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247화
메이저리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무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후반기 동향을 살폈다.
사무국이 이렇게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유례가 없는 긴 시간 브레이크였다. 새롭게 리그가 가동되면서 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하기 어려워.’
시즌 도중 리그가 멈추는 건 상식적으로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한 번 관심에서 멀어진 주제가 다시 팬들에게 관심을 주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무국에서 리그를 중단하고 올림픽에 올인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전 세계적으로 메이저리그의 브랜드가치를 올릴 수 있는 행사였다. 그리고 그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어.’
이번 올림픽의 야구 종목 평균 시청률은 도쿄올림픽 대비 5배가량 상승했다.
특히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경기는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시청률들은 베이스볼이 국기에 해당하는 국가들만이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와 같은 비주류 국가에서도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한마디로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었다.
‘특히 한수호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베이스볼의 룰은 모르더라도 한수호는 아는 사람들이 대폭 늘어났다.
이제 수호는 단순한 슈퍼스타가 아닌 종목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이런 결과들을 놓고 보면 올림픽에 올인했던 건 정답이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인지도가 올라갔다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었다.
‘미국의 팬들이 떠나면 이도 저도 아닌 게 된다. 최소한 브레이크 이전 정도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해.’
그래서 각 구단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버블헤드 이벤트를 비롯해서 여러 이벤트를 준비했다.
사무국 역시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기존 팬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
할 수 있는 건 전부 했다.
이제 결과가 나오길 기다려야 했다.
* * *
리그가 시작되면서 가장 걱정됐던 건 관중들이 다시 경기장을 찾느냐였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그쳤다.
[올림픽 브레이크 이후 리그 재개! 15개 경기장 모두 매진행렬!]
[제2의 개막전! 모든 경기장의 티켓이 매진되고 각 중계플랫폼의 시청률 역시 사상 최대치 갱신!]
[올림픽 브레이크에 대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미국 관중들은 메이저리그의 재개를 기다렸다!]
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동안 메이저리그의 리그 재개를 기다렸던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수호의 경기를 본 팬들은 갈증을 느끼다 못해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수호 녀석이 올림픽에서 홈런 사이클을 기록한 거 알고 있지?”
“물론이지! 정말 엄청났다니까!”
“맞아. 난 내 눈을 의심했었어.”
“내 사촌이 그 경기를 직관하러 다녀왔는데. 얼마나 자랑하는지 배가 다 아팠다니까!”
“이제 우리도 경기를 볼 수 있어!”
수호의 홈런 사이클은 여전히 큰 화제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으니 말이다.
이 기록을 달성한 수호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위해 수호는 첫 경기부터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1사 1루의 찬스에서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타격자세를 잡았다.
그를 바라보는 팬들의 기대는 오직 하나였다.
‘홈런 사이클을 기록한 괴물.’
‘이번에는 어떤 걸 터뜨릴 거야?’
‘리그에서도 확실히 보여줄 거지?’
올림픽에서 홈런 사이클을 기록한 만큼 리그에서도 홈런포를 가동하길 바랐다.
그리고 수호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후우…….”
그렇기에 첫 타석부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올림픽 마지막 경기처럼 딥 존으로는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했다.
‘아웃코스 로우.’
투수의 시선과 발이 향하는 방향, 그리고 팔로스로를 통해 날아오는 공의 궤적을 예측한 수호가 클로즈드 스탠스를 밟았다.
타닥!
그리고 빠르게 몸을 회전시키며 그대로 배트를 돌렸다.
후웅!!
딱!!
-때렸습니다!!
그의 배트에 맞은 타구가 빠르게 외야로 사라져 갔다.
그 모습을 확인한 수호가 배트를 던지고 천천히 1루로 달렸다.
-한수호 선수는 배트를 던지고! 타구는 우측 펜스를 넘어갑니다!! 리그 복귀 첫 경기부터 홈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수호가 리그 복귀를 알리는 홈런포를 가동하며 두 번째 시즌의 후반기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 * *
수호의 활약은 곧 필리스의 성적으로 이어졌다.
[올림픽 브레이크 이후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5연승을 달리며 지구 1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한수호 리그 재개 이후 5경기에서 7홈런을 기록하며 리그 전체 최다홈런 기록 중!]
[본인의 커리어 하이인 77홈런을 향해 도전하는 한수호의 두 번째 시즌! 과연 그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
[두 시즌 만에 벌써 100홈런 돌파! 지금까지 이런 선수는 없었다!]
[메이저리그 역대 가장 빠른 홈런 페이스를 자랑하는 한수호! 과연 통산 홈런 기록에서도 1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수호의 기록은 역대급이란 단어로 가장 잘 표현되고 있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레이스를 달리는 그의 활약 덕분일까?
아니면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이 높아지고 있는 걸까?
이번 시즌 역시 메이저리그는 역대 최다홈런을 갱신했던 2027시즌을 뛰어넘을 거란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에 팬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요즘 메이저리그 꿀잼인 듯.
-ㅇㅈ.
-홈런도 자주 나오고 일단 템포 자체가 빨라짐.
-예전처럼 늘어지는 느낌이 없더라.
-확실히 커미셔너가 일 잘하는 듯.
-선수들 반발이 크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바꾸는 게 정답이었어.
처음 메이저리그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올드팬들도 최근의 변화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새로 유입된 팬들 역시 지금의 베이스볼을 마음에 들어 했다.
올림픽 브레이크 이후 정상적인 궤도에 오른 리그를 보면서 롭 만프레드는 만족스러워했다.
‘이제 발표할 시기가 됐다.’
이제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갈 때였다.
그는 곧장 기자들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공표했다.
“오랜 시간 정체되어 있던 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생각입니다.”
“새로운 바람이요?”
“그게 무엇입니까?”
“2년 뒤부터 새로운 2개 구단이 리그에 합류하면서 32개 구단 체재로 양대리그를 운영하게 될 겁니다.”
“확정이 된 겁니까?”
“예. 최종후보지 중, 몬트리올와 라스베가스를 선정했습니다.”
롭 만프레드의 발표는 큰 화제가 되었다.
-오랜만에 새로운 구단 합류네.
-32개 구단 체재라니…….
-역시 메이저리그 클라스!
-캐나다에 제2의 구단이 생기네.
-몬트리올은 원래 프로구단이 있었으니까.
-도박의 도시에 프로구단이 생기네.
-선수들 수급은 어찌 되려나.
-메이저리그에는 원래 선수들이 많았으니까. 괜찮겠지.
메이저리그에는 매년 수천 명의 프로선수들이 들어온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대부분이 마이너리그에서 기회도 얻지 못하고 사라져 갔다.
그렇기에 새로운 구단이 생긴다는 건 좋은 소식이었다.
‘선배님들 말씀대로 새로운 구단이 생기네요.’
[꽤 늦게 합류하는 거지.]
[판데믹이나 기타 다른 이유들 아니었으면 진즉에 생겼어야 함.]
[그나저나 이번에는 누가 구단주가 되려나?]
[그러게.]
[이번에도 컨소시엄 만들어지지 않겠음?]
[하긴, 그렇겠지.]
메이저리그 구단은 이제 개인이 확보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사업체가 되었다.
물론 세계 100대 재벌들이 합류한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웬만해서는 컨소시엄을 꾸려 구단을 운영해나갔다.
LA다저스가 이런 방식으로 인수가 됐었다.
‘구단들이 늘어난다는 건 저한텐 좋은 소식이네요.’
[그렇지.]
[널 원하는 곳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소리니까.]
[대부분 구단들이 새로 창단하거나 주인이 바뀌면 처음에는 공격적으로 투자하게 되어 있으니까.]
대표적인 팀이 바로 콜로라도 로키스였다.
1990년대 창단한 로키스는 창단과 함께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다.
빅 머신 랜디 존슨을 영입한 게 대표적인 사례였다.
최근에는 뉴욕 메츠의 주인이 바뀌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갔다.
LA다저스 역시 주인이 바뀌기 전과 후의 행보가 아예 다를 정도였다.
이런 사례들이 있기에 새로운 구단이 생기는 건 선수에게 좋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아직 FA가 되지 않았지만,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가 된 수호가 가장 수혜자가 될 건 불 볼 듯 뻔했다.
[필리스를 떠날 가능성이 높겠네.]
타이 콥의 냉정한 말에 다른 레전드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의 필리스가 수호를 잡기란 힘들겠지.]
[몸값이 너무 올랐음.]
[필리스는 돈을 아끼는 추세고 말이야.]
[어쨌든 뭐, 당장 생기는 것도 아니니 일단 올 시즌에 집중하자.]
‘예.’
2개 구단이 생기기까지 앞으로 2년이란 시간이 남았다.
그들이 리그에 합류하는 건 2030년이다.
그리고 수호가 FA가 되는 건 2032년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충분히 트레이드가 가능했다.
매년 그의 몸값이 수직상승 할 터였으니 말이다.
‘새로운 구단들이 생기면서 내가 트레이드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겠네. 뭐, 어디로 가든 내가 해야 할 건 달라지지 않지만.’
수호의 목표는 확고했다.
‘선배님들의 기록을 뛰어넘는다.’
레전드들의 기록을 넘는 것.
오직 그거 하나만을 보면서 전력으로 달려야 했다.
* * *
일각에선 수호가 올림픽 후유증을 겪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시즌 도중에 다른 이벤트가 겹치면서 컨디션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단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리그 재개와 함께 한 달 만에 쏙 들어갔다.
딱!!
-때렸습니다! 한수호 선수의 이번 타구는 중앙 펜스를 넘어갑니다!! 시즌 50번째 홈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두 시즌 연속 50홈런을 달성하는 순간입니다!
수호는 후반기에도 빠르게 홈런 페이스를 올리면서 50홈런을 돌파했다.
앞으로 두 달이 남은 상황에서 그가 80홈런을 넘어서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한수호 50홈런 달-성!
-진짜 얘는 미쳤다 ㅋㅋ
-아니, 무슨 리그 재개하자마자 50홈런 돌파냐.
-와…… 진짜 미쳤다.
-지난 시즌보다 더 빠른 듯.
-이러다가 80홈런 넘어서는 게 아닐지 모르겠다.
-잔여 경기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스토리임.
수호의 활약에 팬들은 경악하면서도 찬사를 보냈다.
작년 시즌의 성적을 가뿐하게 넘어설 거란 예상도 나오기 시작했다.
“한수호는 정말 특별하군.”
거대한 TV 속에서 베이스를 돌고 있는 수호의 모습을 바라보던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히잡을 쓰고 깔끔하게 수염을 기른 중동 남자의 말에 비서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입니다. 연차가 쌓인다면 축구의 메시와 비슷한 위치에 오르는 선수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종목을 뛰어넘는 플레이어가 되는 건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그를 손에 넣는다면 우리가 이끌게 될 팀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군.”
“맞습니다.”
남자의 이름은 훌라크 푸두 알나흐안, 라스베가스에 새롭게 들어서게 될 31번째 구단의 주인이 될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