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262화
디비전시리즈 1차전의 승자는 필리스에게 돌아갔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7 대 1로 누르고 1차전의 승자가 되다!]
[에이스 라파엘 알바레즈 단 1개의 피홈런을 제외하고는 무결점 피칭으로 1차전 MVP에 선정!]
[한수호 1홈런 포함 3안타 5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4회 변곡점을 넘어선 필리스는 경기의 흐름을 계속 잡아갔다.
특히 수호의 역할이 지대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을 계속 제공했다.
덕분에 필리스는 한 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LA다저스와 뉴욕 메츠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 승자는 LA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7이닝 1실점 13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시에 3타수 2안타 1홈런을 작렬하며 1차전 MVP 선수로 선정!]
다저스와 메츠의 1차전은 다저스의 승리로 돌아갔다.
다저스에서는 오타니가 투타에서 모두 활약하며 승리로 이끌었다.
필리스와 다저스가 1승씩을 적립하며 두 팀의 맞대결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결국 올해도 필리스와 다저스인가.
-한수호와 오타니의 대결이 되겠군.
-두 선수의 활약이 진짜 넘사벽이긴 하다.
-솔직히 필리스도 라파엘보단 한수호에게 MVP 줬어야 함.
-어차피 시리즈 MVP는 수호가 받을 건데 뭐.
-2년 연속 월드시리즈 반지 획득 가냐?!
팬들은 수호와 오타니가 다시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만나 월드시리즈 진출권을 놓고 붙을 거라 예상했다.
그리고 2차전 역시 이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이어졌다.
딱!!
-때렸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공략한 3구가 중앙 펜스를 향해 날아갑니다!!
수호는 첫 타석에서부터 투수의 패스트볼을 받아쳐 그대로 담장 밖으로 날려 버렸다.
-넘어갔습니다! 첫 타석부터 홈런을 만들어내는 한수호 선수! 디비전시리즈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합니다!
-역시 한수호 선수! 자신의 존에 들어오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로 홈런으로 만들어냈어요!
-완벽한 타이밍의 스윙이었습니다!
베이스를 돌아 홈을 밟는 수호를 보며 마차도는 고개를 저었다.
‘레벨이 다른 선수다.’
매니 마차도는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했다.
그 자존심은 선수 생활을 이어오는 강한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그런 마차도조차 수호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만나왔던 선수들 모두 훌륭했다.
하지만 수호는 그들과 비교해도 레벨이 달랐다.
‘경기의 흐름 자체를 읽고 그 흐름을 놓치지 않는 플레이를 해나간다.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럴 수 있는 거지?’
자신조차 나이가 들고 나서 깨달은 경기의 흐름이었다.
그런데 수호는 이제 스무 살의 나이에 그것을 알고 있었다.
더 무서운 건 포수로서 타자가 노리는 걸 정확히 캐치해 낸다는 점이었다.
‘어제 경기도 그렇고 오늘도 마치 내 생각을 읽고 있는 거 같은 기분이 든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정말 그렇게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중은 수호를 타자로서 뛰어나다고 말하지만, 그의 진면목은 포수로서 마스크를 썼을 때야.’
이번 디비전시리즈를 통해 마차도는 수호의 진정한 모습을 알게 되었다.
그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인지 깨달은 마차도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나의 시대는 끝났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차도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일전이었다.
* * *
수호가 이끄는 필리스가 마차도의 파드리스를 상대로 시리즈 스코어 3승 0패로 디비전시리즈를 승리로 장식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파드리스를 상대로 전승을 거두며 2년 연속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
[디비전시리즈 MVP로 한국의 한수호 선수를 선정! 한수호 선수는 디비전시리즈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을 포함 도합 7개의 안타와 13타점을 기록하는 등.
필리스의 승리에 큰 기여를 하면서 MVP에 선정됐다.]
[2년 연속 디비전시리즈 MVP에 선정된 한수호!]
[인터뷰에서 “올해 역시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다.”라고 밝히다!]
정배대로 필리스가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다저스는 메츠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으면 시리즈 스코어가 1승 2패로 몰리면서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에 먹구름이 폈다.
수호와 오타니의 대결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팬들은 우려를 드러냈다.
-수호는 수호네.
-그러게 말이야.
-파드리스를 3승 무패로 누르고 올라가냐.
-3경기 연속 홈런이 더 지린 듯.
-진짜 얘는 홈런을 밥 먹듯이 때리냐?
-그나저나 오타니와 맞대결은 좀 위험하지 않음?
-다저스가 이렇게 메츠한테 발목 잡힐 줄은 몰랐는데.
메츠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뉴욕에 또 하나의 악의 제국이 되었다.
1년만 반짝 투자한 것도 아니고 매년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면서 구단의 가치가 나날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 힘이 지금 드러나고 있는 셈이었다.
“과연 누가 올라올까?”
하퍼의 말에 트레드밀을 달리던 수호가 속도를 줄이며 대답했다.
“지금 당장은 메츠가 유리하다 봐야겠지만, 다저스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4차전에 다시 오타니가 등판할 예정이니. 일단 동률로 돌아가지 않을까요?”
“하긴,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1차전 선발로 출전했던 오타니는 4차전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오타니가 등판하는 이상 다저스가 승리할 확률은 이전보다 상당히 높았다.
“메츠 역시 이번에는 에이스가 아닌 오프너 전략을 꺼내 들었더라.”
“그게 정답이에요. 사실상 리그 최정상급 투수인 오타니와 무리하게 상대해서 에이스를 소비하는 것보단, 다음 경기에서 에이스를 등판시켜 승리확률을 올리는 게 낫죠.”
“이야…… 너 말하는 거 들어보면 감독이 따로 없는데? 그 정도면 감독도 하는 게 어때?”
“하하…….”
하퍼의 말에 수호가 어색하게 웃었다.
먼 미래에 가능성은 있겠지만, 지금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는 감독하고 선수도 같이했었는데.]
[우리 때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지.]
레전드들의 채팅이 올라갔다.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에는 메이저리그의 인재 풀이 넓지 않았다.
그래서 선수나 지도자들이 부족해 선수가 감독을 병행하는 일도 있었다.
[무엇보다 구단이 돈을 쓰는 걸 싫어했거든.]
[ㅇㅈ. 베이브만 하더라도 레드삭스가 돈이 없어서 갔다 팔았잖아.]
[그게 바로 저주가 됐지만.]
밤비노의 저주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유명한 저주 중 하나였다.
‘당장 그런 걸 생각할 때는 아니잖아요.’
[그렇지.]
[그나저나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 때는 가족들 안 부르냐?]
‘불러야죠.’
동생 수빈이의 학업 일정 때문에 미국에 오는 게 조금 늦어졌다.
그래도 월드시리즈에는 시기를 맞출 가능성이 컸다.
그때 때마침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바로 수빈이었다.
“저 동생한테 전화 와서 전화 좀 받고 올게요.”
“어, 그래.”
하퍼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수호가 전화를 받았다.
“어, 수빈아.”
-오빠…….
뭔가 기운이 없는 동생의 목소리에 수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목소리가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냐, 별일 없어.
“별일이 없는 애가 목소리가 그래? 왜? 또 친구들이랑 싸웠어?”
-그게 아니라…… 오빠, 나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안 될까?
“무슨 부탁?”
-이번에 미국 갈 때 친구들도 같이 가면 안 돼?
“친구들? 몇 명이나?”
-두 명!
동생이 이런 부탁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동안 용돈이 필요하다거나 미국에서 필요한 물건이 있다는 부탁조차 하지 않았던 아이였다.
그런 동생이 친구와 함께 오고 싶다는 부탁을 하자 궁금했다.
“그래, 고모한테 말해서 티켓 준비할 테니까. 같이 오도록 해. 단, 친구들 부모님이랑 고모와 통화해야 하는 거 잊지 말고.”
-응! 고마워 오빠!!
전화를 끊은 수호는 동생이 데려올 친구들이 누구일지 떠올렸다.
[남자친구 아니겠음?]
‘무슨 초등학생이 남자친구예요!’
[내년이면 벌써 중딩이다.]
[게다가 요즘 애들은 원래 이성 관계가 빠르잖아.]
레전드들의 말에 수호의 마음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감히 내 동생을……!’
원래 나이 차이가 있어 동생보단 딸 같이 느껴지는 수빈이었다.
게다가 회귀를 하면서 이전의 삶에서 40대까지 살았기에 그러한 감정은 이전보다 더욱 커진 수호였다.
‘어림도 없지!’
딸이 데려오는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동생 일행이 넘어오길 기다렸다.
* * *
수호는 호텔에서 디비전시리즈 4차전을 시청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오타니가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
다저스의 4차전 선발투수인 오타니는 7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이어나갔다.
문제는 타선이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LA다저스의 에이스 오타니 선수가 호투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스코어는 1 대 0인 상황입니다.
-그 1점도 오타니 선수의 솔로 홈런으로 나오면서 다저스 타선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는 오타니의 원맨쇼였다.
무실점 호투에 이어 솔로 홈런으로 다저스의 유일한 점수를 기록했다.
이러다 보니 인터넷에서는 오타니를 동정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소년가장 아니냐?
-진짜 ㅋㅋ 상대 타선도 막아내고 점수도 혼자 내고.
-북 치고 장구 치고.
-혼자 다 하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경기내용 때문에 오타니를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오타니의 투구 수가 100구가 넘었지만,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지금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다는 거지.]
[원래라면 내려서 챔피언십 시리즈도 준비시킬 텐데. 오늘은 그러지 못하네.]
[그만큼 다저스의 마운드도 소모가 심했지.]
2차전과 3차전을 내리 패배하면서 다저스는 불펜이 꽤 소모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 오타니를 강판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 홀로 힘내고 있는 오타니를 보면서 수호는 약간의 안타까움을 느꼈다.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할 수밖에 없겠지.’
개인적으로 오타니와 또 한 번의 승부를 펼치고 싶은 수호였기에 다저스가 메츠를 이기고 챔피언십 시리즈에 올라오길 바랐다.
하지만 경기의 내용은 점점 오타니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딱!!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 타자주자가 2루까지 내달립니다! 세이프! 원아웃을 잡아냈던 오타니가 두 번째 타자에게 2루타를 내줍니다!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거 같습니다.
-아-! 여기에서 더그아웃이 움직이네요! 오타니는 오늘 경기 110개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오타니가 책임주자를 2루에 두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고개를 숙인 채 내려가는 그에게 다저스 팬들은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환상적인 피칭을 보여주었던 오타니 쇼헤이에게 커튼콜이 쏟아집니다!
-정말 대단한 선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입니다!
마운드를 내려간 오타니를 대신해 다저스는 마무리투수 캘리를 등판시켰다.
-3차전에서 마운드에 올라 끝내기 홈런을 맞았던 캘리 선수가 어제에 이어 오늘 역시 등판합니다.
-전날의 패배를 설욕해야 하는 캘리 선수가 과연 오늘의 클로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초구 던집니다!!
최근 기량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캘리가 초구를 던졌다.
하지만 그의 공은 밋밋하게 들어갔고 메츠의 북극곰, 알론소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딱!!
-아아-! 이건 큽니다!!
맞는 순간 모두가 알게 만드는 타구가 나왔다.
-넘어갔습니다!!
경기가 역전되었음을 말이다.
-투런 홈런을 작렬시키는 메츠의 북극곰! 피트 알론소!! 경기를 역전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