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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92화 (292/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292화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

    이 타이틀을 차지한 필리스에겐 2029시즌 역시 중요했다.

    3년 연속 우승이란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전 구단주인 길 버드의 바겐세일로 인해 선수명단은 텅텅 비었다.

    “메인로스터의 전력이 대부분 유출됐군요.”

    로스터를 확인한 수호의 말에 사장과 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길 버드가 대대적으로 바겐세일을 했으니까요.”

    “현재 로스터로는 페넌트레이스를 치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외부에서 충분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초청하는 겁니다.”

    “확실히 스프링캠프에서 초청선수를 대폭 늘린다면 새로운 얼굴도 만날 수 있겠죠. 하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팜에서 신인선수를 대거 메이저 스프링캠프에 초대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것 역시 생각 중입니다. 그래서 트리플A에서 활약한 선수들 중 성적이 좋았던 상위 30인을 초대할 예정입니다.”

    오랜 세월 프런트에서 활약한 두 사람답게 정석대로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끼어들 틈은 없네요.’

    [괜히 사장과 단장의 자리까지 간 게 아니지.]

    [알나흐안도 두 사람을 임명한 걸 그냥 하진 않았을 테고.]

    [꽤 많은 돈을 주고 데려온 의미가 있는 듯.]

    수호는 만족스러운 표정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많은 대화를 통해 필리스를 다시 정상으로 올려놓도록 하죠!”

    “물론입니다.”

    세 사람이 하나의 마음을 가지고 스프링캠프를 준비했다.

    * * *

    2029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가 열렸다.

    다수의 구단은 29시즌 왕좌를 노리고 캠프에 다수의 선수들을 소집시켰다.

    언론과 팬들은 그런 구단들에 많은 관심을 주었다.

    그리고 가장 관심을 받는 건 역시 필리스였다.

    “이번 캠프에 대거 초청선수를 넣었더군.”

    “사실상 방법이 그것밖에 없으니까.”

    “웨이스도 오랜만에 메이저리그 캠프에 초청됐어.”

    “왕년에 20승을 올렸었던 선수지?”

    “맞아. 거기에 호세도 돌아왔고.”

    “호세는 일본에서 뛰지 않았나?”

    “작년에 계약이 만료됐어.”

    추억의 이름들이 기자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추억 속으로 사라졌던 선수들이 캠프에 합류했다는 건 지금 필리스 상황을 여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래서인지 캠프의 분위기도 평소와 달랐다.

    “선수들이 어수선하군.”

    “아무래도 여기저기서 모아온 애들이 대부분이니까요. 하나가 되는 게 힘들죠.”

    “이런 분위기가 페넌트레이스까지 이어지면 곤란한데.”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요? 스미스 감독이 어떻게든 해주겠죠.”

    존 스미스.

    필리스의 새로운 사령관으로 임명된 인물이었다.

    기존 매디슨 감독은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했다.

    감독까지 교체할 생각이 없었던 프런트였기에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스미스도 현장에서 너무 오래 벗어나 있었잖아. 무엇보다 너무 어려.”

    “갑작스럽게 감독에 앉으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데이비드의 대답에 제이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과연 팀을 얼마나 빨리 휘어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군.”

    “일단 불펜으로 가시죠. 거기에서 소집된 선수들을 다루는 걸 보면 알 수 있겠죠.”

    두 사람이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프링캠프의 소집은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투수와 포수가 소집되고 그 이후 야수조가 합류한다.

    그렇기에 불펜에서는 투수와 포수가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퍼엉-!

    퍼엉-!!

    연달아 공이 미트에 박히며 경쾌한 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오케이! 아주 좋아!!”

    그때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수호였다.

    수호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투수는 웨이스였다.

    왕년의 에이스로 불리던 선수였지만, 2번의 어깨 수술로 구속을 잃어버린 선수였다.

    현재는 평균구속 90마일의 빠른 공을 던지고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고 있었다.

    ‘웨이스의 공이 좋다고?’

    그렇기에 의아했다.

    웨이스를 데려온 건 젊은 선수들에게 멘토의 역할을 할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경험이 많은 그를 데려왔다.

    실력보다는 멘탈적인 부분을 우선적으로 봤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공이 좋다고 외치니 의아한 마음에 그의 피칭을 바라봤다.

    뻐어억-!!

    그가 던진 공이 수호의 미트에 박히면서 좋은 소리를 토해냈다.

    “나이스 볼!! 내 손이 찢어지겠는데?!”

    수호의 외침은 약간 과장을 담고 있었지만, 확실히 소리만 들었을 때는 공이 괜찮았다.

    “얼마나 나왔어?”

    데이비드가 옆에 있던 기록관에게 물었다.

    “88마일입니다.”

    “그것밖에 안 나왔어? 소리만 들었을 때는 90마일 초반쯤은 나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구속은 높지 않았다.

    뻐어억-!!

    그러나 소리는 이번에도 좋게 나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의아하게 생각하는 데이비드에게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

    “포수의 역량입니다.”

    “아, 스미스. 그런데 포수의 역량이라니요?”

    “수호가 포구를 할 때 웹이 아닌 볼집으로 정확히 받고 정확한 순간에 클로즈를 하면서 좋은 소리를 낼 수 만들어내고 있어요.”

    뻐어억-!!

    이번에도 굉장한 소리가 불펜에 울려 퍼졌다.

    “포수가 그런 걸 할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수준급의 포수들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스킬이죠. 하지만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예?”

    “아무래도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해줄 필요가 없죠. 왜냐하면 자신은 최고니까요. 그런데 수호는 최고의 선수이면서도 투수의 자신감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선수와 좋은 포수는 다른 개념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정도의 성적을 올린 수호가 투수의 자신감에 일일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포수로서의 초심을 잃지 않았다.

    “그는 최고의 포수입니다.”

    최고의 타자라고 생각했지만, 수호는 최고의 포수이기도 했다.

    “그리고 단순히 웨이스만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게 아니에요.”

    “음?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때 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옆을 바라보며 외쳤다.

    “헤이! 존, 오늘 패스트볼 너무 좋은 거 아니야?”

    “그런가?”

    “내가 타석에 들어가도 제대로 때릴 수 없겠는데?”

    “하하! 너무 입에 발린 소리 아니야?”

    “진심이야. 이 정도 공이면 당장 시즌을 뛰어도 되겠어.”

    수호의 말에 존이라 불린 어린 투수의 입꼬리가 움직였다.

    그런 행동은 한 번만이 아니었다.

    “로버트, 오늘 슬라이더 각도가 예술인데?”

    트리플A에서 뛰는 로버트.

    “로드리게스! 커브가 진짜 예술이다!”

    초청선수로 온 로드리게스 등.

    다수의 투수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칭찬을 받은 투수들의 공은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데이비드가 고개를 저었다.

    “수호가 한마디 했다고 공의 질이 달라지다니.”

    “그건 수호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스미스 감독의 말에 두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메이저리그에서 2시즌이나 70홈런을 때려낸 수호를 모르는 선수는 없죠.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입니다. 그런 선수가 칭찬을 해주는데.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자신감을 얻을 수밖에 없죠.”

    “하긴…….”

    “저라도 제 공을 수호가 칭찬해 준다면 자신감을 붙을 거 같군요.”

    “맞습니다. 그렇기에 수호는 웨이스의 공을 받아주면서도 다른 투수들의 피칭을 유심히 보고 있는 겁니다.”

    세 사람의 시선이 수호에게 향했다.

    “수호는 이미 팀을 이끄는 리더입니다.”

    수호가 팀을 이끌고 있었다.

    그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 * *

    투수조의 연습이 시작되고 며칠 뒤.

    야수조가 본격적으로 캠프에 합류하면서 필리스 캠프장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어우…… 이거 완전 도깨비시장이네.”

    젊은 동양인 선수가 고개를 캠프장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곁으로 다른 동양인 남자가 다가왔다.

    “메이저리그 캠프는 처음이야?”

    “어, 작년까지 싱글A에…… 어?”

    대답하면서 고개를 돌린 동양인 남자의 눈이 커졌다.

    “하…… 한수호?!”

    그의 곁에서 질문을 해온 남자가 한수호였기 때문이다.

    언터처블.

    메이저리그 최고의 플레이어.

    다양한 수식어가 붙은 남자가 옆에 서 있는 모습에 동양인 남자는 침을 꼴깍 삼켰다.

    “싱글A에서 뛰었어?”

    “아, 예. 싱글A에서 뛰었던 조나단 킴입니다.”

    “킴? 한국계야?”

    “어머니가 한국인이세요.”

    “이야~이거 반갑네. 그리고 말 편하게 해.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아, 그럴까?”

    조나단은 이게 현실인가 싶었다.

    싱글A에서 곧장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로 초청이 되질 않나.

    캠프에 합류한 날에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인 수호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니 말이다.

    “앞으로 잘 부탁해.”

    “나…… 나야말로.”

    악수를 나누며 조나단은 메이저리그에 합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 *

    야수조가 합류한 필리스의 단체훈련이 시작됐다.

    공개훈련이었기에 기자들이 선수들의 훈련을 찍었다.

    대부분 기자들의 카메라는 자연스레 수호를 쫓고 있었다.

    “한수호는 매년 피지컬이 더 커지는 거 같아.”

    “뭔가 작년하고 몸집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 더 커진 느낌이지?”

    “거기에 선수들 사이에서도 아우라가 달라.”

    “그건 당연하지. 무려 10억 달러의 사나이라고.”

    10억 달러.

    한화 1조 원이 넘는 엄청난 금액을 받는 선수였다.

    당연하게도 다른 선수들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수호다.’

    ‘와…… 내 눈으로 진짜 한수호를 보게 되다니.’

    ‘저 남자가 10억 달러를 받는다는 거지?’

    ‘괜히 다가갔다가 트집 잡히지 말자.’

    선수들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신기하게 수호를 보는 이들.

    경외감을 가지고 수호를 보는 이들로 말이다.

    분류는 둘로 나뉘었지만, 그들의 행동은 비슷했다.

    ‘방해하지 말자.’

    수호의 곁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함부로 다가가서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 수호가 움직였다.

    “헤이! 조나단!”

    “조나단?”

    “그게 누구지?”

    “저 혼혈 친구 말하는 거 아니야?”

    “누군지 알아?”

    “글쎄.”

    “처음 보는 얼굴인데?”

    수호가 아는 척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조나단에게로 향했다.

    조나단은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와 씨…… 아무것도 안 했는데. 무슨 시선이 한몸에 쏠리는 거야?’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나름 에이스로 뛰었던 고교야구에서도 이런 적이 없었기에 조나단은 당황했다.

    그런데 수호의 다음 말이 더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나랑 캐치볼 하자.”

    “어? 나…… 나랑?”

    “응.”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와 캐치볼 파트너가 되었다.

    두 사람은 곧장 캐치볼 준비에 들어갔다.

    그런 두 사람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선수들도 각자의 연습을 하면서 둘의 연습을 곁눈질로 살폈다.

    “가볍게 가볍게.”

    퍽!

    “윽…….”

    가볍게라고 했으면서 공을 받은 손이 저릴 정도였다.

    수호의 송구를 받은 조나단은 고개를 저으며 공을 던졌다.

    퍽!!

    “나이스 볼. 공 좋은데?”

    “그런가?”

    “응. 그런데 공을 던질 때 조금 더 공을 때리듯이 던져봐.”

    수호의 훈수에 조나단의 눈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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