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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52화 (251/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52화

그린몬스터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높은 펜스를 의미했다.

통곡의 벽이라 불리기도 할 정도로 매우 높기에 그걸 넘기지 못했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의 생각은 달랐다.

‘본래라면 넘겼어야 했는데. 그걸 넘기지 못했다니…….’

거기에 대한 답은 레전드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시즌 막바지니까.]

[슬슬 체력이 떨어져도 이상할 게 없지.]

체력적인 문제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충분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잘한 거임.]

[너처럼 파워를 사용하는 풀히터의 경우 보통의 타자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함.]

[거기에 체력 소비가 심한 포수까지 겸했으니까.]

[지금까지 체력적인 문제가 드러나지 않은 것도 다행이지.]

레전드들의 평가가 이어졌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긴.]

[그냥 지금처럼 하는 거지.]

[매디슨 감독도 이미 네가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다고 판단해서 우익수와 지명으로 돌리고 있잖아.]

[괜히 로테이션을 하는 게 아니지.]

[마이너에서 루키 한 명 올렸다고 붙박이를 로테이션 돌릴 이유는 안 됨.]

레전드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분명 그랬다.

아무리 터너가 유망주라지만, 필리스의 안방마님은 자신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터너를 올린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해 주기 위함이었다.

그걸 알기에 로테이션을 선택했다.

[올림픽 때 이미 경험했으니 어려울 건 없을 거다.]

[너 스스로도 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거임.]

고개를 끄덕였다.

올림픽에서도 체력적인 문제를 겪었다.

첫 경험이 아니기에 대처법 역시 머리에 있었다.

‘집중해야 할 때와 그러지 않을 때를 확실히 구별해야겠네요.’

[정답.]

레전드들의 조언을 얻으며 답을 찾은 수호가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바꾸었다.

* * *

혹자는 선수들이 매 순간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이상론에 불과했다.

아무리 프로선수라 하더라도 그 정도로 집중력을 소모하면 긴 시즌을 치르지 못한다.

[언제나 필요한 건 완급조절임.]

[투구와 비슷한 거지.]

[항상 빠른 공만 던지는 건 타자를 잡는 법이 아님.]

[때로는 느린 커브나 체인지업을 던져서 타자의 타이밍을 뺏어야지.]

레전드들의 설명을 들으며 수호는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바꾸었다.

딱!!

-때렸습니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오늘 경기 첫 번째 안타를 기록하는 한수호 선수!

-두 번째 타석에서 외야까지 날리는 타구를 만들어냈지만, 홈런으로는 이어지진 않았네요.

-벌써 세 경기 연속 홈런이 실종됐습니다.

수호의 홈런이 사라졌다.

그 사실은 자연스레 사람들의 우려로 이어졌다.

-체력 방전?

-그럴 수도.

-포수로 풀타임까지 뛰는 건 사실상 처음이니까.

-거기에 올림픽까지 다녀옴.

-거기에 유격수도 뛰었지.

-이제는 우익수도 뛰잖아.

-지칠 만하네.

-9월까지 방전 안 된 게 오히려 신기한데?

그러나 사람들은 수호를 이해했다.

그만큼 대단한 활약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슬슬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

매디슨 감독은 그런 수호를 보며 앞으로를 준비했다.

‘작년에는 리얼무토와 함께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체력적인 부분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스스로 모든 걸 도맡아야 했지. 거기에 올림픽까지.’

쉬운 여정이 아니었다.

‘터너를 콜업한 이유는 슬슬 경험을 올릴 때도 되었지만, 무엇보다 수호의 백업이 필요한 시기였다.’

물론 백업 포수들은 있었다.

하지만 실력 차이가 너무 컸기에 다른 백업이 필요했었다.

그런 와중에 눈에 들어온 것이 터너였다.

‘그런 생각으로 콜업을 했던 것인데. 수호 본인도 내 의도를 어느 정도 파악한 거 같군.’

놀라운 일이다.

수호가 엄청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지만, 이제 고작 2년 차에 불과한 선수였다.

아직은 보고 배워야 할 게 많은 상태란 점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어째서 터너를 콜업시켰는지.

그리고 왜 외야로 로테이션을 돌리는지에 대해 정확히 간파하고 있는 듯했다.

‘더 이상 놀랄 게 없을 거 같은데도 또 놀라게 만드는 선수.’

팬들이 수호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매디슨은 현장에서 그를 볼 때마다 정확하게 그걸 느낄 수 있었다.

‘그에게는 지도자로서의 재능도 있다.’

수호를 처음 볼 때부터 느꼈던 것이다.

어린 나이인데도 경기 전체를 조율할 수 있는 능력.

거기에 지도자의 생각을 읽고 거기에 맞춰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는 것까지.

시즌 전체를 보고 체력 안배를 들어가는 것도 그의 재능이었다.

‘무엇보다 이런 것들은 지도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지. 도대체 한국에서 어떤 훈련을 받았기에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지. 은퇴한다면 한국에 한 번쯤 가보고 싶군.’

약간의 오해가 있었지만, 매디슨은 수호를 높게 평가하며 경기를 바라봤다.

* * *

수호의 홈런 페이스가 떨어졌다.

[한수호 시즌 62번째 홈런 작렬!]

[홈런 가뭄에 들어간 지 4경기 만에 62홈런을 기록한 한수호.]

[올림픽이 그를 지치게 만들었나? 후반기 초반과 다르게 홈런 페이스가 떨어지다.]

하지만 팬들은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즌 초중반에 떨어진 것도 아니고 후반에 떨어진 건데. 어쩔 수 없지.

-ㅇㅈ. 지금까지 페이스를 유지한 것만 해도 대단한 거임.

-포수까지 풀타임 소화는 이번 시즌이 처음이니까.

본래 선수의 페이스가 떨어지거나 성적이 하락하면 팬들의 성토가 이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수호는 논외였다.

그는 언제나 좋은 모습을 보여왔기에 시즌 막판에 잠깐 성적이 떨어지는 거로 그를 성토하는 팬들은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리 GOAT의 자리에 오른 이라 하더라도 성적이 떨어지면 성토가 이어진다.

까는 상황을 따지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수호에게 성토가 이어지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딱!!

-때렸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합니다!!

-최근 가뭄에 빠졌던 홈런을 이틀 연속 때려내는 한수호 선수!

-이걸로 필리스가 다시 역전에 성공합니다!!

바로 팀을 승리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수호가 노린 부분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에만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매 타석 최대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찬스가 왔을 때, 그리고 팀이 질 위기에 빠졌을 때만 집중력을 최대치로 발휘하는 것이었다.

이런 완급조절이 있었기에 수호는 여전히 게임의 운명을 결정짓는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이런 결정력을 가진 모습에 팬들은 열광했다.

“한! 한! 한! 한!!”

“역시 우리의 해결사!!”

“너만 믿고 있었다구!!”

팬들의 환호를 들으며 더그아웃에 들어가는 그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 * *

지구 우승을 사실상 확정 지은 필리스는 본격적으로 포스트시즌 대비에 들어갔다.

“오늘부터 주전급 선수들의 출전을 줄이고 로테이션을 돌릴 예정이다. 각자 휴식에 들어가서 최대한 회복에 신경 쓰도록.”

“예!”

“알겠습니다.”

필리스는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이란 타이틀을 노리고 있었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 지었기에 선수들의 컨디션 체크에 들어갈 필요가 있었다.

보통의 선수였다면 이렇게 통보를 하면 끝이다.

하지만 특별하게 관리해야 할 선수들은 단장과 사장이 따로 호출했다.

그중에는 당연히 수호도 포함되어 있었다.

“오랜만이군.”

이번 시즌부터 사장을 맡고 있는 마크 레이어가 수호를 반겼다.

인사를 나누고 소파에 자리하자 마크 레이어가 본론을 꺼냈다.

“이번 시즌 자네의 활약 덕분에 일찌감치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결정했어. 정말 고생했네.”

“뭐, 저 혼자 한 건 아니고 동료들과 함께해 낸 결과죠.”

“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그나저나 오늘 부른 건 페넌트레이스에서의 자네 활용에 대해 상의할 거 있어서네.”

그의 호출을 받은 순간부터 이미 어림짐작을 한 상태였다.

“체력적인 부분 말씀이시군요.”

“잘 알고 있군. 맞아. 이제 우리는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달려야 할 시간이네. 그러기 위해서는 자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건 말할 필요가 없지.”

수호는 필리스 전력의 핵심이었다.

그의 출전 여부에 따라서 필리스의 전력이 바뀔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였다.

“사실상 작년 이룬 커리어하이 기록을 넘어서는 건 어렵지 않나? 그러니 나는 자네가 포스트시즌에 집중했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작년 시즌.

수호는 78홈런을 거두면서 8관왕이란 위업을 이루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작년의 임팩트 수준의 성적은 아니었다.

8관왕은 이미 물 건너갔다.

도루 부문에서 수호는 30-30을 2년 연속 이루었지만, 작년처럼 압도적인 1위는 아니었다.

바비 위트 주니어가 올해도 50개의 도루를 넘어서면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다른 부문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홈런에선 조금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현재 2등인 애런 저지가 너와 2개 차이지.]

[언제든지 역전이 가능하긴 함.]

[상위권 애들도 대부분 60홈런을 목전에 두고 있고.]

수호는 현재까지 62개의 홈런을 때렸다.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압도적인 성적은 아니었다.

언제 뒤집혀도 이상할 건 없었다.

특히 작년 같은 기간 대비 홈런 개수가 감소한 상황이었다.

즉, 커리어하이를 갱신할 가능성은 적다는 의미였다.

구단 입장에서는 무리시킬 이유가 없었다.

“경기에는 꾸준히 출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수호는 경기에 나서는 걸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2년 연속 최다홈런이 제 목표입니다.”

“음…… 그런가?”

“예. 작년의 성적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분명하게 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기록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기록?”

“3년 연속 70홈런을 이루고 싶습니다.”

수호의 대답을 들은 마크 레이어는 이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매디슨 감독에게 그리 전달하겠네.”

마크 레이어의 허락을 얻은 수호는 인사를 하고 사장실을 나왔다.

* * *

다음 날.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이 클럽하우스를 방문했다.

홈구장에서 열리는 경기였기에 필리스 선수들은 클럽하우스를 방문한 기자들의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고 있었다.

선수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건 단연 수호였다.

“한수호 선수, 오늘 경기에서 지명타자로 출전하게 되었는데. 혹시 몸에 이상이 있는 걸까요?”

“아닙니다. 제 몸은 아주 건강합니다. 포지션에 대한 부분은 감독님과 상의해서 결정한 부분입니다.”

“이유가 있다는 겁니까?”

“예. 필리스는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럼 아예 휴식에 들어가는 건 어떻습니까? 하퍼도 본격적인 휴식에 들어갔는데요.”

하퍼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30대 중반이 넘은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런 선택은 당연한 것이었다.

수호는 기자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전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할 뿐입니다.”

“그럼 다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한수호 선수 당신은 이번 시즌에도 대단한 성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8관왕에 오르기도 했었죠.”

ESPN 소속의 제이든 기자의 질문에 수호가 그를 주시했다.

“이미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건 대부분 이룬 거 같은데. 당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일단…… 저는 다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직 메이저리거다운 연봉을 받지 못했으니까요.”

“하하!”

웃음을 터뜨리는 기자들을 보며 수호가 대답을 이어나갔다.

“뭐, 이건 농담이고 목표라…… 사실 제가 지금까지 남긴 기록들은 이미 누군가가 이루었던 기록들입니다. 최다홈런은 신기록이긴 하지만, 그 외에는 신기록 수준은 아니었죠.”

기자들의 눈이 빛났다.

무언가 충격 발언이 터질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호는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제 목표는 명확합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한 기록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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