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250화
수호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가 있었다.
“최근 출시한 한수호 선수의 시그니처 모델의 판매량이 고공행진 중입니다. 모델 원보다 5배는 빠른 속도로 판매되고 있어 추가생산이 불가피합니다.”
바로 이리스였다.
수호와 독점계약을 맺은 그들은 최근 모델 2를 출시하면서 대박행진을 이어나갔다.
“모델 원의 판매량도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신기록에 해당했는데. 모델 2는 그걸 가볍게 넘어서다니. 한수호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군.”
“올림픽이 그의 가치를 수직 상승시켰다는 게 분석팀의 자료입니다. 실제 모델 원의 판매가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에서 약 80퍼센트가 이루어진 것에 반해 이번 모델 2는 유럽에서도 11퍼센트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거의 인지도는 특정국가에 제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수호의 인지도는 세계적이었다.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의 의도대로 올림픽이 베이스볼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된 셈이군.”
“그렇게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샌디에이고 공장의 라인을 모델 2로 돌리도록 하게. 그리고 모델 3의 제작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현재 디자인 수정 중에 있습니다. 디자인이 나오고 상품화까지는 올해 연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좋아. 그리고 우리는 이걸 조던 시리즈만큼 위대한 모델로 만들어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이 모델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말게.”
“알겠습니다.”
조던 시리즈는 농구화를 뛰어넘어 패션아이템으로도 큰 사랑을 받는 제품이었다.
그러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이리스의 목표였다.
그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호를 반드시 확보하고 있어야 했다.
‘수호와의 계약기간을 더 늘리는 것도 생각해 봐야겠군.’
아직 계약기간은 충분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를 더 잡아둘 필요가 있었다.
“다음 안건은…….”
수호의 성공적인 시즌만큼이나 빠른 성장을 보이는 이리스의 회의가 계속 이어졌다.
* * *
외야에서 뛰기 시작한 수호의 활약은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수호가 오늘도 우익수로 출전하려나?”
“가능성은 충분하지.”
“최근에 우익수로 나오는 날이 많으니까.”
“난 이런 선수는 정말 처음 봤다니까.”
필리스의 홈구장을 찾은 팬들은 수호의 활약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첫 시즌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리면서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것보다 더욱 큰 놀라움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수호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팬들은 놀라게 했다.
“오! 수호다!”
오늘도 수호는 외야에 자리를 잡았다.
전날 지명타자로 출전하면서 휴식을 취한 덕분에 체력이 어느 정도 보전된 덕분에 몸이 가벼웠다.
“헤이, 수호! 오늘도 한 방 날려야지?”
“응원 좀 열심히 해주면 기운이 날 거 같은데요.”
“뭐? 으하하! 목이 터져라 응원해 주지!”
“한!! 당신 보려고 오늘 클럽도 펑크내고 왔어요!”
“힘낼게요!”
“꺄아아악! 최고!”
우익수를 맡으면서 수호는 팬들과의 소통을 활발히 할 수 있었다.
워낙 가까운 위치에 있었기에 연습할 때나 준비를 하는 동안에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덕분에 수호의 평판은 나날이 더 좋아지고 있었다.
[오우…… 우리 수호 여자들한테 인기 많네.]
[얘 정도면 어떤 여자라도 달라붙긴 하겠지.]
[ㅇㅈ]
[키도 크지 돈도 잘 벌지 거기에 몸도 좋지.]
[가운데도 훌륭하고.]
레전드들의 채팅에 묘한 데미지를 받는 수호였다.
‘그나저나 녀석이 오늘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수호는 애써 말을 돌렸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 위치한 마운드 위에는 앤서니가 올라와 있었다.
[녀석을 중간계투에서 선발로 등판시키다니. 매디슨 감독도 제법 파격적인 기용을 많이 하네.]
[그러게 말이야. 수호를 우익수로 출전시키는 것도 놀라웠는데.]
앤서니가 선발로 나서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 선발로 내정되어 있었던 레이먼이 담 증세를 보이면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덕분에 선발투수가 비어버린 필리스는 선택을 내려야 했다.
‘원래 이럴 때는 내일 등판할 투수를 올리는 게 일반적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중간계투를 선발로 돌리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
그래서 필리스의 팬들 중 극성인 자들은 벌써부터 야유를 쏟아내고 있었다.
“우우우우-!! 왜 이런 애송이를 선발로 등판시키냐?!”
“계투면 중간에 나오란 말이야!”
소수지만, 필리건들의 목소리가 컸기에 마운드에 있는 앤서니의 귀에도 들려왔다.
‘젠장…… 누구는 선발로 나서고 싶어서 나서는 줄 아나.’
선발로 등판하게 된 건 앤서니의 의견이 아니었다.
‘아무리 오프너라 하더라도 선발은 부담된다고 했었는데.’
오프너 전략은 메이저리그에서 흔히 사용되는 전략 중 하나였다.
선발투수에게 문제가 생기면서 로테이션을 돌릴 수 없을 때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금의 필리스처럼 말이다.
-선발투수 레이먼 선수가 부상으로 단기이탈을 하게 되면서 오프너 전략을 꺼내든 매디슨 감독, 일각에서는 내일 경기의 선발투수를 미리 끌어 쓰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프너 전략이란 카드를 꺼냈네요.
-아마도 내일 경기의 선발투수인 라파엘 알바레즈 선수가 루틴을 중요시하는 투수라서 오프너 전략을 택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해설위원의 말은 정답이었다.
메이저리그 선발투수가 루틴을 중요시하는 건 으레 있는 일이다.
하지만 라파엘은 그들 중에서도 루틴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수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매디슨은 오프너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작년 앤서니는 불펜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올 시즌 역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지. 하지만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언제 올리더라도 평소와 같이 던질 수 있다는 점이야.’
작년부터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앤서니는 의외로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2년 차인 올해 역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매디슨은 앤서니의 체력적인 부분을 눈여겨봤다.
연투를 하더라도 잘 지치지 않고 시즌 후반에도 초반과 같은 구속과 제구력을 보여주는 모습에 선발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봤다.
‘이럴 때 한 번씩 테스트를 해보고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으면 선수 본인에게도 플러스가 되는 법이지.’
오늘 그를 선발로 내세우면서 오프너 전략을 쓴 이유는 앤서니에게서 선발투수의 재능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일렀던 걸까?’
문제는 앤서니 본인이 너무 긴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운드 위에서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매디슨은 자신의 선택을 조금 후회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내 눈을 믿자.’
애써 스스로를 다독이며 앤서니의 투구를 지켜봤다.
* * *
뻐어억-!!
“볼, 쓰리!”
-아~이번에도 볼입니다! 첫 타자를 상대로 연달아 볼 세 개를 던지는 앤서니 투수!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이네요.
-커리어 첫 선발 출전이라 그런지 긴장을 한 모습이 역력합니다.
평소 앤서니는 빠른 공을 던지면서도 제구력이 딱 잡혀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마치 빅리그에 처음 올라왔을 때를 보는 거 같았다.
‘이럴 때 터너가 한 번쯤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좋을 텐데. 움직이질 않네요.’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하니까.
-네가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앤서니가 더 긴장하는 걸수도 있겠다.
작년 앤서니는 리얼무토와 처음 호흡을 맞추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었다.
그러나 수호와 호흡을 맞춘 경기에서 본인의 능력을 온전히 보여줘 눈도장을 찍었다.
자신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게 영향이 갔을 가능성도 있었다.
‘뭐, 제가 보호자도 아닌데. 어쩔 수 없죠.’
냉정하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과거 회사를 다닐 때도 그랬다.
자신과 있으면 일을 잘하던 부하직원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면서 사고를 친 적이 있었다.
그때 자책을 조금 했었지만, 후배가 시간이 지날수록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에 안도했었다.
그때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도움은 한순간이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는 건 영원히 그와 함께 하는 것이었다.
‘제가 해야 할 건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외야로 날아오는 공을 잘 잡아주는 거밖에 없지.]
레전드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때 앤서니가 공을 뿌렸다.
뻐어억-!!
“볼, 베이스 온 볼!”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는 앤서니 투수입니다!
스트레이트 볼넷이 나왔다.
고개를 떨어트리는 앤서니의 모습에 매디슨 감독이 움직였다.
-1회부터 감독이 직접 마운드를 방문하네요.
-이 역시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마운드에 오른 매디슨이 앤서니에게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 평소대로 던지면 된다.”
“예…….”
대답에 기운이 없는 걸 확인한 매디슨이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정 힘들면 가운데로 공을 던져버려. 뒤는 동료들에게 맡기면 된다.”
“그래. 우리한테 맡기면 돼.”
“내야에서 공이 빠지지 않게 해줄게.”
“외야에는 수호도 있잖아.”
메이튼의 말에 앤서니의 시선이 외야로 향했다.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 수호와 눈이 마주쳤다.
수호도 그런 앤서니를 발견하고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때렸다.
자신을 믿으라는 의미였다.
그를 보자 앤서니는 알 수 없는 힘이 솟았다.
“가운데로 던져보겠습니다.”
“그래. 1이닝만 책임지면 된다. 선발이 아니라 계투라고 생각해.”
“예!”
뭔가 목소리가 달라진 앤서니를 뒤로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매디슨에게 수석코치 브래들리가 다가와 물었다.
“언제든지 교체가 가능합니다.”
“다음 타자를 상대하는 걸 확인하고 결정하자.”
“알겠습니다.”
앤서니가 변했다는 걸 알기에 그를 믿고 맡겼다.
그리고 매디슨의 말대로 앤서니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가운데로 던지자. 그 뒤는 동료들이 알아서 해줄 거야.’
자신이 해야 할 건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이었다.
오직 그거 하나만 생각하고 사인을 교환한 앤서니가 세트포지션에서 공을 뿌렸다.
그 순간.
타닥!!
“뛰었어!!”
1루 주자가 2루로 내달렸다.
하지만 앤서니는 멈추지 않고 홈을 향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가운데로 날아오는 공에 타자가 배트를 돌렸다.
‘잘 먹겠습니다!’
딱!!
잘 맞은 타구가 외야로 날아갔다.
우익수인 수호의 앞에 떨어진 타구가 원바운드가 되어 수호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스타트가 빨랐던 1루 주자는 순식간에 2루를 돌아 3루로 내달리고 있었다.
그걸 확인한 수호가 스트라이드를 내디디며 3루를 저격했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레이저처럼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순식간에 유격수의 머리 위를 지난 공이 노바운드로 정확히 3루수의 글러브로 향했다.
“다이빙! 다이빙!!”
3루 주루코치의 신호에 주자가 다급히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의 손이 닿기 전에.
퍽!!
공이 3루수의 글러브에 들어가고 그대로 주자의 어깨를 내려쳤다.
퍽!!
“아웃!!”
-아웃입니다!! 선행주자를 3루에서 잡아내는 한수호 선수의 엄청난 송구가 나왔습니다!!
-홈에서 2루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1.8초대에 이르는 강견이 여기에서 빛납니다!!
카메라가 엄청난 호수비를 만들어낸 수호를 잡았다.
그걸 알고 있다는 듯 수호가 주먹을 치켜들었다.
‘역시! 저 녀석은 괴물이야!!’
그런 그를 보며 앤서니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