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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93화 (293/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93화

2일 차.

조나단은 오늘도 수호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어제 네가 말한 대로 던지니까. 확실히 공이 쫙 뻗어 나가더라.”

“그렇지? 캐치볼부터 체득을 해두면 자연스럽게 경기에서도 나오니까. 미리미리 해두는 게 좋아.”

“그런데 너 야수로도 뛴 적 있잖아.”

“응, 그랬지.”

수호는 포수만이 아니라 팀의 상황에 따라 야수로도 뛰었었다.

당시 워낙 센세이셔널한 일이었기에 조나단 역시 익히 알고 있었다.

“내가 2루거든? 그런데 백핸드로 공을 잡았을 때 그걸 1루로 송구하는 게 상당히 힘들단 말이야.”

“백핸드로? 어떻게 잡는데?”

“이런 식으로.”

조나단이 백핸드로 공을 잡는 시늉을 했다.

그걸 본 수호의 눈에 문제점이 바로 보였다.

“무릎을 더 굽히고 무게중심을 낮춰. 하체가 제대로 안정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는 거야.”

“하체가?”

“응. 지금 네 무게중심은 허리쯤에 있잖아. 이걸 발목 쪽에 둔다고 생각해 봐.”

“이렇게?”

조나단이 무게중심을 낮추었다.

그 모습을 본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리고 백핸드로 공을 잡고 1루의 방향을 정확히 인식하는 거지. 역동작인지 아니면 방향대로 던지면 되는지 말이야.”

수호가 땅에 공을 떨어뜨리고 곧장 백핸드로 그걸 잡았다.

그리고 마치 1루에 던지듯 시뮬레이션으로 연속 동작을 보여주었다.

그 동작에선 막히는 구간이 단 하나도 없었다.

“이런 식으로 던지면 되는 거야.”

“와…… 어떻게 막히는 곳이 하나도 없는 거야?”

“머리로 시뮬레이션을 끝냈으니까. 그리고 내 몸도 이미 익숙한 동작이라는 것도 영향을 끼쳤지.”

수호의 말에 조나단이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열심히 연습하면 돼.”

“결국 연습이구나.”

“그렇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연습밖에 없어. 같이 페넌트레이스에서 뛰어야지.”

“물론이지!”

큰 소리로 외치는 조나단의 모습에 수호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 * *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필리스.

선수 영입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필리스는 불안했다.

그리고 그건 수호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레전드들과 상의했다.

‘필리스가 29시즌에도 우승을 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포기하는 게 편해.]

[그렇지.]

[지금 전력으로는 어림도 없지.]

레전드들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에 수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요기 베라가 말했다.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하는 것도 전략의 하나다.]

[ㅇㅈ]

[지금은 당장의 성적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지.]

‘더 중요한 일이요?’

[앞으로 필리스를 이끌 선수들을 발굴하는 거지.]

현재 필리스의 스프링캠프에는 원석들이 많았다.

문제는 그들이 원석인지 아니면 돌멩이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누가 가공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거다.]

[그걸 네가 해준다면 이번 시즌에는 무리더라도 30시즌에는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겠지.]

‘즉, 이번 시즌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적응할 수 있는 시즌이 되게끔 하는 거군요.’

[그렇지.]

[무엇보다 요즘 우리가 심심함.]

‘예?’

타이콥의 말에 수호가 되물었다.

[사실 이제 네가 성장할 것도 대부분 다 했고 오히려 우리를 뛰어넘을 부분도 있잖아.]

[그렇긴 하지.]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훈수가 계속될 수 없지.]

[그러니 다른 녀석들을 키우자!]

[그게 바로 우리의 결론이지!]

수호의 실력은 이미 메이저리그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그렇기에 레전드들 역시 수호의 실력을 인정했다.

수호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자신에게는 스승이나 다를 바 없는 그들이 인정해 준 것이니 말이다.

또한 그들의 말에 공감이 가기도 했다.

‘무엇보다 선배님들의 말대로 하면 구단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제 지분의 가치도 올라가겠군요.’

[그렇지.]

이제는 구단과 한 몸이 된 수호였다.

* * *

필리스는 본격적인 경기를 통해 선수들의 옥석을 가리기 시작했다.

“자자, 가볍게 이기자!!”

“오케이!!”

수호가 이끄는 A팀은 대부분 빅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로 이루어졌다.

“A팀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고!”

“그래!”

그리고 상대인 B팀은 유망주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일단 메이저 레벨에 들어가기 힘든 선수들을 골라내기 위한 배치겠지.’

[그렇지.]

[지금 캠프는 완전 도깨비시장이니까.]

원래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는 정말 많은 선수가 참여한다.

그런데 필리스는 타 팀보다 무려 30퍼센트나 많은 선수들을 초청했다.

그 결과 평소 캠프 때보다 더 캠프가 북적이고 있었다.

당연히 환경이 평소보다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선수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는 상황, 구단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이해됐다.

“과연 이 중에서 몇 명이나 살아남을까?”

“대부분 없어질걸.”

경기를 바라보는 기자들이 의견을 나누었다.

“하긴 평소 캠프에서도 하루 만에 사라지는 선수들이 수두룩하지.”

“아무리 필리스의 메인로스터가 비어 있다고는 해도 아무나 뽑지 않겠지. 특히 저런 녀석들 말이야.”

그때 3루수가 정면으로 오는 공을 놓치고 말았다.

뒤로 빠지는 타구에 2루 주자가 3루를 돌아 그대로 홈에 쇄도했다.

기초적인 실수였기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스미스 감독이 수첩에 무언가를 체크했다.

“스미스 감독은 어떨 거 같아?”

“상당히 좋은 감독이지. 젊은데도 승부수를 제대로 날릴 수 있는 그런 감독.”

“사령관은 확실히 괜찮은데. 문제는 병사들이란 소리네.”

“그렇지. 그래도 한수호가 있으니 필리스의 어깨가 상당히 가볍지.”

기자들의 시선이 마스크를 쓴 수호에게 향했다.

“자~가볍게 하나만 잡자!”

“오케이!”

수호의 외침에 어수선했던 야수들의 집중력이 올라가는 게 보였다.

“확실히 경험이 쌓여서 팀을 진두지휘하는 느낌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워졌네.”

“근데 그것도 웃긴 말인 거 알아?”

“웃기다니?”

“수호가 이번 시즌 고작 3년 차잖아. 다른 선수들도 3년 차에 두각을 드러내긴 하지만, 팀을 이끌어가는 건 다른 이야기지.”

“그건 그렇지.”

흔히 클럽하우스 리더라 혹은 라커룸 리더라고 불리는 선수가 있다.

베테랑 선수가 맡기도 하고 아니면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가 맡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30대 이상의 선수가 이런 포지션을 맡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20대에 아무리 날고 기는 하락을 하더라도 언제 성적이 하락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호는 지금 클럽하우스 리더까지 겸하고 있었다.

고작 3년 차에 말이다.

“과연 이게 독이 될지 어떨지 지켜봐야겠어.”

베테랑 기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나이스 볼!!”

수호는 캐처박스에 앉아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 * *

제이크와 데이비드가 선수들의 데이터를 확인하며 옥석을 고르고 있었다.

“아쉽지만, 미구엘은 마이너로 다시 보내야겠군.”

“예. 공수에서 모두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외야에서 어깨가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치명적이었습니다.”

“마이너에 내리면 내야로 전환시켜 보라고 코멘트를 해줘.”

“알겠습니다.”

후보 한 명을 끝낸 제이크가 다음 후보를 확인했다.

“조나단 킴, 이 친구는 좀 어때?”

“공격은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싱글A에서 바로 메이저 캠프에 합류한 거라 그런지 메인로스터급 선수들은 물론이거니와 트리플A급 선수들의 브레이킹볼에도 헤매는 모습입니다.”

“흠, 그럼 이 친구도 다시 내려야…….”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데이비드가 자신의 태블릿의 화면을 넘겼다.

그러자 조나단 킴의 동영상이 재생되었다.

“여기 보시면 아시겠지만, 수비에서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이크가 영상을 주시했다.

영상 속 조나단은 역동작에서 잡기 어려운 공을 잡아냈다.

그리고 1루로 공을 안정적으로 뿌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 번만 저런 모습을 보여준 거 아닐까?”

“아닙니다. 3번의 연습경기에서 나왔을 때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었습니다.”

“으흠, 즉 타격은 아쉽지만 수비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맞습니다. 당장 키스톤콤비를 구성해야 하는데. 이렇다 할 선수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키스톤 콤비는 2루수와 유격수를 통칭하는 말이다.

내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포지션이었기에 구단 측에서도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확실히 키스톤콤비는 타격보단 수비에 좀 더 비중을 두는 게 좋지.”

“맞습니다. 중요한 순간에 에러라도 나온다면 경기 전체의 분위기가 흩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럼 조나단을 당장 내리기보다는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좋겠군.”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조나단의 처우가 결정되었다.

“그럼 다음 선수로 넘어가지.”

“예.”

당사자인 조나단과 두 사람은 모르고 있었다.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수호의 어드바이스에 있었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그건 조나단에 국한되는 일이 아니었다.

* * *

조나단의 수비가 안정적으로 변하자 몇몇 선수들이 수호에게 찾아왔다.

“수호, 혹시 시간 있으면 내 수비 좀 봐줄 수 있을까?”

누군가는 수비를 봐달라 하고.

“수호, 방금 전에 내가 송구했을 때 토스를 하는 게 나았을까?”

누군가는 플레이에 대한 조언을 얻으러 왔다.

그리고 수호는 귀찮아하지 않고 선수들의 질문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수비할 때는 머릿속으로 다음 동작을 사전에 생각해 두면 편해. 물론 다음 동작만 생각하다가 당장의 플레이에서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지.”

“음, 둘 중 하나에 비중을 두려면 어떤 게 더 좋을까?”

“나라면 당장의 플레이에 더 무게를 실을 거야. 그리고 망설임을 가지지 않아야 해.”

“고마워 수호!”

그리고 이런 조언을 선수들의 플레이에 즉각적으로 변화를 일으켰다.

딱!!

“잘 맞았다!”

연습경기에서 나온 중견수 방향으로 날아가는 타구.

그 타구를 향해 조언을 얻었던 페르난데스가 질주했다.

‘잡을 수 있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페르난데스가 몸을 날렸다.

슈퍼맨처럼 팔을 뻗은 그의 동작에는 망설임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시선은 정확히 떨어지는 타구에 고정하고 글러브를 벌렸다.

퍽!

촤아아앗-!!

땅에 떨어진 그는 곧장 지면을 박차고 일어나 내야로 공을 뿌렸다.

그 장면에 새롭게 감독이 된 스미스의 눈이 빛났다.

“페르난데스의 플레이가 아주 좋군.”

“그렇습니다. 슈퍼맨캐치는 물론이고 후속 동작에서도 군더더기가 없네요.”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플레이에 망설임이 있었는데. 오늘은 아주 공격적으로 나가는군. 누구한테 조언이라도 얻은 건가?”

“사실 어제 페르난데스가 수호에게 조언을 얻었습니다.”

“수호한테?”

“예. 그리고 페르난데스만이 아니라 최근 몇몇 선수들이 수호에게 조언을 얻고 있습니다.”

스미스의 시선이 캐처박스에서 엄지를 들어 올리고 있는 수호에게 향했다.

‘단순히 자신의 플레이만이 아니라 주위에 있는 동료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되었다는 건가?’

그렇다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해야 할 게 있었다.

“수호에게 조언을 얻는 선수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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