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258화 (258/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58화

시즌이 종료됐다.

언론에서는 수호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2시즌 연속 70홈런 달성!]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70홈런을 달성한 한수호 선수!]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70홈런을 넘어선 한수호, 양대리그 최다홈런 1위에 오르다!]

[2년 연속 최다홈런 1위를 정복한 한수호!]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건 70홈런이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이룬 기록이기에 더욱 큰 화제를 몰았다.

하지만 그가 남긴 업적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4할을 기록한 한수호!]

[현대야구의 공식을 부수다! 100타점 100득점 70홈런 40도루를 기록한 한수호!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타이콥에 이어 8관왕에 올랐던 한수호, 올해는 7관왕에 이름을 올리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7관왕이란 쾌거를 이루어낸 수호에겐 2년 차 징크스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역대급 활약을 펼친 수호 덕분에 소속팀인 필리스 역시 2년 연속 정점을 찍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2년 연속 지구 우승!]

[2027시즌 월드시리즈 챔피언 필라델피아가 2년 연속 우승을 노린다!]

[한수호가 이끄는 필리스를 막을 팀은 누구인가?]

[디비전 시리즈에 직행한 필리스! 올해도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2년 연속 지구우승을 차지한 필리스의 연고지인 필라델피아는 축제 분위기였다.

“어제 수호가 70홈런을 기록하는 걸 보는데, 정말 전율이 돌았다니까!”

“그 녀석은 미쳤어! 정말 미친놈이야!”

“맞아! 미친놈이지!”

“어? 한국인들 아니야? 어서 와! 오늘 한국인들한테 맥주와 음식이 무료야!”

“웰컴 코리안!!”

수호의 활약 덕분에 필라델피아는 한국인들의 미국 관광 필수코스가 되었다.

수호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거기에 필라델피아 시민들은 도시를 찾는 한국인들에게 과분한 친절을 베풀었다.

심지어 몇몇 음식점은 한국인에게 음식값을 받지 않는 등, 그야말로 한국인의 천국이 되었다.

물론 영원히 그런 건 아니었지만, 이 시기 필라델피아를 방문한 한국인들로서는 큰 행운이었다.

“수호 덕분에 이게 무슨 횡재야?”

“그러게 말이야. 한수호 최고다!”

“크으! 이게 바로 월드클래스가 사는 나라의 국민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인가!”

“두유 노 한수호?!”

필리스의 우승.

수호의 역대급 시즌 덕분에 필라델피아는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 * *

디비전시리즈로 직행한 덕분에 필리스는 와일드카드를 지켜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휴식 기간에 수호는 호텔에서 시간을 보냈다.

괜히 나가봐야 사람들에게 치여 제대로 된 휴식을 하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호텔에서 미겔 산토스에게 마사지를 받으며 최대한 몸을 회복하고 있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한의 근육은 정말 부드러워. 단단하면서 부드럽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단 말이지.”

“칭찬이지?”

“당연하지. 운동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유연성이야. 아무리 파워를 기른다 하더라도 유연성이 없으면 뻣뻣한 스윙이 나올 수밖에 없지.”

“맞는 말이지.”

“그런데 수호는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덕분에 너의 파워를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거지.”

유연성은 레전드들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었다.

근력운동만큼이나 유연성에 시간을 들여 훈련해 왔고 그 효과가 지금도 빛을 보고 있었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유연성이 좋았던 것도 한몫을 하고 있었고 말이다.

“그나저나 이렇게 쉬는 날에 여자랑 데이트를 해야지. 왜 혼자서 호텔에 죽치고 있는 거야?”

“여자가 있어야 만나지.”

“응? 만나자고 하는 여자가 없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1년의 절반을 경기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훈련만 하는데. 여자가 있을 리 없잖아.”

“그거야 네가 딱히 만나자고 하지 않으니까 그런 거지. 너 같은 남자라면 어떤 여자라도 만날 수 있을 거야.”

미겔의 말은 정곡이었다.

사실 연애에 대한 갈증은 있었지만, 간절하지는 않았다.

회귀하면서 이전에 하지 못했던 야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 다신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다른 것에 시선을 두지 않았고 열심히 달려온 결과, 지금은 명실상부 최고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지.’

수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도 가끔 힐링은 해라.]

[ㅇㅈ]

[너무 훈련만 하면 번아웃 온다.]

[가끔 휴식도 취하면서 시간을 보내야지.]

[맞아.]

[무엇보다 우리도 달달한 거 보고 싶다.]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그들의 말에 수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번아웃이라…….’

이전의 삶에서도 그런 적이 있었다.

일에만 몰두하다 어느 날, 모든 의욕이 사라졌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집중하던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이후였던 걸로 기억한다.

‘몰두하던 일이 끝나니 기운이 모두 빠진 거 같았지. 그리고 퇴사를 한 이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고.’

[나도 그런 적 있었음. 은퇴하니까, 처음에는 좋았는데. 매일 해야 했던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니 혼란스럽더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더라도 불안한 마음이 한동안 이어졌지.]

[야 너도? 나도!]

평생을 운동에 바쳤던 레전드들이기에 번아웃을 한 번쯤은 겪어봤었다.

그렇기에 운동에만 몰두하는 수호가 걱정되었다.

[당장 새로운 인연을 만들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찾아오는 인연까지 벽을 세우진 말아라.]

요기 베라의 말에 수호는 아무 대답 없이 곰곰이 생각을 정리해나갔다.

* * *

그날 저녁.

수호가 머물고 있는 호텔에 한 손님이 찾아왔다.

“수호 씨!”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오는 여성은 다름 아닌 케이트였다.

별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인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자 수호도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이네요. 잘 지냈어요?”

“저야 잘 지냈죠! 올해도 수호 씨 경기 보느라 시간 가는지 몰랐다니까요!”

수호의 광팬이기도 한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수호 씨가 먼저 연락해 줘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디비전시리즈까지 시간이 비기도 하고 슬슬 새로운 사진이나 영상도 올려야 하는데. 사실 제가 계정을 잘 꾸미는 방법을 모르거든요. 그래서 조언이 좀 얻으려구요.”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으며 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사실 수호 씨처럼 유명한 사람은 저처럼 일반인이 아니라서 계정을 잘 꾸미거나 할 필요는 없어요. 호날두 같은 운동선수도 보면 그냥 일상 올리고 라이브도 내츄럴하게 방송하거든요?”

“그래요?”

“네. 계정 주인 자체가 워낙 유명하니까. 그 사람을 보기 위해 계정을 찾는 거죠.”

별스타그램의 고인물답게 그녀는 바로 솔루션을 제시했다.

“수호 씨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메이저리거잖아요? 그러니 다른 홍보나 특별한 스킬 같은 게 필요하지 않아요. 그냥 피드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대중은 바로 반응을 보일 거예요!”

“그럼 일반적으로 뭘 올려야 대중이 좋아하나요? 사실 제 일상이 정말 사이클대로만 돌아가서 딱히 뭘 올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음, 그냥 평범한 일상을 올리면 돼요. 출근하기 전에 셀피를 찍어서 올려도 되고 식사 사진을 올려도 되고요. 아니면 클럽하우스에서의 모습을 찍어서 올려도 되죠.”

자신의 전문분야가 나와서 그런지 그녀가 신나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대화를 주도해 나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프로페셔널함이 느껴졌다.

지금까지는 그저 예쁜 이성으로 느껴졌다면, 지금은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상대로 느껴졌다.

‘역시 전문분야라서 그런가 대화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넘치네.’

수호는 이미 한 번의 삶을 살면서 신인이었을 때도 있었고 한 분야의 고인물이 되었던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케이트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자신감이 경험에서 나온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후! 제가 말이 너무 많았죠? 계속 혼자 떠들기만 했네요.”

“아니에요. 제가 모르는 게 많아서 그런지 재밌었어요.”

“헤헤, 그럼 다행이네요. 피드를 올리는 걸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 우리가 먹는 이런 음식 사진 같은 걸 찍어서 올려도 팬들은 좋아할걸요?”

“혹시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잘 나오는지 아세요?”

“잠깐 스마트폰 줘보시겠어요?”

수호가 폰을 건네자 그녀가 스마트폰의 설정을 잠깐 손보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만지더니 이내 음식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찰칵-

여러 차례 사진을 찍는 그녀의 모습은 프로나 다를 바 없었다.

“다 찍었어요! 이거 이대로 올리시면 돼요.”

“고마워요. 덕분에 오늘 많은 걸 배우네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인데요? 앞으로도 이런 거 물어본 일 있으면 연락해요! 아, 물론 물어볼 일이 없어도 평소에 연락해도 돼요. 헤헤!”

“알았어요. 그럼 자주 연락할게요.”

“정말이죠?!”

눈을 빛내는 그녀를 보며 수호는 힐링이 되는 기분을 받았다.

“물론이죠.”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낸 수호는 디비전시리즈를 앞두고 여러모로 기분전환을 할 수 있었다.

[음음, 좋다. 좋아.]

[그래. 너도 이제 연애 좀 하고 그래야지.]

[이게 요즘 말로 플러팅이란 거냐?]

[썸 아니었음?]

[그건 이미 유행 지남.]

어째 레전드들이 자신보다 더 요즘 유행하는 걸 더 잘 아는 거 같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수호였다.

* * *

다음 날.

수호가 아직 단잠에 빠져 있을 때 하나의 기사가 언론에 도배됐다.

[월드클래스 한수호! 별스타그램 인플루언서와 데이트?]

[디비전시리즈를 앞두고 있던 슈퍼스타, 세계적인 인플루언서인 케이트 로페즈와 데이트를 즐기다!]

[바쁜 스케줄에도 애인을 위해 필라델피아까지 날아온 케이트 로페즈! 다음 날에는 바로 런던으로 향했다!]

바로 케이트와 수호의 열애설이었다.

그동안 수호는 구설수라는 거에 거의 올라오지 않았던 스타였다.

1년 전, 한 너튜버의 어그로에 이끌려 약물 이슈가 나온 적이 있었지만, 그 뒤에는 비교적 잠잠한 생활을 이어왔다.

덕분에 오랜만에 나온 가십거리에 기자들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리고 이런 기사에 대중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수호도 이제 연애할 때 됐지.

-20살이면 한창 연애할 때지.

-선남선녀가 따로 없네.

-당신이 행복하면 그게 최고입니다!

-케이트 로페즈라면 억만장자잖아? 수호 계 탔네.

-수호 가치만 따지면 빌리언을 그냥 넘어서는데. 케이트가 계 탄 거지.

-두 사람 예쁜 사랑하세요.

만난다고 확정이 난 것도 아니었지만, 두 사람의 만남에 팬들은 축복을 보냈다.

사실 수호가 아이돌도 아니었기에 팬들은 그의 만남 자체를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잠에서 깨어난 수호는 어느새 자신과 케이트가 사귀는 사이가 되어 있는 걸 보고는 난감해했다.

“이거 참……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닌데. 무슨 기정사실처럼 이미지가 굳어져 버렸네.”

[역시 파파라치들. 일 빠르네.]

[그러게 말이야. 어제 딱히 안 보였던 거 같은데.]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잖아?]

[파파라치는 바퀴벌레와 같아서 어디든지 있는 법이지.]

미국의 파파라치는 정말 신출귀몰했다.

언제 찍혔는지도 모를 정도로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장면이 그대로 언론에 뿌려져 있었다.

“쩝, 일단 케이트한테 미안하다고 메시지 보내야겠네요.”

자신 때문에 이런 오해를 받게 되었으니 간단하게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다.

답장은 순식간에 왔다.

-상관없어요! 오히려 기쁜걸요!

그녀의 답장을 본 수호가 고개를 저었다.

“선배님들 말대로 플러팅 고수네요.”

[이게 바로 요즘 아이들이란 거지.]

[ㅋㅋ 달달하구나~]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수호에게는 봄이 오는 거 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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