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305화
다저스와의 1차전.
존 밀러와 수호의 대결은 결국 수호의 승리로 돌아갔다.
[한수호 존 밀러를 상대로 3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 기록! 하지만 팀은 패배했다!]
수호는 분전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 결과 스코어 5 대 3으로 패배했다.
[한수호 나 홀로 멀티히트! 하지만 다른 타자들 모두 합쳐 3안타에 그쳤다!]
[최근 부진한 필라델피아 타선, 부작용이 나오기 시작한 것인가?]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킨 필라델피아 선수들이다.
하지만 시즌 중반에 들어서면서 그들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경험이 부족한 필라델피아 선수들.]
[기세가 꺾이자 실력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다!]
언론은 냉혹했다.
잘할 때는 칭찬을 쏟아내지만, 못하기 시작하면 공격을 시작한다.
마치 적대적인 관계라도 된 것처럼 기사가 쏟아졌다.
“젠장! 우리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이런 기사밖에 없는 거야?”
“아주 우리가 죄인이지!”
당연히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사나워졌다.
선수들은 누구도 웃지 않았다.
“야! 왜 내 자리에 네 옷이 있는 거야?”
“잠깐 둔 거야.”
“빨리 치워!”
“아, 거참. 왜 이렇게 닦달인데? 잠깐 둘 수도 있는 거지.”
“이 새끼가!”
“뭐? 새끼?! 한 대 치겠다?!”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 선수들은 민감해졌다.
서로 다투는 일도 빈번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남성성이 강한 엘리트 선수들이다.
당연히 몸으로 충돌하는 일도 많아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만들 해.”
수호가 나서서 그들을 중재했다.
그의 말에 선수들은 불만 어린 표정으로 떨어졌다.
수호는 이제 완전히 클럽하우스의 리더가 됐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그에게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마치 프로젝트에 실패한 회의실을 보는 거 같네.’
[회사원들도 이런 분위기임?]
‘비슷하죠. 특히 대형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책임 공방이 시작되거든요. 그때부터 정치질이 난무하죠.’
[거기도 피곤하겠네.]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어쩌면 회사야말로 정글 그 자체일 수 있었다.
그곳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지 않았다면 클럽하우스의 이런 분위기에 단숨에 잡아 먹혔을 거다.
‘저야 어떻게든 버틴다지만, 문제는 다른 선수들이네요.’
[그렇지.]
[이제 언론이 떠들기 시작했으니. 야구팬들도 하나둘 들고 일어날 테고 말이지.]
[결국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선수들의 불화를 해결하려면 결국 성적이 좋아져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그들을 아무리 다독여도 지금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건 어렵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해야 할 건 하나였다.
‘나 스스로의 성적만 신경 써야 한다.’
냉혹한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사회는 원래 냉혹한 법이었다.
동료도 좋고 한솥밥을 먹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었다.
‘저 분위기에 휘말려서 내 성적까지 떨어진다면 그것만큼 최악도 없어.’
직장 생활을 할 때도 그랬다.
당시 팀의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자신 역시 거기에 휘말린 적이 있었다.
그 결과 실적이 나빠지면서 진급이 늦어지는 일이 생겼다.
그러한 문제가 생겨도 책임져 주는 사람은 없었다.
‘내 인생을 책임지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다.’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은 수호가 클럽하우스를 나섰다.
* * *
LA다저스와의 2차전.
1차전에서 수호의 분전이 있었지만, 결과는 패배로 이어졌기에 필리스 팬들은 더욱 큰 응원을 보냈다.
특히 한국 교민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목소리를 높이며 수호를 응원했다.
-오늘도 수많은 한국 교민분들이 경기장을 찾아주셨습니다!
-거기에 여행을 오신 분들과 필리스의 원정 팬들까지 합쳐지면서 마치 홈경기를 치르는 것 같은 모습입니다!
필리스는 엄연히 원정 팀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쏟아지고 있는 응원은 홈경기를 연상케 했다.
엄청난 응원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필리스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전날 있었던 다툼이 오늘 경기 전에도 일어난 탓이 컸다.
‘선수들끼리 멱살까지 잡다니.’
처음 보고를 들었을 때 스미스 감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실제 클럽하우스에서 멱살을 잡고 싸우는 일은 거의 없었다.
물론 워낙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이니만큼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그중에는 주먹다짐까지 벌였던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야구에 접어든 이후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극히 드물었다.
‘설마 그런 일이 내가 이끄는 팀에서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래서 선수들에게 엄중 경고를 주었다.
웬만하면 선수들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그의 운영철학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기에 선수들에게 경고를 주었고 직접적으로 멱살을 잡은 선수들을 선발에서 제외시켰다.
‘안 그래도 위에서 후보 선수들을 경기에 넣어보라는 이야기를 해준 덕분에 결정하기 쉬웠어.’
프런트에서는 최근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미스 감독에게 직접 선수들을 자주 교체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메이저리그에선 프런트의 권한이 더 크기에 스미스 역시 그들의 말을 들을 계획이었다.
때마침 좋은 기회가 있었기에 선수들을 교체한 것이다.
새로 기회를 얻은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오늘 경기 필리스의 리드오프는 에릭 머핀 선수가 들어섰습니다.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들을 제외시키고 후보 선수들을 대거 라인업에 집어넣은 필리스네요.
-과연 오늘 변화가 잘 통할지! 변화를 준 필리스를 상대로 다저스는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를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올 시즌 여전히 투웨이 플레이어로서 환상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선수, 직전 볼티모어와의 경기에서도 13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시즌 8승을 기록했습니다.
오타니 쇼헤이는 여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수호는 그런 오타니를 유심히 바라봤다.
그의 투구 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어제 존 밀러와의 공도 처음 봤기에 영역에서 바로 적용하기 힘들었다. 올 시즌 오타니 쇼헤이 역시 이전과 달라진 부분이 있으면 바로 적용을 하기 힘들 거야.’
올 시즌 오타니 쇼헤이는 작년보다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스위퍼의 각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그걸 알기에 수호는 집중해서 오타니의 투구를 관찰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첫 타자를 97마일 패스트볼로 돌려세우는 오타니 쇼헤이!
-몸쪽을 정확히 찌르는 패스트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오타니입니다!
-포심 패스트볼, 커브 그리고 다시 포심으로 이어지는 투구 패턴이 아주 예술적이었습니다.
첫 번째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오타니가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도 공격적인 투구를 이어나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이번에도 96마일의 강속구가 몸쪽을 강하게 찌릅니다!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오타니의 피칭은 마치 야수와 같았다.
강하게 타자를 윽박지르는 투구를 지켜보면서 수호는 그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
‘일부러 스위퍼를 던지지 않고 있다.’
[널 신경 쓰는 듯 ㅋ]
[바로 뒤에 네가 지키고 있으니 자기의 주무기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거겠지.]
[그만큼 널 많이 경계하고 있다는 소리임.]
레전드들의 말에 동의했다.
스위퍼는 오타니가 던지는 결정구였다.
그러나 오늘은 그 공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었다.
말인즉슨 그의 스위퍼에 무언가 변화가 생겼다는 뜻이다.
‘변화가 없다면 굳이 저한테 숨길 이유는 없겠죠.’
[그렇겠지.]
[실제 전문가들이 말하는 오타니의 스위퍼에 변화가 생겼다고 하니까.]
[그걸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거겠지.]
많은 전문가는 한 목소리로 올 시즌 오타니의 스위퍼가 진화했다 말하고 있었다.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까?’
궁금했다.
이미 최정상급 선수였던 그가 또 어떻게 진화를 이루어냈는지 말이다.
그리고 그 진화를 확인할 시간은 금방 찾아왔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2루수 정면으로 향하는 타구, 2루수 잡아 1루로!
퍽!
“아웃!”
-아웃입니다.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가볍게 잡아내는 오타니 쇼헤이 선수!
그리고 타석으로 수호가 다가갔다.
-투아웃 상황에서 최고의 라이벌 관계 중 한 명인 한수호 선수가 타석으로 들어섭니다!
두 사람의 대결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 * *
오타니 쇼헤이는 명실상부 동양인 출신 메이저리거 중 가장 뛰어난 선수였다.
그가 올린 성적이나 받고 있는 연봉 등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와의 승부에서는 꼭 내가 밀리고 있지.’
수호가 데뷔한 2027시즌부터 오타니는 수없이 그와 만났다.
그리고 매번 대결에서 패해왔다.
상대 전적만 놓고 봤을 때 천적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수호가 오타니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이기겠어.’
오타니에게 있어 수호는 넘어야 할 산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그를 넘어서기 위해 갈고닦은 신무기를 꺼낼 생각이었다.
‘스위퍼 2.0.’
21세기 마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스위퍼의 효용성은 상당히 좋았다.
실제 오타니도 스위퍼를 장착하기 이전과 이후의 평가가 확연히 달라졌을 정도로 그 구종에 많이 기대고 있었다.
하지만 오리지널 스위퍼는 이미 수호에게 공략당했다.
그래서 오타니는 그 무기를 더욱 갈고닦았다.
그 결과 이전의 스위퍼보다 한층 더 날카로워진 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
‘올 시즌 많은 타자를 돌려세운 공이다. 어디 한번 칠 수 있으면 쳐봐.’
오늘 경기에서 다른 타자를 상대로는 던지지 않았던 공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아낄 필요가 없었다.
‘스위퍼로 가겠어.’
오타니의 사인에 마스크를 쓴 스미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오타니가 이 신무기를 장착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타니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마음껏 던져보라고.’
스미스가 미트를 내밀자 오타니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오타니 쇼헤이와 한수호 선수의 올 시즌 첫 대결! 과연 그 승자는 누가 될까요?! 오타니 선수가 1구를 던집니다!!
와인드업에 들어갔던 오타니가 발을 내디디며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우타자 기준 바깥쪽 코스를 향해 찔러왔다.
수호는 그것을 보고 클로즈드 스텝을 밟으며 스윙을 시작했다.
타닥!
‘아웃코스를 날카롭게 찌르는 공이다.’
훌륭한 제구력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자신을 상대할 수 없었다.
그걸 알기에 수호는 망설임 없이 배트를 돌렸다.
후웅!
그 순간까지 현재의 코스를 유지하고 있는 공을 보고는 정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 순간.
휘릭!!
공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깜짝 놀란 수호였지만, 그의 시야에서 사라진 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또한 수호의 스윙 역시 멈출 수 없었다.
그 결과 배트가 허공을 가르고 뒤이어 공이 미트에 꽂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웅!!
퍽!!
“스윙, 스트라이크 원!!”
-헛스윙하는 한수호 선수! 오타니 선수가 기선을 잡습니다!!
완벽하게 기선을 잡은 오타니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이번에 던진 오타니 선수의 공은 스위퍼로 보이네요.
수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전의 것과는 달라져 있었다.
‘이게 신형 스위퍼…….’
예전보다 각도나 변화가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진화했구나.’
헛스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호는 라이벌의 진화에 미소를 지었다.
승부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