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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59화 (259/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259화

    클럽하우스에 나오자 동료들이 한 마디씩 던졌다.

    “이열, 우리 수호 애인 줄 알았는데. 연애도 하고 있었네?”

    “케이트랑 언제부터 사귀었던 거야?”

    “보기 좋더라.”

    “난 네가 게이인줄 알았다니까?”

    “데이트해서 오늘 체력 부족한 거 아니야?”

    “가끔 그렇게 힐링을 하는 것도 좋은 거다.”

    처음 터진 수호의 열애설이라 그런지 동료들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케이트는 미국에서의 인기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기에 동료들도 궁금한 게 많은 듯했다.

    딱히 사귀는 게 아니었지만, 그걸 정정할 이유도 없었기에 수호는 동료들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때 하퍼가 수호에게 다가왔다.

    “컨디션은 좀 어때?”

    “푹 쉬었더니 아주 좋습니다. 형은요?”

    “삭신이 쑤신다. 쉬는 동안 마사지 받고 애들이랑 노느라 체력을 다 써버린 거 같아.”

    우는소리를 하는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실전에 들어간다면 펄펄 날아다닐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수호였다.

    “와일드카드 경기는 봤지?”

    “예. 예상대로 샌디에이고가 올라왔네요.”

    “카디널스를 압도적으로 이긴 경기력이 인상적이었어. 특히 마차도의 컨디션이 매우 좋아 보이더라.”

    매니 마차도.

    브라이스 하퍼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였다.

    이제는 선수의 말년을 보내면서 체력적인 문제를 보이고 있었다.

    그의 장점이었던 장타력이 크게 줄었다는 것도 그의 노쇠화를 나타내는 지표였다.

    “올 시즌 준비를 잘해서인지 정규시즌에도 성적이 좋았으니까요.”

    “맞아. 몸 상태를 보고 있으면 확실히 준비를 제대로 한 거 같아. 그런데 그게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질지는 예상하지 못했어.”

    하퍼의 말대로 마차도는 올 시즌 체력적인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와일드카드에서 2개의 홈런을 포함, 장타만 무려 5개를 때려내는 괴력을 선보였다.

    그는 혼자서 9타점을 쓸어 담으며 팀을 디비전시리즈에 올렸다.

    전성기 시절을 뛰어넘는 그의 활약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내 생각에는 아마 은퇴 전, 마지막 불꽃을 피우는 거 같다.”

    “은퇴요? 하지만 아직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 있긴 하지. 하지만 마차도는 자신의 능력이 점점 떨어지는 걸 참지 못하는 거 같다.”

    하퍼는 마차도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

    아무래도 동시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보니 자연스레 친분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올스타나 각종 경기에서 얼굴을 마주칠 일이 많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하퍼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비슷한 길을 걸어온 마차도도 그럴 것이라 예상했다.

    “아마 마차도는 이번 시즌 화려하게 불태우고 은퇴를 할 생각일 수도 있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마차도를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네가 투수들을 리드할 때 마차도를 충분히 주의시키도록 해. 요즘 투수들은 마차도를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알겠습니다.”

    하퍼가 수호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디비전시리즈를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이 열렸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대표선수로 참석한 매니 마차도에게 질문이 집중되었다.

    “매니, 팬들이 당신을 와일드카드 히어로로 부르는데. 이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음에 드는 별명이군요. 하지만 포스트시즌 히어로가 더 마음에 들 거 같습니다.”

    “그 말은 아직 활약이 끝나지 않았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올 시즌 파드리스는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손에 넣을 겁니다. 샌디에이고로 트로피를 가져가야죠.”

    “하지만 디비전시리즈의 상대인 필리스에는 언터처블 한수호 선수가 버티고 있는데요?”

    “한수호는 분명 위대한 선수입니다. 하지만 우리 파드리스가 더 강합니다. 이번 디비전시리즈에서 그걸 분명히 보여드리겠습니다.”

    각오가 대단한 마차도였다.

    다음으로 기자들의 질문이 파드리스의 새로운 감독인 안드레아스에게 향했다.

    “샘, 당신은 파드리스의 지휘봉을 맡고 첫해부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는데요. 이걸 예견했었나요?”

    “물론입니다. 시즌 시작 전부터 우리가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 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간단한 질문들이 이어지고 본격적인 질문으로 넘어갔다.

    “샘, 필리스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로 한수호 선수를 꼽으셨는데요. 디비전시리즈에서 그와 승부를 피할 생각이십니까?”

    메이저리그에서 수호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는 건 이제 쉽게 볼 수 있는 일이 되었다.

    팬들조차 그와의 승부를 피하는 것에 대해 큰 상관을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샘 안드레아스는 단호했다.

    “우리는 싸움을 하러 왔습니다. 승부를 피해 가면서 이긴다고 해서 진정한 챔피언이 될 수 없다 생각합니다.”

    “그 말씀은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말인가요?”

    “물론입니다. 우리는 정면으로 승부 하고 이길 겁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오오…….”

    마차도만큼이나 투지로 불타는 샘 감독의 인터뷰에 팬들은 환호했다.

    -그래! 승부를 해야지!

    -우리 감독이지만, 대답 한번 잘했다!

    -진정한 승리를 가져오자!

    -샌디에이고에 트로피를!!

    샌디에이고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만큼 이번 시즌 샌디에이고가 걸어온 모습은 이전과는 달랐다.

    그리고 그건 필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디슨, 작년 월드시리즈 우승에 이어 올해도 지구 우승으로 디비전시리즈까지 진출했습니다. 이번 포스트시즌 최종목표는 무엇인가요?”

    “당연히 2년 연속 반지를 손에 넣는 겁니다.”

    투지 싸움에서는 매디슨 감독 역시 밀리지 않았다.

    두 팀의 수장들부터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기자들의 다음 타깃은 수호에게 향했다.

    “한수호 선수 작년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역사적인 시즌을 보냈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응원해 주신 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덕분에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번 디비전시리즈에서 파드리스가 한수호 선수와의 승부를 피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단 파드리스의 결정에 존중을 보냅니다. 저는 기회가 왔을 때 최선을 다해 홈런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수호는 대중이 그에게 기대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역시 한수호!

    -패기 지렸다.

    -홈런을 만들어내겠다고 선전포고를 해버리네.

    -이야~저 정도 자신감은 있어야 메이저리그에서 mvp 하는구나.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수호를 향해 대중들은 환호를 보냈다.

    그렇게 두 팀의 기자회견은 뜨거운 투지를 확인시켜 주고 막을 내렸다.

    * * *

    디비전시리즈 1차전.

    필리스는 에이스 라파엘 알바레즈를 준비시켰다.

    경기 전, 수호는 불펜에서 알바레즈의 공을 받았다.

    뻐어억-!!

    “라파엘! 연습부터 너무 강하게 던지는 거 아니야?”

    “엄살 부리지 마. 고작 50퍼센트로 던지고 있는 거니까.”

    “이야~이게 50퍼센트라고 하면 도대체 전력은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오늘 경기가 벌써부터 기대되는데?”

    능청맞은 수호의 말에 라파엘은 피식 웃었다.

    어떤 의도로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알고 있었지만, 칭찬이 싫은 사람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마냥 좋아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진지하게 말해봐. 오늘 내 공 어때?”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아주 좋아. 최근에 받았던 공들 중에서 오늘 공이 가장 묵직해.”

    “휴식이 도움이 된 거 같아. 어깨가 평소보다 가볍거든.”

    “확실히 쉬니까 좋더라고. 나도 오늘따라 몸이 가벼워.”

    “그건 연애해서 그런 거 아니야?”

    “하하!”

    새로 팀에 합류한 라파엘이지만, 1년 동안 그와 호흡을 맞추면서 상당히 친해진 두 사람이었다.

    “내 연애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오늘 경기에서 마차도를 특히 조심해야 해.”

    “아아…… 그 녀석 마치 전성기를 보는 거 같더군.”

    “맞아.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건 아니지만, 찬스를 놓치지 않는 모습은 과거보다 오히려 뛰어나.”

    “결정력이 더 좋아졌다는 소리군.”

    “그의 경기를 봤을 때 노림수가 좋아진 거 같아. 아마도 경험이 쌓이면서 통찰력이 좋아졌겠지.”

    수호의 설명을 들은 라파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도 나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히 있겠지?”

    “맞아. 우리가 녀석의 정보를 모으는 만큼, 파드리스에서도 너에 대한 정보를 확실히 모았을 거야.”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일단 오늘 컨디션이 좋으니 지금대로 가면 좋을 거야. 하지만 경기 중반에 상황을 보고 내가 조금 다른 사인을 낼 수도 있어.”

    “다른 사인?”

    “통찰력이 좋은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로테이션을 바꿀 필요가 있지.”

    수호 본인이 통찰력이 매우 높은 선수에 속했다.

    그렇기에 올 시즌 마차도의 결정력 높은 스윙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꼈다.

    [너는 우리의 경험을 통해 통찰력을 얻었다면 마차도는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얻은 거지.]

    [거기에 본인이 가지고 있는 동기부여 역시 큰 힘이 되었을 거다.]

    [그런 부분들을 공략하지 못한다면 이번 시리즈에서 마차도는 커다란 벽이 될 거야.]

    레전드들과 대화를 통해 마차도에 대한 공략 방법을 고심했던 수호였다.

    그리고 한 가지 답을 찾았다.

    “오늘 경기는 나만 믿으라고.”

    “그래. 우리 안방마님을 믿어야지, 내가 누굴 믿겠어?”

    라파엘의 말에 수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 * *

    디비전시리즈 1차전을 보기 위해 관중들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디비전시리즈 1차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 두 팀의 경기가 필리스의 홈구장에서 펼쳐집니다!

    -오늘도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네요.

    -관중석 곳곳에서 태극기가 보이는 것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예전에는 관광객들이 LA를 가장 많이 찾았다면 지금은 필라델피아가 필수코스가 되었죠.

    -맞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가 바로 이 선수 덕분이죠!

    카메라가 캐처박스에 서 있는 수호를 비추었다.

    아직 마스크를 쓰지 않고 미트를 만지는 그의 모습이 전광판에 나타나자 경기장이 들썩였다.

    “와아아아아!!”

    “한수호!! 너만 믿는다!”

    “오늘 경기에서도 시원하게 날려 버려!!”

    “초장부터 잡고 시작해야 한다!!”

    팬들의 열렬한 응원에 수호가 가볍게 손을 들어 화답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비명에 가까운 함성이 쏟아지며 필리스의 기세가 올라갔다.

    반대로 파드리스는 팬들의 응원에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어웨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일방적인 응원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 말이야. 페넌트레이스보다 한층 더 뜨거운 반응이야.”

    “이런 상황에서 타석에 서면 장난 아니겠는데?”

    일방적인 필리스 팬들의 응원에 파드리스의 신예급 선수들이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마차도가 입을 열었다.

    “반대로 생각해봐.”

    “반대요?”

    “이런 순간에 한 방 날려서 저 관중들의 입을 다 다물게 만드는 거지.”

    마차도의 말에 선수들의 머리에 경기장이 조용해지는 모습이 상상으로 그려졌다.

    그 순간 온몸에 전율이 돋을 정도로 짜릿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본 마차도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멋지겠지?”

    “예.”

    “정말 그렇겠는데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서라.”

    한마디로 더그아웃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마차도가 전투 모드로 들어갔다.

    ‘반드시 이긴다.’

    전의를 불태우는 그의 눈이 활활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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