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304화 (304/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304화

첫 타석에서 완벽하게 존 밀러에게 당했다.

그의 공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 패배의 요인이었다.

‘확실히 좌우는 물론이고 상하의 움직임도 지저분하다.’

그래서 수호는 더그아웃에서 존 밀러의 투구를 유심히 살폈다.

그의 투구 중 중심이 되는 건 역시나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그런데 저걸 포심이라고 볼 수 있나?’

[움직임을 보면 포심이 아니라 투심이나 싱커라고 보는 게 더 맞지.]

[하지만 선수가 포심 그립으로 던지면 포심인 거지.]

[마리아노 리베라가 내츄럴 싱커를 던졌었잖아. 그거랑 같은 의미지.]

[과거에는 스트레이트 패스트볼이 유행이었다면 지금은 무빙 패스트볼이 대세지.]

스트레이트 패스트볼.

말 그대로 일직선으로 들어오는 공이었다.

매우 깔끔한 궤적을 그리며 들어오는데.

이 공은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일본과 한국에서 각광 받았다.

오히려 공의 무브먼트가 심하면 잘못된 패스트볼이라면서 교정하는 지도자들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일명 무빙 패스트볼이라 불리는 패스트볼이 각광을 받았다.

분명 패스트볼임에도 불구하고 홈플레이트 앞에서 심하게 흔들리며 들어간다.

커터나 투심, 싱커와 같은 변형 패스트볼과 비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명백하게 다른 공이었다.

‘상하좌우로 잘 움직이니 예측하고 때리는 게 쉽지는 않겠네요.’

[그래서 지금 너네 애들도 쉽게 공략하지 못하는 거지.]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존 밀러의 호투는 3회까지 단 한 명의 주자를 내보내는 걸 제외하고는 완벽했다.

그 한 명의 주자 역시 럭키 출루라고 말할 수 있는 결과였다.

그게 바로 수호였고 말이다.

‘어떻게든 패턴을 찾는 게 중요하겠네요.’

[그렇지.]

[세상에 패턴이 없는 공은 너클볼을 제외하고는 없으니까.]

너클볼.

이 시대 마지막 마구라고 불리는 공으로 투수조차 어디로 갈지 모르는 궤적을 그린다.

회전을 없애 마치 나비가 날아가듯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가는 공이었다.

하지만 워낙 컨트롤하기 어렵고 제대로 던지는 게 힘들다 보니 메이저리그에도 이 공을 다루는 투수가 거의 없었다.

‘그 패턴을 잡아낸다면 영역에서도 궤적을 예측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겠지.]

[영역이란 건 결국 집중력과 통찰력을 통해 투수의 공이 날아오는 위치를 찾아내는 거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관찰해야 함.]

레전드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수호가 존 밀러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지켜봤다.

* * *

존 밀러의 호투는 대단했다.

-현재까지 10명의 타자를 상대한 존 밀러는 7개의 탈삼진을 잡아냈고 한수호 선수에게만 출루를 허용했습니다.

-거기에 최고구속은 103마일까지 나오고 평균구속이 99마일을 유지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는 걸 보여주고 있네요.

-맞습니다. 과연 이번 이닝에 두 번째 타석을 맞이하는 한수호 선수가 호투를 펼치는 존 밀러 선수를 공략할 수 있을지 기대를 해봐야겠습니다.

때마침 카메라가 대기 타석에 있는 수호를 비추었다.

가볍게 배트를 돌리는 그의 모습에선 침착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첫 타석에선 존 밀러에게 완전히 당했는데도 침착하네.

-고작 한 번의 승부였으니까.

-크게 의미를 둘 내용은 아니긴 했지.

-어쨌든 출루는 했잖슴.

-사실 수호에게 기대하는 건 출루가 아니지.

-그렇긴 함 ㅋㅋ

야구팬들이 수호에게 원하는 건 출루나 단타와 같은 내용이 아니었다.

그의 상징과도 같이 된 장타를 원하는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그렇기에 첫 타석에서 존 밀러와의 대결에서 패배했다고 보는 팬들이 조금 더 많은 상태였다.

-그래도 수호라면 두 번째 타석에서 뭔가를 보여주겠지.

-ㅇㅈ.

-두 번은 당하지 않지.

-가즈아!!

인터넷에선 수호에 대한 응원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만큼 지금 필리스의 공격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무언가 활로를 뚫어야 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게 수호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딱!!

-2구 때렸습니다! 하지만 높게 떠오른 타구를 중견수가 안정적으로 잡아냅니다! 투아웃!!

두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갔다.

그리고 타석으로 수호가 다가가는 게 카메라에 비추었다.

-투아웃 상황에서 오늘 경기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는 한수호 선수!!

수호가 타석으로 걸어오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한! 한! 한! 한!!”

“이번에는 한 방 날리자!!”

“첫 번째 타석은 잊어버려!!”

“가즈아-!!”

팬들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수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일찌감치 들어갔네.]

수호는 이미 영역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만큼 이번 타석에 걸고 있는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의미지.]

[경기 흐름이 좋지 않다는 걸 정확히 간파하고 있음.]

[여기에서 한 방 날려줘야 팀의 사기가 올라오지.]

[무엇보다 수호 녀석도 뭔가를 느낀 거 같고 말이야.]

타석에 들어서기 전.

수호는 존 밀러의 공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깨달은 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무엇을 깨달았는지 레전드들도 모르고 있었다.

[얘 점점 우리보다 보는 수준이 높아지는 거 같음.]

[그동안 우리가 잘 가르치긴 했지.]

[게다가 잠재력만 놓고 보면 우리보다 더 위에 있을 듯.]

[ㅇㅇ 무엇보다 우리의 과거를 보면서 경험치도 많이 쌓았고.]

[이제는 우리가 조언할 위치는 아니지.]

최근 레전드들은 수호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조언을 하는 비중도 많이 줄었다.

그저 수호가 야구를 하는 걸 지켜보는 것이 그들의 즐거움이 되었다.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려나?]

레전드들도 이제는 관중들, 야구팬과 같은 마음으로 수호의 타격을 지켜봤다.

* * *

영역에 들어선 수호가 타격 자세를 취했다.

‘존 밀러의 오늘 컨디션은 완벽하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패턴을 지키려는 경향이 있어.’

경험이 많은 투수들은 자신의 투구에 변화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경험이 적은 투수의 경우에는 변화를 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컸다.

이유는 지금의 좋은 컨디션을 잊어버리기 싫어서였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점점 투구가 단순화되고 있어.’

존 밀러의 가장 큰 무기는 역시 패스트볼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선발투수에 오르면서 에이스로 군림할 수 있게 해준 무기였다.

당연히 그 무기에 대한 신뢰가 클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너무 신뢰한 나머지 패턴이 단순화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초구는 패스트볼.’

그의 예상대로 와인드업에 들어간 존 밀러가 던진 공은 빠르게 날아와 수호의 몸쪽을 강하게 찔렀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102마일의 강속구가 미트에 꽂힙니다!

-존 밀러의 공에 자신감이 가득하네요!

-아무래도 첫 타석에서 한수호 선수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겠죠?

-맞습니다. 한 번 경험을 했기에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존 밀러의 공은 확실히 좋았다.

이번에도 훌륭한 무브먼트를 보여주었다는 점이 그 증거였다.

‘바깥쪽으로 들어오다가 몸쪽을 강하게 찔러왔다. 이런 공을 던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마치 투심을 연상케 하는 움직임에 몸을 움찔하게 만들 정도였다.

‘몸쪽을 찔러왔으니 이번에는…….’

수호는 집중력을 높여 존 밀러의 2구를 지켜봤다.

“흡!!”

쐐애애애액-!!

존 밀러는 망설임 없이 2구를 뿌렸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바깥쪽 높은 코스를 찌르다 밑으로 뚝 떨어졌다.

큰 움직임은 아니었지만, 존으로 밀어넣기에는 충분한 공이었다.

퍽!!

“스트라이크! 투!!”

-2구 역시 패스트볼이 강하게 미트에 꽂힙니다!

-이번 공의 구속도 103마일이 찍힐 정도로 매우 강력한 공이었습니다.

수호의 예상대로 이번에는 수직 무브먼트를 보여주는 패스트볼이었다.

‘역시 존 밀러는 수평 무브먼트의 패스트볼을 던진 뒤에는 수직 무브먼트의 공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까지 투스트라이크를 잡으면 다음에는 브레이킹볼이 들어올 거야.’

존 밀러를 관찰한 끝에 얻어낸 정보였다.

수호는 집중력을 높여 존 밀러가 던지는 3구를 지켜봤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수호의 몸쪽으로 붙어 들어왔다.

누가 보더라도 보더라인 안쪽으로 들어오는 공이었다.

그러나 공이 홈플레이트 앞에 도달한 순간 밑으로 뚝 떨어지면서 보더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퍽!

“볼.”

-3구는 88마일의 스플리터가 미트에 꽂힙니다!

-한수호 선수가 공을 잘 지켜보면서 존 밀러의 변화구에 당하지 않았습니다!

-100마일 이상의 공을 연달아 봤는데도 불구하고 한수호 선수가 침착하게 공을 골라냈네요.

수호의 예상대로 이번에는 변화구였다.

브레이킹볼이 아닌 체인지 오브 페이스에 가까운 스플리터였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번 공으로 수호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녀석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어서 패턴을 일정하게 가져가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패턴을 일정하게 가는 건 위험하다.

이걸 다저스 관계자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내버려 두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런 단순한 패턴에도 성적이 좋으니까, 굳이 변화를 꾀할 이유가 없는 거지.’

선수는 결국 성적으로 이야기한다.

단순한 패턴으로 인해 공략당한다면 다저스 관계자들은 변화를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존 밀러가 크게 무너진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내버려 두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녀석은 3구에서 타자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여기에서 승부를 보려는 경향이 있었다.’

존 밀러는 공격적인 유형의 투수였다.

승부를 길게 끌고 가지 않았다.

그리고 승부구를 던질 때는 언제나 패스트볼을 던졌다.

‘패스트볼 중에서도 결정구는 수직 무브먼트가 강한 공을 던진다.’

지금까지 11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으면서 올렸던 탈삼진 7개.

그중에서 6개의 탈삼진을 패스트볼로 잡아냈다.

그리고 6개 모두 수직 무브먼트를 보여주는 패스트볼을 던졌었다.

그걸 알고 있기에 수호는 자신의 스윙에 약간 변화를 주었다.

‘밑으로 빠지는 공을 정확히 때려내려면 무게중심을 조금 더 낮춰야 한다.’

타격 매커니즘을 갑자기 수정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하체가 잘 발달한 수호는 충분히 가능했다.

결정을 끝낸 수호가 타격자세를 잡자 존 밀러가 사인을 교환하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투스트라이크 원볼 상황에서 존 밀러가 4구를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인코스로 강하게 찔러오는 공에 수호가 발을 내디뎠다.

타닥!

발을 단단하게 고정시킨 채로 몸을 회전시키기 시작한 수호는 회전력을 끌어올렸다.

휘릭!!

마치 작은 돌풍이 몰아치는 듯 돌아간 그의 몸에 따라 배트가 회전했다.

후웅!!

강하게 돌아간 배트에서 도망치기 위해 공이 밑으로 떨어지는 순간.

이번에는 배트가 먹잇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궤적을 바꾸며 공을 쫓았다.

그 결과.

딱!!

-때렸습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날아갔다.

그리고 수호는 손에 쥐고 있는 배트를 던지고 1루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배트를 던진 한수호 선수!! 그리고 타구는 그대로 중앙 펜스를 넘어갑니다!!

첫 타석에서의 완벽한 복수에 성공하는 수호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