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289화 (289/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89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건 오타니 쇼헤이였다.

“오타니는 투타에서 모두 능력을 인정받아 두 포지션의 연봉이 모두 책정되었습니다. 그 결과 5천만 달러라는 연봉을 받을 수 있었죠.”

5천만 달러.

한화로는 655억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웬만한 중소기업의 1년 매출과 비슷한 금액을 연봉으로 받는단 소리였다.

“거기에 그는 12년이란 계약 기간을 맺으면서 6억 달러라는 총액을 세웠습니다.”

7,860억 원.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총액이었고 이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 기록이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거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는 한수호 선수가 이 기록을 깰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수호가 맞은편에 앉은 김명훈을 바라봤다.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알나흐안 왕자가 백지계약서를 주고 갔다는 건 오타니 쇼헤이의 역대 계약을 갱신하겠다는 말과 같으니까요.”

“동감입니다. 백지수표까지는 예상했지만, 설마 백지계약서라니……. 이런 사례는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메이저리그 역사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스포츠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만큼 수호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래 보여준 활약은 대단했다.

‘무엇보다 앞으로도 다운스윙이 올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지.’

전문가들은 수호의 전성기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호가 보여주었던 활약과 그동안 쌓인 데이터로 나온 예측이었다.

물론 갑작스러운 부상이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웬만해서는 수호의 기량이 갑자기 하락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계약 내용은 생각해보셨습니까?”

“일단 연봉은 오타니의 것을 넘고 싶습니다. 그래서 연간 평균 6천만 달러의 조건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확실히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을 거 같습니다. 알나흐안 왕자님의 입장에서도 새롭게 시작하는 필리스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싶을 테니까요.”

역대 최고의 계약은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좋은 소식이었다.

“무엇보다 주인이 바뀐 필리스의 올드팬들의 입장에서는 한수호 선수를 평생 계약으로 잡아두면 반감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갑자기 구단주가 중동계의 인사로 바뀌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지만, 의외로 보수적인 미국인들 사이에서 중동인을 싫어하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테러와 같은 일들이 자주 일어났던 미국이다.

그러다 보니 중동에 대한 거부감이 대단했다.

그런 상황에서 수호와 역대 최고의 계약과 함께 그를 필리스에 계속 잡아둔다는 발표를 한다면?

반감을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계약 기간은 어차피 평생이라 했으니 총액에서도 오타니를 가볍게 넘어서겠군요.”

이번 계약을 통해 수호는 축구를 제외한 모든 스포츠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수호는 거기에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구단의 지분을 요구할 생각입니다.”

“예?”

“이번에 필리스 구단을 좌지우지하는 길 버드 구단주의 행동을 보고 느낀 게 많습니다. 구단이 절 영원히 잡아두고 싶다면 저도 제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는 보험을 만들어야 할 거 같습니다.”

“음…….”

김명훈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럼 요구하는 연봉을 조금 더 높이도록 하죠.”

“6천만 달러보다 더 높이자고요?”

“예. 6천만 달러는 한수호 선수가 실질적으로 받는 금액으로 하고 연간 1, 2천만 달러의 금액을 더 책정해서 지분으로 달라고 하는 겁니다.”

현금으로 받는 연봉은 바뀌지 않지만, 실질적인 연봉 총액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알나흐안이 과연 수락할지 알 수 없는 문제였다.

“상대 쪽에서 백지를 제시한 이상 우리의 조건이 다소 과해도 괜찮습니다. 무엇보다 알나흐안 왕자는 한수호 선수를 위해 6억 달러를 포기할 정도의 인물입니다.”

김명훈은 철저하게 사업적으로 접근했다.

“그렇게까지 한수호 선수를 원하는 상황에서 이쪽의 조건을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소 과하다고 판단하면 알나흐안 왕자가 다시 조정을 요청해 올 겁니다.”

“그렇군요. 말씀하신 걸 들어보니 분명 괜찮은 전략 같습니다. 그럼 이 부분은 김명훈 지부장님에게 맡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보라스에게 연락해서…….”

“아뇨. 보라스 코퍼레이션이 아니라 김명훈 지부장님이 직접 진두지휘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김명훈의 눈이 커졌다.

지금까지 수호의 계약은 스캇 보라스가 진두지휘했다.

수호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고 당연히 수장인 보라스가 움직이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말은 보라스가 아닌 자신에게 맡기겠단 소리였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

“시기가 다소 애매하긴 합니다만, 김 지부장님께서 원하신다면 회사를 하나 만드시는 게 어떻습니까? 관리하는 선수는 저로 한정하고요.”

“물론 그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러셔도 괜찮겠습니까?”

“스캇 보라스는 맡고 있는 선수들이 제법 되니까요. 저는 저를 위해 일할 팀이 필요합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가 된 수호다.

하지만 스캇 보라스의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상당히 큰 규모의 회사였다.

소속되어 있는 선수들 역시 다수였다.

보라스는 그들을 모두 관리해야 했기에 아무래도 수호 한 명의 관리에만 전념할 수 없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김명훈이 수호의 케어를 모두 도맡아 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김명훈을 아예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 게 더 좋겠단 판단을 내린 수호였다.

“물론 당장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안에 대한 답은 천천히…….”

“한 가지 조건만 승낙해 주신다면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말씀해 보시죠.”

“저도 회사에 지분을 넣고 싶습니다.”

지분을 넣겠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수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러셔도 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자신의 사람이 된 김명훈과 손을 맞잡는 수호였다.

* * *

보라스의 얼굴이 구겨졌다.

“미스터 김, 대우가 부족하다면…….”

“아닙니다. 지금도 충분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단지, 자국의 영웅과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을 뿐입니다.”

“으음…….”

김명훈과는 재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통상적으로 에이전트의 계약은 프리에이전트 시장이 끝난 다음이었다.

그전에 김명훈이 나간다고 통보한 이상 보라스 입장에선 잡을 방법이 없었다.

“한수호 선수는 이번 계약까지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으로 마무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수수료는 원래대로 입금될 것입니다. 다만 의뢰인의 요청으로 인해 앞으로의 협상은 제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협상이 아니었다.

통보였다.

그걸 모를 리 없는 보라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네.”

여기서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만약 여기에서 상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면 수수료가 날아갈 수도 있었다.

역대 최고의 계약이니만큼 수수료가 무척이나 중요했기에 보라스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에이전시 쪽을 처리한 김명훈은 알나흐안의 대리인과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왕자님께서 제시해 주신 백지계약서에 관련 내용을 적었습니다. 저희 쪽 의뢰인께서는 알나흐안 왕자님과 함께 필리스를 역사에 남을 구단으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음…… 연봉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수준입니다만…….”

알나흐안의 대리인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지분까지 요구하실 줄은 몰랐군요.”

“그만큼 한수호 선수는 필리스와 동고동락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신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말이 좋아 동고동락이었다.

이건 수호의 몸값이 기존보다 30퍼센트는 더 올라가는 효과를 냈다.

그리고 그 금액은 천문학적인 수준이었고 말이다.

“거기에 계약에 따른 양측 에이전시의 수수료는 구단 쪽에서 부담한다라…….”

보라스의 수수료를 직접 낼 생각은 없었던 김명훈이었다.

이걸로 수호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지울 생각이었다.

“과한 조건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수호 선수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로 남을 겁니다.”

“물론 그 부분에 동감입니다. 대신 조건을 몇 가지 더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알나흐안 대리인의 조건은 과한 게 아니었다.

성적과 관련된 부분과 사우디에서 홍보모델을 겸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우디는 황금을 낳는 땅과 같았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에게는 불모지와 같았다.

그런 곳에서 홍보모델로 뛴다는 것만으로도 수호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양측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워낙 큰 규모의 계약이었기에 협상은 시간을 제법 잡아먹었다.

그리고 김명훈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협상에 전념했다.

‘한수호 선수와 함께할 수 있다.’

그 한 가지 생각으로 협상에 임했다.

* * *

훈련에 열을 올리면서 수호는 나날이 체력이 붙어가는 게 느껴졌다.

“후욱! 후욱!”

스테미너는 운동선수에게 있어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했다.

수호는 작년 포수와 타자로서 풀 타임을 소화했다.

사실상 메이저리그 풀 타임을 소화하는 첫 시즌인 셈이었다.

그리고 명백하게 한계를 느꼈다.

‘페넌트레이스 시즌 막판, 체력적인 한계를 느꼈다. 영역으로의 전개가 자유롭게 되지 않았어.’

영역이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상태다.

집중력은 결국 체력이란 연료를 사용하면서 발휘되는 능력이었다.

체력이 떨어지면 자연스레 집중력도 떨어지고 당연하게도 영역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수호는 그걸 경험했고 자신의 신체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았다.

그래서 라이언 베켓에게 연락했다.

‘나도 페넌트레이스를 체크하면서 수호가 보완해야 할 부분이 스테미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수 본인이 먼저 연락해 올지는 몰랐지.’

라이언 베켓은 다양한 선수들을 관리해왔다.

그들 중에는 각 종목의 최상위권에 있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충실히 따라갔다.

때로는 토 나오고 근육이 경련을 일으켰지만, 스스로의 변화를 느끼며 견뎠다.

그것만으로도 엘리트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수호는 본인의 부족한 점을 먼저 찾아내고 있었다.

이런 선수들은 엘리트보다 더 위에 위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 단계 위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설마 이것도 저리 쉽게 이행할 줄은 몰랐군.’

라이언 베켓은 일부러 프로그램의 강도를 높였다.

수호를 괴롭히기 위함이 아니라 그의 한계를 실험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무리가 있다고 판단이 들면 즉각 프로그램을 대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수호는 우습다는 듯 프로그램을 수행해 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경이로웠다.

‘나는 한때 한수호의 하드웨어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섣부른 판단이었군.’

하드웨어란 수호의 신체를 말한다.

20대 초반의 나이이고 이미 한계까지 단련한 그의 신체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할 거라 판단했던 라이언이다.

하지만 그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올해 프로그램을 수행해 나가는 수호를 보며 깨달았다.

‘29시즌이 벌써 기대되는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