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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301화 (301/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301화

    레전드 핵 윌슨.

    본명은 로버트 루이스 윌슨으로 워낙 힘이 좋아 어릴 때부터 해머링 핵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그 별명은 결국 메이저리거 시절까지 이어졌고 그의 파괴력 넘치는 타격 능력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애칭이 되었다.

    1923년 뉴욕 자이언츠에서 데뷔한 그는 1926년부터 본격적인 두각을 드러냈다.

    특히 1929년 159타점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통합 타점왕에 올랐다.

    그리고 역사적인 1930시즌.

    핵 윌슨은 56홈런 191타점을 기록하게 됐다.

    특히 191타점은 이후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한 기록으로 남았으며 ESPN이 선정한 불멸의 기록 탑텐에도 들어갔다.

    그만큼 현대야구에서는 깨기 어려운 기록이란 것이 정설과도 같이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 기록에 도전한 것은 1999년, 매니 라미레즈가 시즌 165타점으로 마감했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누구도 핵 윌슨의 기록에 근접하지 못하면서 이대로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이라 예상했던 기록.

    딱!!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장타!! 1, 2루의 주자가 모두 홈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한수호 선수는 2루에서 멈췄습니다!

    -싹쓸이 2루타를 기록하는 한수호 선수! 2타점을 추가하면서 시즌 타점 기록이 72타점으로 올라갑니다!!

    -아직 5월이 채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대단한 페이스로 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그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레코드 브레이커 한수호.

    -역사상 최다 홈런 기록을 내면서 자신의 능력을 선보였던 한수호 선수! 그리고 마지막 4할 타자였던 테드 윌리엄스 이후 무려 백 년 만의 4할 타자가 되었던 그가 다시 한번 역사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역사에 남은 레전드들을 모두 소환하고 있는 한수호 선수의 질주가 멈추지 않습니다!

    덕분에 핵 윌슨의 이름은 이번 시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름이 되었다.

    이미 백 년 전에 은퇴한 선수의 이름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건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수호의 도전과 그가 남긴 기록이 대중에게 큰 임팩트를 주었다.

    -과연 한수호 선수가 이번 시즌 핵 윌슨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지! 그의 질주가 계속됩니다!!

    * * *

    에인절스와의 대결에서 연승을 거둔 뒤.

    수호는 필라델피아로 돌아가기 전, 하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호텔에 방문했다.

    ‘오랜만에 정장 입으니 어색하네.’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수호는 정장을 갖춰 입었다.

    그때 헬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수호 선수 정장도 잘 어울리지 않아?”

    “그러게 말이야. 키도 크고 몸도 근육질이라 그런지 마치 모델과 같은 모습이야.”

    “모델은 좀 더 호리호리한 체질인데. 한수호 선수는 뭔가 남자다운 느낌이 더 강해.”

    마초적인 느낌을 내뿜는 수호의 모습에 헬렌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눈길을 느끼고 있었지만, 수호는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전의 삶에서는 여자와 만날 일이 그렇게 없었는데.’

    30대 중반이 되었을 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소개팅을 봤었다.

    하지만 대기업이 아닌데다가 모아둔 재산도 없었기에 소개팅이 잘 되는 경우는 없었다.

    아무래도 결혼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40대가 되었을 때는 더 이상 여자와의 만남에 목을 매달지 않았다.

    그냥 체념하고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자 혼자 사는 것이 즐거워졌다.

    스스로에게 온전히 시간을 쓰게 되면서 그것에 익숙해진 탓도 있었다.

    ‘뭐, 이번 삶에서는 일상에선 내가 할 일이 거의 없긴 하지.’

    자신은 운동만 하면 된다.

    그 외의 일은 해주는 사람들이 모두 존재했다.

    간단한 집안일부터 심부름까지.

    해주는 이들이 모두 있었기에 온전히 운동에만 전념했다.

    이전의 삶에서는 혼자 사는 것에 전념했다면 이번 삶에서는 운동이 그것을 대체한 것이다.

    ‘당장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아직 20대 초반.

    지금의 자유로움을 더 즐겨도 괜찮다고 생각이 들었다.

    “수호!”

    그때 자신을 발견한 하퍼가 다가왔다.

    그의 곁에는 성숙한 여인이 함께하고 있었다.

    “우리 와이프, 예전에 만난 적 있지?”

    “예, 형수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하하! 오늘 이렇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수호는 하퍼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간중간에 와이프와 이야기를 나누는 그의 모습이 참 편안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나중에는 저런 가정을 이룰 수 있겠지.’

    좋아 보이는 모습에 수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 * *

    5월이 끝나가고 있었다.

    수호는 여전히 리그를 호령하고 있었지만, 필리스 팀에 변화가 생겼다.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벌써?”

    “예. 아무래도 메이저리그에서 뛴다는 중압감과 리그의 살인적인 스케줄에 마이너리그 때보다 체력이 빨리 소모된 거 같습니다.”

    “이건 예상 못 했던 일이군.”

    메이저리그의 스케줄은 살인적이다.

    이동할 때 전용기를 타고 거의 모든 일을 클러비가 해준다고는 하지만, 체력 소모가 적은 게 아니었다.

    거기에 메이저리그라는 부담감이 그들의 체력을 빠르게 소진시켰다.

    “메이저리그는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곳이니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체력소모가 평소보다 심했다는 거군.”

    “예. 그로 인해서 조금씩 수비에서 좋지 않은 모습이 나오고 있고요.”

    “최근 에러의 수치가 올라가고 있지?”

    “맞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마운드에도 영향이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흠…….”

    제이크는 고민에 잠겼다.

    ‘웬만하면 지금 라인업을 바꾸지 않고 경험을 최대한 살려주고 싶었는데.’

    현재 메인로스터의 선수들은 제이크가 고민 끝에 뽑은 이들이었다.

    앞으로 필리스의 라인업을 책임질 선수들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경험을 살려주고 싶은 생각이 컸다.

    ‘문제는 경험을 위해서 지금 순위를 포기하기에는 우리 팀의 상황이 너무 좋다.’

    필리스는 4월과 5월 승리를 누적한 끝에 여전히 지구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걸 포기하기에는 아쉬운 상황이었기에 결국 제이크는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후보로 있는 선수들과 로테이션을 돌리는 쪽으로 하는 게 좋겠군.”

    “예. 그럼 감독님에게 그렇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런데 한수호 선수는 어떤가?”

    “뭐, 여전하죠.”

    여전하다.

    그 말이 이렇게까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지는 몰랐다.

    “역시 한수호는 한수호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수.

    그가 바로 한수호였다.

    * * *

    6월의 시작과 함께 베어스포츠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다큐멘터리를 내보냈다.

    [한수호 선수의 일상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기상 후에는 개인운동으로 일상을 시작하죠.]

    프로그램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역시 수호였다.

    높은 비중으로 그가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팬들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한수호는 무슨 기계냐?

    -정말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을 하네.

    -저렇게 본인 관리에 철저하니 이런 성적을 남기는 거구나.

    -연출 아님?

    -너무 철저하게 지키던데. 나도 연출로 생각됨.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사냐?

    -메이저리거들 인터뷰 보면 수호의 저런 모습을 존경한다잖아

    -거기에 한국에서 한수호와 아이들로 불리는 선수들 있는데. 걔들도 비슷한 인터뷰 했음.

    -연출 아닌 듯.

    -그는 신이야!

    프로그램 방송 이후 대중의 의견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연출이라 말하는 이들은 수호의 일상이 너무나 기계처럼 움직이기에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일반인이 보기에 수호는 유흥도 즐기지 않고 운동에만 전념을 하고 있으니 더더욱 일상이라고는 믿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호의 찐팬들은 동료들의 인터뷰를 가져오면서 수호의 모습이 연출이 아님을 주장했다.

    중요한 건 프로그램의 시청률이었다.

    베어스포츠는 기본적으로 결제를 하고 봐야 하는 채널이었다.

    그리고 이날 수호가 나온 필리스 스토리는 베어스포츠의 올해 가장 높은 시청자 수를 기록하면서 재미를 톡톡히 봤다.

    그리고 수호의 이름이 구글에서 가장 높은 검색어를 기록하는 등.

    수호에게도 큰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이렇게 관심이 몰린 상황에서도 수호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어나갔다.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이제 막 6월에 접어들고 있지만, 한수호 선수는 여전히 도루를 제외한 타격지표 모든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타점이 벌써 81개가 쌓였다는 게 놀라울 지경입니다.

    -메이저리그 개막 이후 이렇게 빠른 속도로 100타점에 도전하는 선수가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많은 전문가가 여름 시즌을 잘 견딘다면 한수호 선수가 핵 윌슨 선수의 기록을 넘어서는 게 무난할 거라고 전망하고 있지 않습니까?

    퍽!

    “볼.”

    -초구는 볼입니다.

    -맞습니다. 핵 윌슨의 191타점을 넘어설 수 있는 페이스로 타점을 수확하고 있습니다.

    5월까지만 하더라도 수호가 핵 윌슨을 넘어설 수 있을 거라는 전망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점점 그 기록경신이 가시권에 접어들고 있었다.

    거기에 수호의 홈런 페이스 역시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빨랐다.

    퍽!

    “볼.”

    -2구 역시 볼입니다. 상대 투수가 한수호 선수를 무척이나 경계하는 느낌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한수호 선수는 단 2개월 만에 29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30홈런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본인의 커리어하이인 77홈런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요?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그 기록을 넘어서서 아직 누구도 밟지 못했던 80홈런도 넘어섰으면 좋겠습니다.

    80홈런.

    메이저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했던 기록이다.

    역사적인 홈런대결이 펼쳐졌던 2027시즌에 수호는 77홈런이란 대기록을 달성하면서 시즌을 마감했다.

    당시 수호는 마지막까지 홈런레이스를 펼쳐주었던 애런 저지에게 감사하다는 인터뷰를 남겼다.

    진심에서 나온 인터뷰였기에 큰 화제가 됐었다.

    -당시 애런 저지라는 라이벌이 있었기에 두 선수가 역대급 홈런 기록을 남겼었죠.

    -예.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아쿠냐 주니어 선수와 애런 저지 그리고 게레로 주니어 선수라는 걸출한 재목들이 한수호 선수와 함께 레이스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세 명의 선수도 모두 20홈런을 돌파하면서 올 시즌에 2027시즌의 기록을 넘어서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라이벌들이 있기에 수호 역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투 볼로 몰린 투수가 3구를 던집니다!

    주자 없는 상황.

    와인드업에 들어간 투수가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수호의 몸쪽을 파고들고 있을 때.

    타닥!!

    발을 내디딘 수호가 그대로 배트를 돌렸다.

    후웅!!

    묵직하게 돌아간 배트는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외야까지 날아간 타구는 어김없이 관중석을 넘어갔다.

    -터졌습니다!! 이번 시즌 첫 30홈런에 달성하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30홈런.

    그리고 82번째 타점을 기록한 수호가 홈플레이트를 밟으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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