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298화
메이저리그가 개막하고 4월 한 달간 각 팀은 자신들이 준비한 전력을 내보였다.
27년과 28년.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팀이었던 필리스가 바겐세일을 통해 선수를 내보낸 탓에 사실상 챔피언이 빈집이 되었다.
그래서 다른 팀들은 더욱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었다.
비어 있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4월 내셔널리그 전체 1위로 마감!]
[2년 연속 챔피언 필리스가 다시 1위를 질주하다!]
주축 선수 대다수를 내보낸 필리스가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대부분의 평론가는 필리스가 올 시즌 하위권에 머물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필리스는 그런 전망을 모두 비웃으며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이 선수가 있었다.
[한수호 4월 한 달에만 21개의 홈런 기록!]
[역대 메이저리그 4월 한 달간 홈런 중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한수호!]
[자신의 역대 기록과 비교해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내다!]
[10억 달러의 사나이 한수호,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4월이었다!]
10억 달러의 사나이가 된 수호는 4월에만 21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단순히 홈런만 많은 게 아니었다.
타점은 무려 42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세 번째 100타점은 가볍게 달성할 것으로 보였다.
세간의 관심은 수호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타점을 기록한 핵 윌슨의 191타점을 넘어설 수 있을지에 몰렸다.
[레전드 핵 윌슨의 대기록에 도전하는 한수호!]
메이저리그 역대 단일시즌 기록 중, 타점은 모두 1950년대 이전에 작성되었다.
역대 10위의 기록이 169타점으로 이는 지미 폭스가 가지고 있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매우 컸다.
[그동안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메이저리그 타점 기록은 경신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 밝혀!]
[한수호는 과연 불멸의 기록을 깨뜨릴 수 있을 것인가?!]
불멸의 기록에 매년 도전하는 수호였다.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말을 아꼈다.
[보수적인 전문가들 기자의 인터뷰에 “한수호는 상식 밖의 선수다. 다른 선수라면 불가능하겠지만, 그는 가능할 수도 있다.”라고 밝혀!]
전문가들조차 수호의 도전에 물음표를 붙이지 않았다.
그만큼 한수호라는 선수는 모든 상식을 벗어나고 있었다.
* * *
필리스의 1위 질주에 이달의 선수는 당연히 수호에게 돌아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4월 이달의 선수에 한수호 선정! 이달의 투수에는 LA다저스의 바비 밀러, 이달의 신인에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피터 존슨.]
[한수호는 과연 올 시즌 이달의 선수를 석권할 수 있을 것인가?]
[3년 연속 MVP를 위한 순항을 시작한 한수호!]
수호의 활약에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MVP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만큼 4월 한 달간의 성적은 경이로웠다.
그 활약은 5월에도 이어졌다.
-7회 말, 3 대 3의 스코어로 승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이번 경기 아직 장타를 기록하지 못한 한수호 선수, 과연 일이 루의 찬스를 살릴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원아웃에 주자는 1, 2루.
그리고 상대인 밀워키 브루어스는 필승조 중 한 명인 브라이언 멜로를 등판시켰다.
큰 키에서 뿜어내는 90마일 후반의 강속구가 일품인 선수인 만큼 수호도 그의 공을 경계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부터 강력한 스트라이크가 미트에 꽂힙니다!
타석에서 한 발을 뺀 수호가 장갑을 고쳐 착용하며 방금 본 공을 떠올렸다.
‘무브먼트가 엄청 지저분하네.’
[마지막 순간까지 휘어서 들어오는데?]
[배트의 중심에 맞추기 상당히 어렵겠어.]
레전드들의 채팅이 연달아 올라갔다.
그들이 인정할 정도로 브라이언의 공은 훌륭했다.
[물론 보통 선수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루 게릭의 채팅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좋은 공이지만, 이 정도면 뭐…….’
최근 페이스가 무시무시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이렇게까지 성적을 내도 되나 싶었다.
하지만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성적을 모아둬야지.’
언제 또 컨디션이 나빠질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컨디션이 좋을 때 최대한 성적을 끌어올려 최대한 높은 수치를 만들어야 했다.
“후우…….”
다시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심호흡을 뱉었다.
그리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바로 들어와진다.’
이제는 집중력을 끌어올리겠다 생각하면 곧장 영역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컨디션이 떨어져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만으로도 지금 컨디션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었다.
“흡!!”
-브라이언, 2구 던졌습니다!
브라이언 역시 본인의 공에 자신감이 대단했다.
그렇기에 1구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포심 패스트볼을 택했다.
리그 최고의 타자라 할 수 있는 수호에게 두 번이나 같은 구종을 택한 것만으로도 그가 가진 자부심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코스는 바깥쪽으로 향했다.
같은 코스로 두 번이나 던지는 건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니 말이다.
‘아웃코스 보더라인을 살짝 벗어난다.’
수호는 그 공의 궤적을 예측했다.
자신의 예측에 따르면 존을 벗어나는 공이지만, 수호는 클로즈드 스텝을 밟으며 시동을 걸었다.
‘평소라면 그냥 보냈을 테지만……!’
하체를 단단히 고정한 수호가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지금은 컨디션이 매우 좋거든!’
후웅!!
묵직하게 돌아간 배트가 단숨에 공을 낚아챘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타구를 본 수호가 배트를 던졌다.
휘릭!!
-배트를 던진 한수호!! 그리고 타구는 그대로 펜스 밖으로 사라집니다!! 역전 쓰리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시즌 22번째 홈런을 터뜨림과 동시에 5월 첫 경기 역시 승리로 이끄는 수호였다.
* * *
5월을 완벽한 성적으로 스타트한 수호는 현재 모든 타격지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팀 역시 1위를 달리는 중이었고 이대로라면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도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그건 세부적인 스텟을 보지 않고 드러난 부분만 봤을 때의 이야기였다.
“선수들의 수비 지표가 조금씩 나빠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4월 말부터 점점 점수의 비중이 수호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분명 경기에서는 이기고 있지만, 다른 선수들의 타격 지표가 떨어지는 게 문제입니다.”
“4월 초중반에는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었지만, 그게 계속될 수는 없었던 건가?”
“예.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콜업이 이루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들이기에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선수 역시 사람이다.
그날그날에 따라 컨디션이 오락가락할 수 있었다.
감정적인 이유가 될 수도 있었고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런 부분들을 컨트롤해야 하는 것이 프로로서 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그런 부분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코치들에게 조금 더 신경 쓰도록 하라고 해. 그리고 다른 팀들에게 트레이드가 가능한 선수가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알겠습니다.”
이번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서는 트레이드는 반드시 필요했다,
프런트가 자신들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이.
수호는 라커룸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었다.
“킴, 왜 이렇게 축 늘어져 있어?”
“요즘 내 플레이가 영 마음에 안 들어서 말이야.”
“집중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거 같긴 해.”
“그렇지? 하아……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데. 한 번씩 집중력이 깨질 때가 있단 말이지.”
킴이 한숨을 뱉는 모습에 수호는 레전드들의 해주었던 조언을 그에게 전달했다.
“경기 내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어. 필요한 순간에 집중력을 딱 깨우는 게 가장 중요하지.”
“필요할 때?”
“그래. 내가 봤을 때 너는 수비하는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거 같아.”
“맞아. 한순간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실책이 나올 거 같아서 집중력을 계속 유지하려고 해.”
“그렇게 하면 금방 지칠 거야. 아무리 집중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2-3시간의 플레이타임 동안 집중력을 계속 유지할 수 없어. 그것도 몸을 쉼 없이 움직이면서 말이야.”
수호의 말에 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필요한 순간에만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거네.”
“그래. 중요한 건 스위치야. 집중력의 전원을 네가 컨트롤해야 하는 거야.”
“컨트롤…….”
수호의 말을 들은 킴의 생각이 깊어졌다.
* * *
수호의 조언을 들은 킴은 그날부터 조금씩 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늘 날씨 좋지 않아?”
“갑자기 무슨 날씨 타령이야?”
킴이 같이 키스톤콤비를 맺고 있는 샌더슨에게 농담을 건넸다.
아직 투수가 마운드에 서지 않았기에 볼데드의 상황이었기에 굳이 긴장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나름 자기만의 방법을 찾은 건가?’
[수다로 긴장감을 해소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어떤 선수는 껌을 씹기도 하고 누구는 관중석에 있는 자신의 이상형을 찾는 경우도 있었지.]
선수마다 긴장을 푸는 방법은 다양하다.
경기 도중 긴장을 푸는 게 중요한 이유는 그만큼 쓸데없는 곳에 힘을 덜 쓰기 때문이다.
그리고 긴장감이 해소되면 어느 정도 집중력의 스위치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의 킴처럼 말이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
투수가 던진 1구를 타자가 그대로 받아쳤다.
잘 맞은 타구가 라인드라이브성으로 내야를 벗어나려는 순간.
킴이 몸을 날려 공을 낚아챘다.
퍽!!
-자…… 잡았습니다! 킴의 환상적인 수비로 안타성 타구를 지워 버립니다!
-아~정말 완벽한 수비가 나왔습니다!
-킴 선수는 한국인의 피를 이어받은 선수죠?
-맞습니다. 부모님 중 한 분이 한국인으로서 지금까지 마이너리그에서 뛰다가 메이저리그에 이제 막 데뷔를 했습니다.
한국 혼혈이란 점은 국내 팬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스토리였다.
-수비 좋았다.
-어쩐지 친근하게 생겼더라니. 한국 혼혈이었구나.
-얘, 한국 이름은 없나?
-없는 거 같던데.
-김 씨니까, 김수비로 지어주자.
-그건 좀…….
-필리스가 점점 한국팀이 되어 가는 듯.
-일단 구단주 중 한 명이 한국인이라는 게 대박이지 ㅋㅋ
필리스는 한국에서 제2의 다저스로 불리고 있었다.
그만큼 한국인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필리스 역시 한국을 주요시장으로 잡고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었다.
홈구장에서 한국 음식을 파는 것도 그중의 하나였으니 말이다.
-킴 선수의 좋은 수비로 무실점으로 경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필리스, 이제는 점수를 내야 할 때입니다.
-이번 이닝이 아주 좋은 타이밍이에요. 바로 한수호 선수가 들어오기 때문이죠.
수호의 타순이 돌아온다.
그것만으로도 필리스 팬들이 열광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타자들 역시 그것을 알기에 수호에게 기회를 연결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두 타자 연속 출루에 성공하는 필리스! 그리고 타석에는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수호의 등장에 관중석이 들썩였다.
“한! 한! 한! 한!!”
엄청난 함성을 받으며 타석에 들어선 수호에게 팬들은 목이 찢어져라 응원을 보냈다.
그리고 수호는.
-투수 1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그런 팬들의 성원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후웅!!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가 그대로 담장을 넘어갑니다!! 시즌 24번째 홈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한수호의 질주가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