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303화
vs LA다저스.
다저스와 필리스의 대결은 많은 메이저리거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 이유는 두 팀에 톱스타들이 군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수호와 오타니 쇼헤이의 맞대결!]
[이번 시즌 첫 맞대결을 펼치는 한수호와 오타니 쇼헤이!]
[2차전에는 오타니가 선발투수로 나선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선수의 대결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오타니 쇼헤이는 여전히 메이저리그 최고의 슈퍼스타 중 한 명이었다.
지금은 수호가 독보적인 슈퍼스타로 군림하고 있지만, 오타니 쇼헤이도 여전히 유니폼 판매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올 시즌 역시 투타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타니 쇼헤이 선수는 올 시즌 9승 3패 평균자책점 2.54를 마크하고 있습니다.
탈삼진 역시 벌써 101개를 돌파하며 이번 시즌 200개 이상의 탈삼진을 기록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죠.]
[타자로서도 벌써 25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5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투웨이 플레이어라는 신기원을 연 오타니 쇼헤이.
그리고 타자로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수호의 대결.
이미 여러 차례 두 선수가 맞대결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여전히 이 두 슈퍼스타의 대결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기대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1차전에서는 다저스의 에이스 존 밀러가 선발로 나선다는 것도 팬들의 기대를 올리는 요소였다.
[존 밀러는 올 시즌 가장 빠르게 10승을 돌파한 투수입니다. 그의 주특기인 104마일의 강속구 앞에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허무하게 돌아서고 있죠.]
메이저리그에서 100마일 투수는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104마일을 던지는 투수는 여전히 희귀했다.
거기에 선발로 뛸 수 있을 정도의 체력까지 겸비하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존 밀러는 그걸 해낸 선수다.
때때로 104마일의 강속구를 던지면서 평균구속 99마일을 던진다.
거기에 평균투구수가 102개일 정도로 체력까지 뒷받침이 되어 있었다.
[과연 존 밀러, 오타니 쇼헤이로 이어지는 LA다저스와의 승부를 승리로 끝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LA다저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대결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 * *
에인절스와의 경기 이후 꽤 빠르게 LA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장이 달랐다.
다저스타디움에 도착한 그를 만나러 온 한 선수가 있었다.
“수호.”
“오랜만이야.”
바로 오타니 쇼헤이였다.
팬들은 두 선수에게 라이벌이란 이름을 붙였지만,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았다.
타국에서 활약하는 외국인이라는 점이 두 사람을 가깝게 만들어준 부분이었다.
“이번에 대형계약을 맺은 걸 축하해. 설마 그런 계약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
“왜? 내가 네 기록을 깨서 억울한 거야?”
“하하! 조금 억울하긴 하지. 최소한 10년 이내에는 안 깨질 거라 생각했거든.”
농담이란 걸 알기에 두 사람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분이 깊어진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승부는 승부였다.
“그동안 너에게 당한 게 많지만, 내일은 반드시 내가 이기겠어.”
“미안하지만, 내일도 내 승리로 끝날 거야.”
“최선을 다해 붙어보자.”
“그래.”
“참, 이번에 한국에서 재단을 운영한다면서?”
“이제 막 시작했어. 어린 친구들을 돕기 위한 재단이지. 그러고 보니 너도 일본에서 하고 있지 않아?”
“맞아. 시즌이 끝나고 서로 자리가 잡히면 교류전을 한 번 하는 게 어때?”
“오, 나쁘지 않은데? 계획을 본격적으로 논의해 보자고.”
“그래.”
이야기를 끝낸 오타니가 자신의 클럽하우스로 돌아갔다.
* * *
LA다저스와의 1차전이 시작됐다.
원정경기로 나서는 필리스가 선공을 펼쳤다.
-필리스의 선두타자 토마스 하워드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6월 들어 타격감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호는 더그아웃의 계단에 서서 타석에 선 토마스를 바라봤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존 밀러의 초구가 미트에 꽂힙니다! 구속은 초구부터 100마일!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선발투수다운 모습입니다!
-존 밀러의 공은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게 아닙니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일어나는 무브먼트가 환상적이에요!
해설위원들의 말은 들리지 않았지만, 수호 역시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분명 포심 패스트볼이었지만, 공의 무브먼트만 놓고 보면 브레이킹볼이라 해도 믿을 정도야.’
[좌우로 움직이는 폭이 크네.]
[이전 데이터를 보니까, 수평 무브먼트가 상당히 좋네.]
[너도 저걸 감안하고 스윙을 해야 할 듯.]
레전드들의 분석도 이어졌다.
확실히 존 밀러의 공은 다른 투수들과 비교해도 한 수 위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공을 토마스는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2루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 안전하게 잡아 1루로!
퍽!
“아웃!!”
-아웃입니다. 이걸로 토마스 하워드 선수가 7타석 연속 무출루 경기를 이어가네요.
-필리스의 리드오프라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좋지 않은 모습입니다.
리드오프는 출루해서 뒤의 타자들에게 기회를 이어주어야 하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벌써 7타석 연속 출루하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그의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졌음을 말해주었다.
“고생했어.”
“그래.”
수호는 자신을 지나쳐 가는 토마스를 격려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 모습에서만 보더라도 그의 자신감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선수의 자신감은 결국 성적으로 나오는 법이지.]
[자신감이 떨어지면 본인이 잘하고 있는지도 의심하게 되고.]
[자연스레 성적은 더욱 떨어지게 되어 있지.]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이번 삶에서는 아니었지만, 이전의 삶에서 수호는 자신감이 심하게 떨어졌던 적이 많았다.
하던 일이 모두 제대로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뭘 하더라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도 토마스는 현재 메커니즘을 조금 수정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아무래도 지금은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공을 제대로 지켜보지 못하는 게 크니까.]
[타격 폼을 조금 수정하면 되긴 할 거임.]
토마스의 문제점은 심각한 게 아니었다.
약간의 수정만 있으면 충분히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상태였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첫 삼진을 103마일의 빠른 공으로 잡아내는 존 밀러!
-자신의 자랑과 같은 불같은 강속구로 삼진을 잡아내는 존 밀러! 정말 대단한 공이었습니다!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올린 존 밀러가 마운드에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를 꼽으라면 그가 언급될 정도니까 말이다.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를 상대하기 위해 최고의 타자가 타석으로 들어섭니다!
베스트와 베스트의 만남.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섰습니다!
그의 등장에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수많은 한국 교민들이 태극기를 펄럭이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수호 오늘도 한 방 날려라!!”
“네가 최고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한국을 대표하는 응원들이 관중석 여기저기에서 쏟아졌다.
한국 특유의 응원문화는 타국에서 경기를 펼치는 선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건 수호에게도 해당되는 일이었다.
‘여기까지 오셔서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확실하게 보여드려야지.’
[확실히 한국 응원은 독특하다니까.]
[ㅇㅈ 열기가 뜨거움.]
[거의 스페인이나 멕시코나 브라질 애들하고 비슷하지.]
[ㅇㅇ 남미 쪽 애들하고 비슷함.]
남미는 세계에서 대표적으로 열정적인 곳이었다.
레전드들이 그곳과 비교한다는 건 최고의 극찬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걸 알기에 수호는 더욱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후우…….”
타격자세를 잡는 수호를 보며 존 밀러의 눈이 빛났다.
‘오늘을 기다렸다.’
존 밀러가 빛을 내기 시작한 건 작년부터였다.
하지만 수호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다른 지구에 속해 있는 데다가 일정이 맞지 않으면 선발투수라 하더라도 특정 선수와 만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존 밀러와 수호가 딱 그런 케이스였다.
-두 선수의 첫 대결이 과연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 존 밀러 선수가 사인을 교환하고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존 밀러가 초구부터 전력을 다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수호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인코스……!’
초구부터 인코스를 노리는 존 밀러의 대담함이 인상 깊었지만, 수호는 망설이지 않고 배트를 돌렸다.
후웅!
묵직하게 돌아간 그의 배트가 홈플레이트 위를 막 지나갔고 존 밀러의 손을 떠난 공 역시 히팅포인트에 도달하는 순간.
휘릭!!
공의 궤적에 변화가 일어났다.
마치 난기류를 만난 비행기처럼 심하게 좌우로 흔들렸다.
‘예상했다!’
수평 무브먼트가 심하다는 건 이미 파악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공의 변화를 예측했던 수호의 배트가 공의 무브먼트를 따르는 순간.
휘릭!!
이번에는 공이 밑으로 쑥 꺼졌다.
이 무브먼트는 오늘 경기에서 처음 선보이는 변화였다.
‘수직으로까지……!’
아무리 수호가 뛰어난 타자라지만, 이런 움직임은 예측하지 못했다.
앞서 보지도 못했기에 통찰력으로도 공을 따라잡지 못했다.
덕분에 밑으로 꺼지는 공의 윗부분을 때릴 수밖에 없었다.
딱!!
-빗맞은 타구! 높게 떠오릅니다!!
공이 맞는 순간 배트를 내던진 수호가 1루를 향해 질주했다.
얼마나 전력으로 뛰었는지 그의 헬멧이 벗겨질 정도였다.
-한수호 선수 전력 질주!! 높게 뜬 타구를 3루수 게럿이 잡아 그대로 1루로 뿌립니다!!
쐐애애애액-!
타구는 예상보다 더 높게 떠올랐다.
장신인 게럿이 한참 동안 기다리다 점프해서 잡아야 할 정도였다.
그래도 그는 리그 최고의 3루수답게 안정적인 송구로 1루를 향해 공을 뿌렸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정도로 박빙의 상황에서 수호가 지면을 박찼다.
그리고 있는 힘껏 다리를 벌리며 베이스를 밟았다.
퍼퍽!!
거의 동시에 발이 베이스를 밟고 공이 1루수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모든 이의 시선이 1루심으로 향한 순간.
1루심이 주먹을 앞으로 내질렀다.
“아웃!!”
-아-! 아웃 판정입니다!!
-이거 발이 빨랐던 거 같은데요?!
-기다렸다는 듯이 필리스의 감독, 스미스가 더그아웃을 나와 구심에게 비디오 판독을 요청합니다!!
비디오 판독을 위해 구심이 경기를 멈춘 상황에서 수호는 1루 베이스를 밟고 있었다.
‘예상과 전혀 다른 무브먼트를 보여주었어.’
그는 방금 전에 있었던 존 밀러의 공을 곱씹었다.
확실히 다른 투수의 공과 차원이 다를 정도로 무브먼트가 심했다.
[통찰력이란 건 결국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나오는 거니까.]
[한 번도 보지 못한 공에는 대응이 어렵네.]
약점이 없다고 생각했던 영역이 무너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구심이 헤드셋을 벗으며 수호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세이프.”
-판정이 번복됐습니다! 한수호 선수의 발이 먼저 베이스를 밟았습니다!!
살아남은 수호였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았다.
‘일단 첫 번째 승부는 내가 졌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이제 시작이지.]
[이제 봤으니 공략하면 된다.]
‘물론이죠.’
복수를 다짐하며 그가 베이스에서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