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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77화 (277/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77화

5차전의 흐름도 필리스가 가져왔다.

“역시 수호입니다. 나갈 때마다 도루를 해대니 흐름이 넘어갈 수가 없어요!”

수석코치 브래들리의 말대로였다.

수호의 활약은 분명 엄청났다.

하지만 매디슨 감독은 그 모습을 우려했다.

‘저렇게 달려도 되는 건가?’

그 역시 많은 선수를 지도했다.

그들 중에는 수호만큼 발이 빨랐던 이들도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나타나는 문제점 중 하나는 바로 체력소모였다.

‘도루는 순간적인 에너지를 폭발시켜야 한다. 스프린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그런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체력적인 문제가 생긴다.’

매디슨 감독이 우려하는 것 역시 숀 감독이 생각하는 것과 비슷했다.

‘날렵한 체형의 선수들도 에너지 소비가 심한데. 하물며 수호라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수밖에 없어.’

수호의 신장은 190㎝가 넘는다.

거기에 몸무게는 100㎏에 달했다.

그런 몸으로 전력 질주를 반복한다는 건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도 클 테고.’

그렇기에 수호의 체력이 언제 떨어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걱정이 되는 이유였다.

‘걱정해도 딱히 방법이 없다는 게 더욱 뼈아프군.’

문제는 이런 걱정 속에서도 해결책이 없단 부분이었다.

필리스에서 수호가 빠질 순 없었다.

그가 빠지는 순간 필리스의 공격력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아마도 흐름을 바로 뺏길 것이다.

그만큼 수호의 존재는 필리스에게 있어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었다.

‘그가 달릴 수 있을 때 어떻게든 점수를 내야 해.’

매디슨 감독이 걱정하고 있었지만, 수호는 멈추지 않았다.

촤아아앗-!!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오늘 경기 두 번째 도루에 성공하는 한수호 선수!

-애스트로스는 오늘 경기에서도 한수호 선수에게 농락당하고 있습니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수호를 바라보며 숀 감독은 주먹을 쥐었다.

‘녀석도 결국 인간이다. 체력이 무한일 수 없어. 반드시 지칠 거다. 그때까지 마음대로 뛰게 만들어야 해.’

인내하며 수호가 지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 * *

0승 2패로 월드시리즈 스윕 위기에 빠졌었던 필리스가 다시 역전에 성공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애스트로스를 누르고 3승 2패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었다!]

[다시 홈으로 돌아가는 필리스! 2년 연속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다!]

[5차전 역시 MVP로 뽑힌 한수호! 홈런은 나오지 않았지만, 발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애스트로스는 언제까지 한수호를 고의사구로 내보낼 것인가?]

언론은 애스트로스를 향해 날을 세웠다.

어차피 그들에겐 적아가 없었다.

그저 대중이 원하는 게 있으면 그걸 들쑤시는 걸 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런 언론의 기사는 여론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애스트로스는 결국 이대로 자멸이냐?

-이미 실패한 전략을 계속 끌고 가네.

-이건 전략의 실패임.

-명장이라 할 때는 언제고 ㅋㅋ

-명장은 실패한 전략을 가지고 가지 않지.

야구팬들은 숀 감독을 비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스트로스의 현재 전략은 1차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차전과 2차전에선 수호를 효과적으로 잠재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럼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그런데도 움직이지 않는 숀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몰리는 건 당연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숀 감독은 내세울 수 있는 전략이 없단 점이었다.

‘젠장…… 한수호의 체력은 무한대란 말인가?’

그의 예상으로는 수호의 체력이 슬슬 떨어져야 할 때였다.

하지만 수호는 5차전에서도 미치도록 달렸다.

체력이 부족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패배할 게 명확했다.

‘이젠 어쩔 수 없다.’

궁지에 몰린 이상 계속 이 전략을 고수할 수 없었다.

전략을 바꿀 때였다.

그리고 이런 숀 감독의 전략을 계산에 두고 있는 사람이 또 한 명 있었다.

“감독님.”

필리스의 전용기.

매디슨 감독은 자신을 찾아온 수호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먼저 찾아오고, 웬일인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음, 그래.”

매디슨 감독이 맞은편 자리를 권하자 수호가 자리에 앉았다.

“자네가 먼저 와서 할 말이 있다고 하니 조금 떨리는군.”

“다름이 아니라 6차전에서는 3번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원래 타순으로?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도 자네는 자네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는데. 굳이 타순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나?”

“애스트로스의 전략이 바뀔 때가 되었습니다.”

매디슨 감독의 눈이 빛났다.

‘수호 녀석이 전략을 생각할 정도였던가?’

자신 역시 숀 감독이 다른 카드를 꺼낼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궁금했다.

“어떤 이유로 그런 생각을 하는 건지 말해줄 수 있나?”

그가 무슨 생각으로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는지 말이다.

수호는 막힘없이 대답했다.

“3승 2패로 몰린 이상 애스트로스는 더 이상 실험적인 전략을 꺼낼 수 없습니다.”

맞는 말이다.

1패를 하는 순간 월드시리즈는 끝난다.

매 경기 전력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애스트로스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정면승부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네와 싸우는 게 자멸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처럼 전 타석 고의사구로 내보내지는 않을 겁니다.”

자신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타순을 변경할까 고민 중이었다.

하지만 매디슨 감독은 그의 타순을 원래대로 가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는 아직 여유가 있어서 1번으로 나가서 최대한 많은 타석에 서는 것도 좋은 전략이지만, 상대가 정면승부로 온다면 힘으로 부수는 게 더 좋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가 수호의 입에서 나왔다.

매디슨 감독은 놀라면서도 티를 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생각이 그러하다면 원래 타순으로 경기에 임하도록 하지. 그런데 내가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는데 말이야. 자네 체력은 괜찮나?”

“앞으로 50경기는 더 뛰어도 됩니다.”

수호는 그 대답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홀로 남은 매디슨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래도 나를 비롯해서 세상이 한수호라는 선수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숀 감독의 전략은 명백했다.

수호의 체력을 깎아 그가 원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5차전까지 그 전략은 실패했다.

그 결과 애스트로스는 궁지에 몰렸고 이제 정면승부를 하는 카드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 카드를 수호가 읽고 있었다.

‘거기에 한수호는 내 생각까지 읽고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직접 와서 타순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거야.’

한수호는 슈퍼스타다.

필리스에선 없어서 안 될 선수였기에 자신의 기용에 대해 발언할 힘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묵묵하게 팀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발언권을 쓴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수호가 얼마나 생각이 깊고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미래에 그가 다른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높겠어.’

왜인지 지금의 필리스가 수호를 잡지 못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뭐, 내가 걱정할 부분은 아니지.’

매디슨 감독은 자신의 임기가 오래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마도 수호가 필리스를 떠날 때쯤이면 자신은 이곳에 없을 것이다.

그걸 알기에 깊게 생각하지 않고 6차전의 라인업을 구상했다.

한편,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수호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감독님이 제 부탁을 들어주셔서 다행이네요.’

[원래 매디슨 감독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거임.]

[단지, 아직 여유가 있으니까. 갈팡질팡했겠지.]

[그나저나 체력은 어떰?]

‘슬슬 한계입니다. 회복이 느려지고 있어요.’

수호가 직접 나서서 매디슨 감독에게 이야기한 이유는 간단했다.

스스로 느끼는 체력적인 한계 때문이었다.

[확실히 5차전까지 전력으로 달린 게 체력적인 소모가 크겠지.]

[오히려 홈런보다 전력 질주가 체력적인 소모로 보면 더 크니까.]

스프린트는 한 번만 하더라도 체력을 크게 소모시킨다.

거기에 수호 정도의 거구가 스프린트를 연달아 한다면 남들보다 더 큰 에너지 소모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체력소모가 느려졌다는 건 그만큼 저 기초체력도 떨어졌다는 소리겠죠.’

[맞아. 근육들도 피로를 느낄 거다.]

[풀 타임을 뛴 첫 시즌, 거기에 포스트시즌에서 이렇게까지 뛰어다니면 네 몸이라 하더라도 결국 지칠 수밖에 없지.]

[이번 비시즌에는 체력단련에 더욱 신경을 써야겠네.]

벌써부터 비시즌을 생각하는 레전드들이었다.

하지만 수호는 아직 거기까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일단 6차전에서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에 생각하겠습니다.’

[그게 정답이지.]

[한 번 몰아쳤을 때 끝내는 게 정답이다.]

[괜히 최종전까지 갈 필요는 없지.]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끝낼 수 있을 때 끝낸다.

언제나처럼 말이다.

수호는 조금이라도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 * *

월드시리즈 6차전.

다시 홈으로 돌아온 필리스를 홈팬들이 열렬한 환호로 맞이했다.

“오늘로 월드시리즈 끝내자!!”

“최종전까지 갈 필요 없어!”

“오늘 트로피를 들어 올리자!”

“한수호 너만 믿는다!!”

팬들의 엄청난 환호와 함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월드시리즈 6차전! 3연승을 거두면서 이제 단 1승만 올리면 2년 연속 챔피언에 등극하게 되는 필리스! 반면 1, 2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초반 승기를 잡았던 애스트로스! 과연 두 팀 중에 누가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될까요?!

-필리스 입장에서는 오늘 경기에서 경기를 끝내고 싶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한수호 선수를 다시 3번으로 배치했네요.

수호가 3번이 되었다는 건 그의 타격에 기대를 건다는 소리였다.

문제는 애스트로스였다.

-과연 애스트로스가 한수호 선수와 승부를 해줄지가 관건입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더 이상 한수호 선수와의 승부를 피하진 못할 거라고 봅니다.

-절벽 끝에 몰렸기 때문일까요?

-맞습니다. 이제 1패를 하게 된다면 곧장 시리즈 패배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수호 선수가 그라운드를 자유롭게 누비게 둘 수는 없을 겁니다.

-매디슨 감독이 한수호 선수를 3번으로 돌린 이유도 아마 같은 이유일 거고요.

-과연 그 말씀이 맞을지! 말 공격에서 알 수 있겠죠! 그 전에 애스트로스의 공격을 잘 막아야 합니다!

수호는 마스크를 쓰고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를 바라봤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필리스는 앤드류 페인터 선수를 등판시켰습니다!

-2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했던 앤드류 페인터 선수, 비록 패전투수가 되었지만. 내용 자체는 좋았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좋은 투구내용을 보여줄 수 있을지! 구심의 외침과 함께 경기 시작됩니다!

월드시리즈 6차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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