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299화
필리스의 성적이 고공행진을 달렸다.
당연히 팬들은 이런 필리스의 비결을 궁금해했다.
방송국은 이런 팬들의 니즈를 놓치지 않았다.
“베어스포츠에서 우리 팀을 취재하겠다고?”
“예. 정식으로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밀착취재이고 원정경기와 홈경기를 모두 취재해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내보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좋은데?”
베어스포츠는 미국 전역에 방송을 내보내는 전국 방송국이었다.
황금 시간대 직후에 방송을 내보낸다면 팀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한수호 선수에게 밀착카메라를 붙이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한수호에게?”
“예. 아무래도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그의 사생활이니까요.”
“음, 그 부분은 한수호 선수와 상의해야겠군. 지금 어디에 있지?”
“언제나처럼 트레이너실에 있습니다. 훈련이 끝나면 사무실에 오라고 할까요?”
“아니야. 내가 직접 가지.”
사장이라 하더라도 한수호를 함부로 호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엄연히 구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제이크는 직접 트레이너실을 방문했다.
그리고 수호의 훈련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경기를 치르는 와중에도 본인의 루틴을 거르는 날이 단 하루도 없군.’
사람이 기계처럼 움직일 순 없다.
하지만 수호는 마치 잘 짜인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기계처럼 철저하게 스케줄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프로페셔널임을 알고 있는 제이크는 그를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러닝머신에서 내려온 그가 제이크를 발견하고 땀을 닦으며 다가왔다.
“여기까지 웬일이세요?”
제이크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야기를 들은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즉, 제가 거절한다면 팀에 대한 취재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뭐, 괜찮습니다. 받아들이도록 하죠.”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베어스포츠에 단독 프로그램으로 출연한다면 팀원들의 사기 증진에도 도움이 될 테고 무엇보다 팀의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되겠죠.”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구단의 인지도 상승은 곧 수호의 수익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걸 알기에 수호는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 * *
며칠 뒤.
필리스는 여전히 내셔널리그 1위를 달리면서 3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향해 순항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포스트시즌 진출도 유력한 상황.
그리고 수호 개인적으로도 30홈런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한수호 선수, 5월 들어 홈런 페이스가 조금 떨어졌는데요. 컨디션 문제인가요?”
그런 수호에게 들러붙은 이가 있었다.
베어스포츠에서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촬영팀을 보낸 것이다.
촬영팀은 카메라팀과 리포터 2명을 포함해 모두 8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중 한 팀은 오직 수호를 취재하기 위해 밀착취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담당하게 된 리포터는 헬렌이었다.
그녀는 쉬지도 않고 수호에게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다.
“컨디션은 아주 좋습니다. 그건 헬렌 씨도 봐서 잘 아시잖아요?”
“무…… 물론이죠!”
수호가 한마디 할 때마다 볼을 붉히는 그녀의 모습에 주위에 있는 선수들이 고개를 저었다.
“저 녀석이 카사노바로 나선다면 단숨에 모든 여자를 꼬실 수 있을 거야.”
“그렇지. 언제 한번 파티에 불러야 할 텐데 말이야.”
“그럼 진짜 셀럽들이 다 오지 않을까?”
“셀럽이라니까 생각났는데. 수호가 지금 셀럽이랑 사귀고 있던가?”
“아직 정식적으로 인정한 건 아니지만. 몇 번 열애설이 나긴 했었지.”
“그거 제외하고는 사실상 파파라치들도 두 손 들었잖아.”
메이저리그의 삶은 화려하다.
선수들은 많은 돈을 벌었고 그 돈을 어떻게 쓰느냐는 그들의 자유였다.
당연히 호화스러운 삶을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그들 중 몇몇은 슈퍼스타들과 열애설이 나기도 하고 실제로 결혼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메이저리그 파티는 각계각층의 상류층들이 온다.
연예계의 슈퍼스타들, 각 기업의 CEO나 관계자들. 거기에 최근에는 셀럽들도 다수 참석했다.
한마디로 별들의 파티라 할 수 있는 자리였다.
‘물론 나한테도 제법 제의가 왔지만.’
수호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다.
당연히 파티에도 초청을 받았다.
알게 모르게 연락이 왔었지만, 지금까지는 참석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동안에는 여유가 없었지.’
메이저리그에 정착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최근 여유가 생겼지만, 과거에 너무 거절만 해서 그런 걸까?
더 이상 자신에게 제안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그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브라이스 하퍼 : 시간 괜찮을 때 연락 줘!
이제는 다른 팀으로 간 하퍼였다.
오랜만의 연락에 수호는 곧장 스마트폰을 들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퍼 오랜만이에요.”
-하하! 그러게, 잘 지내고 있는 거 같더라.
“저야 뭐 똑같죠. 그런데 웬일이세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내가 재단을 하나 만들거든. 혹시 시간 괜찮으면 참석 좀 해달라고.
“아, 물론 참석해야죠. 그런데 시즌 도중에 재단을 여는 거예요?”
-상황이 그렇게 됐네.
“날짜는 언젠데요?”
-너희가 이쪽으로 오는 날이야. 일주일 뒤.
일주일 뒤.
하퍼가 현재 소속된 LA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 나선다.
* * *
취재를 시작한 헬렌은 놀라워했다.
‘매일매일이…….’
그녀는 수호를 밀착취재 하기 위해 그가 출근하는 호텔에서부터 따라다녔다.
그런데 이 남자의 일상은 언제나 똑같았다.
‘루틴이 딱딱 정해져 있어.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매일 같은 그림이 카메라에 담기니 카메라 감독인 리옹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거 뭐 그냥 한 번 찍은 걸 복사 붙여넣기 해서 내보내도 되겠는데요?”
“그 정도로 똑같아요?”
“헬렌도 봐서 알잖아요. 매일매일 같은 루틴을 반복하고 있어요. 일어나서 요가로 하루를 시작하고 아침도 영양소가 딱 정해져 있는 식단으로 해결하고요.”
“그렇긴 하죠. 물론 저 양을 어떻게 다 먹냐는 게 신기하긴 하지만…….”
“거기에 구장에 나간 뒤에도 딱히 달라진 게 없잖아요.”
“하아…… 맞아요.”
구장에 나가도 수호는 훈련과 에너지 섭취를 반복한다.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그의 화면이 카메라에 담겼기에 찍는 사람도 지겨울 정도였다.
“이거 한수호 선수에게 부탁 좀 해야 하지 않겠어요? 뭔가 특별한 이벤트 같은 거라도 만들어 달라고요.”
“하지만 그건 계약 위반이에요. 우리는 선수들의 일상을 찍을 수밖에 없어요.”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필리스가 내세운 조건은 하나였다.
바로 선수들에게 연출을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연출이 가미되는 순간 촬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기에 촬영팀은 어쩔 수 없이 수호의 일상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음 경기는 LA에인절스에서 하니까.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요?”
“하긴, LA에는 한국인이 많으니 수호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겠군.”
“거기에 들어보니까. 브라이스 하퍼가 자선재단 출범과 함께 파티를 연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에 한수호 선수가 참석할 수 있다니. 뭔가 그림이 나오겠죠.”
“오~그거 괜찮은데?”
취재팀은 원정경기에 기대를 걸면서 수호의 경기를 찍고 있었다.
그때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딱!!
“와아아아!!”
“잘 맞았다!!”
“넘어가겠는데?”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의 말처럼 타구는 단숨에 좌중간 펜스를 넘어 그대로 관중석에 떨어졌다.
“저런 모습을 보여주니 사생활이 재미없어도 사랑받을 수밖에 없나 봐요.”
“그러게 말이야.”
취재팀은 수호의 26번째 홈런을 카메라에 담았다.
* * *
수호가 원정길에 올랐다.
전용기를 타고 이동하면서 수호는 자신의 기록을 확인했다.
[타율 0.447 타점 62개 홈런 27개 도루 11개]
도루를 제외하고는 모든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번 시즌도 이대로 흘러간다면 MVP도 가능한 시즌이었다.
‘MVP보다도 이번 시즌에는 90홈런까지 때려보고 싶은데.’
[이열~이제는 90홈런까지 노리는 거임?]
[우리 수호 많이 컸네.]
‘이왕이면 저도 선배님들처럼 후배들이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기록을 남기고 싶거든요.’
무엇보다 수호의 90홈런은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었다.
‘제가 체력적인 문제가 없고 거기에 다른 팀들이 저를 피하지 않는다는 가정이 붙는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음, 충분히 가능하겠지.]
[확실히 90홈런은 전인미답의 기록이긴 하지.]
[거기까지 가려면 거의 정규경기의 2/3 정도 홈런을 때려야 하네.]
[쉬운 기록은 아닐 듯.]
그러나 최근 페이스가 계속 유지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기록이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 내 기록도 좀 깨주라.]
그때 핵 윌슨의 채팅이 올라갔다.
현재 수호는 62개의 타점을 기록하면서 타점 부문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 부문에서는 대항마가 없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독보적인 기록이다.
그리고 지금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핵 윌슨의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미션이시죠?’
[응? 꼭 걸어야 함?]
[야야, 부탁을 맨입으로 하는 건 아니지.]
[ㅇㅈ]
[우리도 얘한테 부탁할 때는 노잣돈 탈탈 털어서 했는데. 너는 그냥 날로 먹으려고 하냐?]
다른 레전드들의 타박에 핵 윌슨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션을 걸었다.
[핵 윌슨 님이 미션을 등록했습니다.]
[2029시즌 핵 윌슨의 단일시즌 타점 기록을 경신하면 성공.]
[성공 시 10만 노잣돈.]
사실 이제는 노잣돈을 받아도 딱히 쓸 곳이 없었다.
이제는 레전드들과의 동기화 수치가 모두 50퍼센트를 넘었을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신체 능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동기화 수치를 높일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하나의 창이 더 떴다.
[추가미션이 등록되었습니다.]
처음 보는 창이었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이런 창이 뜬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내용 역시 처음 보는 것이었다.
[2029시즌 200타점을 돌파해 전인미답의 기록을 남기세요.]
[성공 시 저승튜브 정식 스트리머 퀘스트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승튜브 정식 스트리머.
처음 듣는 말이었기에 수호의 눈이 커졌다.
‘이…… 이게 뭐예요?’
[몰라?]
[이거 뭐냐?]
[왜 이런 게 뜬 거지?]
[이건 진짜 처음 보는 건데.]
레전드들 역시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그때 예상치 못한 인물이 채팅창에 등장했다.
[저승사자 : 오…… 이건 저도 예상 밖이네요.]
‘저승사자님?’
[저승사자 : 오랜만입니다.]
[야야, 인사는 됐고 이게 뭐냐?]
[저승사자 : 뭐 간단합니다. 정식 스트리머가 되어서 이제는 방송을 껐다 켤 수 있게 되는 거죠.]
[오…… 한마디로 자유롭게 방송을 할 수 있게 되는 건가?]
[저승사자 : 예. 그리고 노잣돈을 모아서 사후에도 쓸 수 있고요.]
‘그거…… 특전 맞나요?’
[저승사자 : 의외로 사후세계에선 노잣돈을 많이 쓰게 되거든요. 미리미리 모아두면 편하죠.]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벌써부터 사후를 생각하면서 돈을 벌다니 말이다.
[그래서 안 할 거임?]
‘그럴 리는 없죠.’
이왕 도전하는 기록.
걸린 게 많으면 오히려 땡큐였다.
수락을 누르자 알림창이 눈앞에 떴다.
[미션을 수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