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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74화 (274/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74화

월드시리즈가 시작되기 이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리스의 압승을 예견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올리며 1차전에 이어 2차전 역시 승리로 장식하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애스트로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완벽한 1, 2차전을 치르면서 트로피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습니다!

-반면 필리스는 홈경기에서 모두 패배하며 궁지에 몰렸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2연패를 당한 필리스는 이제 적지로 날아가 경기를 치러야 합니다.

0승 2패.

필리스가 홈경기에서 얻어낸 기록이었다.

홈경기가 얼마나 유리한지 설명은 필요 없었다.

홈어드밴티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필리스는 패배했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애스트로스의 전략이 언터처블을 공략했다.]

[한수호를 봉쇄하니 잠들기 시작한 필리스의 타선!]

[이대로 월드시리즈는 끝날 것인가?]

1, 2차전에서 애스트로스는 수호를 고의사구로 내보냈다.

그 결과 수호는 2경기에서 8출루 4도루라는 결과를 냈다.

선수로서는 확실히 대단한 기록이었다.

출루율 백 퍼센트를 자랑했으니까.

문제는 팀 입장에서는 그의 출루를 마냥 좋아할 순 없다는 점이었다.

‘수호는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다. 그런 녀석이 기회마다 고의사구로 출루만 하니 점수를 내줄 선수가 사라졌다.’

애스트로스의 숀 감독이 내놓은 작전은 완벽했다.

‘나라도 이렇게 했을 거다. 월드시리즈는 페넌트레이스와 같은 장기전이 아니라 단기 결전이니까.’

월드시리즈는 7전 4선승제로 치러진다.

4번의 승리를 거두는 팀이 이긴다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선수 개개인의 자존심보다 팀의 승리가 더 우선시 되었다.

“여론이 애스트로스에게 상당히 기울었습니다. 수호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의견도 많이 줄어들었고요.”

수석코치 브래들리의 말에 매디슨이 태블릿pc를 확인했다.

그의 말대로 대부분의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수호의 고의사구에 대한 토론이 줄어들고 있었다.

“월드시리즈라는 특수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거지. 페넌트레이스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테지만…….”

“단기전이고 월드시리즈 우승트로피를 위해서라면 수호를 피하는 것도 전략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거군요.”

“그래. 여론까지 그들을 지지하고 있으니 남은 경기에서도 모두 수호를 피하는 선택을 내릴 수 있다.”

필리스 입장에선 최악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호는 수호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고 있다. 공격에서 할 수 없으니 수비에서 또 한 명의 사령관이 되어 팀을 이끌고 있지.”

같은 사령관이기에 매디슨은 수호가 하는 일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경기에서 이길 수 없었다.

“그러나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선 결국 우리가 점수를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나아가서는 안 돼.”

“결국 변화를 줘야 된다는 거군요.”

“그래. 그게 휴스턴으로 가는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후우…… 이동 중에도 쉴 수 없다니. 이거 너무 중노동 아닙니까?”

“이 정도 노동으로 월드시리즈 반지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게 아닐까?”

“맞는 말씀이라 할 말이 없군요. 그럼 준비해서 오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브래들리를 뒤로하고 매디슨은 태블릿에 필리스 선수단의 명단을 모두 띄웠다.

‘수호를 내보내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고 해.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내겠다.’

이제부터는 전략대결을 펼칠 시간이었다.

* * *

필리스 선수단의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

“젠장…… 인터넷에서는 또 자기네들 좋으라고 떠드는 중이군.”

“어쩔 수 없지. 걔네들이 하는 일이라곤 언제나 손가락을 놀리는 것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이번에는 뭐라고 떠드는데?”

“우리한테 수호가 없으면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팀이라 하더라.”

메이튼의 말에 이야기를 듣던 필리스 선수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수천 명의 마이너리거.

그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수백의 메이저리거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자존심이 강한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수호가 엄청난 녀석인 건 우리도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가 월드시리즈에 올 수 있었던 수호 한 명의 덕분이 아니었는데!”

“사람들은 그걸 보고 싶지 않은 거지.”

“뭐? 그럼 뭘 보고 싶다는 건데?”

“우리가 패배하고 싶은 걸 보고 싶은 거다.”

로버트의 말에 메이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도대체 왜?!”

“우리가 챔피언이었으니까. 그들은 언더독이 우승하는 걸 보고 싶은 거야.”

로버트는 이 상황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대중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말이다.

그의 말에 다른 선수들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이야기를 듣고 있던 브라이스 하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우리가 패배한다면 녀석들의 말이 맞게 되겠지. 하지만 우리가 이긴다면 그 녀석들의 말이 틀린 게 된다.”

그의 말에 선수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너희는 이대로 그놈들의 말이 맞았다는 걸 알려줄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

“녀석들이 틀렸다는 걸 알려주겠어!”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건 반격의 칼날을 빼 드는 거다! 놈들에게 한 방 먹여주자고!”

“당연하지!!”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넘겨줄 수 없어!”

“우리가 이긴다!!”

휴스턴으로 향하는 필리스의 전용기에서 선수들이 의지를 다잡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수호가 있었다.

[야구는 결국 혼자서 하는 게 아니지.]

[하지만 흐름을 잡는 건 네가 해야 한다.]

요기 베라의 말에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들이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올 때를 기다리겠습니다.’

그 순간을 동료들이 만들어 줄 거라는 걸 믿어야 했다.

* * *

월드시리즈 3차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홈구장에서 펼쳐지는 이번 경기에 전 세계 야구팬의 눈이 집중되었다.

-3차전도 내주면 필리스는 답이 없겠지.

-사실상 애스트로스의 작전이 맞아떨어졌다는 소리니까.

-한수호 봉쇄 작전이 정답이었어.

-필리스는 언터처블에게 너무 기대고 있었다.

-이대로 언더독 스토리를 완성시키자!

애스트로스 팬들은 인터넷에서부터 기세를 올렸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온라인에서만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애스트로스의 승리를 축하하자!!”

“우리가 이긴다!!”

“적지까지 갈 필요는 없어! 여기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자!”

“호크의 비상을 지켜보자!”

애스트로스의 홈구장을 찾은 홈팬들은 압도적인 응원을 보내며 홈팀의 승리를 기원했다.

“젠장…… 이거 너무 일방적이잖아.”

“오늘 경기 보려고 일부러 한국에서 왔는데.”

“함부로 응원했다가는 다구리 맞는 거 아니야?”

“아우…… 그러니까, 필라델피아 경기를 예약했으면 좋았잖아!”

“거기 푯값이 미쳤다니까. 그나마 휴스턴 푯값이 더 저렴했었어. 물론 지금은 여기도 미치도록 올랐지만.”

수호를 응원하기 위해 휴스턴을 찾은 한국인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그나마 구역이 나뉘어 있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수호를 제대로 응원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경기장을 찾은 모든 이들이 애스트로스만 응원하는 건 아니었다.

“애스트로스 떨거지들이 시끄럽다!!”

“목소리를 높여라! 우리 필리스 애들의 기세를 올려!!”

“필라델피아의 힘을 보여줘라!”

필리스 유니폼을 입은 필리건들이 목소리를 높여 애스트로스 홈팬들의 응원에 대항했다.

“필라델피아의 촌놈들이 여기까지 왔구나!”

“트로피를 놓고 꺼져라!!”

“뭐라고?! 휴스턴의 망할 새끼들이 누구보고 촌놈들이래?!”

“야 이 새끼야! 한판 붙을까?!”

두 팀의 팬들이 언성을 높이는 모습에 한국 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저게 미국의 갈매기라 불리는 필리건들인가?”

“엄연히 따지면 저들이 원조고 경남 아재들이 그 뒤를 잇는 거지.”

“하긴…….”

“와…… 저게 바로 일당백이란 건가?”

“우리도 목소리를 높이자!!”

“한수호 이겨라!!”

“우리는 네가 이기는 걸 보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필리스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한국 팬들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상황이 이어지니 응원전은 박빙이 되어갔다.

그리고 이런 응원을 받으며 양 팀의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정렬했다.

-궁지에 몰린 필리스! 반면에 트로피를 코앞까지 가져온 애스트로스의 월드시리즈 3차전이 열립니다!!

-애스트로스의 전략에 궁지에 몰린 필리스가 과연 어떤 작전을 꺼내 들고 왔을지 궁금합니다.

화면에 두 팀의 라인업이 떴다.

-아무래도 그 작전은 타격 라인업을 대폭 변경하는 것으로 찾은 거 같습니다.

가장 먼저 변한 건 라인업이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한수호 선수를 3번이 아닌 1번으로 배치했다는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한수호 선수의 출루를 대폭 늘리고 그 뒤에 있는 선수들로 하여금 그를 불러들이는 방법을 택한 거 같습니다.

-1년 전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했었죠. 하지만 애스트로스에게 이 방법이 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애스트로스의 숀 감독이 카메라에 잡혔다.

‘예상대로 타격 라인업을 바꾸는 방법으로 우리의 작전에 대항하기로 결정한 건가?’

처음 이 작전을 택할 때부터 필리스의 매디슨 감독이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를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생각해 낸 방법이 이 카드였다.

‘한수호의 기동력은 웬만한 팀의 리드오프와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 작년에는 메이저리그 전체 도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지.’

메이저리그 최초로 50-50클럽이란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였을 정도로 한수호의 기동력은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그의 기동력은 분명 감퇴했다.’

올 시즌 수호의 도루는 20개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작년과 비교하면 고작 절반에 불과했다.

물론 이 정도 수치도 충분히 훌륭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공격력과 시너지를 일으켰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의 출루를 늘린다고 해도 우리에게 위협이 될 정도의 기동력은 보여주지 못할 거다.’

숀 감독은 수호의 기동력에 이상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기에 이번 한수호 봉쇄 작전을 실행시킬 수 있었다.

‘그를 1번으로 옮기더라도 작년과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할 거다.’

변하는 건 없다.

숀 감독은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타석에 들어서는 수호를 확인한 뒤, 구심에게 신호를 보냈다.

“베이스 온 볼.”

-애스트로스가 3차전에서도 한수호 선수를 고의사구로 출루시킵니다.

-그들 입장에선 굳이 한수호 선수와 승부 하는 위험부담을 안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 작전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숀 감독의 배짱이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카메라가 1루 베이스에 도달해 보호장구를 벗는 수호를 비추었다.

‘역시 3차전에서도 날 내보내는구나.’

[여기까지는 예상대로네.]

[녀석들은 너의 무기가 타격에만 있다고 판단을 내린 거지.]

[이제 그 판단이 잘못됐다는 걸 알려줄 시간이다.]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수호는 스파이크로 흙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날뛸 시간이다.]

루 브록의 채팅과 함께 수호가 자세를 낮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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