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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73화 (273/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273화

    수호가 막혔다.

    그 사실은 필리스 선수단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선발투수인 라파엘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었다.

    ‘점수를 내줄 수 있는 수호 녀석을 고의사구로 내보내다니. 애스트로스 녀석들이 짱구를 제대로 굴렸어.’

    수호에 대한 믿음이 라파엘은 남달랐다.

    항상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추었기에 다른 선수보다 더 깊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실점하더라도 그가 언제나 따라가는 점수를 내줄 거라 믿었다.

    그런데 그 가정이 깨진 것이다.

    ‘이대로는 내 월드시리즈 데뷔전이 패전으로 시작하겠어.’

    그것도 평범한 경기가 아니라 월드시리즈 경기였다.

    라파엘 알바레즈는 메이저리그에서 정상급 기량을 펼치는 선발투수였다.

    그런 그조차 월드시리즈 무대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반드시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애스트로스가 수호를 봉인시키면서 그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1차전에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수호라는 선수가 필리스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했다.

    또한 투수는 아주 약간의 잡념만으로도 공의 구위와 제구가 흔들리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미묘한 차이는 메이저리그에선 좋은 먹잇감이 된다.

    딱!!

    -때렸습니다!! 삼유 간을 가르는 안타! 애스트로스가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합니다!

    -라파엘 선수가 던진 공이 밋밋한 걸 놓치지 않고 제대로 때려냈습니다.

    -월드시리즈에선 작은 집중력 차이가 경기의 승패를 가르게 되어 있습니다.

    흔들리는 라파엘을 보며 매디슨의 수심이 깊어졌다.

    “불펜에 연락해서 투수들에게 몸을 풀게 하도록 해.”

    “벌써 말입니까?”

    “월드시리즈야. 에이스라고 해서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투수를 계속 올려둘 수 있는 무대가 아니야.”

    “알겠습니다.”

    월드시리즈에선 선발투수가 5이닝을 채우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만큼 한 번의 실수라도 나오면 곧장 불펜을 투입한다는 이야기였다.

    ‘이왕이면 에이스가 긴 이닝을 책임져 주는 게 좋지만, 그게 안 된다면 빠르게 불펜을 투입하는 게 1승을 올릴 수 있는 선택지다.’

    수호를 틀어막은 애스트로스의 작전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실행할 수 있을지는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다른 팀들도 그 방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후폭풍을 감당하면서까지 해낼 수 있는 팀은 없었어.’

    애스트로스는 후폭풍을 감당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1차전에서 그 카드를 빼 들었다.

    ‘그 말은 앞으로도 이런 작전을 꺼내 들겠다는 소리겠지.’

    필리스 입장에선 최악의 작전이었다.

    상대의 작전으로 인해 이쪽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쓸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공격수단을 잃었으니 최강의 방어수단을 꺼내 들었다. 그것도 적재적소에 방어수단을 배치해야 해.’

    한 번의 판단 실수는 곧 패배로 이어진다.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켜둬야 한다.’

    사령관으로서 매디슨은 경기 전체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시선으로 그라운드를 보고 있는 사람이 또 한 명 있었다.

    ‘라파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수호였다.

    [아무래도 네가 봉쇄되었다는 게 멘탈을 건드렸나 보네.]

    [쟤도 은근 유리멘탈이라니까.]

    [유리멘탈이라 하기보다는 그만큼 수호가 필리스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고 봐야지.]

    [최강의 공격무기를 쓸 수 없게 된 셈이니까.]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하지만 이미 수호의 시선은 그라운드의 상황을 체크하고 있었다.

    ‘1루 주자로 나간 해리우드의 발은 느린 편이 아니야. 언제든지 뛸 수 있을 거다.’

    주자의 데이터를 떠올리고 그가 취할 수 있는 움직임을 머리에 입력하고 있었다.

    ‘애스트로스의 숀 감독은 작전을 구사하는 데 망설임이 없는 선수다. 비난받는 걸 각오하고 날 고의사구로 내보낼 정도였으니까.’

    수호는 선수만이 아니라 적팀의 사령관이 어떤 유형인지도 가정하며 그들의 움직임을 예측해나갔다.

    ‘그런 유형의 감독이라면 흔들리기 시작한 라파엘의 빈틈을 더욱 집요하게 공략하고 싶어질 거다.’

    결론에 도달한 수호가 사인을 보냈다.

    그의 사인을 본 라파엘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투구자세에 들어갔다.

    ‘수호의 사인이다. 무언가 생각이 있기 때문에 이런 사인을 보낸 거야.’

    공격력이 봉쇄되었지만, 포수로서 수호는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의 선수였다.

    그걸 알기에 라파엘은 그의 사인을 신뢰했다.

    ‘그를 믿어라.’

    “흡!!”

    쐐애애액!!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 초구 던졌습니다!

    라파엘의 발이 홈플레이트로 향하는 순간.

    타닥!!

    “뛰었어!!”

    -주자 달렸습니다!!

    1루 주자 해리우드가 달렸다.

    여유롭게 2루로 달리던 그가 홈플레이트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을 때.

    “어?”

    수호가 캐처박스를 벗어나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공은 정확히 그의 미트로 들어갔다.

    ‘이 상황에서 피치아웃?!’

    안타를 허용하고 두 번째 타자에게 초구부터 피치아웃을 시도한다?

    상식적으로 내리기 힘든 작전이었다.

    만약 실패한다면 궁지에 몰린 투수의 멘탈이 더욱 막다른 길에 몰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수호는 피치아웃 작전을 택했다.

    ‘작전을 잘 사용하는 사령관이라면…….’

    퍽!!

    글러브에 꽂힌 공을 빼낸 수호가 2루를 저격했다.

    ‘흔들리기 시작한 투수를 계속 흔들려고 할 것이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맹렬한 속도로 2루 베이스를 향해 날아갔다.

    몸을 낮춘 2루수의 글러브에 공이 정확히 들어갔다.

    덕분에 2루수는 글러브를 움직이지 않아도 자동으로 태그를 할 수 있었다.

    퍽!

    “아웃!!”

    -아웃입니다! 피치아웃으로 주자를 지워버리는 한수호 선수!

    -피치아웃을 택한 과감한 선택도 멋졌지만, 이후 나온 송구 역시 완벽했습니다!

    -수비가 글러브를 움직이지 않아도 자동태그가 될 정도로 송구가 정확했습니다.

    -역시 한수호 선수입니다!

    수호의 송구는 완벽했다.

    하지만 매디슨은 그의 송구에 놀라고 있지 않았다.

    ‘방금 피치아웃은 내가 내린 사인이 아니었다. 수호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라파엘에게 피치아웃이란 사인을 보냈어.’

    포수로서 수호는 분명 대단한 기량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타자로서 수호가 더욱 뛰어났기에 아무래도 가려지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그 가치가 다시 드러나고 있었다.

    ‘나 말고 또 한 명의 사령관이 그라운드에 있었다.’

    그 사실이 매디슨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다.

    “감독님, 불펜은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래.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도록 예열을 멈추지 말라고 해. 하지만 당장은 올라가지 않아도 돼.”

    “그렇습니까?”

    “만약 교체가 필요하다면 녀석이 사인을 보내올 거다.”

    “하긴, 라파엘도 이제는 자신의 상태를 잘 아는 베테랑이죠.”

    베테랑 라파엘.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인은 라파엘이 아닌 다른 쪽에서 나올 것이다.

    ‘수호가 나에게 사인을 보내올 거다. 그때 교체를 하면 돼.’

    수호에 대한 매디슨 감독의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두터웠다.

    * * *

    타자 한수호는 애스트로스의 작전에 막혔다.

    “베이스 온 볼.”

    -두 번째 타석에서도 고의사구를 택하는 애스트로스! 한수호 선수가 두 타석 연속 고의사구로 출루합니다!

    -아무래도 애스트로스의 숀 감독은 팀의 우승을 위해 한수호 선수를 아예 배제하는 전략을 택한 거 같습니다.

    -단발성 전략이 아니란 소리십니까?

    -예. 차후 바뀔 수도 있긴 하지만, 분명한 건 오늘 경기에선 한수호 선수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모든 이들이 알 수 있었다.

    ‘애스트로스가 수호와 상대하지 않는다.’

    ‘필리스는 수호에게 기댈 수 없는 상황이야.’

    ‘수호가 점수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필리스 선수단에게 큰 벽으로 다가왔다.

    ‘수호 없이 우리만으로 해야 한다고?’

    ‘지금까지 수호가 중요한 순간에 모두 해결해 줘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게 가능한가?’

    팬들만큼이나 수호에게 의지하는 것이 필리스 선수단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수호는 가장 믿을 수 있는 동료이자 기둥이었다.

    그런 수호를 이제는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 그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생각에 잠겨 가고 있을 때도.

    타닥!!

    -한수호 선수가 뛰었습니다!!

    -애스트로스는 피치아웃! 공은 곧장 2루로 향합니다!!

    촤아아앗-!!

    퍽!!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피치아웃으로 한수호 선수의 도루를 막아보려 했지만, 그의 발이 견제보다 월등히 빨랐습니다!

    -환상적인 도루로 2루까지 출루하는 한수호 선수!

    수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내리며 팀에 도움이 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필리스 선수단의 기세를 끌어올렸다.

    ‘녀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려 하고 있어.’

    ‘그런데 우리는 벌써 경기에 진 것처럼 고개나 숙이고 있다.’

    ‘우리도 같은 메이저리거잖아! 녀석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병신들이 아니라고!’

    ‘우리도 할 수 있다.’

    수호의 플레이를 보고 필리스 선수단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 * *

    필리스 선수단의 기세가 바뀌었다.

    그리고 그걸 가장 먼저 느낀 건 숀 감독이었다.

    ‘한수호의 허슬플레이가 동료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젠장, 녀석의 타격을 봉쇄시키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게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어.’

    수호의 타격은 단순히 1점을 내는 원동력이 아니었다.

    팀 전체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연료와 같았다.

    하지만 수호는 타격만이 아니라 플레이만으로도 사기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내 생각보다 더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이대로 감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수호 봉쇄 작전은 단순히 고의사구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숀 감독은 뛰어난 전략가였다.

    그렇기에 첫 번째 작전이 잘못되었을 때 두 번째, 세 번째 작전까지 구상해두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타이밍의 싸움이다.’

    사기가 오르기 시작한 필리스의 타선을 잠재울 타이밍을 정확히 잡아내야 했다.

    ‘1차전을 잡고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은 우리가 가져가겠어.’

    두 팀의 각오가 1차전부터 강하게 충돌했다.

    * * *

    [월드시리즈 1차전의 승자는 언더독인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되었습니다.]

    애스트로스가 1차전의 승자가 되었다.

    [애스트로스는 필리스의 주축선수인 한수호 선수를 네 타석 연속 고의사구로 내보내는 작전을 택하면서 필리스의 공격력을 반감시켰습니다.]

    수호는 네 타석 연속 볼넷이라는 월드시리즈 최초의 기록을 얻어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라이징스타 에단 호크와 슈퍼스타 한수호 선수의 대결은 4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린 에단 호크가 판정승을 거두었습니다.]

    에단 호크는 홈런을 포함해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1차전의 MVP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애스트로스가 2차전에서도 한수호 선수를 고의사구로 내보낸다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1차전의 승부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월드시리즈 시작 전과 다른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반면, 경기를 지켜본 미국과 한국 등, 다국의 팬들은 이번 애스트로스의 작전에 “실망했다.”, “우리는 야구를 보러 왔다.”, “비겁하다.” 등의 비난하는 의견과 “이것도 야구다.”,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 등의 옹호하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팬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2차전에서도 애스트로스가 수호를 걸러내는 선택을 내리게 만들었다.

    “베이스 온 볼!”

    구심의 선언에 수호가 타석에 서서 애스트로스 더그아웃을 향해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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