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278화
두 팀의 집중력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에단 호크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회 삼진 한 개 포함,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내는 앤드류 페인터 선수!
앤드류 페인터의 컨디션은 좋았다.
볼 끝이 살아서 들어오니 타자들의 배트가 헛돌았다.
에단 호크 역시 중심에 맞추지 못할 정도였다.
‘에단 호크의 스윙이 매섭긴 하지만, 지금은 페인터의 공이 더 날카롭다.’
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언제나 종이 한 장 차이였다.
그 순간의 컨디션, 그리고 한순간의 집중력이 가른다.
만약 두 개가 모두 동일 선상에 있다고 한다면?
‘젠장…… 2구는 분명 빠지는 공이었는데. 그걸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다니.’
제3자의 영향력이 투타의 대결에 끼어들게 된다.
다름 아닌 포수의 영향력이 말이다.
앤드류 페인터와 에단 호크의 대결 역시 마찬가지였다.
“2구에 던진 슬라이더, 빠지는 공이었지?”
페인터의 질문에 수호가 미소를 지었다.
“오늘 구심인 레이의 평소 스트라이크존이라면 빠졌을 거야.”
“이야~ 벌써 구심의 성향까지 파악하고 있는 거야?”
“1차전에서도 구심으로 나왔던 심판이니까.”
월드시리즈 심판은 로테이션을 돌아간다.
6차전까지 왔으니 한 심판이 두 번째 구심으로 들어와도 이상할 건 없었다.
하지만 그걸 파악해 두고 있는 건 별개의 이야기였다.
“역시 대단하다니까. 그럼 그 빠지는 공을 프레이밍으로 밀어 넣은 거야?”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에 페인터는 확신을 가졌다.
“역시 넌 괴물이야.”
그리고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 녀석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면 타자들을 상대하는 것도 한결 수월해졌다.
* * *
수비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애스트로스의 타자들을 돌려세운 필리스의 공격이 시작됐다.
-선두타자 로버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앞선 경기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로버트 선수가 과연 오늘 출루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사실 로버트 선수도 기대되지만, 더 기대되는 건 한수호 선수의 타석이네요.
-맞습니다. 이전에는 1번 타자로 출루하면서 공격을 이끄는 선봉장의 역할을 확실히 해낸 한수호 선수인데요. 오늘은 본래 타순인 3번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 한수호 선수를 상대로 애스트로스가 어떤 전략을 펼칠지 벌써부터 궁금하네요.
수호가 본래 타순으로 돌아갔다.
그 사실에 팬들은 과여 애스트로스가 그와 승부를 펼칠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었다.
-수호와 승부 하는 건 무리 아님?
-지금까지 수호와 승부 하는 게 무서워서 피했잖아.
-하지만 피해도 수호를 그라운드에 내보내면 막을 방법이 없는 거 아님?
-그것도 맞지.
-거기에 1패 하는 순간 월드시리즈 내주는 거니까.
-숀 감독이 다른 수를 쓰긴 해야 함.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걸 알기에 팬들의 기대감은 더 높아졌다.
그리고 그 사실을 로버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내가 해야 할 건 공격의 기회를 이어주는 거다.’
굳이 무리해서 타격에 나서지 않았다.
최대한 스트라이크존을 타이트하게 잡고 투수의 공을 기다렸다.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공이라고 판단이 서면 그냥 보내 버렸다.
그 결과는 매우 좋았다.
뻐어억-!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로버트 선수가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합니다!
-풀카운트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에 이어 출루에 성공하는 로버트 선수! 훌륭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냅니다!
리드오프는 출루해야 한다.
그게 임무였다.
로버트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전 경기들에선 월드시리즈라는 점 때문에 다소 힘이 들어갔다.
‘수호 녀석이 하는 걸 보고 나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게 됐어.’
수호는 출루해서 그라운드를 누비고 다녔다.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후속 타자들이 편해졌다.
리드오프의 정석과도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로버트는 생각을 고쳤다.
‘내가 해결할 필요가 없다. 내가 해야 할 건 더 많은 공격기회를 동료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간 로버트가 1루 베이스를 밟고 섰다.
뒤이어 메이튼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대기타석에는 수호가 배트를 들고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숀 감독의 생각이 깊어졌다.
‘매디슨 감독, 역시 내 생각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어. 더 이상 수호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수호를 원래 타순으로 변경했다.’
3승 2패.
애스트로스에게는 최악의 스코어가 만들어졌다.
필리스는 아직 여유가 있는 반면, 애스트로스는 남은 두 경기에서 모두 전력을 다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호를 계속 날뛰게 둘 수 없다.
그걸 알고 매디슨이 수호의 타순을 바꾸었다.
숀 감독은 그렇게 판단했다.
물론 그게 아니었지만, 숀이 필리스의 내부사정까지 알 리는 없었다.
이런 오해 속에 숀 감독은 매디슨에 대한 경외를 느꼈다.
‘확실히 좋은 감독이야. 그런 감독을 상대로 이제 어설픈 전략을 쓸 수 없다.’
작은 오해는 경기 전체의 흐름에 영향을 끼쳤다.
‘오늘 경기에서는 전략은 필요 없다. 정면승부로 필리스를 이겨야 해.’
애스트로스는 젊은 팀이다.
선수부터 감독까지.
다소 젊은 층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말인즉슨 자기 고집이 생각보다는 덜하다는 뜻이었다.
만약 숀 감독이 경험을 더 쌓았다면 자기 고집을 밀고 나갔을 거다.
그럼 6차전에서도 전략적인 선택을 내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에 상대를 과대평가했다.
그 결과 전략적인 요소를 제외했다.
‘승부 해.’
그의 사인을 본 애스트로스의 배터리가 2번 타자인 메이튼과도 정면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그 결과는 좋지 못했다.
딱!!
-3구를 강타!
잘 맞은 타구가 2루수의 키를 넘겼다.
-안타입니다! 무사 1, 2루 찬스를 맞이하는 필리스!!
필리스가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타석에는 언터처블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아직 홈런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의 존재감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사람은 없었다.
-과연 애스트로스가 한수호 선수와 승부를 할까요?!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숀 감독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너희들을 믿는다. 승부 해서 녀석을 잡아내 버려!’
선수를 믿는다.
궁지에 몰린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전략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그를 이렇게 만든 건 한수호의 엄청난 플레이들이었다.
타격만 봉쇄하면 된다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수호는 베이스에 나가는 순간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필리스를 승리로 이끌었다.
‘녀석의 타격만 봉쇄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내 판단은 틀렸다. 체력이 떨어질 거라 생각하고 계속 밀어붙이다가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어.’
달리기 시작한 수호의 체력이 떨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체력이 떨어지기 전에 애스트로스가 준우승으로 월드시리즈가 끝나게 생겼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기에 결국 정면승부란 카드를 꺼냈다.
‘부탁한다.’
선수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게 미안했지만, 이거밖에 방법이 없었다.
최소한 자신의 머리에서 나올 방법은 이제 끝이었다.
숀의 생각이 어떻든 선수들은 수호와의 승부를 피할 생각이 없었다.
‘네가 대단한 녀석이긴 하지만…….’
오늘 애스트로스의 선발투수로 나선 앤더슨이 사인을 교환하고 투구자세에 들어갔다.
‘내 공도 만만치 않을 거다.’
메이저리거라는 자신감이 그를 지탱하고 있었다.
수호는 대단하다.
그건 인정한다.
그렇다고 승부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후우……!”
앤더슨이 크게 숨을 몰아쉬고 세트포지션에서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타닥!!
그리고 몸을 회전시키며 강하게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수호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구위나 구속 그리고 제구력까지.
나무랄 곳이 없었다.
하지만 수호는 그 공의 움직임을 모두 보고 있었다.
‘승부를 들어온다.’
애스트로스가 승부 할 거라는 건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수호 역시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스텝을 밟았다.
타닥!!
발을 내디디고.
후웅!!
몸을 회전시켰다.
회전력이 극대화되었을 때 배트를 돌려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려는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딱!!
경쾌한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때렸습니다!!
관중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타구를 쫓았다.
카메라 역시 외야로 날아가는 타구를 쫓았다.
그리고 또 한 대의 카메라는 타석에 있는 수호를 비추었다.
자신의 등을 때리고 돌아오는 배트를 쥐고 있던 손을 놓으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 마찬가지인 빠던을 시전한 수호를 말이다.
-한수호 선수가 배트를 던졌습니다!!
화려하게 돌아간 배트가 땅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타구가 외야 펜스를 넘어갔다.
-그리고 타구는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이번 월드시리즈 첫 홈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수호 선수의 홈런이 터졌습니다!!
월드시리즈 1호 홈런을 작렬시키는 수호였다.
* * *
스코어 3 대 0.
기세를 타기 시작한 필리스가 획득한 이 점수를 따라잡는 건 애스트로스로서는 상당히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그건 곧 현실이 되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2루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
퍽!!
“아웃!!”
-2루수가 공을 잡아 안정적으로 1루에 송구!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2회에 이어 3회 역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하며 앤드류 페인터 선수가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에 내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왕년의 에이스 앤드류 페인터는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면서 애스트로스 타자들을 돌려세우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 애스트로스의 원정팬들은 기가 죽어 있었다.
“끝났어…….”
“수호와 승부 하는 게 패착이야.”
“굳이 그 상황에서 왜 수호와 승부를 했는지 모르겠네.”
“하아…… 우승트로피가 눈앞에 있었는데.”
처음부터 일방적인 경기가 이어졌다면 이 정도까지 실망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2연승을 거두면서 우승트로피가 눈앞까지 왔었던 애스트로스였다.
그러다 보니 실망감은 더욱 컸다.
그건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그아웃의 선수들은 말 한마디 없이 서로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 이런 분위기를 깨는 기합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자!!”
애스트로스 선수들의 시선이 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라이징스타 에단 호크가 자신의 뺨을 강하게 때리고 있었다.
짝!!
마치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듯 뺨을 때린 에단 호크가 글러브를 들고 그라운드로 향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가장 기대를 받았던 애스트로스의 선수가 바로 에단 호크였다.
하지만 그는 3차전부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담감이 클 테지.’
‘그렇게 언론들이 띄워줬으니까.’
‘루키 녀석도 저렇게 기합을 주고 있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내가 더 열심히 뛰어야 해.’
‘아직 3회밖에 지나지 않았다. 역전할 수 있어!’
에단 호크의 행동은 애스트로스 선수단을 자극하는 트리거가 되었다.
“역전하자!!”
“할 수 있다!!”
“가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기합을 터트리며 애스트로스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향했다.
수호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의 분위기가 바뀐 걸 알 수 있었다.
[이제 초반이 지났을 뿐이다.]
‘예.’
요기 베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수호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