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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61화 (261/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61화

필리스와 파드리스의 1차전은 시작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매니 마차도의 일격! 하지만 한수호 선수가 바로 반격에 나서면서 경기는 다시 리셋이 되었습니다!

-1회 실점을 했지만, 바로 따라붙어 경기의 분위기가 넘어가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이게 바로 한수호 선수의 가장 뛰어난 점이죠!

-맞습니다. 설마 저기에서 저런 일격을 날릴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수호의 홈런으로 경기는 다시 박빙의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마운드에 있는 라파엘 역시 한결 어깨가 가벼워진 상태로 던질 수 있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5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며 이닝을 마감하는 라파엘 알바레즈!!

-1회 불의의 일격을 맞았지만, 역시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라파엘입니다!

라파엘의 호투를 바라보는 파드리스의 감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라파엘 녀석을 흔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만약 수호의 홈런이 없었다면 라파엘이 흔들렸을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야구에 만약은 없기에 감독은 이내 고개를 저어 상념을 떨쳐냈다.

‘에이스와 에이스의 대결이다. 결국 그 에이스를 무너뜨려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분위기를 가져올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건 양 팀을 대표하는 두 타자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국 다음 타석에서 결정된다.’

‘두 번째 타석에서 누가 먼저 일격을 가하느냐에 따라 오늘 경기의 향방이 결정되겠지.’

양 팀 더그아웃에서 같은 생각을 하는 수호와 마차도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 * *

디비전시리즈 B조 역시 한창 경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LA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에이스 오타니가 다저스에게 승리를 챙겨주기 위해 1차전부터 마운드에 올랐네요.

오타니 쇼헤이가 마운드에 오르자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관중들의 반응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타니! 오타니!”

“가볍게 1승 적립하고 가자!!”

“간바레!!”

일본에서 국민적인 영웅으로 불리는 오타니를 응원하기 위해 많은 일본인들이 LA를 찾고 있었다.

마치 수호를 보기 위해 한국인들이 필라델피아를 찾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 경기장에도 수많은 일본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오타니는 일방적인 응원을 받으며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녀석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올라가야 한다.’

오타니는 호흡을 크게 내뱉으며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기다려라, 한수호.’

작년에는 자신이 당했지만, 올해만큼은 반드시 복수에 성공하겠다는 일념을 담아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100마일이란 숫자가 찍히며 그의 투구가 시작됐다.

* * *

수호의 예상대로 3회까지 양 팀의 투수들은 타자들을 봉쇄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경기는 4회초로 이어졌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이닝이 될 수 있다.’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메디슨 감독의 눈이 진중해졌다.

여기가 변곡점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두 번째 타자로 나올 마차도를 잡아내면 우리에게 분위기가 넘어올 거다.’

메디슨 감독의 시선이 파드리스 더그아웃 앞에서 배트를 휘두르는 마차도에게 향했다.

‘녀석의 컨디션은 최고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다. 그런 녀석을 어떻게 잡을 생각이지?’

라파엘과 수호가 그라운드로 나가기 전.

메디슨 감독은 두 사람을 찾았다.

그리고 마차도를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수호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이번 이닝에 마차도를 돌려세울 전략이 있다고?’

팀 내의 전력분석팀들이 만반의 준비를 위해 마차도를 정밀분석했다.

그리고 하나의 결론을 내서 라파엘과 수호에게 전달했었다.

그런 데이터를 토대로 마차도를 상대했지만, 첫 타석에서 완벽한 홈런을 내주고 말았다.

‘컨디션이 워낙 좋은 타자에게는 분석이란 게 필요 없을 정도다. 그런 마차도를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거지?’

궁금했다.

과연 수호와 라파엘이 뭘 준비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그 답은 곧 알 수 있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는 타구! 유격수가 잡아 1루로!

퍽!

“아웃!!”

-아웃입니다! 첫 타자를 가볍게 돌려세운 라파엘 선수, 그리고 파드리스의 다음 타자인 매니 마차도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마차도의 등장에 파드리스의 원정 응원단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캡틴! 캡틴!!”

“한 방 날려!!”

“오늘의 주인공은 너다!!”

원정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아와준 파드리스 팬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응원을 받으며 타석에 들어선 마차도가 루틴을 밟으며 배트를 쥐었다.

‘두 번째 타석에서도 여전히 집중력이 높은 상태다.’

그런 마차도를 올려다보며 수호는 그의 상태를 짐작해 나갔다.

‘이런 상태에서는 이상한 멘트를 친다고 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을 테고…….’

그게 수호의 스타일도 아니었다.

수호는 손을 내려 흙을 쓸어서 손에 묻히고는 다리 사이로 집어 넣었다.

그리고 라파엘을 향해 사인을 보냈다.

‘인코스.’

코스를 결정하고 뒤이어 구종을 사인으로 보냈다.

그걸 본 라파엘의 동공이 살짝 커졌다.

‘초구부터 그걸로 가자고?’

사인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의구심이었다.

경기 전, 전력분석팀이 제시했던 자료와 전략과는 전혀 다른 리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걸 원한다는 건 뭔가 생각이 있기 때문이겠지.’

라파엘은 전력분석팀의 자료보다 수호를 더 신뢰했다.

그렇기에 그의 리드에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은 채,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녀석을 믿으면 내게 승리를 가져다줄 거다.’

이번 시즌 내내 그 공식은 깨지지 않았다.

와인드업에 들어간 라파엘이 스트라이드를 내딛고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몸쪽을 파고드는 공에 마차도가 오픈 스탠스를 내디뎠다.

‘바깥쪽으로 올 거라 예상했지만…….’

사실 마차도는 바깥쪽 공을 노리고 있었다.

파드리스의 전력분석팀의 데이터대로라면 라파엘의 초구 아웃코스 빈도는 74퍼센트에 이르렀다.

그래서 첫 타석에서부터 바깥쪽 공을 노리고 때렸다.

분석은 정확했고 홈런이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비록 이번에는 분석과는 다른 공이 날아오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변화에 대응하는 건 선수가 해야 할 일이지.’

마차도는 노림수가 좋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만약 그게 전부였다면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가 되지 못했을 거다.

노림수와 다른 공이 들어오더라도 순간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오픈 스탠스를 내디딘 그가 팔을 몸에 붙이며 배트를 돌렸다.

후웅!!

묵직하게 돌아간 배트가 공을 낚아채려는 순간이었다.

휘릭!!

공이 갑자기 마차도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스플리터?’

순간 머릿속으로 구종이 떠올랐다.

하지만 시야에서 사라진 공을 따라잡을 순 없었다.

무엇보다 패스트볼을 노리고 돌린 배트였다.

그보다 구속이 느린 스플리터에 대응하는 건 불가능했다.

‘젠장!’

부웅!!

배트가 허공을 가르고.

퍽!!

공이 원바운드 되면서 수호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 헛스윙합니다! 라파엘 선수가 이번 시즌 거의 던지지 않은 스플리터를 던지면서 마차도의 허를 찔렀습니다!

-스윙 타이밍을 봤을 때 패스트볼을 노린 것으로 보였으나, 라파엘 한수호 배터리의 선택은 스플리터였습니다.

타석에서 한 발을 뺀 마차도가 가볍게 배트를 돌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번 시즌 거의 봉인하다시피 한 스플리터를 초구부터 던질 줄이야.’

예상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녀석이 스플리터를 봉인한 이유는 너무 무난하기 때문이야. 허를 찌르는 공이었지만, 두 번은 쓰지 않을 거다.’

라파엘에 대한 조사는 모두 끝났다.

허를 찌르는 공에 두 번 당할 일은 없었기에 마차도는 차분하게 타석에 들어섰다.

‘역시 한 번으로는 집중력을 깰 수 없군.’

그런 마차도를 보면서 수호는 그의 집중력이 여전히 높다는 걸 간파했다.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바였다.’

마차도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집중력을 깨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라파엘이 봉인했던 스플리터를 초구에 던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2구 역시 같은 스플리터를 요구했다.

‘라파엘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스플리터이기에 두 번 연속 던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할 거다.’

이런 수호의 생각은 적중했다.

퍽!!

후웅!!

“스트라이크! 투!!”

-두 번 연속 스플리터에 헛스윙하는 마차도 선수!

-마차도의 허를 완벽하게 찌르는 공이었습니다!

-설마 여기에서 연속으로 스플리터를 던질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해설진들조차 놀라고 있었다.

그만큼 두 번 연속 스플리터는 모두의 예상을 깨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마차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젠장…… 두 번이나 스플리터를 던진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스플리터는 분명 훌륭한 구종 중 하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패스트볼과 조합했을 때 훌륭하다는 의미였다.

스플리터는 회전수가 적어서 타자의 눈에 더 정확히 캐치되는 공이었다.

그렇기에 단일 구종만 던진다면 장타로 만들기에 아주 좋았다.

‘지금 나와의 승부가 오늘 경기의 승부처라는 걸 모르는 건가?’

그럴 리 없다.

라파엘은 모를 수 있지만, 수호는 아니었다.

그런 수호가 두 번의 스플리터를 유도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이런 마차도의 심리를 수호는 꿰뚫어 보고 있었다.

‘높았던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있다.’

[확실히.]

[두 번이나 스플리터를 던졌으니 생각이 많아지겠지.]

[노림수가 완벽하게 빗나감.]

[올 시즌 노림수가 잘 통했었는데. 너한테는 완전히 말리고 있네.]

마차도는 올 시즌 통찰력으로 좋은 노림수를 가져갔다.

그러다 보니 공에 그때그때 대응하는 것보다는 노림수를 가지고 타석에 섰다.

하지만 그건 장단이 있는 전략이었다.

‘노림수 전략은 분명 제대로 맞춘다면 홈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노림수가 빗나가면 오히려 볼카운트가 몰리게 됩니다.’

[정답.]

[하지만 마차도는 경험과 좋은 컨디션으로 정확한 노림수를 가져가는 타자였지.]

[문제는 네가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있다는 거고.]

수호는 레전드 포수들의 경험을 토대로 마차도의 노림수를 간파했다.

무엇보다 본인 역시 노림수를 가져가는 타자였기에 비슷한 유형의 타자인 마차도의 허를 찌를 수 있었던 것이다.

‘투스트라이크까지 몰렸으니 노리고 때리려 하지 않겠죠. 하지만…….’

[이미 집중력이 흐트러졌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거다.]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쐐애애액-!

딱!!

“파울!!”

-아웃코스를 찌르는 포심 패스트볼! 하지만 마차도가 파울타구를 만들어냅니다!

-타이밍이 늦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평범한 패스트볼에도 타이밍이 늦는 마차도를 확인한 수호가 사인을 보냈다.

그걸 본 라파엘은 확신을 가지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인을 교환한 라파엘 투수 와인드업!

촤앗-!

“흡!!”

쐐애애액-!!

-4구 던졌습니다!!

라파엘의 손을 떠난 4구가 마차도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스플리터? 포심?’

마차도는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 배트를 돌렸다.

그런 무딘 배트의 스윙에 맞을 정도로 라파엘의 공은 수준이 낮지 않았다.

후웅!!

뻐어어억!!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입니다! 마차도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라파엘 알바레즈!!

마운드에서 포효하는 그의 모습에 수호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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