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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49화 (248/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49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로스터는 작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브라이스 하퍼는 여전히 로스터를 지키고 있었고 우익수와 지명타자를 오갔다.

“하퍼는 나이를 먹어서 우익수 수비보다는 지명타자로 주로 내보내고 있지. 그가 지명타자로 수비를 쉴 때는 넬슨을 우익수로 내보내고 말이야.”

커터 넬슨.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포텐이 제대로 터지지 않은 채 서른 살이 되었다.

필리스에서는 어느 정도 기대를 내려둔 상황이었지만, 우익수 백업 멤버로는 나쁘지 않은 선수였다.

그래서 로테이션을 돌릴 때 한 번씩 기회를 주고 있었다.

“우리는 터너에게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네. 물론 자네가 안방을 지키고 있는 동안엔 그가 마스크를 쓰는 기회가 많진 않겠지만, 그래도 기회를 주고 싶네.”

“그래서 제가 휴식을 취할 때는 우익수로 뛰라는 건가요?”

“맞아. 외야의 경우 일반적인 야수보다는 체력 소비가 덜하네. 그래서 하퍼도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어느 정도 체력안배가 가능하지.”

처음에는 지명타자로 돌릴 생각이었다.

하퍼가 우익수로 나갈 때 수호를 지명타자로 세우고 포수에 터너를 올리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자네가 유격수로 뛰는 걸 보고는 생각을 바꾸었네.”

수호의 유격수 출전은 많은 이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중에는 매디슨 감독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그 정도의 유격수 수비라면 우익수 역시 뛸 수 있을 거 같은데.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감독님의 말씀대로 우익수와 포수를 오간다면 제 체력적인 부분도 확실히 괜찮아질 거 같네요.”

“오오-! 역시!”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자네는 팀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니,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중간중간 지명타자로도 출전시킬 테니. 후반기에도 잘 부탁하네.”

“감사합니다.”

매디슨 감독과 미팅을 끝낸 수호가 감독실을 나왔다.

[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네.]

[최근 체력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으니까, 잘 됐다.]

‘예. 우익수 출전이라면 포수로 나갈 때보다는 확실히 체력을 세이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돌아가서 동기화 수치를 더 올리자.]

[괜히 실수라도 나오면 팬들이 난리 날 테니 말이야.]

‘옙!’

새로운 포지션으로의 도전이다.

동기화 수치는 이미 충분했지만, 더욱 많은 준비를 해둘 필요가 있었다.

* * *

필리스는 홈에서 볼티모어를 맞이했다.

-볼티모어 오리언스와 3차전을 시작하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선발출전명단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경기 시작 전.

해설위원이 조금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출전명단을 알렸다.

-선발투수로는 잭 휠러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선수는 오늘 메이저리그에 콜업이 된 마이클 터너입니다.

-4년 전, 전체 3라운드로 필리스와 계약을 맺었던 유망주입니다. 사실상 필리스가 리얼무토의 후계로 생각하던 선수죠.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드디어 메이저리그에 콜업이 됐군요.

-맞습니다. 올 시즌 트리플A에서 0.334 30홈런을 때려내며 타격감이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마도 한수호 선수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로테이션을 택하지 않았나 싶은데. 설마 한수호 선수가 외야수로 출전할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카메라가 외야에 있는 수호를 비추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야구모자를 쓴 그의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한수호 선수가 메이저리그 첫 우익수 선발출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올림픽에서 유격수 출전을 했었지만, 그의 커리어에서 우익수 출전을 하는 건 처음 아닙니까?

-맞습니다. 데뷔 이후 1루수와 포수에선 뛰었지만, 우익수는 처음입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사실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어렵지만, 대상자가 한수호 선수이기에 또 기대가 되기도 하네요.

만약 다른 선수였다면 기대보다는 우려부터 뱉었을 거다.

하지만 대상이 수호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올림픽에서도 엄청난 호수비를 몇 개나 보여준 한수호 선수니, 기대가 되긴 하네요.

-맞습니다. 우익수와 유격수, 어떤 포지션이 더 어렵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격수의 수비 난이도가 더 어렵다고 하죠.

-그런 유격수의 수비도 무척이나 수준 높게 했던 한수호 선수기에 오늘 경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네요.

그리고 이런 기대감을 수호는 1회부터 화끈하게 풀어주었다.

-원아웃을 잡아낸 잭 휠러 선수가 두 번째 타자인 러치맨을 상대로 2구를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잭 휠러가 던진 슬라이더가 러치맨의 몸쪽에서 존 안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러치맨은 그걸 예상했다는 듯 간결하게 배트를 돌렸다.

후웅!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가 외야로 날아갑니다!!

좌타자인 러치맨이 몸쪽 공을 받아치면서 타구는 우익방향으로 날아갔다.

라인을 타고 날아가는 타구에 수호가 빠르게 쫓아가고 있었다.

-한수호 선수가 타구를 쫓습니다!

수호의 스타트는 빨랐다.

거리가 멀어서 러치맨의 스탠스를 정확히 보진 못했지만, 휠러의 공이 몸쪽으로 갈 것이라 예상했다.

‘터너의 볼배합이 나쁘지 않네.’

루키시즌이지만, 터너는 안정적으로 휠러를 리드해 나갔다.

트리플A에서 경험을 충분히 살린 거 같았다.

바깥쪽 공을 보여주고 몸쪽으로 붙이는 슬라이더는 분명 정석과도 같았다.

‘나라면 한 번 더 바깥쪽을 찌르겠지만, 나쁜 선택은 아니지.’

정석은 언제나 평균은 해준다.

하지만 그 이상을 볼 수 있는 수호이기에 터너와는 다른 리드를 했을 거다.

상대가 특급 포수인 러치맨이기에 더더욱 말이다.

‘어쨌든……!’

수호의 시선이 타구를 쫓았다.

그리 높게 뜨지 않았던 타구가 빠르게 낙하하고 있었다.

‘타이밍이 조금 늦겠는데.’

스타트가 빠르긴 했지만, 러치맨이 워낙 스윙을 잘했기에 타구가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만약 다른 우익수였다면 장타가 확정적인 상황, 수호였기에 이 정도까지 따라붙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호는 타구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여기에서……!’

낙하하는 타구를 잡기 위한 데드라인에 도달한 수호가 지면을 박찼다.

파팟-!!

-몸을 날리는 한수호 선수!!

동시에 팔을 쭉 뻗으며 글러브를 내밀었다.

외야수 전용 글러브가 길게 뻗으면서 떨어지는 타구를 그대로 감쌌다.

퍽!!

촤아아앗-!!

몸이 그라운드 위에 떨어지면서 미끄러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글러브를 꽉 잡으면서 공이 떨어지지 않게 했다.

-잡았습니다!! 한수호 선수의 멋진 다이빙 캐치로 러치맨 선수의 장타가 사라집니다!

-이야~정말 완벽했습니다! 스타트를 끊는 첫발도 환상적이었고 정확한 타이밍에 다이빙을 하는 거까지! 흠잡을 곳이 없었습니다!

-다소 쉽게 잡아내서 당연히 저렇게 할 수 있지 않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만약 한수호 선수가 스타트를 끊는 게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공을 잡을 타이밍이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해설위원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그만큼 수호의 수비는 대단했다.

이런 반응은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똑같이 나왔다.

-올~슈퍼맨 캐치!

-역시 한수호네.

-근데 메이저리그에선 당연히 저런 거 잡아야 하는 거 아님?

ㄴ아님. 해설위원도 말했지만, 스타트 늦었으면 못 잡음.

ㄴㄴ쉽게 보이지만, 열에 아홉은 시도도 못 할걸.

ㄴㄴㄴ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 외야수들만 가능함.

-한수호는 못하는 게 뭐냐?

1회부터 슈퍼플레이를 만들어낸 수호에게 잭 휠러가 박수를 보냈다.

-한수호 선수를 향해 경의를 보내는 잭 휠러!

-우익수 한수호가 화려하게 데뷔합니다!!

수호의 외야수 데뷔 경기가 성공적으로 이어졌다.

* * *

스코어 11 대 1.

오리올스를 상대로 필리스가 완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수호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몇 개나 만들어냈다.

수비 쪽에서는 호수비를 연달아 만들어내며 그를 왜 우익수로 출전했는지에 대한 답을 보여주었다.

타격 쪽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한수호 시즌 60호 홈런 달성!]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는 한수호!]

[데뷔 이후 2시즌 연속 60홈런에 도달한 한수호! 과연 70홈런도 넘을 수 있을 것인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2시즌 연속 70홈런에 도전하는 한수호!]

60홈런을 한 번 더 돌파하면서 수호는 역대 세 번째 기록을 세웠다.

[역사상 세 번째로 2시즌 연속 60홈런에 도달한 한수호!]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에 이어 세 번째 주인공이 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이라 불리는 맥과이어와 소사.

두 선수는 서로의 경쟁심과 약물의 힘을 빌려 60홈런을 넘어섰었다.

특히 새미 소사는 통산 세 번의 60홈런 플러스 시즌을 보내면서 메이저리그 유일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중은 수호가 과연 이 기록까지 넘볼 수 있을지 기대했다.

-두 번째 데뷔 시즌 만에 이런 괴물 같은 성적을 남기는구나.

-통산 홈런이 벌써 100개를 넘어섬.

-얘는 사실상 역대 최다홈런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지 않을까?

ㄴ그게 몇 개임?

ㄴㄴ배리 본즈 762홈런.

-지금처럼 쳐도 최소 11시즌은 걸리겠네.

ㄴ11시즌 치러도 수호 고작 31살임.

ㄴㄴ군대 안 가니 쌉가능.

30대 초반이면 아직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큰 부상이 없다면 수호가 메이저리그의 기록을 갈아치울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의견은 뒤로 하고 수호는 필리스의 동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크하!! 역시 이기고 마시는 맥주가 최고라니까!”

브라이스 하퍼가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호쾌하게 말했다.

“자자! 우리 루키 오늘 고생했으니 많이 먹어.”

“옙!”

오늘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바로 터너의 합류를 축하하기 위함이었다.

터너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는 마이너리그에서 콜업이 된 다른 선수들 역시 함께 있었다.

“그나저나 수호야, 너는 도대체 어떤 훈련을 받았기에 우익수에서도 그렇게 날아다니냐?”

“제 훈련은 잘 아시잖아요.”

“알지. 진짜 오바이트가 쏠릴 정도로 빡센 거라는 거.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의 수비를 보여주는 건 다른 이야기지.”

“진짜 난 이 녀석이 1회에 잡아준 수비 덕분에 경기를 쉽게 풀었다니까.”

오늘 경기의 선발투수이자 승리투수가 된 잭 휠러도 수호의 칭찬에 앞장섰다.

만약 그 타구가 빠졌다면 잭은 오늘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갔을 수도 있었기에 수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야구에 대한 재능이 남달라.”

“인정이야.”

팀 메이트들조차 수호의 활약에 감탄을 이어나갔다.

그때 터너가 수호를 보며 물었다.

“한, 혹시 오늘 내 수비에서 이상한 부분이 있었어?”

“이상한 부분이요?”

“응. 난 제대로 한다고 했는데. 혹시 네가 봤을 때 이상한 부분이 있었나 싶어서 말이야.”

“하하! 터너 뭐야? 수호에게 코칭이라도 받으려고?”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랑 한 팀에서 뛰게 되었는데. 기회가 될 때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야죠.”

“좋은 자세야.”

“그게 정답이지.”

“수호에게 코칭 받으려면 수만 달러를 받쳐도 힘들 텐데. 기회가 될 때마다 받으면 좋지.”

눈을 반짝이는 터너를 보며 수호는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해 나갔다.

“오늘 경기에서 딱히 이상한 부분은 없었는데. 리드할 때 말이야.”

“응응!”

두 사람의 대화가 시작되자 다른 동료들은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밤늦게까지 루키의 합류를 축하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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