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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75화 (275/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75화

1루 베이스를 밟은 수호의 리드폭이 늘어났다.

‘견제를 해야겠는데?’

그의 리드폭을 확인한 애스트로스의 선발투수 크루즈의 발이 1루로 향했다.

“흡!”

쐐애액-!

퍽!!

“세이프.”

-크루즈 투수의 훌륭한 견제! 하지만 한수호 선수가 일찌감치 귀루했습니다.

-이걸로 크루즈 선수는 더 이상 견제구를 던질 수 없습니다.

2023시즌부터 적용된 견제구 제한에 의해 크루즈의 견제는 이제 나올 수 없었다.

그걸 알게 된 수호는 더욱 리드폭을 늘렸다.

‘젠장! 대놓고 달리겠다는데, 견제를 할 수 없다니.’

짜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규정은 규정이었다.

‘공 하나 빼자.’

크루즈의 사인에 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히 빼서 잡아내자.’

‘오케이.’

피치아웃은 주자가 뛸 걸 가정하고 나오는 작전이다.

주자가 언제 달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수호는 언제든지 달리겠단 모습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피치아웃을 할 순 없었다.

그걸 알기에 애스트로스 배터리는 작전을 내렸다.

-1구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크루즈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포수가 캐처박스를 벗어났다.

그리고 수호 역시 스타트를 걸었다.

-한수호 선수는 뛰었고 애스트로스 배터리는 피치아웃을 택합니다!

-아~이거 위험합니다!

피치아웃으로 2루까지 던지는 팝타임은 평소보다 0.3초가량 빠르다.

장점은 확실하다.

그런데도 자주 나오지 않는 건 주자가 달리는 타이밍을 정확히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러지 못하면 타자에게 볼을 하나 내주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은 수호가 달릴 타이밍을 정확히 잡았다.

피치아웃 작전은 성공이었다.

그렇기에 수호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애스트로스의 희망 사항에 불과했다.

촤아아앗-!!

베이스에 근접한 수호가 몸을 날렸다.

그리고 미끄러지듯 베이스를 향해 슬라이딩했다.

포수가 던진 공도 2루수의 글러브에 도달했다.

퍽!!

2루수는 곧장 몸을 돌려 수호를 터치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수호의 손은 베이스를 터치했다.

퍽!!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피치아웃을 택한 애스트로스였지만, 한수호 선수의 발이 더 빨랐습니다!

-사실상 주자를 잡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피치아웃 작전이지만, 한수호 선수의 발이 너무 빨랐네요.

작전은 완벽했다.

하지만 수호의 발은 그 완벽함을 넘어설 정도로 빨랐다.

“젠장…… 저런 녀석을 어떻게 잡으란 거야?”

“못 잡지. 그래서 우리가 녀석을 리드오프로 쓴 거고.”

포수의 푸념을 들은 로버트가 말했다.

‘녀석이 마음먹고 달리기 시작하면 메이저리그의 도루 역사가 바뀌겠지.’

그런데도 수호는 올 시즌 도루 개수를 줄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수호에게 더 중요한 건 홈런과 타점이었다. 그리고 풀 시즌을 치르기 위해 체력을 아낀 거지. 몸에 이상이 있던 건 아니야.’

로버트는 시즌 도중 수호에게 물었다.

왜 달리지 않느냐고.

순수한 궁금증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그 역시 발을 주무기로 하는 리드오프였으니까.

그때 들려온 수호의 대답은 간단했다.

풀 시즌을 온전히 치르기 위해서는 체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시즌은 끝났다. 마지막 남은 경기는 고작 4경기에 불과하다. 더 이상 체력을 아낄 필요는 없어.’

2루 베이스를 밟고 선 수호를 바라보는 로버트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녀석의 족쇄가 풀렸다.’

족쇄가 풀린 그를 더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 타순을 1번으로 고정했다.

‘우리 감독님도 대단하다니까. 수호를 어떻게 써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어.’

봉인이 풀린 괴물이 그라운드를 누빌 모습을 볼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떨려왔다.

* * *

사람들은 필리스가 이대로 애스트로스에게 패배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3차전이 절반쯤 지났을 때 바뀌었다.

-스코어

-필라델피아 필리스 : 11점

-휴스턴 애스트로스 : 3점

6회가 끝난 시점에서 필리스가 압도적인 점수를 내고 있었다.

-스코어 이게 말이 되냐?

-1, 2차전에서 그렇게 끌려다니던 필리스가 애스트로스를 가지고 노네.

-아놔! 애스트로스에 몰빵했는데!

-내 돈 ㅠㅠ

-도박사들 말 듣는 게 아니었다.

인터넷 도박에 돈을 건 사람들의 절규가 들려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걸지 않고 경기를 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순수하게 놀랄 뿐이었다.

-이게 바로 필리스의 저력인가.

-작년 우승이 괜히 됐던 게 아니란 소리지.

-애스트로스가 정말 아무것도 못 하고 당하는구나.

-그리고 그걸 만들어낸 건 한수호였음.

-진짜 오늘 활약 지렸다.

-3출루 경기에 도루가 벌써 6개임.

-아니 ㅋㅋ 도루 6개가 말이 되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대부분 발이 빠른 주자라 하더라도 한 번의 출루에 한 번의 도루가 끝이다.

그런데 수호는 한 번 출루에 두 번 이상의 도루를 해내고 있었다.

물론 모든 출루에서 두 번씩 도루를 한 건 아니었다.

-가장 놀라운 건 1회에 나온 홈스틸임.

-진짜 ㅋㅋ 연속 도루에 성공하고 로버트가 출루해서 2루를 노리는 순간, 곧장 홈을 훔쳐버리냐.

-어메이징했지.

-올해 별로 안 달려서 몰랐지만, 한수호 50도루도 했었지?

-그 발이 1년 만에 사라질 리가 없었지.

그렇기에 사람들은 떠올렸다.

1년 전.

수호가 어떤 기록을 남겼는지.

-두 번째 출루에서도 연속 도루로 또 득점 올리는 것도 지렸음.

-투수의 멘탈을 탈탈 털어버렸지.

수호의 도루는 단순히 베이스를 하나 훔치는 거에서 끝나지 않았다.

투구에 집중해야 하는 투수의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만들었다.

집중력이 깨진 투수의 공은 날카로움을 잃었다.

그런 공을 놓칠 정도로 필리스 선수들은 녹록하지 않았다.

-이후에 안타가 계속 나왔고.

-대량득점의 시발점이 수호의 도루였지.

-역시 필리스는 수호가 살아나야 함.

-필리스의 중심이 수호라는 건 반박불가지.

-이대로 3차전 가져가즈아-!!

기세를 가져간 필리스가 더욱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 * *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반격하면서 1승을 거두었습니다.]

[절벽 끝에 몰렸던 필리스를 살린 건 한수호의 발이었다!]

[봉인했던 주루를 풀기 시작한 한수호! 그라운드를 누비다!!]

[최초 50-50클럽 달성자인 한수호가 달리기 시작하자 필리스가 살아났다!]

필리스는 압도적인 스코어인 13 대 4라는 스코어로 월드시리즈 3차전을 승리로 가져왔다.

1, 2차전을 일방적으로 패배했던 필리스의 승리였기에 언론은 그들의 승리를 집중조명 했다.

그 과정에서 포커싱을 받은 선수는 역시 수호였다.

[4타석 4출루 7도루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남긴 한수호! 애스트로스는 계속 그를 고의사구로 내보낼 것인가?]

[고의사구로 내보낸다면 달리겠다! 한수호와 필리스가 내놓은 해답에 궁지에 몰린 애스트로스!]

2차전까지만 하더라도 애스트로스의 작전에 찬사를 보냈던 언론이 돌아섰다.

사실 언론은 적아가 없었다.

대중이 원하는 게 있으면 거기에 포커싱을 맞추는 것이 언론이었다.

그리고 그건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젠장……! 금방 태도를 바꾸는군.”

그런 언론의 태도에 숀 감독은 열불이 치밀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는 오늘 경기의 기록지를 확인했다.

“역시 필리스는 한수호가 핵심이다. 한수호가 살아나기 시작하니 녀석들의 공격이 전반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했어.”

수호의 도루는 필리스 공격의 시작이 되었다.

그걸 다시 확인한 3차전이었기에 매디슨 감독이 타순을 변경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매디슨 감독은 수호가 필리스에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타순을 변경해 수호를 1번으로 올린 거야. 내가 녀석을 고의사구로 내보낼지 알고 있었으니까.”

더 많은 기회를 줘서 그라운드를 누비게 한 것이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골치 아프게 됐어. 설마 한수호의 발이 여전히 살아 있을 줄이야.”

자신의 예상과 벗어난 결과물이 나왔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숀 감독은 머리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하지만 이렇다 할 답이 나오지 않았다.

“젠장…… 이런 플레이어가 우리한테도 한 명만 있었으면…….”

만약 수호와 같은 선수가 팀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어떻게든 그에게 대항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런 선수가 하늘에서 떨어질 리는 없었다.

‘방법을 찾아라. 방법을!’

우는 소리는 그만할 때였다.

어떻게든 수호라는 카드를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할 시간이었다.

* * *

1승 2패.

필리스가 한 걸음 애스트로스를 따라잡았다.

단순히 1승을 거두었다는 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필리스가 완벽하게 애스트로스를 잡아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수호가 부활했어.”

“역시 필리스는 수호가 살아나야 해!”

“녀석이 뛰기 시작하니까, 애스트로스가 아무것도 못 하더군!”

수호가 살아났다는 점이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특히 올드팬들은 수호의 부활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딱히 필리스를 응원하는 건 아니지만, 애스트로스의 작전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맞아. 무슨 고의사구만 주구장창 내보내고 있어.”

“그런 건 야구가 아니야.”

“수호가 부활하니까 야구 볼 맛이 나잖아!”

고의사구 작전도 작전의 하나다.

하지만 공격 자체를 피하는 것이기에 싫어하는 팬들도 많았다.

그래서 수호의 부활을 반기는 것이었다.

자연스레 그들은 필리스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애스트로스 팬들은 달랐다.

“이제 고작 1패밖에 하지 않았어.”

“맞아! 아직 시리즈는 우리가 앞서고 있어!”

“분명 숀 감독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았을 거야!”

“당연하지! 그는 우리 휴스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장이야!”

“그 수호를 아예 봉쇄시켰었잖아!”

사람들은 숀 감독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1차전과 2차전에서 수호를 효과적으로 봉인시켰던 것이 휴스턴 팬들의 머리에 강렬히 남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수호의 부활을 다시 막아낼 것이라 믿고 4차전 경기를 관람했다.

-월드시리즈 4차전! 분위기를 반전시킨 필리스가 승리할 것인가? 아니면 애스트로스가 다시 분위기를 가져갈 것인가! 경기 시작했습니다!

필리스의 선두타자로 수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필리스는 3차전과 마찬가지로 한수호 선수를 1번 타자로 내세웠습니다.

-이 전략으로 1승을 올렸으니 굳이 전략을 바꿀 필요가 없었겠죠.

-중요한 건 애스트로스의 대응입니다. 과연 숀 감독이 필리스의 이 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꺼내왔을지가 궁금합니다.

방송국도 그걸 아는지 카메라를 애스트로스의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때마침 숀 감독이 더그아웃을 나오는 게 보였다.

-1회부터 움직이는 숀 감독!

사람들의 기대가 더욱 올라갔다.

그러나 숀 감독의 제스처를 본 구심이 이내 1루를 가리켰다.

-아-! 고의사구 작전을 그대로 이행합니다!

-대책이 없었던 걸까요?

-설마 어제 완패를 당하고 그대로 가는 겁니까?!

모든 사람들이 놀라고 있는 사이.

1루 베이스에 도착한 수호가 가볍게 몸을 풀었다.

‘전략이 바뀐 게 없다면…….’

그의 눈이 2루 베이스로 향했다.

‘나도 바뀔 필요는 없지.’

4차전에서도 그의 질주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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