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263화
이변이 발생했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 뉴욕 메츠!]
[지구 최강자 LA다저스, 뉴욕 메츠에게 발목이 잡혔다!]
[오타니 쇼헤이의 가을야구가 끝나다!]
[한수호와 오타니 쇼헤이의 맞대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7.1이닝 무실점 호투에도 결국 패전투수가 된 오타니 쇼헤이! LA다저스는 무엇이 문제였나?]
다저스의 탈락은 언론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국내외 모든 언론이 기사를 다루면서 오타니의 탈락을 다루었다.
대중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오타니가 이렇게 떨어지네.
-진짜 혼자서 다 해야 하네.
-혼자서 다 해도 답이 없는 다저스.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갈아엎어야 할 듯.
-아니면 오타니가 탈출해야 한다.
-오타니 몸값 감당할 팀이 있을까?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을 받는 슈퍼플레이어였다.
그 연봉을 감당할 수 있는 건 메이저리그에서도 다저스가 거의 유일했다.
물론 다른 팀들도 그의 영입전에 뛰어들었지만, 다저스가 승리한 이유도 결국 돈의 문제였다.
어쨌든 오타니가 다른 팀으로 가는 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기에 팬들의 이야기는 그저 작은 해프닝에 불과했다.
‘결국 메츠를 상대하게 됐다.’
수호는 이동하는 차 안에서 기사를 보면서 메츠와의 일전을 떠올렸다.
‘타선에서는 피트 알론소가 있고 마운드에는 새로운 에이스, 허드가 지키고 있다.’
맥 허드.
최고구속 103마일의 싱킹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하는 투수다.
포심보다 싱커의 비중이 더 높을 정도로 그가 던지는 싱커의 위력은 상당히 좋았다.
특히 우투수의 몸쪽을 파고드는 궤적은 타자들로 하여금 공포의 대상이었다.
‘몸에 맞을 정도로 가깝게 붙고 심지어 몇몇 공은 실제 타자를 맞히는 공이지.’
맥 허드의 피칭은 매우 거칠었다.
최근에는 그 비중이 낮아지긴 했지만, 과거에는 타자를 일부러 맞추는 일도 잦았다.
그렇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몸쪽 공을 던지면 타자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정상적인 투구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그래도 1년에 한두 번은 일부러 공을 맞히는 경향이 있다.’
특히 상대 투수가 홈런을 자주 때리는 우타 슬러거일 경우에는 그런 데이터가 더 많았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슬러거 킬러.’
[상당히 거친 녀석이네.]
[그러게 말이야.]
[너도 이번 대회에서는 조심해야 하는 거 아니냐?]
[노리기 딱 좋은 대상이네.]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실제 언론에서는 메츠의 진출로 인해 맥 허드와 수호를 조명하고 있었다.
‘몇몇 언론에서는 과연 맥 허드가 절 맞힐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기사를 내놓기도 했네요.’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장면이란 제목으로 나온 기사의 내용이었다.
[만약 맥 허드가 널 맞추면 어떻게 할 거임?]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과연 맥 허드가 자신을 맞히는 투구를 하면 어떻게 할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었지만, 시나리오를 만들어보는 건 이상한 게 아니었다.
그리고 곧 한 가지 답을 내렸다.
‘가만히 있지는 않겠죠.’
[그래야지.]
[맞추면 가만히 있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너도 죽빵 한 방 갈겨 버려.]
레전드들의 환호를 들으며 차가 공항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오늘은 일부러 꽤 큰 차를 빌렸다.
연예인들이 흔히 타는 벤으로 내부는 개조되어 있어서 8명까지 타도 넉넉한 크기였다.
이런 벤을 준비한 이유는 오늘 미국에 도착하는 일행들이 제법 많았기 때문이다.
[드디어 수빈이의 남자친구를 보게 되는 것인가?]
남자친구라는 말에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수호였다.
‘빨리 보고 싶네요.’
부들부들 떨리는 볼살이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그때 벤의 어두운 창문 너머로 주차장으로 들어선 가족들이 보였다.
안전상의 이유로 수호가 직접 공항으로 갈 수 없었기에 매니지먼트 쪽 일행이 그들을 에스코트해 주고 있었다.
고모와 고모부는 여전히 정정했고 그 뒤를 수빈이와 친구들로 보이는 남학생들이 뒤따랐다.
‘저 세 명 중에 남자친구가 있다 이 말이지?’
눈에 힘을 주어 세 남학생을 유심히 살폈다.
‘몸이 꽤 탄탄해 보이는데?’
[그러게.]
[걷는 폼도 꽤 안정적이네.]
[피부도 좀 그을린 거 보면 운동하는 애들인 거 같은데?]
외모를 보고 그들이 운동하는 아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고모 일행이 벤에 가까워졌고 수호가 문을 열고 나가 그들을 반겼다.
“고모, 고모부!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아이고~ 우리 조카 덕분에 아주 편하게 왔어!”
“그럼! 조카 덕분에 미국에도 매년 오고 이게 얼마나 호강이야? 하하!!”
“오빠~!”
수빈이 고모 내외를 제치고 달려와 수호의 품에 안겼다.
“오느라 힘들었지?”
“아니! 비행기 타고 오면 얼마나 재밌는데! 특히 라방도 하면서 오니까, 하나도 안 힘들었어!”
여전히 라방을 즐기는 수빈이었다.
그때 뒤에 쭈뼛쭈뼛 서 있던 아이들이 보였다.
수빈도 친구들이 신경 쓰였는지, 이내 수호의 품에서 빠져나와 친구들을 소개해 주었다.
“오빠! 여기 우리 학교 야구부에서 뛰고 있는 정우, 세준이 그리고 형석이야.”
“아…… 야구부에 있는 친구들이었어?”
“응! 오빠 경기 직접 보고 싶다고 몇 번 이야기 해서 오빠한테 부탁했던 거야!”
“반갑다. 나는 수빈이 오빠 한수호야.”
“여…… 영광입니다!!”
“제 롤모델이에요!”
“꼭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운동부라서 그런지 말투부터 딱딱한 아이들을 보며 수호가 미소를 지었다.
“자자,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어서 호텔로 가자.”
“네!”
그렇게 가족들을 데리고 호텔로 향했다.
* * *
호텔로 도착한 일행은 각자의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수호 역시 자신의 객실에서 쉬고 있을 때 수빈이 방을 찾았다.
“오빠, 들어가도 돼?”
“물론이지.”
“헤헤.”
귀엽게 웃는 동생을 보자 피로함이 싹 씻겨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방에 들어온 동생은 곧장 침대로 달려가 가장자리에 풀썩 앉았다.
“음료수 줄까?”
“응! 나는 제로콜라!”
냉장고에서 콜라를 하나 꺼내 그녀에게 건네며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들을 데려오고 싶다니. 무슨 바람이 분 거야?”
“사실…… 그 애들이 나랑 좀 비슷한 처지거든.”
“비슷한 처지?”
“응. 세준이는 부모님이 이혼하고 할머니랑 같이 살고 정우나 형석이도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좀 힘들게 야구를 하고 있어.”
“아…….”
야구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스포츠였다.
장비는 물론이거니와 전지훈련이나 야구부의 회비 역시 상당히 많은 돈이 들어갔다.
수호 역시 부모님이 돌아가면서 야구를 그만뒀었다.
이번 생에서는 워낙 특출난 재능을 보여주면서 돈에 구애받지 않고 야구를 할 수 있었지만, 이전의 삶에서는 아니었다.
꿈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기에 세 아이의 현재 심정을 잘 알 수 있었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미국은커녕 학원도 제대로 못 다녔잖아. 그런데 나는 오빠를 잘 만나서 이런 것도 누리고 사는데. 친구들은 그러지 못하는 게 마음에 걸려서 부탁한 거야. 헤헤…… 너무 철없었지?”
“아니, 잘했어. 그리고 철이 없다니? 오히려 오빠보다 더 대단하네.”
진심으로 이야기하면서 수빈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잠시 후.
수빈이 방으로 돌아가고 혼자 남은 수호는 생각에 잠겼다.
“선배님들, 감사합니다.”
[응?]
[갑자기?]
[너무 뜬금없는데?]
수호의 말에 레전드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갑자기 감사 인사를 받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수호는 진심으로 말했다.
“제가 선배님들을 만나 두 번째 기회를 얻은 게 얼마나 축복이었는지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뭐, 원래 일상이 되면 그런 법이지.]
[지금이라도 다시 깨달았다면 다행이군!]
“그리고 이런 기회를 저만 얻는 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건 무슨 소리임?]
“제가 얻은 기회만큼은 아니더라도 저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 역시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을 필요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수빈이의 이야기를 듣고 수호는 한 가지 결단을 내렸다.
“재단을 하나 만들어야겠습니다.”
[재단?]
“예. 한국에서 어렵게 운동하는 어린 친구들이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오…… 나쁘지 않은데?]
[하긴 이제 제법 자본금도 있지.]
[돈이 복사가 되고 있으니 가능할 듯.]
[어차피 세금으로 나갈 돈이라면 그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오히려 좋음.]
레전드들의 응원을 들은 수호는 본격적으로 구상에 들어갔다.
‘재단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돈만 있으면 사람을 써서 언제든지 만들 수 있어. 문제는 재단이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수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조직의 장단점을 많이 알게 되었다.
어떤 좋은 의도를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사람과 시스템이 제대로 이루어져 있지 않으면 염증이 생긴다는 점이다.
‘일단 믿을 만한 사람들을 뽑아야 하는 게 첫 번째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시스템이 잘 돌아가게 만들어야 해.’
평범한 20대 청년이었다면 불가능했을 테지만, 수호는 이미 사회의 시스템을 경험했기에 준비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사람부터 찾아야겠어.”
이 일을 맡길 사람 역시 잘 알고 있었기에 수호는 곧장 전화를 들었다.
잠깐의 대기음이 지나고 곧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수호 씨! 이른 아침부터 웬일이세요?
“제가 너무 일찍 전화 드린 건 아니죠?”
-하하! 한수호 선수의 전화는 새벽에 걸어도 됩니다! 그런데 정말 무슨 일 있으신 겁니까?
“사실 지부장님에게 부탁드릴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부탁이라니. 이거 조금 긴장되는데요?
전화를 받은 상대는 김명훈 지부장이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한국 책임자인 그라면 이번 일을 맡길 적임자였다.
“이번에 한국에서 재단을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재단이요?
수호는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했다.
-음, 그럼 제게 부탁하고자 하는 부분은 사람들을 찾아달라는 거겠군요.
“예, 맞습니다. 이번 일을 맡아줄 책임자가 가장 먼저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 인맥을 동원해서 이번 일을 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매니지먼트가 해야 할 업무이기도 하니까요. 그럼 찾아보고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스텝을 밟은 수호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얻은 두 번째 기회를 다른 아이들도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겠지.’
[네가 받은 만큼 남에게 돌려주겠다는 것도 좋은 생각이지.]
[ㅇㅈ]
챔피언십 시리즈를 앞두고 수호는 개인적인 도전에 나섰다.
* * *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의 날이 밝았다.
필리스와 메츠의 대결은 사실상 필리스가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느냐 없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경기장에 수많은 관중들이 찾게 만들었다.
-드디어 내셔널리그 챔피언을 결정짓는 날이 밝았습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뉴욕 메츠가 리그 챔피언을 두고 대결을 펼칩니다!
-과연 1차전을 누가 잡아내고 기선제압에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희만 그걸 궁금해하는 게 아닐 겁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이 이 경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만원 관중들이 모인 가운데 카메라가 수호를 비추었다.
-오늘 경기의 키포인트가 될 한수호 선수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의 등장과 함께 경기장이 떠내려갈 듯한 함성이 쏟아졌다.
그런 수호를 아니꼬운 시선으로 보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마치 주인공처럼 빛나고 있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메츠의 선발투수인 맥 허드였다.
“오늘의 선발투수인 나보다 더 말이야.”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수호에게 집중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경기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나만 보겠지.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들어 주겠어.’
각자가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선수들이 자리를 잡았다.
-드디어 챔피언을 가리는 경기가 시작됩니다!!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의 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