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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53화 (252/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53화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

회귀를 막 했을 무렵.

야구를 하고 싶었다.

레전드들을 만나고 두각을 드러냈다.

그들이 원했던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성공했다.

첫 번째 목표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예상하지도 못했던 성적을 남겼다.’

데뷔 시즌에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역사에 남을 업적이었다.

그것으로 수호의 미래는 탄탄대로가 결정됐다.

그러나 수호는 만족하지 않았다.

‘욕심이 생겼다.’

회사에 다닐 때는 욕심이란 게 없었다.

아니,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십 년 차가 넘은 뒤부터는 그런 욕심이 없었다.

그저 주어진 일을 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가 버림받았다.

남은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이번에도 같은 삶을 살 수는 없다.’

첫 번째 시즌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될지는 명확했다.

‘날 여기까지 이끌어준 선배님들을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최고로 남을 것이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을 남겨서 말이다.

‘세상에 내 이름을 남기겠어.’

이전의 삶에선 해내지 못했던 업적에 도전하는 게 이번 삶에서의 모토였다.

* * *

시즌 마감까지 D-22.

수호의 홈런이 가동됐다.

딱!!

-때렸습니다!! 중앙 펜스를 넘어가는 홈런!! 시즌 63호 홈런을 작렬시키며 2위 애런 저지를 다시 3개 차이로 따돌립니다!

이번 시즌 역시 수호의 뒤를 따르는 건 저지였다.

그 역시 60홈런을 돌파하면서 수호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에 올라섰다.

수호가 주춤하자 대중은 드디어 저지가 수호를 따라잡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딱!!

-한수호 선수의 배트가 돌았습니다!! 우측 담장…… 우측 담장……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 2경기 연속 홈런을 작렬시킵니다!

-시즌 64번째 홈런을 기록하는 한수호 선수! 2년 연속 70홈런을 향한 질주를 시작합니다!

수호의 배트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가 다시 질주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팀의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수호, 오늘도 지명타자로 출전이야.”

“예.”

브라이스 하퍼가 체력 안배를 위해 벤치에서 시작하자 자연스레 수호가 지명타자로 이동했다.

포수에는 터너, 우익수에는 도널드가 들어갔다.

두 사람 모두 필리스 팜의 유망주들이었다.

다른 포지션에도 변화가 많이 생겼다.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은 선발로 나오지 않았다.

체력 안배에 무게를 둔 것이다.

그런데도 수호를 계속 선발로 내보내고 있는 건 역시 기록 때문이었다.

[한수호 2년 연속 최다홈런 타이틀 획득 가능할까?]

[새미 소사, 마크 맥과이어에 이어 3번째로 60홈런 달성에 성공한 한수호!!]

[메이저리그 역사상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2년 연속 70홈런에 도전한다!]

2년 연속 70홈런 도전이라는 타이틀을 향해 달리는 그의 모습에 팬들의 이목이 메이저리그에 집중됐다.

-앞으로 17경기 남았으니 가능하겠지?

-지금 경기당 홈런 0.7개 정도니까. 가능할 듯.

-몰아치기도 가능하니까.

-수호는 진짜 몰아치기가 제대로지.

팬들은 수호가 2년 연속 70홈런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6개밖에 남지 않은 데다가 워낙 몰아치기가 능했던 선수이기에 가능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스케줄이 문제였다.

-불안한 건 앞으로 상대할 팀들이네.

-그러게.

-대부분 포스트시즌 경쟁을 하는 애들이랑 붙네.

-이러면 수호랑 승부를 피할 가능성도 있겠다.

필리스가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지만, 다른 팀들의 일정이 마무리된 건 아니었다.

여전히 순위경쟁을 하는 중이었고 각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1승이라도 더 거두어야 했다.

그리고 필리스의 후반기 경기는 대부분 이런 팀들과 맞상대하게 되었다.

이들이 수호와 승부를 피할 가능성은 농후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후반기 순위경쟁에서 1승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런 상황에서 홈런을 밥 먹듯이 때려내는 수호와 무리해서 승부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승부를 피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겠지.]

[네가 도발해도 이제는 안 먹힐 가능성이 높음.]

[이미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니까.]

작년까지만 해도 수호는 도발을 통해 그들이 승부 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그게 어려워졌다.

첫 시즌을 통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임을 증명한 수호는 두 번째 시즌에도 환상적인 시즌을 이어가고 있었다.

특히 올림픽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와 함부로 승부를 펼치면 어떻게 되는지 세상에 잘 알려주었다.

[그러니 기회는 더 적어질 거다.]

[그 적어진 기회를 잡아내야지.]

레전드들의 조언을 들으며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의 말은 곧 현실로 다가왔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오늘 경기 세 번째 볼넷을 얻어내는 한수호 선수!

-상대가 한수호 선수와의 승부를 피하고 있습니다!

* * *

홈경기를 끝낸 필리스가 3연전 원정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첫 번째 상대로 맞이한 것은 뉴욕 메츠였다.

-작년 필리스에 막혀 지구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뉴욕 메츠, 올 시즌 역시 필리스에게 지구 우승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구단주가 바뀌면서 빅마켓으로 변모한 뉴욕 메츠는 매 시즌 우승 후보 중 한 곳으로 꼽혔다.

하지만 수호가 등장하면서부터 필리스에게 매년 우승을 내주는 신세로 전락했다.

올 시즌 역시 우승에 실패하면서 막대한 투자를 한 것에 비해 제대로 된 수확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건 아니었다.

-현재 메츠는 와일드카드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죠?

-맞습니다. 각 지구의 2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팀들 중 가장 높은 승률인 0.612를 기록 중입니다.

-5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걱정해야 하다니. 필리스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보통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짓기 위해서 필요한 승률을 6할로 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메츠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을 거다.

하지만 필리스가 6할 후반의 승률을 기록하면서 지구 우승을 확정지었다.

거기다 서부지구에서 샌디에이고가 LA다저스에 이어 6할 초반의 승률을 기록 중이었다.

-메츠 입장에선 와일드카드에 가더라도 최대한 1경기만 치르고 싶을 겁니다.

-맞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승률을 올려서 1위를 차지해야 합니다.

와일드카드에는 각 지구 1위 중 승리가 가장 적은 팀과 2위권을 형성한 세 팀이 진출한다.

즉, 다저스와 필리스를 제외한 네 팀이 와일드카드를 진행한다는 소리였다.

이 네 팀들 중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한 팀이 가장 낮은 승률을 기록한 팀과 와일드카드에서 만나게 된다.

-현재 와일드카드 진출이 유력한 네 개의 팀들 중 가장 승률이 낮은 건 세인트루인스 카디널스입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메츠는 이번 시즌 카디널스와의 승부에서 11승 4패를 기록할 정도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메츠는 카디널스와의 승부를 원하고 있죠.

메츠가 승률을 높이려는 이유였다.

그리고 이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호와의 승부를 피해야 했다.

-9회 초.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앞서 세 번의 타석에서 모두 고의사구로 내보내진 한수호 선수, 과연 마지막 타석에선…….

해설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구심이 1루를 가리킵니다!

-마지막 타석도 고의사구로 내보내지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네 타석 연속 볼넷이었다.

고의사구로만 따지면 3번이다.

한 번은 공을 던졌으니 말이다.

1루 베이스를 밟은 수호가 장갑을 바꾸면서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망할 놈들. 어떻게 오늘 경기 내내 너와 승부를 피하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늘 경기는 박빙으로 이어졌다.

지금도 스코어는 3 대 2로 메츠가 앞서고 있었다.

“마지막 타석에서 너와 승부 하면 동점이 될 거라 생각하고 승부를 피한 게 틀림없어.”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아직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도루를 위해 손 보호 장갑을 착용한 수호가 베이스 위로 이동했다.

그 모습을 보던 1루 주루코치 테일러의 눈이 빛났다.

‘달릴 생각이군.’

테일러의 예상은 곧 현실이 되었다.

-사인을 교환한 투수가 공을 던집니……!

타닥!!

투수의 발이 정면으로 향하는 순간.

수호가 스타트를 걸었다.

-한수호 선수 뛰었습니다!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자세를 낮추고 달리는 그의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표범과 같았다.

베이스가 사정거리에 들어서는 순간, 몸을 낮추며 미끄러지듯 베이스 위로 들어갔다.

손으로 베이스를 잡고 상체를 들어 올린 그의 시선에 포수가 들어왔다.

던지는 걸 포기한 듯 그의 손에는 여전히 공이 들려 있었다.

-한수호 선수의 완벽한 도루입니다!

-포수가 공을 던지는 걸 포기할 정도로 완벽한 타이밍에 달렸습니다!

-역시 한수호 선수입니다!

-작년 시즌 리그 최다 도루를 기록한 한수호 선수! 그를 그냥 걸어 내보내면 이런 일을 당하게 되는 겁니다!

수호의 무기는 여러 가지다.

그중 도루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데뷔시즌 최다도루를 기록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대도라 불리던 레전드들과 동기화를 이루면서 그들의 재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거기에 현재 메이저리그는 발야구에 유리하게끔 시스템이 짜여 있었다.

그렇기에 수호가 마음먹고 달리면 언제든지 베이스를 훔칠 수 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런 사실을 메츠라고 모를 리 없었다.

‘녀석의 주루 능력이 뛰어난 건 알고 있지만, 타격 능력은 그것을 상회하고 있다.’

그런데도 수호를 베이스로 걸어 내보낸 이유는 간단했다.

‘홈런은 경기 전체의 분위기를 반전시키지만, 도루는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다.’

같은 점수라 하더라도 두 플레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그걸 잘 알기에 수호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는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타닥-!!

-한수호 선수가 또 뛰었습니다!!

-완벽한 타이밍입니다!!

쐐애애액-!!

뻐억!!

퍽!!

“세이프!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한수호 선수가 연속 도루에 성공합니다!!

단순히 홈런만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게 아니었다.

수호는 화려한 플레이를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그의 플레이에 대한 시너지가 바로 일어났다.

딱!

-때렸습니다!!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에 한수호 선수가 여유롭게 홈으로 들어옵니다!

-9회 마지막 공격에서 경기를 리셋시키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입니다!

-메츠 입장에서는 한수호 선수를 어떻게든 피하려 했지만, 최악의 선택을 한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뒤지고 있던 필리스가 경기를 다시 원점으로 만들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동료와 하이파이브하는 수호가 이 공격의 시발점이 된 것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젠장…….’

그를 보며 혀를 차는 메츠의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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