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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94화 (294/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94화

경기 이후.

스미스 감독은 수석코치가 가져온 명단을 확인했다.

‘조나단 킴, 페르난데스 그리고 리치 데이브까지. 세 사람이 수호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얻었고 모두 수비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나단은 2루수.

페르난데스는 중견수.

마지막으로 데이브는 3루수에 위치해 있었다.

모든 포지션이 제각각이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스미스는 머리가 복잡했다.

포지션마다 필요한 스킬이 모두 다르다.

당연히 조언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수호는 그들에게 모두 조언을 해주었고 선수들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모든 포지션에 조예가 깊다는 건가? 하지만 그게 말이 되나?’

자신이 생각하고 바로 반박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가설이었다.

‘하지만 수호는 이전에도 포수만이 아니라 다른 포지션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가설이었음에도 자꾸 머릿속에 맴도는 이유는 간단했다.

수호가 이미 직접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1루수와 3루수는 수비의 난이도가 낮다고는 하지만, 유격수와 2루수는 다르다.’

심지어 수비 난이도가 가장 높다는 유격수 포지션에서도 수호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거기에 외야에서도 뛰었었지.’

강견이었던 수호의 외야 홈 송구는 일품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강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수호는 각 포지션에서 실책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수호의 운동신경과 센스가 뛰어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지만, 그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건 현장에서 뛰는 이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었지.’

운동신경과 센스.

운동선수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수비는 이 두 가지 외에도 압도적인 연습량이 필요했다.

연습이 없으면 결국 실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다른 포지션을 경험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스미스는 머릿속으로 가설을 세웠다.

‘조언을 해주는 게 아직 의문이긴 하지만, 팀 자체가 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고.’

이 부분이 문제가 될 수도 있긴 했다.

수호의 조언은 어디까지나 코치들이 해야 할 일이었다.

선수들이 코치보다 동료선수를 더 신뢰한다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스미스는 이 부분은 일단 치워두기로 결정했다.

‘수호의 조언을 얻고 선수들이 눈에 띄는 성과는 낸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다.’

스미스 감독은 세 선수의 이름에 별표를 표시하고 단장에게 보고를 올렸다.

* * *

연습경기를 진행하면서 캠프의 옥석이 가려졌다.

덕분에 시장판과 같았던 라커룸도 제법 빈자리가 보였다.

“오늘도 라커룸이 비었네.”

누군가의 말에 선수들의 시선이 한 라커룸으로 향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메인로스터에 들겠다면서 목소리를 높이던 라틴계 선수의 자리였다.

지금은 그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마이너 캠프로 내려갔다는 소리였다.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란 소리지.”

“이제 곧 시범경기인데. 아직도 안심할 때가 아니라니. 대체 언제쯤이면 안심할 수 있는 거야?”

“그거야 페넌트레이스가 시작되어야 알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시범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는 건 의외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메인로스터에 들어가는 게 상당히 힘들다는 소리였다.

“필리스가 빈집이라고 해서 왔는데. 이거 생각보다 빡세군.”

“아무리 빈집이라 하더라도 2년 연속 우승팀이니까. 무엇보다 팜에 소속된 애들을 많이 콜업했더군.”

“자체적인 농장에서 성장한 녀석들에게 기회를 더 주는 건 원래 있던 일이니까.”

“그런데 요즘 좀 묘한 일이 있어.”

“뭔데?”

한 남자의 말에 주위 선수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한수호와 어울리는 선수들의 실력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더군.”

“음? 그게 무슨 소리야?”

“대표적으로 조나단 킴이라는 녀석 말이야. 분명 싱글A에서 캠프에 합류했다고 했거든?”

“그랬지. 그리고 타격을 보면 딱 그 정도 레벨이고.”

“그렇긴 하지. 그런데 수비에서는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니까.”

“맞아. 나도 그걸 느끼고 있었어. 왜인지 모르지만, 최근 수비가 좋아지고 있었어.”

“그래서 아직 캠프에서 생존 중인 건가?”

때마침 조나단이 라커룸으로 들어왔다.

그의 곁에는 수호도 함께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조나단이 수호의 옆을 따라 걷고 있었다.

“네가 말해준 대로 확실히 첫 번째 스텝이 중요하더라.”

“그래. 특히 키스톤 포지션에서는 첫 스텝이 모든 걸 결정한다고 보면 돼.”

지금도 두 사람은 수비와 관련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선수들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수호의 실력이 좋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다른 포지션의 선수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을 정도로 지식이 풍부했던가?’

‘저 녀석 아직 메이저리그 3년 차 아니야? 본인의 실력이 좋은 건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선수에게 조언까지 한다고?’

‘첫 스텝이 중요한 건 분명히 맞지. 그리고 그걸 모르는 선수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선수들은 제각각의 생각을 하면서 수호와 조나단을 바라봤다.

‘나도 수호에게 어드바이스를 얻어볼까?’

‘코치들은 매일 바빠 보이니까.’

‘우리에게 신경 안 쓰는 코치들보단 수호에게 조언을 얻는 것도 나쁘지 않지.’

메이저리그의 코치는 한국과는 성향이 달랐다.

그들은 먼저 선수의 단점을 캐치해서 조언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몇몇 선수들은 조언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거기에 조나단이 수호의 조언을 얻음으로 인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눈에 보이고 있었다.

당연히 수호의 조언에 대한 호기심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도 수호에게 한번 물어봐야겠어.’

‘다음에 쉴 때 한번 물어봐야지.’

선수들에게 인기가 높아지는 수호였다.

* * *

수호는 자연스레 필리스 클럽하우스의 리더로 거듭나고 있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연봉이었다.

총액 10억 달러라는 계약을 맺은 수호는 단연 메이저리그 최고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되었다.

프로세계이니만큼 연봉은 곧 실력을 나타내는 지표였다.

역사적인 연봉을 받는 수호인 만큼 그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정받고 있었다.

또 하나는 바로 성적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2년 연속 압도적인 성적을 올린 수호였다.

역사에 남길 성적을 올린 선수였기에 선수들은 그를 인정을 넘어 존경하기까지 했다.

거기에 최근 필리스의 캠프에선 그에게 조언을 얻는 선수들이 늘고 있었다.

“수호! 블로킹을 하는데.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

“블로킹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을 내가 원하는 곳에 떨어뜨리는 거지.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식으로…….”

수호는 자신이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신인 포수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조언은 포수에게만 한정된 게 아니었다.

“외야에서 송구할 때 구속을 조금 더 빠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을 놓기 전에 최대한 힘을 집중시켜야 해. 너도 알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도움닫기가 중요해. 이런 방법으로……!”

수호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외야에서도.

“헤이! 수호, 오늘 내 수비 어땠어?”

“아주 좋았어. 단지, 4회에서 토스할 때 조금 더 안정적으로 해줄 필요가 있어. 그래야 공을 잡는 2루수도 다음 동작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으니까.”

내야까지.

모든 포지션의 야수들이 그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 줄을 이었다.

그런 모습은 영락없는 코치와 같았다.

어떻게 보면 수호의 이런 행동은 코치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필리스의 신생 코치군단은 그의 조언을 지켜만 보았다.

‘확실히 조언을 잘하는군.’

‘딱 필요한 곳에만 조언을 해주고 있어.’

‘선수가 필요한 부분만 조언을 해주니. 받는 입장에서도 좋겠지.’

오히려 수호의 행동을 좋게 보기도 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코치들도 있었다.

‘선수가 직접 찾아오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녀석이야.’

‘나도 코치로 더 성공하기 위해서는 저런 매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선 안 돼.’

결국 수호의 행동은 팀의 코치들도 바꾸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수동적으로 접근하던 그들이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변화는 필리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다.

그 효과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건 시범경기부터였다.

-전국의 야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드디어 메이저리그의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2029시즌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시범경기를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이번 시범경기에선 필리스의 한수호 선수가 과연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무려 10억 달러의 계약을 맺은 한수호 선수,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필리스가 이번 시즌 어려울 거란 전망을 많이 내놓고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아무래도 직전 구단주인 길 버드의 바겐세일이 영향을 크게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주전선수가 빠지면서 새로운 얼굴로 채워진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파드리스의 공격으로 경기 시작됩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매년 좋은 성적을 내면서 당당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팀이었다.

하지만 내셔널리그에선 필리스가 2년 연속 챔피언이 되었기에 월드시리즈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렇기에 올 시즌 이를 갈고 준비했다.

-필리스의 선발투수는 작년 트리플A에서 활약했던 샌더슨 선수가 올라왔습니다.

-필리스 팜 출신으로 트리플A에서만 2시즌을 치르면서 통산 22승 11패, 평균자책점 3.44라는 성적을 기록 중입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일 순 있지만, 트리플A라는 점에서 보았을 때 인상적이지도 않네요.

-그렇습니다. 과연 그가 어떤 피칭을 보여줄지 관심이 가네요.

샌더슨의 장점은 명확했다.

‘피지컬이 좋아서 구속이 잘 나온다. 하지만 변화구가 약한 게 단점이야.’

수호는 연습경기에서 그와 호흡을 맞추면서 데이터를 모았다.

그렇기에 샌더슨의 장단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문제는 경험이 부족해서 긴장을 하고 있다는 건데.’

지금 마운드에 있는 샌더슨이 긴장하고 있다는 건 수호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알 수 있었다.

그만큼 그의 긴장 정도는 상당했다.

‘뭐 첫 경기이니만큼 어쩔 수 없지. 야수들이 잘 도와주길 바래야겠어.’

투수가 긴장할 때 야수들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

그걸 알기에 수호는 샌더슨의 주무기로 초구 사인을 보냈다.

‘인코스 패스트볼. 힘껏 던져.’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샌더슨이 심호흡을 하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1구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그가 던진 공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그러나 코스가 미스였다.

인코스가 아닌 센터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파드리스의 리드오프인 도날드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딱!!

-때렸습니다! 타구가 샌더슨을 스쳐 지나 2루 베이스 위를 통……!

2루 베이스 위를 공이 지나는 순간, 어느새 2루 베이스 뒤로 이동한 조나단이 나타나 공을 낚아챘다.

퍽!

-아-! 조나단 킴이 공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곧장 1루로!

퍽!!

“아웃!!”

-아웃입니다!! 1회부터 환상적인 수비를 보여주는 조나단 킴!!

안타성 타구를 훔친 조나단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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