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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71화 (271/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271화

    월드시리즈에서 1차전의 중요함은 이미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었다.

    -역대 월드시리즈에서 1차전의 승자가 월드시리즈를 우승하는 확률은 63퍼센트에 이릅니다.

    -그만큼 1차전이 중요하다는 소리겠죠. 그리고 두 팀은 이런 1차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에이스들을 출전시켰습니다.

    카메라가 두 팀의 라인업을 보여주었다.

    -필리스는 에이스 라파엘 알바레즈 선수를 출격시켰습니다.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2번의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확실한 필리스의 에이스로 등극했습니다.

    -그리고 라파엘 알바레즈 투수와 호흡을 맞출 선수로는 한수호 선수가 마스크를 썼네요.

    카메라가 수호를 비추자 경기장이 들썩였다.

    “한! 한! 한! 한!!”

    “월드시리즈의 주인이 누군지 정확히 알려줘라!!”

    “너만 믿는다 수호야!!”

    수호를 향한 엄청난 응원이 쏟아졌다.

    -한수호 선수를 향한 필리스 팬들의 엄청난 응원이 인상적입니다.

    -현지에선 에단 호크 선수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만, 역시 필리스는 한수호 선수의 홈그라운드입니다!

    한국 해설진들 역시 에단에 대한 경계를 보이면서도 수호의 대단함을 더욱 조명하고 있었다.

    -한수호 선수는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모든 경기 홈런을 기록하며 필리스를 2년 연속 월드시리즈로 이끌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최소한 한수호 선수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월드시리즈의 주요선수로 한수호를 뽑았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 수호가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필리스의 성적이 갈렸기 때문이다.

    -애스트로스는 평소와 같은 공격라인을 가동했습니다. 하지만 3번 타순에 에단 호크를 배치했군요.

    -3번 타자는 현대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은 기회가 찾아오기에 장타력과 결정력을 모두 갖춘 선수가 이 자리에 포진하죠.

    -애스트로스는 에단 호크를 그 위치에 올려두기로 한 거로 보이네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그가 보여준 활약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만들었나 보네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에단 호크는 어느덧 팀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그만큼 그가 보여준 활약은 인상깊었다.

    -에단 호크가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기록한 5홈런은 한수호 선수에 이어 2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한수호 선수보다 2경기를 더 치렀다지만, 타점이 그를 앞서고 있죠.

    -맞습니다. 작년과 올해, 한수호 선수가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활약은 대단했는데. 그 기록 중 일부를 앞서고 있다는 게 인상 깊은 에단 호크입니다.

    해설진이 에단 호크에 대한 기록을 이야기하는 사이.

    타석으로 애스트로스의 1번 타자가 들어섰다.

    ‘돌격대장, 리암 타호프. 전형적인 리드오프형 타자다. 발이 빠르고 정확도가 뛰어나. 인, 아웃 모두 대처를 잘하고 변화구에도 강한 유형이다.’

    리암 타호프 같은 유형의 타자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많았다.

    그런데도 그가 높은 평가를 받는 건 큰 무대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강심장에 있었다.

    ‘이번 포스트시즌 경기를 봤을 때 그는 어떤 상황에서건 본인의 타격을 해나갈 수 있었다.’

    전력분석팀과 회의를 통해 상대에 대한 자료를 수집, 분석했다.

    덕분에 페넌트레이스에선 상대한 횟수가 몇 차례 없는데도 머릿속에는 그의 데이터가 상세하게 그려졌다.

    ‘녀석을 잡기 위해선 힘으로 눌러야 해.’

    정면승부를 택한 수호가 사인을 보냈다.

    ‘인코스, 높게.’

    ‘오케이.’

    고개를 끄덕인 라파엘이 1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뻐어억!!

    “볼.”

    -초구 몸쪽 다소 높게 들어가면서 볼이 됩니다.

    -리암 선수가 상체를 살짝 뒤로 젖혀야 할 정도로 몸에 바짝 붙었습니다.

    -월드시리즈라서 그런지 초구에 힘이 좀 들어간 느낌입니다.

    자신이 원했던 코스보다 더 몸쪽으로 붙었다.

    라파엘이 긴장했다는 방증이었다.

    하지만 수호는 이 공을 오히려 이용하기로 했다.

    ‘리암 같이 눈이 좋은 타자의 경우 몸쪽 공의 잔상이 오래 남는다. 그렇다면 그걸 이용해 주면 돼.’

    수호는 사인을 보내고 바깥쪽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초구 인코스가 조금 부담스러웠던 라파엘은 2구를 한결 더 가볍게 던질 수 있었다.

    “흡!!”

    쐐애애액-!!

    아웃코스 낮게 들어오는 공에 리암의 배트가 돌았다.

    하지만 그의 배트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날 때까지 공은 히팅포인트에 도달하지 않았다.

    ‘체인지업……!’

    공의 구종을 파악했지만, 대응하기엔 이미 늦었다.

    부웅!!

    퍽!

    “스윙! 스트라이크 원!”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해 내는 라파엘 알바레즈!

    -아주 좋은 공이 들어왔습니다. 초구 패스트볼이 몸쪽으로 붙으면서 체감속도는 더 빠르게 느껴졌을 텐데. 2구를 체인지업으로 던지면서 리암 선수가 느낀 구속 차이는 더 크게 느껴졌을 겁니다.

    타자의 눈을 속이는 완벽한 공을 던지면서 볼카운트를 원볼 원스트라이크로 만들어낸 수호는 3구를 다시 아웃코스로 유도했다.

    ‘슬라이더로 한 번 더 헛스윙을 유도하자.’

    ‘좋아.’

    주무기 중 하나인 슬라이더를 사인으로 내자 라파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슬라이더는 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구종이었으니 말이다.

    와인드업에 들어간 그가 3구 역시 망설임 없이 뿌렸다.

    “흡!!”

    쐐애애액-!!

    라파엘의 손을 떠난 공이 리암의 몸쪽으로 붙어 들어왔다.

    리암은 그것을 보고 몸쪽의 패스트볼이라 판단하고 발을 오픈 스탠스로 내디뎠다.

    그 순간.

    휘릭!!

    공이 휘어서 바깥쪽으로 궤적을 바꾸었다.

    그걸 본 리암의 눈이 커지면서 어떻게든 공의 궤적을 쫓아가려 했다.

    ‘너무 멀어!’

    하지만 발을 오픈 스탠스로 내디뎠기에 공의 변화를 바로 좇기엔 무리가 있었다.

    결국 배트는 또 한 번 허공을 갈랐고 공은 존을 완전히 벗어나 수호의 미트에 꽂혔다.

    뻐어억-!

    “스윙! 스트라이크 투!!”

    -세 번째 공 역시 헛스윙을 유도해 내는 라파엘 알바레즈!

    -그의 주특기 중 하나인 슬라이더가 아주 예술적으로 들어갔습니다!

    -리암 선수 입장에선 몸쪽 패스트볼이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공이 바깥쪽으로 휘어져 도망가 버려 쫓을 수 없었습니다.

    -완벽한 슬라이더로 두 번째 스트라이크 콜을 얻어낸 라파엘 선수!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냈습니다!

    원볼 투스트라이크.

    투수에게 완벽히 유리한 볼카운트였다.

    여기에서는 투수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았다.

    ‘유인구를 던져서 리암의 헛스윙을 한 번 더 유도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수호는 라파엘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먹잇감이 빈틈을 보였을 때 장난치지 않고 단번에 숨을 끊어놓는 타입의 맹수였다.

    이런 스타일의 투수들은 페이스 업을 확실하게 시켜줘야 한다.

    ‘페이스업이 되기 시작한 라파엘은 누구도 말릴 수 없게 되지.’

    그걸 알기에 수호는 몸쪽으로 사인을 보냈다.

    ‘인코스. 전력으로 포심을 던져 버려.’

    ‘그걸 기다렸어.’

    수호의 사인이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인 라파엘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원볼 투스트라이크에서 와인드업에 들어간 라파엘 알바레즈! 4구 던집니다!!

    “흡!!”

    쐐애애애액-!!

    라파엘의 손을 떠난 공이 리암의 몸쪽을 빠르고 강하게 파고들었다.

    리암도 그걸 기다렸다는 듯 발을 내디디며 배트를 간결하게 돌렸다.

    ‘이번에야말로……!’

    후웅!!

    포심을 노리고 있었던 그였기에 배트가 돌아가는 궤적과 공이 들어오는 궤적이 일치했다.

    두 개의 선이 하나로 일치하려는 그 순간.

    휘릭!!

    공이 미세하게 덜 떨어지면서 배트의 위를 지나갔다.

    뻐어어어억-!!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입니다! 첫 타자 리암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라파엘 알바레즈!! 구속은 무려 101마일이 찍혔습니다!

    -몸쪽 101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이라니. 이건 단순히 직구가 아니라 마구나 다를 바 없습니다!

    -리암 선수의 스윙도 타이밍이 좋았지만, 라파엘 선수의 포심이 구위로 그의 배트를 눌러 버렸습니다!

    첫 타자를 가볍게 삼진으로 돌려세운 라파엘이 마운드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컨디션이 아주 좋아.’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기에 그는 자신의 몸 상태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진 라파엘의 공은 무섭게 타자를 압박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두 타자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라파엘 알바레즈!

    -이게 바로 에이스의 투구라는 걸 보여주고 있는 라파엘입니다!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라파엘의 눈에 타석으로 들어서는 젊은 선수가 보였다.

    “와아아아아!!”

    “호크다!!”

    “매가 비상할 때가 왔다!”

    “널 믿는다 에단!!”

    뒤이어 관중석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런 반응은 무척이나 이례적이었다.

    -어웨이인 에단 호크를 향해 팬들의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필라델피아에서도 이 정도의 함성이 쏟아지다니. 에단 호크가 현지에서 얻고 있는 인기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설마 어웨이인 필라델피아에서도 이 정도의 호응을 얻어낼 줄은 한국 중계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만큼 에단 호크가 미국인들에게 얻고 있는 호응은 대단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를 수호는 크게 개의치 않고 있었다.

    ‘확실히 안정감이 있는 자세다.’

    수호는 경기장의 분위기가 아니라 타석에 들어선 에단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함성에 들뜰 수도 있을 텐데. 타석에 들어오니 집중력을 끌어올려 외부의 함성을 차단했다.’

    [마치 너의 존을 보는 거 같네.]

    요기 베라의 말대로였다.

    지금 에단은 존에 들어간 상태였다.

    물론 수호와 똑같다고는 할 수 없었다.

    [과연 에단이 너처럼 자유자재로 존에 들어갈 수 있는지가 문제겠지.]

    [넌 완벽하게 컨트롤하고 있지만, 에단은 그걸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케이스는 대부분 흐름에 따라 컨디션이 오갈 가능성이 높지.]

    자신도 과거에는 그러했다.

    존에 대해 정확히 모를 때는 그날그날의 몸 상태에 따라 오갔다.

    하지만 존을 파악한 뒤에는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었다.

    에단이 아직 거기까지 도달했다고 볼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존에 들어간 그를 잡아내는 건 쉽지 않을 거란 점이었다.

    ‘하지만 오늘 라파엘의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 아무리 존에 들어가서 집중력이 높아진 에단이라 하더라도 쉽게 때릴 순 없을 거야.’

    수호는 라파엘을 믿었다.

    그만큼 라파엘이 보여준 오늘 컨디션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상태였으니까 말이다.

    ‘인코스, 힘으로 눌러 버려.’

    그렇기에 정면승부를 택했다.

    고개를 끄덕인 라파엘이 와인드업에 이어 1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라파엘 알바레즈! 1구 던졌습니다!!

    라파엘의 공이 매서운 속도로 에단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이전에 던졌던 최고의 공과 비슷한 구위와 구속을 가진 공이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에단이 그 공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타닥!!

    오픈 스탠스를 내디뎌 히팅포인트를 만들어낸 에단이 간결하게 배트를 돌렸다.

    후웅!!

    딱!!

    배트에 맞은 공이 경쾌한 소리를 내뿜으며 그대로 외야로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본 수호가 아차 싶었다.

    -아아-! 이 타구는 그대로 펜스를 넘어갑니다!!

    -월드시리즈 첫 타석에서 솔로홈런을 작렬시키는 에단 호크입니다!!

    매의 화려한 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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