 피한다면 자신들을 믿지 못한다고 생각할 테니까.”

현재 다저스는 지구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당연히 팀의 기세는 무시무시했다.

그런 기세가 꺾일 수 있는 짓을 감독이 직접 할 리는 만무했다.

“승부 한다. 난 내 선수를 믿어.”

무엇보다 그는 다저스의 선수들을 믿는 마음이 더 컸다.

결국 승부를 하기로 결정을 내리는 사이, 수호의 타석이 돌아왔다.

-주자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한수호 선수.

-이번 타석에서 2루타를 기록하게 된다면 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일무이한 기록 달성자가 됩니다.

-이번 타석에 걸려 있는 게 상당히 많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집중력을 유지한 채 타석에 임해주었으면 합니다.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수호가 대기록을 달성해 주기를 바랬다.

심지어 다저스 팬들조차 수호의 기록 달성을 바라는 이들이 있었다.

-수호 기록 달성 가즈아-!!

-야, 여기 다저스 팬사이트임.

-나도 다저스 골수팬인데?

-그런데 수호를 응원한다고?

-ㅇㅇ 수호의 기록 달성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기록 아님? 당연히 응원하지.

그들의 말도 틀린 게 아니었기에 크게 나무랄 수 없었다.

그렇게 모든 기대를 안고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타격 자세를 취했다.

-과연 한수호 선수가 기록 달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 투수가 초구 던집니다!

이미 더그아웃에서는 승부 하라는 사인이 나온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투수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이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수호의 몸쪽으로 붙어왔다.

보더라인 안쪽으로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고 수호는 오픈스탠스를 밟으며 배트를 돌렸다.

후웅!!

묵직하게 돌아간 배트가 히팅포인트를 통과하려는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가 좌중간을 가릅니다!

-아아-! 이건 빠졌어요!!

해설위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리고 그의 예측대로 공은 외야수들 사이로 빠지면서 수호는 1루를 돌아 2루까지 빠르게 달렸다.

-한수호 선수가 1루를 돈 상황에서 이제야 공을 잡습니다!!

-이건 기록 달성이에요!!

목소리가 높아지는 중계방송.

그리고 그들의 흥분에 부응하듯 수호가 2루 베이스를 밟은 뒤 공이 도착했다.

-1타점 2루타!! 그리고 한수호 선수가 역사상 최초로 3년 연속 그리고 4회 연속 달성한 선수가 됩니다!!

수호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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