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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65화 (265/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65화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응?’

존에 진입한 수호는 이상함을 감지했다.

‘왜 녀석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어 있는 거지?’

존에 들어서면 수호의 감각은 극도로 날카로워진다.

그래서 투수의 시선이나 움직임 등.

거의 모든 것들을 시각화하여 볼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투수가 어디로 던질지 예측할 수 있었다.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에 시선을 통해 영점을 조준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투수의 시선은 스트라이크존으로 시선이 집중되었고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맥 허드는 달랐다.

‘내 머리 쪽에 고정되어 있다.’

마치 표적이 수호인 듯 머리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흔들림 없는 시선의 고정에 수호는 확신을 가졌다.

‘날 맞추겠다는 건가?’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수호는 필리스 전력의 대부분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선수였다.

만약 그런 선수가 1회부터 부상으로 빠진다면 어떻게 될까?

필리스는 경기를 무척이나 어렵게 풀어갈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 부상이 길어진다면 필리스의 가을야구는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선수에게 쏟아질 비난은 클 테지만. 그건 결국 한순간에 사라지게 되겠지.’

결과가 좋으면 사람들은 과정을 잊어버린다.

물론 필리스 팬들은 엄청난 야유와 욕설을 내뱉겠지만, 맥 허드는 그런 걸 신경 쓸 캐릭터로 보이지 않았다.

실제 메이저리그에서 맥 허드에게 악동이란 별명을 붙인 것만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전략이지만…….’

수호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그런 수호의 시선을 바라보는 맥 허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렇게 꼬나보면 뭐 달라지는 게 있을 거 같아? 어차피 너 하나만 사라지면 필리스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맥 허드는 각오를 다지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난 올해 꼭 우승반지를 손에 넣고 싶거든. 그러니 이쯤에서 무대에서 내려가라!’

촤앗-!!

다리를 차올린 맥 허드가 그대로 발을 내디뎠다.

콰직!!

스트라이드를 내디딜 때까지 맥 허드의 시선은 여전히 수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맥 허드의 목표는 수호라는 걸 말이다.

“흐읍!!”

기합을 터트리며 맥 허드가 공을 뿌렸다.

-던졌습……!!

쐐애애액-!!

캐스터가 목청이 터져라 외치려던 순간.

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확인한 그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그건 경기를 바라보고 있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반응을 보였다.

‘맞는다.’

‘저건 피할 수 없어!’

‘노렸다!’

모든 이가 맥 허드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리고 정확히 머리로 날아오는 공에 수호가 피하지 못할 거라고 판단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스윽-!

수호가 상체가 살짝 뒤로 기울여 공을 피한 것이다.

정확히 눈앞을 지나가는 공에도 수호의 고개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마운드에 서 있는 맥 허드를 노려봤다.

뻐어어억-!!

뒤이어 안도가 공을 잡자 구심이 양손을 펼치며 자신의 자리를 벗어났다.

“스톱!! 한수호 괜찮나?”

구심이 수호의 상태를 체크했지만, 수호는 대답 대신 배트를 들어 맥 허드를 가리켰다.

명백한 위협의 의도가 담긴 그의 행동에 맥 허드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저 새끼가…….”

“한 팀의 에이스라는 새끼가 제구력이 형편없네.”

수호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맥 허드의 귀에 꽂히기에는 충분했다.

“뭐라고? 다시 지껄여 봐!!”

맥 허드가 화를 참지 못하고 앞으로 걸어 나오자 그게 트리거가 되어 양 팀의 더그아웃이 움직였다.

“저 새끼가 지금 우리 수호한테 공을 던져놓고 뭘 잘했다고!”

“야, 이 새끼야! 한판 해보자 이거지?!”

필리스의 더그아웃이 비워지자 이제는 메츠 역시 선수들이 더그아웃을 나오기 시작했다.

“새끼들아! 고작 공 하나잖아!”

“맞지도 않은 공을 가지고 왜 이렇게 유별이야?!”

“한판 해보자는 거야?!”

상황이 커졌다.

-아아-!! 1회부터 두 팀의 더그아웃이 모두 비워집니다!!

-설마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부터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할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맥 허드 선수의 1구는 무척이나 위험한 공이었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정말 동물적인 감각으로 잘 피했어요!

-맞습니다. 맞아도 이상할 게 전혀 없는 공이었습니다!

맥 허드의 초구는 당장 퇴장당해도 이상할 게 없는 공이었다.

그만큼 위험했고 실제 메이저리그에서는 머리로 던지는 헤드샷에 즉시 퇴장을 명령하는 규정도 있었다.

그런데도 구심이 아직 그에게 퇴장명령을 선언하지 않은 건 수호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명백하게 고의로 던졌다는 게 느껴졌는데.”

“하지만 맞지 않았으니 규정상 퇴장은 어렵습니다.”

“거기다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선발투수를 바로 강판시키는 건…….”

대회의 중요성 등을 생각하면 바로 퇴장이 어렵다는 다른 부심들의 말이 옳았다.

결국 구심은 하나의 결정을 내렸다.

“맥 허드 선수에게 엄중 경고를 내리며 만약 한 번 더 몸에 맞출 듯한 공을 던질 경우 퇴장 조치하겠습니다.”

-맥 허드 선수에게 엄중 경고 조치가 내려졌네요.

-심판들도 이번 일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고 판단한 거 같습니다.

-만약 머리에 맞는 일이 발생했다면 즉시 퇴장으로 이어졌을 테지만, 한수호 선수가 무사히 피한 덕분에 퇴장까지는 면한 거 같습니다.

벤치클리어링도 소요 상황에 들어갔다.

선수들은 각자의 벤치로 돌아갔고 수호는 다시 타석으로 들어서며 타격자세를 취했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지면서 경기의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한수호 선수가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해설위원처럼 생각하는 건 한 명만이 아니었다.

“수호 형 괜찮을까?”

“그러게 말이야. 원래 타석에서 저런 일을 겪으면 막 공이 빨라 보이고 그런다던데.”

“정말 몸에 맞으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니까.”

경기를 보고 있는 친구들의 말에 수빈 역시 오빠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우…… 우리 오빠는 괜찮을 거야! 어릴 때부터 워낙 몸이 튼튼했거든! 무엇보다 우리 오빠잖아!!”

수빈이의 말에는 무게가 실리지 않았다.

근거가 빈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수빈이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수호가 움직였다.

스윽-

타석에 서서 루틴을 밟은 그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더니 배트를 들어 외야를 가리켰다.

“와아아아아!!”

동시에 경기장을 찾은 모든 관중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역시 우리 오빠야!!”

“와아! 저게 예고 홈런!!”

“저걸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수호 형 멋져요!!”

이런 상황에서도 예고 홈런을 선언한 그의 모습에 팬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맥 허드의 인상을 일그러뜨리게 만들었다.

‘감히 나에게 예고 홈런을 선언한다고……?’

화가 났다.

자신이 던진 회심의 공을 가볍게 피한 것도 모자라서 바로 예고 홈런을 선언하다니?

당장에라도 녀석의 머리를 향해 한 번 더 공을 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한 번 더 머리로 향하는 공이 날아가면 맞든 아니든 무조건 퇴장이다.’

구심이 마운드를 직접 방문해서 내린 엄중 경고였다.

이러한 경고는 족쇄가 되어 그를 옭아매고 있었다.

‘상관없어. 내 실력으로 녀석을 뭉개 버리고 말겠어.’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맥 허드가 피처플레이트를 밟았다.

그 모습을 바라본 안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진지해졌군. 그래, 원래 실력도 있는 녀석이 괜히 이상한 짓을 벌일 이유는 없어.’

맥 허드가 얼마나 좋은 투수인지는 안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가끔 보여주는 그의 기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파트너로서 괜히 그의 심기를 거스를 이유가 없었기에 잠자코 있었던 거다.

‘그나저나 머리에 날아오는 공을 살짝 움직이는 거로 피하다니. 도대체 얼마나 괴물 같은 동체 시력인 거지?’

수호가 괴물인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 공을 피할 때 보여주는 움직임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단순히 신체 능력이 좋다 정도로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건 말 그대로 공이 그쪽으로 날아오는 걸 알고 있을 때나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애초에 그런 건 불가능했으니 결국 동체 시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걸 의미한다.

‘거기에 배짱까지 대단하다는 소리겠지.’

100마일을 넘나드는 맥 허드의 공을 피하기 위해 전력으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저 상체를 살짝 뒤로 젖히는 것만으로 피하다니?

그것만으로도 수호의 배짱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이런 배짱이 있었으니 지금 이 위치까지 이렇게 빨리 올라온 거냐?’

타석에 있는 수호를 올려다보며 안도는 고개를 저었다.

‘상대를 경외해서 뭐 하자는 거야? 녀석을 잡을 생각부터 해라.’

결국 잡아야 할 상대였기에 안도는 녀석의 데이터를 머리에 떠올렸다.

‘방금 던진 머리 쪽 공에 의해 몸쪽에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보긴 어렵다. 애초에 그런 배짱이었다면 그 공을 그렇게 피하지도 못했겠지.’

그렇기에 몸쪽으로 던지는 건 논외로 쳤다.

‘그럼 아웃코스를 노려야 하는데. 아웃코스에 평범한 공을 던지는 건 자살행위나 다를 바 없어.’

수호가 아웃코스에 강하다는 데이터는 충분히 쌓인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택해야 했다.

‘눈과 비슷한 위치로 공이 날아왔으니 체감속도가 더 빠르게 느껴졌겠지?’

사람의 눈은 속이기 쉬운 기관 중 하나였다.

빠른 공이 가까이에 온다면 본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느껴지는 대표적인 예시였다.

‘이걸 이용한다면 녀석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을 거야.’

안도는 그걸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눈과 가깝다 못해 정면으로 날아오는 공을 봤으니 분명 평소보다 체감속도를 빠르게 느꼈을 테니 말이다.

‘아웃코스, 체인지업.’

‘오케이.’

안도의 사인을 받은 맥 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분고분 안도의 사인을 허락한 이유는 그 역시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우……!”

-사인을 교환한 맥 허드가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다리를 차올린 그가 스트라이드를 내디디며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스트라이크존의 바깥쪽을 노리고 찔러갔다.

그걸 이미 예측한 수호는 타이밍에 맞게 클로즈드 스탠스를 잡았다.

타닥!!

발을 내디딘 수호가 하체를 회전시키며 힘을 집중시켰다.

후웅!!

그렇게 모인 힘을 이동시키기 위해 하체부터 시작된 회전이 골반과 상체를 지나 팔로 이동했다.

‘체감속도를 이용해서 체인지업을 던질 확률이 높다.’

수호는 이미 안도와 맥 허드의 작전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나 역시 그렇게 했을 테니까.’

맥 허드의 시선이 스트라이크존의 바깥쪽에 향해 있다는 걸 확인한 그는 확신을 가졌다.

그렇기에 지금 그의 배트가 돌아가는 속도 역시 체인지업에 맞춰져 있었다.

‘잘 먹어주마.’

그리고 예측을 끝낸 수호의 배트는 마치 먹이를 노리는 포식자처럼 그대로 공을 집어삼켰다.

딱!!

-때렸습니다!!

맞는 순간 수호는 이번 공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등을 때리고 돌아오는 배트를 그대로 던졌다.

-한수호 선수가 배트를 던지고!! 타구는 그대로 우측 펜스를 넘어갑니다!! 예고 홈런을 성공시키는 한수호 선수!!

자신을 노린 맥 허드에게 제대로 한 방을 먹이는 수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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