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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79화 (279/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79화

라이징 스타.

비상하는 매.

슈퍼스타를 잡아낼 선수.

이번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에단 호크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들이다.

이제 갓 루키로서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기 시작한 선수에게 붙기에는 과한 수식어들이었다.

그만큼 언론과 대중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에단 호크는 1, 2차전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라이징 스타는 슈퍼스타를 이길 수 없네.

-그래도 호크가 나름 잘했음.

-현재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안타 때리지 않음?

-그럼 뭐 하냐? 점수가 나지 않는데.

-사실상 수호의 활약에 묻히긴 했지.

에단 역시 충실히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나갔다.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멀티히트도 기록했고 4차전에서는 홈런도 때려냈다.

그런 걸 감안했을 때 타격감이 나쁘다고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애스트로스가 밀리는 건 수호 때문이었다.

‘대체 나와 한수호의 차이가 뭐지?’

5차전이 끝나고 이동하는 동안 에단 호크는 그것을 고민했다.

하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인터넷에 올라온 하나의 분석 글을 볼 수 있었다.

-한수호와 에단 호크의 차이점은 경기의 흐름을 볼 수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임.

경기의 흐름.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한수호의 플레이는 흐름을 만들어가지만, 에단 호크는 그러지 못함. 그 차이가 3차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거지.

경기의 흐름을 만들어간다.

어려운 말이었다.

‘대체 그걸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정답을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정답을 찾지 못한 채, 6차전에 나서게 되었다.

이제는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지면 끝이다. 어떻게든 점수를 내야 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잡념을 떨쳐내야 했다.

여기까지 와서 맥없이 지고 싶진 않았다.

그 일념이 기합을 넣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외침은 애스트로스 더그아웃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할 수 있는 걸 다 토해내라. 그날처럼……!’

메이저리그에선 루키.

하지만 에단 호크는 대학 시절 알아주던 유망주였다.

특히 칼리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었다.

당시 그 활약이 인상 깊어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발탁됐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자.’

칼리지 월드시리즈에서도 벼랑 끝까지 몰렸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임한 결과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에단은 그 기억을 떠올리며 그라운드로 향했다.

* * *

마스크를 쓰고 캐처박스에 앉은 수호는 무언가 묘한 분위기를 느꼈다.

‘흐름이 바뀌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기의 흐름.

필리스는 이미 4점이란 스코어를 내면서 초반의 분위기를 완벽히 가져온 상태였다.

그런데 5회, 그 분위기가 점점 변하고 있었다.

‘초반에 기가 꺾였던 애스트로스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듯.]

[특히 저 녀석의 눈이 겁나 불타고 있는데?]

레전드들의 채팅에 수호의 시선이 애스트로스의 대기타석으로 향했다.

‘저 녀석이 가장 의욕을 불태우고 있군요.’

[매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네.]

[보통 루키면 이 정도 상황에서 포기할 텐데. 저 녀석은 다르네.]

[아무래도 이런 상황을 경험해 본 거 같은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야구 이벤트는 단연 월드시리즈다.

이 정도 수준의 이벤트는 경험하지 못했겠지만, 다른 경험을 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결국 이번 이닝에서 결정되겠군요.’

[그렇지.]

[녀석들이 따라오는 점수를 내면 흐름은 단번에 넘어갈 수 있다.]

수호는 레전드들과 의견이 같았다.

경험이 적은 수호가 레전드들과 같은 의견을 낼 수 있는 건 그들의 과거를 보면서 간접 경험을 쌓은 덕분이다.

그로 인해 경기의 흐름을 보는 감각이 매우 날카로워졌다.

덕분에 플레이하면서 그런 부분을 더 신경 쓸 수 있었다.

‘집중력을 올리자.’

7차전을 생각하면 체력적인 안배가 필요했다.

하지만 수호는 7차전까지 갈 생각이 없었다.

6차전에서 경기를 끝내지 못한다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끝낼 수 있을 때 제대로 끝내지 못하면 흐름이 넘어갈 수 있다.’

그걸 잘 알기에 수호는 남은 체력을 모두 쏟아붓기로 결정했다.

포수로서 집중력을 높이면 타자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런 움직임을 토대로 그가 어떤 공을 노리는지 예측할 수 있었다.

백 퍼센트 정답은 아니었지만, 레전드들의 과거를 지켜보면서 통찰력이 뛰어나진 수호는 매우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리드를 하면서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다.

‘아웃코스, 패스트볼.’

‘오케이.’

수호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페인터가 1구를 던졌다.

그에게 망설임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수호가 어떤 코스, 구종을 요구해도 페인터는 오직 그걸 던지는 것에만 신경 쓸 수 있었다.

다른 포수처럼 구종을 수정하거나 할 필요는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페인터는 무척이나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었다.

‘녀석의 사인에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다.’

와인드업에 이어 뿌린 공이 정확히 미트에 꽂혀 들어갔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꼼짝도 하지 못하는 타자를 보며 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 * *

두 개의 아웃카운트가 올라갔다.

그리고 타석에는 에단 호크가 들어섰다.

-애스트로스의 라이징스타, 에단 호크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애스트로스는 이번 이닝에서 반드시 점수를 내야 합니다. 그래야지 밀리고 있는 이 경기에서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겁니다.

-과연 이 슈퍼루키가 그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수호는 타석에 선 에단 호크에게서 높은 집중력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다른 선수들과는 집중하고 있는 게 다르다. 조심해서 리드하지 않으면 한 방 얻어맞을 수 있겠어.’

원래 조심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를 더 높였다.

‘일단 슬라이더로 반응을 보자.’

‘오케이.’

앤드류 페인터가 와인드업에 이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파앗-!!

“볼.”

-초구 바깥 코스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 하지만 에단 호크의 배트를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상당히 좋은 공이었는데. 에단 호크 선수가 꿈쩍도 하지 않네요.

집중력이 좋다.

말인즉슨 공을 보는 선구안이 평소보다 좋아졌다는 소리다.

그렇기에 공 한 개쯤 빠져나가는 유인구에는 배트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럼 반 개쯤은…….’

수호는 다시 아웃코스를 요구했다.

한 번 더 테스트를 위함이었다.

이번에도 페인터는 별 망설임 없이 2구를 던졌다.

파앗-!!

“볼, 투.”

-비슷한 코스로 한 번 더 슬라이더를 던졌습니다만, 이번에도 배트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에단 호크 선수의 선구안이 뛰어나네요.

초구와 거의 같은 반응으로 보였다.

하지만 수호의 눈에는 아니었다.

‘미세하게 근육들이 반응했다. 역시 공 반개쯤 되니까. 반응을 할까 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거 같군.’

평소였다면 배트를 돌렸을 거다.

그러지 않은 건 그의 집중력이 평소보다 좋다는 방증이었다.

‘이 정도면 됐어. 이제 볼카운트를 잡아가자. 인코스, 로우.’

페인터가 와인드업에 이어 3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몸쪽을 찔러오는 공에 에단 호크가 처음으로 스트라이드를 내디뎠다.

그리고 허리를 돌리며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딱!!

-때렸습니다!!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타구가 날아갔다.

하지만 수호는 손을 뒤로 뻗어 구심에게 공을 요구했다.

반면 에단 호크는 1루로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타구가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면서 파울라인 밖에 떨어졌다.

“파울!!”

-파울입니다! 몸쪽 공을 제대로 때렸지만, 타이밍이 조금 빨랐던 거 같네요.

-에단 호크 선수가 아쉬워합니다.

집중력은 좋았지만, 조급함을 느끼고 있어서인지 타이밍이 조금 빨랐다.

덕분에 공을 너무 당겨 때리면서 타구가 선상 밖으로 향한 것이다.

‘카운트를 잡기 위해 들어올 걸 알고 있었는데. 너무 확신을 한 바람에 배트가 빨랐어.’

에단은 자신의 실책을 반성하며 다시 타석에 섰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루틴을 밟으며 타격자세를 취했다.

수호는 그런 행동 하나하나에서 정보를 얻어냈다.

‘보폭을 조금 더 크게 가져갔다. 방금 전 놓친 패스트볼을 한 번 더 노리고 있는 거야.’

정보를 수집한 수호가 사인을 보냈다.

‘인코스, 스플리터.’

‘오케이.’

만약 스윙 유도를 실패하면 볼카운트가 몰리게 된다.

하지만 페인터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녀석이 스플리터를 요구했으면 분명 이유가 있겠지.’

수호에 대한 신뢰가 컸기 때문이다.

와인드업에 들어간 그가 4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3구와 마찬가지로 몸쪽을 찔러왔다.

‘기다렸어!’

타닥!

에단이 스트라이드를 내디디고 이전보다 한 박자 느리게 배트를 돌렸다.

‘이번에는 정확하다!’

분명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그가 타이밍을 맞춘 건 패스트볼이었다.

그렇기에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진 스플리터에 대응할 수 없었다.

휘릭!

‘사라졌어?!’

후웅!!

퍽!

“스윙, 스트라이크 투!!”

-헛스윙! 두 번째 스트라이크가 올라가면서 투볼 투스트라이크가 됩니다!!

에단 호크의 허를 찌르는 스플리터였다.

완벽하게 수호에게 당한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젠장…… 내가 노리고 있는 공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 정도로 노림수를 파악할 수 있는 거지?’

마치 자신의 머릿속에 수호가 들어앉아 있는 거 같았다.

‘지나간 건 잊어버리자. 일단 집중해야 해. 존을 더 넓히고 확실히 잡을 수 있는 공을 때려내자.’

결론을 내리고 타석에 들어선 에단의 모습을 지켜보며 수호의 눈이 빛났다.

‘스트라이크존을 넓혔다.’

보폭이 달라지고 발의 위치 역시 바뀌었다.

조금 더 다양한 공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였다.

‘2구에 던졌던 공 반개쯤 빠지는 슬라이더까지 쳐내겠어.’

수호는 에단과 상대하면서 얻어낸 데이터로 5구를 결정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는…… 아웃코스, 슬라이더.’

초구와 같은 사인을 보냈다.

아무리 존을 넓혔더라도 공 한 개가 빠지는 코스는 건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고 내린 사인에 페인터가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스트라이크존의 중앙을 지나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갔다.

그걸 본 에단의 눈이 빛났다.

‘이건 빠졌다.’

풀카운트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스윙을 멈췄다.

하지만 그가 상대해야 하는 건 투수만이 아니었다.

스윽-

공이 존을 통과하는 순간, 상체를 들어 구심의 시야를 방해한 수호가 미트의 웹으로 공을 포구했다.

파앗-!!

마치 무언가에 쓸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공이 들어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수호는 상체를 원래 위치로 이동시킴과 동시에 손목을 틀어 공을 존의 안으로 집어넣었다.

“음.”

시야가 회복된 구심은 미트의 위치를 확인하고 주먹을 내질렀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에단 호크가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나며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에단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든 건…….’

포수 한수호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말이다.

‘내가 상대해야 하는 건 페인터와 한수호 두 사람이었다.’

이미 늦은 깨달음을 느끼며 타석에서 물러나는 에단이었다.

그리고 수호는 느낄 수 있었다.

‘흐름을 잡았다.’

바뀌려던 흐름을 붙잡았다는 걸 말이다.

‘이제 게임을 끝내자.’

월드시리즈를 끝낼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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