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282화
수호는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다.
“어머! 진짜 한수호 선수네!”
“와~ 만나서 반가워요!”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청담에 있는 한 헤어샵이었다.
물론 머리만 자르는 곳이 아닌 스타일링과 메이크업도 같이 하는 곳이었다.
연예인들도 자주 방문하는 곳으로 일반인은 출입하는 것도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 곳의 디자이너들조차 수호의 등장에 놀라워했다.
매일 연예인들을 만나는 그들이지만,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는 수호를 만나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한수호를 내 눈으로 직접 보네.”
“가끔 연예인들이 연예인들의 연예인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고 하는데. 딱 그 기분이었어.”
“맞아. 나도 딱 그 기분이야.”
“자자! 다들 뭐 하는 거야? 유명인 처음 봐? 빨리 할 일들 하자!”
“네~”
헤어샵을 총괄하는 김 실장의 외침에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 애들도 연예인을 많이 보는데. 역시 월드클래스는 다르구나.’
그녀 역시 한수호의 등장에 신기해하고 있었다.
‘저 나이에 벌써 수백억의 자산가라고 했지? 나도 어떻게 인연이 안 닿으려나?’
순간 욕심이 그녀의 눈에 번졌다.
어린 나이에 성공한 수호가 무척이나 눈에 밟히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괜히 이상한 짓 하다가 단골 잃지는 말자.’
수호가 다니는 헤어샵.
이 명함이 붙으면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
물론 지금도 충분할 정도로 손님들이 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건 따로 있었다.
‘저런 손님을 내 단골로 만들어야 해. 그래야 나중에 내 샵을 운영할 수 있어.’
인맥을 만드는 것.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김미연 실장은 잘 알고 있었다.
‘뻘짓 하지 말자. 미연아!’
그녀는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수호가 앉아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 한수호 님을 스타일링 해드릴 김미연 실장이에요. 잘 부탁드려요.”
그녀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 * *
스타일링을 끝낸 수호는 피팅룸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제 사이즈는 어떻게 아시고 정장을 준비하신 거예요?”
갈아입는 옷은 명품브랜드의 맞춤정장이었다.
맞춤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치수를 먼저 재고 몇 주의 제작과정이 필요했다.
그런데 오늘 눈앞에 맞춤정장이 있으니 놀라서 김명훈에게 물었다.
김명훈은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아무래도 국내에 들어오시면 취재진을 만나거나 행사 등. 다양한 곳에 가실 일이 있으실 거 같아 구단 측에 연락해서 알아봤습니다.”
필리스는 수호의 유니폼이나 언더웨어 등이 수시로 필요했기에 치수를 알고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연락했던 게 분명했다.
‘역시 일을 잘한다니까.’
[괜히 지부장이 된 게 아니지.]
[짬밥은 무시할 수 없는 법임.]
[그나저나 옷 태가 사네.]
레전드의 말대로였다.
정장으로 갈아입은 수호는 누가 보더라도 모델과 같은 핏을 자랑했다.
물론 모델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몸이 크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남자다운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그가 정장을 입고 피팅룸을 나오자 헤어샵에 있는 여직원들이 눈을 떼지 못하는 게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와…… 처음 도착했을 때는 앳된 얼굴 때문에 동생처럼 보였는데…….”
“정장으로 갈아입고 스타일링 해두니까. 완전 상남자네.”
“저게 남자지.”
“뭐래, 하연 씨는 원래 미소년 스타일 좋아하지 않았어?”
“한수호를 보니까. 완전히 마음에 바뀌는데요.”
취향이 바뀔 정도로 수호는 남자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외모도 외모였지만, 그가 가진 배경 역시 대단하다는 게 여직원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그중 행동력이 빠른 이들은 수호에게 몰래 번호를 전달했다.
“한 번 연락 주세요!”
“다음에 차 커피 한잔해요! 제가 살게요.”
“맛있는 식당 아는데. 연락 한번 주세요!”
말로 전달하는 사람도 있었고 쪽지를 건네는 이들도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김명훈은 묘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한수호 선수 정도라면 원하는 여성은 언제든지 만날 수 있겠지.’
20대 초반의 운동선수.
그것도 그냥 운동선수가 아니라 월드클래스였다.
거기에 GOAT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가 여성과의 스캔들이 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그만큼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는 거지만, 스캔들이 나도 이상할 게 없지.’
실제 수호는 몇 번의 스캔들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 대상자들은 대부분 유명인들이었다.
‘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지.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게 오히려 일반적인 거니까.’
연예인에 비해 운동선수는 연애에 대해 팬들이 관대한 편이었다.
아무래도 경기만 잘하면 된다는 인식이 강한 덕분이었다.
‘젊은 남녀는 잘 만나고 다녀야지.’
무엇보다 김명훈은 미국 마인드에 가까웠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지낸 기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예.”
곧 차가 출발했다.
샵을 떠나는 수호의 차를 아쉬운 눈으로 바라보는 샵의 직원들이 멀어지고 있을 때.
수호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케이트 : 저 이번에 한국 들어가요! 제가 밥 사줄게요!]
수호와 열애설이 났었던 케이트 로페즈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 * *
KBO 시상식장.
차에서 내린 수호를 수많은 기자들과 팬들이 맞이했다.
“한수호다!!”
“와…… 오늘 풀세팅인데?”
“진짜 멋지다.”
“동양인 피지컬이 아니라니까.”
“저 시계 하나에 수천만 원짜리 아니야?”
“역시 메이저리거답네.”
수호의 등장에 팬들이 환호를 질렀다.
기자들은 연신 셔터를 누르며 수호의 사진을 카메라에 담느라 바빴다.
수호는 포토존에 서서 사진을 찍고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대기실로 향하는 길에 익숙한 얼굴들을 마주했다.
“수호야!”
“왔냐?”
“오랜만이다.”
한수호와 아이들.
태수, 용태, 광호 세 사람이 수호를 맞이했다.
“다들 오랜만이다. 기사로 한국에서 활약하는 거 잘 보고 있었다.”
“하하! 미국에서 우리 기사를 찾아본 거야?”
“당연하지. 한수호와 아이들로 불리는 우리 아니냐?”
“크…… 도대체 그 별명을 누가 붙였는지.”
“근데 딱히 틀린 말도 아니잖아?”
임광호의 말에 두 사람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수호 녀석 아니었으면 여기 있지도 못했겠지.”
“맞말이라 반박불가네.”
“하하! 실없는 소린 그쯤하고 올해도 같이 전지훈련 갈래?”
수호의 제안에 세 사람이 눈을 빛냈다.
“좋지!”
“나도 콜!”
“작년에 그렇게 레벨업을 했는데. 올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당연히 환영이지.”
수호의 전지훈련은 무척이나 힘들다.
하지만 그만큼 얻어오는 게 컸다.
그걸 직접 경험했던 세 사람이기에 당연히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뭐야? 너희들 올해도 전지훈련 같이 가는 거냐?”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정승우가 있었다.
“승우 형, 오랜만이에요. 먼저 연락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괜찮아. 안 그래도 바쁠 텐데. 행사장에서 보면 되지. 그것보다 전지훈련에 빈자리 좀 있냐?”
“형도 같이 가시게요?”
“얘네들이 너랑 같이 훈련해서 득을 많이 봤다고 술자리에서 매번 이야기하거든.”
한국에서 같이 활약하는 세 사람이었기에 정승우와 어느새 친분을 쌓은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수호라는 공통분모가 있었기에 친분을 빠르게 쌓을 수 있었다.
“크게 특별한 건 없습니다.”
“특별한 게 없다고?”
“이야…… 한수호 말 쉽게 한다. 내가 그 훈련 받으면서 구토를 몇 번이나 했는데.”
“진짜 매일 밤마다 근육통에 시달려서 잠을 제대로 못 잔다니까요?”
“그런데 다음 날이면 근육통이 사라지게 만들어주는 매직핸드가 있어서 움직이게 되고요.”
세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 울분을 쏟아냈다.
‘내 훈련이 저렇게 마음에 담아둘 정도로 빡셌나?’
[빡세지.]
[그거 버틸 만한 애들 얼마 없다.]
[쟤네들도 독기가 장난 아님.]
[그걸 올해도 한다는 건 그만큼 가능성을 봤다는 거지.]
레전드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정승우가 손을 들어 세 사람을 진정시켰다.
“오케이, 한 마디로 개빡세다는 거네.”
“네!”
세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내가 원하던 거야. 안 그래도 슬슬 뭔가 변화를 줘야겠다 느끼고 있었거든.”
정승우는 국내 최정상급 투수 중 한 명이다.
거기에 어리고 군대 문제도 해결했다.
이제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였다.
“나도 빅리그로 넘어가려면 이것보다 더 성장해야 해.”
빅리그.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네 명 모두 알고 있었다.
“형도 메이저리그를 노리시는군요.”
“당연하지. 내가 가면 네가 공 받아줘야 한다.”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되면요.”
“하하! 당연하지. 그럼 같이 훈련하는 걸로?”
“전 환영입니다.”
수호의 승낙에 정승우의 미소가 짙어졌다.
전지훈련을 위한 멤버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게 네 사람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면서 시상식을 기다렸다.
* * *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국내 최대 규모의 시상식이었다.
이 자리에 초대받은 것만으로도 국내 최정상급 선수들이란 소리였다.
-올해 프로야구는 재밌었지.
-선수들 수준이 확실히 작년보다 좋아진 듯.
-올림픽에서 우승한 것도 한몫했지.
-그나저나 한수호, 완전 모델이 따로 없네.
-진짜 국내 선수들과 피지컬부터 차이가 심함.
한국야구의 시상식장이었지만, 가장 주목받는 건 역시 수호였다.
특히 그의 남다른 피지컬은 팬들의 시선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을 끄는 게 있었다.
-한수호와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네.
-진짜 수호의 훈련은 뭔가 특별한가 보네.
-ㅇㅈ.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2군에 있던 애들이 이제 시상식장에 다 모였네.
-역시 한수호 클라스가 다르다.
한수호와 아이들이 시상식장에 모두 모인 것을 보고 팬들은 수호의 훈련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이런 반응을 김명훈은 잘 체크하고 있었다.
‘한수호 선수의 전지훈련을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공개하면 큰 화제를 모으겠어. 브이로그 형식으로 공개해도 조회수는 대박 나겠군.’
김명훈은 엄연히 스포츠 에이전시의 지부장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수호의 개인 매니저처럼 사고방식이 바뀌어 있었다.
그만큼 수호에 대해 김명훈은 깊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정체되어 있던 야구란 스포츠를 바꿀 수 있는 선수다. 그런 선수와 함께할 수 있다면 나도 변할 수 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아시아 지부장.
분명 높은 위치였다.
하지만 김명훈은 이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볼 때가 있었다.
그러나 포기했다.
베이스볼은 정체되어 있었고 거기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적었다.
그런 베이스볼이 변하고 있었다.
한수호라는 선수 한 명 때문에 말이다.
‘내가 바꿀 수 없다면 바꿀 수 있는 선수와 함께하고 싶다.’
그러한 욕심이 그의 마음속에 피어오르고 있었다.
40대 후반.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는 늦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호의 도전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조차 가슴이 뜨겁게 타올랐다.
-이번에는 공로상입니다. 해외에서 한국야구를 널리 알려준 한수호 선수가 선정되었습니다.
수호가 단상에 올랐다.
시상자에게 골든글러브를 받고 들어 올리는 그를 보며 김명훈은 결단을 내렸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수호는 한국에서의 첫 수상에 대한 소감을 발표했다.
그 모습은 전국에 방영되며 수호가 한국에 돌아왔음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