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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64화 (264/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64화

메츠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디비전시리즈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었던 라파엘은 오늘 경기에서도 1선발로 경기에 출전했다.

-이번 디비전시리즈에서 1경기에 출전해 단 1실점만을 기록하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여준 라파엘 알바레즈 선수가 메츠의 선봉장 마이클 레이먼을 상대합니다.

-마이클 선수는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4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내고 모든 경기 출루에 성공했을 정도로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호는 배터박스에 들어선 마이클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집중력이 높은 게 확실히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이런 녀석을 잡으려면 초구부터 확실히 힘으로 눌러놔야 해.’

컨디션이 좋은 타자의 경우 한 번 불붙기 시작하면 말릴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초반 싸움이 중요했다.

‘인코스, 슬라이더.’

‘오케이.’

수호의 사인에 라파엘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부터 두 사람의 호흡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디비전시리즈 이후에 라파엘은 수호를 마치 신앙처럼 모시고 있었다.

그만큼 디비전시리즈에서 마차도를 잡아내기 위해 리드하는 수호의 모습은 라파엘에게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후우…….”

-사인을 교환한 라파엘 알바레즈, 와인드업!

와인드업에 이어 킥킹에 들어간 라파엘이 스트라이드를 내디디며 공을 뿌렸다.

“흡!!”

-초구 던졌습니다!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의 몸쪽으로 붙어 들어왔다.

마이클은 간결한 스트라이드와 함께 몸에 배트를 붙여 그대로 돌렸다.

휘릭!

그 순간, 공이 휘어져 마이클 몸쪽으로 파고들었다.

배트를 멈추는 건 불가능한 위치에서 변화가 일어났기에 마이클은 팔꿈치를 더욱 몸쪽에 붙이는 거로 대응했다.

스윙의 궤적이 변하면서 공을 낚아채려고 했다.

하지만 라파엘의 슬라이더는 이 정도의 대응으로 잡아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휘릭!

‘한 번 더…….’

공의 궤적이 더욱 급격하게 휘어져 들어오는 걸 확인한 마이클의 눈이 커졌다.

부웅!!

‘휘어져 들어오다니……!’

뻐어어억!!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 슬라이더에 헛스윙하는 마이클 레이먼!

-컨디션이 좋은 마이클 선수를 상대로 초구부터 슬라이더를 던져서 헛스윙을 유도해 냈습니다.

헛스윙으로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아냈지만, 수호는 오히려 경계심을 높였다.

‘슬라이더의 변화에 반응해서 마지막 순간 스윙의 궤도를 바꾸었다.’

예상대로였다면 녀석의 배트는 공에 근접하지도 못했을 거다.

하지만 높은 집중력으로 배트가 공에 근접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라파엘의 구위가 한 수 위였다.’

라파엘의 컨디션이 평소보다 나빴다면 안타로 만들었을 마이클의 스윙 컨트롤이었다.

하지만 오늘 라파엘의 컨디션 역시 최고조였다.

‘무엇보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그와 호흡을 맞추는 수호 역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즉, 마이클은 최고조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한 리그 톱클래스급의 선수 두 명을 상대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우리가 이긴다.’

‘우리가 이길 거다.’

18m가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이었지만, 마치 서로 텔레파시를 하듯 서로의 마음이 일치하고 있었다.

‘다음은 뭐로 갈래?’

‘당연히…….’

두 사람은 사인을 내기도 전에 서로가 원하는 걸 알고 있었다.

‘패스트볼이지.’

‘패스트볼이다.’

마치 한 사람이 생각하듯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 두 사람이 준비 자세에 들어갔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라파엘 선수가 사인을 교환하고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와인드업, 킥킹 그리고 스트라이드로 이어진 동작과 함께 부드럽게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 그대로 수호의 미트에 꽂혔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투!!”

-2구는 마이클 선수가 꼼짝할 수 없게 만드는 98마일의 패스트볼!! 오늘 경기 최고구속을 찍는 라파엘 알바레즈입니다!!

완벽한 기선제압에 나서는 두 배터리 콤비였다.

* * *

1회 3K.

라파엘 알바레즈의 투구는 완벽했다.

“아자!!”

-마운드에서 포효하는 에이스! 라파엘 알바레즈!!

-에이스라는 칭호가 걸맞은 완벽한 피칭이었습니다!

-북극곰 피트 알론소까지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괴력은 전율 그 자체였습니다!

에이스의 퍼펙트 피칭은 팀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단숨에 녀석들을 공략하자.”

“예!”

더그아웃에서 하퍼의 외침과 함께 선수들이 사기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메츠의 에이스 맥 허드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뭘 저리들 열 내고 있어? 이제 고작 1회가 지났을 뿐인데.”

“왜? 또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그때 파트너인 메츠의 포수 안도 메이튼이 다가와 물었다.

일본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안도 메이튼은 부모님의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그 결과 그는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포수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아아, 마음에 들지 않아. 저 녀석들이 무슨 망가처럼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 말이야.”

“그래? 우승을 목전에 두었으니 저렇게 열을 올릴 수도 있다고 보는데.”

“저런 열혈망가와 같은 모습을 보고도 그렇게 떠드는 너도 마음에 들지 않아.”

“하하! 어쩌겠어? 어머니가 일본인인데.”

“우리는 프로야. 아마추어 같은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내 이름값을 올린다 뭐, 이런 비즈니스적인 측면으로 다가서야 하지 않겠어?”

“그것도 하나의 정답이지.”

“넌 정말 우유부단해서 싫어.”

“그래도 네 공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파트너.”

“으엑!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지 마. 내 컨디션이 떨어지니까.”

“하하! 미안하다.”

자신의 악담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안도를 보며 인상을 구긴 맥이 몸을 돌렸다.

“가서 내 공이나 받아라. 제대로 받지 못하면 바로 교체시킬 거야.”

“예예. 그러도록 하지요.”

두 사람의 대화를 바라보는 메츠의 신임감독 개럿은 인상을 썼다.

“독불장군 녀석 같으니. 또 안도에게 악담을 쏟아부었겠군.”

“입은 험해도 실력 하나는 최고니까요.”

“그러니 우리 메츠의 에이스 자리를 꿰차고 있는 거지. 실력도 없었다면 녀석의 인성으론 메이저리그에 발을 붙이지 못해.”

맥 허드는 팀메이트 사이에서도 평가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메츠의 에이스라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인성을 뛰어넘는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안도 같이 유들유들한 성격을 가진 녀석이 있으니 다행인 거지.”

“저 녀석은 정말 신기한 녀석이에요. 대부분 메이저리거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데. 녀석은 자존심이라곤 찾아보기 힘드니까요.”

안도를 자존심이 없는 선수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실제 맥 허드가 자존심을 건드는 말을 수없이 해도 안도는 웃어넘겼다.

하지만 개럿의 생각은 달랐다.

“저런 녀석이 제일 무서운 법이지.”

“예?”

“아니야. 그것보다 불펜을 미리미리 준비시키도록 해.”

“벌써 말입니까?”

“상대는 한수호가 이끄는 필리스다. 아무리 맥 녀석의 피칭이 훌륭해도 한수호의 파워에 집어 삼켜질 수 있어.”

한수호는 위험한 인물이었다.

언제 어디서 한 방을 터뜨릴지 몰랐다.

그 한 방에 침몰한 에이스가 얼마나 많았던가?

미리 대비를 한다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코치가 불펜에 전화를 거는 모습을 바라보며 개럿의 시선이 다시 그라운드로 향했다.

‘반드시 이겨라. 그것이 네 파탄 난 인성을 참아주는 유일한 이유다.’

맥 허드가 피처 플레이트를 밟고 타석에는 필리스의 선봉장 조니 로버트가 들어섰다.

“플레이볼!”

-필리스의 1회 말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 * *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101마일의 싱커가 뱀처럼 로버트의 배트를 피해서 안도의 미트에 꽂힙니다!!

압도적인 피칭.

배트를 헛돌린 로버트는 인상을 구긴 채, 안도의 미트에 꽂힌 공을 바라봤다.

‘미친…… 이런 궤적의 공을 어떻게 때리라는 거야?’

스네이크 무브먼트.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팬들이 맥 허드의 싱커 무브먼트에 붙인 별명이었다.

단어 그대로 뱀과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공이었다.

“어땠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로버트에게 2번 타자 메이튼이 물었다.

“페넌트레이스보다 더한 무브먼트다. 거기에 구속까지 100마일 이상을 찍으니 공을 스치는 것조차 힘들었어.”

“역시 보는 것만으로도 위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란 말이지?”

“공의 변화는 홈플레이트 직전에 더욱 심해져. 그러니 한 타이밍 늦게 배트를 돌려야 하는데.”

“그리되면 공의 구속에 잡아먹히겠군.”

“맞아. 즉, 미리 예측해서 때려내는 방법밖에 없어.”

“오케이.”

메이튼이 고개를 끄덕이고 타석으로 향했다.

맥 허드를 상대하는 게 처음은 아니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몇 차례 부딪힌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보다 오늘 공의 무브먼트가 더욱 심한 느낌이었다.

‘정규시즌에는 힘을 아끼고 있었던 건가? 우리를 상대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페넌트레이스는 마라톤과 같았다.

매일 같이 경기를 치르면서 162경기라는 기나긴 마라톤을 완주해야 했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전력을 다해 던진다면 결국 체력이 떨어져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일수록 체력안배를 하면서 시즌을 치른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다르다.

[포스트시즌은 단거리 달리기지.]

[하나의 시리즈에서 승패가 결정되면 거기에서 시즌이 마무리된다. 그러니 매 경기 전력으로 나서게 되는 법이지.]

‘맥 허드는 그걸 정확히 알고 있는 거 같네요.’

[뭔가 재수 없는 녀석이지만, 야구에 대한 이해도는 꽤 높은 녀석이다.]

레전드들의 조언을 들으며 대기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두 번째 타자 메이튼을 상대로도 100마일의 싱커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맥 허드!!

-정말 완벽한 피칭입니다! 공의 무브먼트, 구속, 구위! 삼박자가 모두 완벽하다는 표현이 절로 어울리는 공입니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전율이 들게끔 만드는 공을 연달아 던지는 맥 허드를 보며 수호는 그를 분석했다.

‘확실히 컨디션이 좋다는 게 느껴지네요.’

[거기에 제구력까지 뒷받침이 되어 있으니 제대로 정타를 만드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저 포수의 볼 배합도 상당히 훌륭해.]

퍽!!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투!!”

-2구 체인지업에 배트가 헛돕니다!!

-100마일 이상의 공을 연달아 던지다가 80마일 초반의 체인지업으로 완벽하게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볼 배합이 인상적입니다!

수호 본인이 마스크를 썼어도 맥 허드에게 저런 볼 배합을 요구했을 것이다.

‘안도는 나와 비슷한 수준의 포수다.’

한 마디로 메츠의 배터리 역시 자신과 라파엘만큼이나 호흡이 좋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 시너지는 매우 좋게 나왔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 두 타자 연속 삼진을 기록하는 맥 허드 투수!!

-완벽한 내용으로 두 명의 타자를 돌려세우는 맥 허드입니다!

-라파엘 선수만큼이나 훌륭한 피칭을 선보이는 맥 허드를 막기 위해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수호가 타석에 들어서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2년 연속 MVP 수상이 유력한 한수호 선수의 등장에 필리스의 홈구장이 들썩입니다!!

“한! 한! 한! 한!!”

수호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가 경기장을 뒤엎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맥 허드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안도가 고개를 저었다.

‘사고 치겠군.’

타석에 선 수호가 자세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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