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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45화 (244/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245화

    이성훈이 때린 타구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원바운드 됐다.

    ‘젠장!’

    타구를 확인한 이성훈이 아차 싶었다.

    ‘배트가 밀렸다!’

    머리로는 자신을 자책했다.

    그냥 삼진 당했으면 됐는데.

    하지만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타닥!!

    1루로 전력으로 뛰었다.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타구를 확인했다.

    크게 원바운드 된 공을 일본의 3루수가 가볍게 점프하며 잡아냈다.

    퍽!

    착지와 동시에 3루 베이스를 발로 밟았다.

    “아웃!!”

    3루심의 외침이 들려오자 이성훈은 더 이상 그곳을 보지 않았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자신의 실책으로 수호가 도전할 수 있는 기회조차 날리게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

    그 심정으로 1루 베이스를 향해 전력질주했다.

    그리고 베이스가 눈앞에 다가왔을 때.

    몸을 날렸다.

    후웅!!

    동시에 3루수가 던진 공이 마운드를 지나 날아들었다.

    1루에 자리 잡고 있던 스즈키 슌타로가 공을 잡기 위해 다리를 벌렸다.

    촤아아앗-!!

    뒤이어 이성훈의 몸이 슬라이딩하며 베이스로 들어왔다.

    하지만 공이 스즈키 슌타로의 미트에 들어가는 게 더 빨랐다.

    퍽!!

    그 순간, 이성훈의 눈에 슌타로의 발이 들어왔다.

    분명 베이스에서 떨어져 있는 그의 발을 확인한 이성훈이 손으로 베이스를 잡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떨어졌어요!!”

    다급해서 한국어로 1루심에게 외쳤다.

    뒤이어 1루 주루코치인 양현성도 똑같이 말했다.

    “떨어졌어! 떨어졌어!!”

    두 사람의 외침에 1루심이 슌타로의 발을 확인하고는 팔을 좌우로 펼쳤다.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스즈키 슌타로 선수의 발이 떨어지면서 더블플레이를 면하는 이성훈 선수!!

    -아~자칫 잘못하면 더블플레이가 나올 뻔했지만, 이성훈 선수가 포기하지 않고 뛴 덕분에 살았습니다!

    -거기에 스즈키 슌타로 선수의 실책까지 나왔네요!

    누가 보더라도 이성훈의 터치보다 공이 먼저 도착하는 타이밍이었다.

    명백한 슌타로의 실책이었다.

    그리고 이번 실책은 일본 대표팀에게 꽤 아프게 다가왔다.

    -1사 1, 2루의 찬스가 이어지는 한국대표팀! 그리고 타석에는 위대한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는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도전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수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 * *

    사이클링 홈런이란 기록은 정식기록이 아니다.

    일종의 팬들이 만들어낸 언어유희와 같은 기록이었다.

    미국의 네티즌들은 홈런 사이클이라 불렀고 한국에선 사이클링 히트에서 파생된 사이클링 홈런이라 일컬었다.

    이 기록은 세계 프로야구 역사상 아직 등장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를 포함하면 딱 2번 나온 적이 있었다.

    -홈런 사이클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1998년, 2022년 더블A에서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1군 경기에서는 아직 등장한 적이 없었죠.

    -맞습니다. 이 기록에 도전했던 선수들은 간혹 나왔지만, 성공했던 선수는 전무합니다.

    -그런 기록을 올림픽, 그것도 결승전에서 도전하는 한수호 선수가 경이롭습니다.

    -만약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달성하게 된다면 한수호 선수는 이번 대회 단일경기 최다타점 기록도 세우게 됩니다.

    홈런 사이클을 달성한다는 건 10타점을 달성한다는 소리였다.

    어떤 선수는 한 시즌 내내 뛰어도 10타점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한 경기에서 10타점이라니?

    말도 안 되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모든 홈런을 기록 중인 선수에게라면 이게 당연했다.

    -진짜 가냐?

    -하냐?

    -정말로?

    -이걸 라이브로 보는 내가 레전드다!

    -앞으로 10년은 이 이야기로 사골을 우리겠다!

    -10년이 뭐냐? 20년은 갈 듯.

    -하! 제발 하나만 때리자!!

    대중은 눈에 불을 켜고 경기를 지켜봤다.

    현장을 찾은 관중들의 집중력은 더욱 높아졌다.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응원 소리가 멈췄습니다!

    -대중들도 한수호 선수의 홈런을 보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겁니다!

    경기장에 적막이 찾아왔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국가대항전에서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다니 말이다.

    그만큼 수호의 기록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 기록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할 때는…….’

    [확실하게.]

    수호가 배트를 치켜들었다.

    -사…… 사 연타석 예고 홈런이 나왔습니다!!

    -한수호 선수의 배짱도 대단합니다!

    -이게 바로 괴물 한수호입니다!!

    수호가 네 번째 예고 홈런을 선언했다.

    홈런 사이클을 기록 중인 선수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일반인의 머리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하지만 수호는 그렇게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반드시 해낸다.’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집중력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그의 시야에 닿는 모든 것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 * *

    사인을 교환한 사사키 쿄지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도루를 하지 않을 거다.’

    주자들은 뛰지 않는다.

    그런 확신이 있었다.

    ‘뛰어도 상관없다.’

    만에 하나 뛴다 하더라도 개의치 않았다.

    ‘오직 너만 보겠어.’

    수호에게 모든 집중력을 쏟아부었다.

    ‘내가 너의 기록을 막는다.’

    타닥!!

    스트라이드를 내디딘 그가 모든 힘을 끌어올렸다.

    휘릭!!

    뒤이어 몸을 회전시켰다.

    모든 회전력을 끌어올려 손끝에 집중시켜 그대로 공에 쏟아부었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가 순식간에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갔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구심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우렁차게 경기를 울렸다.

    그가 적막을 깨서 그런 걸까?

    아니면 전광판에 찍힌 구속을 보고 놀란 걸까?

    관중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구속이 103마일이 찍혔어.”

    “또 최고구속을 던졌어.”

    “한 경기에 이렇게 자주 던지던가?”

    “아닐 텐데.”

    사사키 쿄지가 다시 103마일을 던졌다.

    -사사키 쿄지가 본인의 최고구속을 다시 던졌습니다!

    -평소에도 평균구속이 100마일에 달하는 사사키 쿄지지만, 이렇게 103마일의 공을 연달아 뿌리는 건 이례적이네요.

    -그만큼 한수호 선수를 상대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사키의 평균구속은 100마일이다.

    즉, 던지면 웬만한 공들은 다 100마일을 찍는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103마일은 이야기가 다르다.

    그는 한 경기에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만 103마일의 공을 던졌다.

    아예 안 던질 때도 많았다.

    던지기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사키도 이 악물었네.

    -제물이 되고 싶지 않은 거지.

    -그런데 솔직히 이해는 된다.

    -ㅇㅈ

    -역사에 남게 될 테니까.

    -그래도 수호 기록 좀 달성하자!!

    팬들은 수호의 기록달성을 원했다.

    하지만 사사키는 너무 높은 벽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당사자인 수호의 생각은 달랐다.

    ‘공이 더 빨라졌다. 타이밍을 조금 더 빠르게 가져가야겠어.’

    냉정하게 자신의 타격타이밍을 재조정했다.

    그리고 다시 타석에 서서 자세를 잡았다.

    ‘승부를 하는 걸로 결정을 한 거 같으니…….’

    초구를 그냥 보낸 건 공이 빨라서가 아니다.

    단지 일본 대표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자신과 승부를 할지 안 할지 말이다.

    초구는 정확히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왔다.

    말인즉슨 승부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는다.’

    상대가 승부해 준다면 놓칠 생각은 없었다.

    타격자세를 잡은 그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사사키 쿄지가 2구를 던집니다!

    이번에도 와인드업에 들어간 사사키 쿄지가 스트라이드를 내디뎠다.

    그리고 모든 힘을 하체에서부터 끌어올려 상체로 이동시켰다.

    그의 몸이 회전하면서 생긴 회전력까지 더해지면서 막대한 에너지가 손끝으로 전달됐다.

    ‘이전보다 더 큰 빛이다.’

    그 에너지의 이동이 수호의 눈에는 빛으로 보였다.

    붉은색 빛이 사사키의 몸을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그 빛이 손끝에 맺히는 순간.

    마치 폭발하듯 공을 날려 보냈다.

    쐐애애애액-!!

    공이 날아오는 궤적이 수호의 눈에 보였다.

    가상의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는 공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어지럽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몸쪽으로 파고드는 공의 궤적을 확인한 수호가 발을 내디뎠다.

    ‘오픈 스탠스로…….’

    타닥!!

    배터박스의 바깥쪽으로 발을 내디딘 그가 팔을 몸에 붙인 채 그대로 회전시켰다.

    ‘스윙은 간결하게!’

    후웅!!

    하체를 회전시키며 회전력을 끌어올려 그대로 상체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휘릭!!

    ‘모든 힘을 쏟는다!’

    회전력까지 더해진 거대한 에너지를 배트에 실어 보냈다.

    힘과 힘이 충돌했다.

    배트에 공이 맞는 순간, 순간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수호는 손목을 비틀어 마지막 순간까지 힘을 실어 보냈다.

    손목 컨트롤이 가장 뛰어났던 메이저리거인 행크 애런의 노하우가 담긴 그의 마지막 일격에 결국 사사키 쿄지의 강속구는 무릎을 꿇었다.

    따악-!!

    -때렸습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날아갔다.

    타구를 확인한 수호는 등을 때리고 돌아오는 배트를 쥔 손을 그대로 놓았다.

    휘리릭!!

    -한수호 선수는 배트를 던졌고!!

    얼마나 잘 던졌는지 일본 쪽 더그아웃 앞까지 배트가 날아갔다.

    그리고 수호는 1루를 향해 천천히 뛰었다.

    -타구는 좌측 담장…… 좌측 담장…… 좌측 담장을……!!

    카메라가 좌측 담장을 향해 날아가는 타구를 쫓았다.

    높게 떠오른 타구는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그대로 경기장 밖으로 사라졌다.

    -좌측 담장을 넘어 그대로 경기장 밖으로 사라집니다!!

    4연타석 예고 홈런.

    4연타석 홈런.

    2연타석 장외홈런.

    그리고 홈런 사이클이 기록되는 마지막 순간에 경기장이 뒤집혔다.

    “우와아아아!!”

    “홈런 사이클이다!!”

    “미친!!”

    “한수호 개쩔었다!!”

    “이걸 내 눈으로 보네!”

    관중들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에 찍힌 구속을 보고는 경악했다.

    “저거 뭐야?”

    “오류 아니야?”

    “방금 던진 공이 104마일이었다고?”

    “사사키가 본인의 최고구속을 갱신했다는 거야?”

    “말도 안 돼!”

    “저 공을 장외홈런으로 넘겼다고?!”

    사사키 쿄지가 던졌던 마지막 공의 구속이 무려 104마일, 167㎞가 찍혔다.

    이는 사사키 쿄지 개인이 던진 공들 중 가장 빠른 공이었다.

    그런 공을 던진 사사키 역시 경이로웠지만, 그 공을 장외로까지 날려 보낸 수호가 더 괴물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한수호 선수가 홈을 밟으며 오늘 경기에 쐐기를 박습니다!!

    스코어 10대 5.

    역전하기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점수가 만들어졌다.

    * * *

    경기를 끝내기 위해 한국의 마운드에 정승우가 올라왔다.

    -한국의 클로저 정승우 선수가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정승우의 가치는 하늘을 찔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를 눈여겨본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만큼 그의 활약은 눈부셨다.

    그리고 그 모습은 결승전이라 해서 다르지 않았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첫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처리하는 정승우 선수!!

    깔끔하게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정승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역시 수호 저 녀석이랑 호흡을 맞추면 마음이 편하다.’

    마치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리드해 주는 수호 덕분에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언젠가는 한 번 더…….’

    그는 수호를 믿고 두 번째 타자를 상대했다.

    ‘너와 호흡을 맞출 날을 기대하마!’

    “흡!!”

    쐐애애액-!!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높게 떠오른 타구!! 우익수 이성훈 선수가 안전하게 잡아냅니다!

    두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갔다.

    경기가 완전히 기울어진 상황에서 정승우는 쉬지 않고 공을 뿌려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거침없이 공을 던지는 정승우 선수!

    딱!!

    “파울!!”

    -존을 벗어나는 커브를 때리면서 파울이 됩니다!

    두 번째 스트라이크가 올라갔다.

    수호는 외곽으로 빠지면서 미트를 내밀었다.

    ‘아웃코스 로우.’

    ‘오케이.’

    고개를 끄덕인 정승우가 쉬지 않고 세 번째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보더라인 밖으로 날아들었다.

    ‘벗어났어.’

    타자가 공이 벗어났다고 판단한 순간, 수호의 마법이 시작됐다.

    스윽

    상체를 들어 구심의 눈을 가린 그가 미트의 웹으로 공을 캐치했다.

    촤르륵-!

    동시에 상체를 다시 내리며 구심의 시야를 회복시켜주었다.

    그리고 미트의 위치를 확인한 구심은 여지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가고 동시에 게임 끝났습니다!!

    수호가 공을 던지고 마운드로 달려갔다.

    -한국대표팀이 전승으로 미국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합니다!!

    그리고 정승우를 끌어안으며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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